아동 성착취물 제작땐 징역 최대 29년3개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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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 마련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 동영상이나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한 성인에게 최대 징역 29년 3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양형 기준이 나왔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만들어 사고판 ‘n번방 사건’ 등 심각한 디지털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을 고려해 대법원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강화된 양형 기준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등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초범이란 이유로 형 깎아주던 관행 없애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네 가지 주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몰카 등 불법 촬영을 하고 배포하는 행위 등을 특히 엄단하기로 했다. 속칭 ‘지인 능욕’ 등 음란 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행위, 촬영물로 다른 사람을 협박한 범죄에 대해서도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성인은 기본 징역 5년에서 9년에 처해진다. 여럿이 역할을 나눠 영상물을 제작, 유포했다면 징역 19년 6개월까지 선고될 수 있다. 상습범은 최소 징역 10년 6개월,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처해질 수 있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여러 개 구입한 성인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6년 9개월이 내려질 수 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신체 부위를 촬영한 ‘몰카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경우에도 최대 징역 6년 9개월이 선고될 수 있다. 몰래 촬영한 영상을 판매했다면 징역 18년까지 처해질 수 있다.

양형위원회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했다면 비록 초범이라도 형을 깎아줄 수 없도록 했다. 재판에 넘겨진 당사자가 성착취물을 삭제했다면 법원이 형을 줄여줄 수 있다는 내용도 양형 기준에 담겼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하지만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범행에 대해 법원이 법정 형량보다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을 해왔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한 손정우는 지난해 5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등 영상 23만 건을 유포한 30대 남성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 강화된 양형 기준, 조주빈 영향

새 양형 기준은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조주빈 일당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형위 관계자는 “새 양형 기준이 도입되기 전 기소된 사건이라도 재판부가 판결에 참고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며 “조주빈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이번에 마련된 양형 기준을 참고해 형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이 새 양형 기준에 맞춰 조주빈에게 징역 29년이 넘는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주빈은 11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가운데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의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1심 법원은 이 혐의를 기준으로 조주빈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최대 30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혐의를 동시에 받는 조주빈에게 절반을 더해 징역 45년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상준 기자
#아동성착취물#징역#디지털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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