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감옥에서 만난 두 여자, 윤수(전도연)와 모은(김고은)의 거래에서 시작한다. 남편 살해 누명을 쓴 윤수에게 모은이 은밀한 제안을 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도연(52)은 “여태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썼다”며 웃었다. 액션 뿐 아니라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많은 작품이어서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두 여성의 서사가 스릴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 투톱물’이란 표현에 대해선 “씁쓸하다”고 했다.
“여성 투톱물을 특별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게 오히려 아쉬웠어요. 남성 배우 투톱 작품은 특이하거나 희귀하게 여기시지 않잖아요. 작품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해요.”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에서 전도연과 함께 연기호흡을 맞춘 배우 김고은.김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건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년) 이후 10년 만. 그는 현장에서 본 선배 전 배우에 대해 “저러다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매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에선 윤수가 매회 얻어맞고, 도망치고,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전 배우는 이에 대해 “내가 몸을 사리지 않는 건, 사리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 배우는 되레 후배를 향해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낸 배우”라고 칭찬했다.
“내가 감히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조심스러워요. 같은 배우로서 늘 ‘내가 한 순간도 이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데, 고은이는 그걸 완주해낸 배우였어요.”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를 끝내고 나니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요즘엔 희귀한 장르가 되어버린 정통 멜로 드라마를 꼭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1990년 광고로 데뷔해 올해로 35주년을 맞는 전도연. 그는 2007년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밀양’)을 포함해 수많은 수상 이력이 있지만, 한 순간도 연기에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제가 너무나 중요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한순간 흉내낼 순 있었지만, 저는 직업이 배우라는 이유로 저 자신을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나’에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연기에 더 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속일 수 없으니, 순간순간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한 거예요.”
이 과정은 그가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기도 했다고.
전 배우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하게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으론 힘들지 몰라도 정신적으론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뭘 했지보다는 뭘 해야 하지를 더 많이 생각하면서, 내 눈 앞에 닥친 하루를 잘 지내자는 생각에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화 ‘밀양’(2007년) 이후 이 감독과 거의 20년 만의 재회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 감독님과 다시 영화를 찍는 게 꿈만 같았어요. 설경구 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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