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아이콘’ 해리 스타일스 첫 내한공연…BTS도 보러와멀리서 봐도 반짝이는 워터멜론 줄무늬(초록색과 보라색의 줄무늬)의 점프 수트. 양쪽 가슴과 양팔에 가득한 타투가 선명히 드러나는 노출. “한국, 안녕”하며 등장한 글로벌 팝 스타 해리 스타일스(29)는 가히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20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스타일스의 단독 공연 ‘러브 온’은 과감함과 자유로움이 모두 허용되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2011년 보이그룹 원디렉션으로 데뷔한 스타일스의 첫 단독 내한 공연이란 점에서 국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플루이드 패션’의 선구자답게 스타일스의 무대는 무지개 빛으로 꾸며졌다. 객석에도 화려한 옷차림을 한 관객들이 많았다. 다양한 성별과 국적을 가진 밴드 세션 멤버들의 연주가 나오고 스타일스가 한국어로 “사랑해요” “고마워요”를 연신 외치자 관객들은 그의 손짓, 눈빛 하나하나에 함성으로 화답했다. 현장에서 본 스타일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단연 무대 장악력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KSPO DOME 최대 수용인원인 1만5000명의 관객이 모두 들어찼다. 그리고 이들의 흥분도는 시작부터 끝까지 최고조였다. 첫 곡은 ‘Music for a Sushi Restaurant’(2022년). 지난달 미국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와 영국 ‘브릿 어워즈’ 등 양대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앨범 ‘해리스 하우스’의 첫 트랙이다. 스타일스는 이를 시작으로 총 18곡을 불렀다. 세 번째 곡 ’Adore You‘(2019년)부터 돌출무대에 발을 들인 스타일스는 악동처럼 무대를 누볐다. 관객석에서는 잠깐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곡에서 떼창이 끊이질 않았고, 간주나 무대 전환 사이엔 함성이 이어졌다. 공연 후반부에는 모두가 고조됐다. 곡 ‘Treat People With Kindness’(2019년)가 시작될 때부터는 스탠딩석이 아닌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객들마저 일어섰다. 한 번 오른 흥은 가라앉을 생각이 없는 듯, 관객들은 마지막 무대까지 “해리”를 외치고 뛰면서 공연을 함께 만들어갔다. 이날 무대의 흥을 힘껏 올렸던 것은 스타일스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 덕이었다. 그는 원 디렉션이 결성된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 영국판 시즌7을 기점으로 13년 동안 자신을 기다렸다는 한국 팬이 스케치북에 써온 편지를 한 줄 한 줄 읽었다. 이날 생일이라는 한국 팬을 위해선 한국어와 영어로 관객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 외에도 팬들이 무대 위로 던져주는 태극기, 모자, 선글라스 등을 직접 건네받고 착용하는 등 세심한 애정을 드러냈다. 공연 막바지 곡 ‘Love of My Life’(2022년) 무대 때에는 관객들은 “HARRY, YOU ARE THE LOVE OF OUR LIVES(해리, 당신은 우리 삶의 사랑)”라 적힌 플래카드를 드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타일스는 공연을 마치며 “정말 환상적인 밤”이라며 “여러분들은 완벽했다. 내가 한국에 온 유일한 이유”라며 거듭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어 “오늘이 우리의 첫 만남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스타들의 스타’인 만큼 이날 공연에는 케이팝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찾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 슈가, 뷔, 정국과 블랙핑크의 로제와 제니, 에스파 카리나와 윈터 등이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아 스타일스의 무대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로제는 공연이 끝난 뒤 스타일스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2023-03-21 10:54 
“음악은 감정 표출 창구…내 음악에서 ‘슬픔’ 빼놓을 수 없어”무대는 단출하다 느껴질 정도로 별 것이 없다. 스모그 사이로 늪에 잠긴 듯한 깊고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공연장에 등장하면, 눈물은 속수무책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새드팝의 대명사 미국 싱어송라이터 사샤 알렉스 슬론(28). 6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진행한 그는 본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이 항상 지지하고 응원해줘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오랫동안 한국에 오는 순간을 기다려왔다. 기쁘다”고 말했다. 슬론은 열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타고난 뮤지션이다.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입학했지만 전문적인 작곡가 활동을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스물 두 살이던 2017년부터 카밀라 카베요, 존 레전드, 앤 마리, 핑크, 케이티 페리 등 유명 아티스트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8년 본인도 가수로 데뷔했다.“10대 때부터 저는 아티스트가 될 거란 왠지모를 믿음이 스스로에게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곡을 쓰면서도 저는 항상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작곡했죠.” 처음으로 자신에게 바친 곡은 ‘Ready Yet’(2018년). 몇 년간 어울린 적 없던 아버지와의 관계와 자신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곡이다. 그는 “그때는 아티스트로서의 큰 기대가 없었다. 그저 음악은 제 감정을 표출하는 창구였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첫 곡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의 노래는 자전적이다. 주로 관계와 자아에 대해 노래한다. 가사가 명확하고 솔직해 누군가의 편지 혹은 일기를 엿보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람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그래서 나는 농담을 먼저 해. 그들에게 농담을 하면 나는 상처받지 않겠지”(곡 ‘Thoughts’)“현대미술은 지루해. 옛 음악이 더 나아. 내가 예민한 거야? 나만 그런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생각하는데 말하지 않을 뿐인가?”(곡 ‘Is It Just Me?’)“아무도 말 안 해줬잖아. 나이를 먹는다는 건 꽤나 외로운 과정인 이란 걸”(곡 ‘Adult’) 슬론은 “가끔 무의식적으로 작업하는데 작업할때는 스스로 무엇을 느끼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후에 되새겨보면 마치 노래를 통해 제 인생을 암시한 느낌”이라고 했다. ‘Lie’(2020년)라는 곡이 그렇다. 그는 “이 곡은 전 애인을 생각하며 썼는데, 고등학교 때 스스로 느낀 감정에 대한 곡이기도 했다. 계속 거부당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노래는 우울하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결국 용서와 희망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곡 ‘Older’(2018년)만 봐도 그렇다. 곡은 나이가 들면서 어릴 때 원망했던 부모님의 이혼과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새 앨범에 수록될 곡 ‘Kids’도 마찬가지다. 슬론은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언젠가는 우리가 부모님을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관련한 곡”이라고 했다. 슬론은 “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직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항상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말 그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작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정서로 ‘슬픔’을 꼽았다. “슬퍼도 괜찮고, 슬픈 것에 대해 웃어버려도 괜찮고, 슬픈 것 때문에 울어버려도 괜찮아요.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괜찮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오랫동안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꼭 괜찮아질 테니까요.”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2023-03-07 11:55 
법원, 카카오의 SM 신주 취득 제동… 이수만 손 들어줘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에서 경쟁자 카카오를 따돌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법원이 하이브와 손잡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카카오의 지분 확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3일 이 전 총괄이 지난달 8일 에스엠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에스엠 지분 약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되려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앞서 에스엠 경영진은 지난달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 원 상당의 신주와 1052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 전 총괄은 곧장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위한 ‘7분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가 확보한 지분은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14.8%, 이 전 총괄의 남은 지분 3.65%, 최근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1%까지 19.5%에 달한다. 하이브, ‘SM 인수전’ 우위 선점… 실탄 9000억 쥔 카카오 고심 법원, 카카오의 신주 취득 제동하이브, SM 지분 15.8% 일단 보유공개매수 등 통해 20% 확보 전망카카오, 지분매입-공개매수 가능성일각선 “인수포기도 배제할수 없어” 법원이 3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에서 일단 우위를 점했다. 주식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카카오가 20% 상당의 지분을 확보한 하이브에 계속 맞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우위에 선 하이브, 카카오 반격 나서나 가처분 인용 직후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엠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에스엠의 ‘포스트 이수만’은 나의 오래된 고민이었고, 내 최선의 선택은 하이브였다. 방시혁 의장이 나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대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하이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에스엠 현 경영진의 위법한 시도가 저지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반겼다.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하이브는 여세를 몰아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경영진 후보가 선임되도록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카카오는 지분 확보가 막히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에스엠을 인수하려면 이제 ‘원점’에서 지분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물론 카카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조달한 9000억 원대 실탄을 바탕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근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선 만큼 카카오가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카카오가 지분 확보전에 뛰어들 경우 국민연금, KB자산운용 등 카카오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분류되는 주요 투자자들의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맞불 공개매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김도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산업 리더는 “카카오는 멜론 등 음악 사업의 미래가 불안해져 에스엠 인수에 나섰기에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에는 발을 빼면서 사업적으로 하이브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시혁 “적대적 M&A 아냐” vs 에스엠 “독과점 기업군 탄생” 하이브와 에스엠 현 경영진은 이날도 공방을 이어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적대적 M&A라고 하는 것은 선전용 용어”라고 했다. 이어 에스엠 경영진을 겨냥해 “대주주 없이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방 의장은 “최근의 케이팝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군 입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독과점 우려에 대해 방 의장은 “해외로 빠지는 물량을 빼고 나면 에스엠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파는 CD 물량을 다 합쳐도 독점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에스엠 경영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영에 법적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동의 없이 강행하는 인수와 합병이 적대적 M&A”라며 “하이브와 에스엠 결합 시 전체 시장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기업군이 탄생해 케이팝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토론회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분쟁은 케이팝 제작 시스템의 전근대적인 경영 구조, 1세대 오너 리스크와 세대교체 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분쟁의 해결 방향에 따라 케이팝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2023-03-04 03:00 
하이브로 최대주주 바뀐 SM… “음악 색깔 유지될 듯”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팬들은 사태의 향방이 에스엠 가수들에게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는 이미 적지 않은 정상급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가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에스엠 소속 가수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독립된 체제에서 개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특색 명확한 에스엠, 다양성 강한 하이브에스엠에는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말이 있다. 빠른 템포와 음울한 분위기, 화려한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대개 유영진 프로듀서의 음악이 이런 성격을 지녔다. 특유의 분위기는 H.O.T부터 동방신기, 엑소, 에프엑스 등 세대를 가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독특한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에스파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와 함께 성장한 ‘메타버스 그룹’을 표방한다. 인간과 교감하던 ‘아이(ae)’와의 연결이 끊어지자, 사건의 주범인 블랙맘바를 쫓기 위해 광야로 들어갔다는 세계관에 따라 결성된 그룹이다. NCT는 고정 멤버가 없는 개방형 그룹이다. 활동 장소를 전면에 내세워 멤버를 이리저리 섞으며 NCT란 브랜드 아래 서울(NCT127), 도쿄(NCT도쿄), 상하이(웨이션브이) 등으로 나눠 활동한다. SMCU(SM Culture Universe)도 에스엠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자사 소속 가수와 그 역사를 종횡으로 엮어 놓은 세계관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갓 더 비트’는 데뷔 23년 차 보아부터 데뷔 3년 차인 에스파의 카리나와 윈터 등 7명이 함께 활동한다. 이에 비해 ‘멀티 레이블’ 체제인 하이브는 하나의 색깔로 설명하기 힘들다.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개성을 유지하는 걸 기치로 삼는다. 하이브의 경우 전신이었던 ‘빅히트 뮤직’과 CJ ENM과 합작해서 만든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이 인수한 ‘쏘스뮤직’ 등이 레이블로 있다. 기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독립 레이블 ‘어도어’를 만들며 세를 확장했다. 각 레이블 대표주자만 봐도 눈에 띄는 공통점은 없다. 방탄소년단(빅히트)이 청춘의 꿈과 역경 극복을 주제로 하는 세계관을 내세운 데 비해 세븐틴(플레디스)은 다국적 다인원 그룹으로 퍼포먼스형이다. 르세라핌(쏘스뮤직)은 당당함과 걸크러시가, 뉴진스(어도어)는 청순함과 레트로가 주요 콘셉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김도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리더는 “독립적 레이블 체계를 갖춘 하이브는 에스엠도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도 “에스엠이 하이브에 인수되어도 당장 음악적인 색깔에 크게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트 이수만 체제’ 불가피”대중음악계에서는 누가 인수하든 이수만 체제에서 만들어진 색깔은 옅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도 이 전 총괄이 시도해 온 콘셉트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며 “가수가 콘셉트에 먹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 주체에 따라 편차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카오 내 ‘원톱’ 레이블이 없기 때문에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되면 제작 면에서는 에스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어떤 경우에도 에스엠이 ‘포스트 이수만’ 체제로 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이사는 25일 유튜브에 올린 에스엠 콘텐츠 계획 영상에서 “NCT는 2023년 NCT도쿄 팀의 데뷔를 마지막으로 무한 확장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전 총괄이 “한류의 새 단계”라며 직접 출범시킨 장기 사업이었다. 하이브가 경영권을 최종 인수할 때는 ‘교통정리’의 폭이 좀 더 클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수많은 가수들의 데뷔 및 컴백 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하이브가 인수하게 되면 에스엠 소속 가수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갓 더 비트’ 같은 기획 그룹도 팬들의 반응에 따라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화의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에스엠 소속 그룹 중 지난해 앨범 판매 톱5에 이름을 올린 건 NCT 프로젝트 중 하나인 ‘NCT드림’이 유일하다. 미묘 평론가는 “에스엠의 팬들은 여러 가수를 두루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음악적 색깔의 급격한 변화로 한 가수나 그룹에 실망하게 되면 다른 팬덤도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2-28 03:00 
[책의 향기]젠더 개념 수면 위로… ‘시대의 아이콘’ 된 판사1991년 미국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는 역대 두 번째 미국 여성 연방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처음 만났다. 엘리베이터에서였다. 고요한 분위기를 참지 못했던 저자는 “최근에 오페라를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며 말문을 텄다. 우연히 시작된 이 인연은 수십 년간 이어졌다. 긴즈버그와 가까이 지냈던 법률 저널리스트가 ‘판사들의 판사’로 불렸던 긴즈버그와의 대화를 엮었다. 긴즈버그의 입을 통해 법과 자유, 사랑, 결혼, 승리와 패배 등에 대한 통찰을 살핀다. 긴즈버그는 평생 흔들림 없이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고, 그의 행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결혼을 앞둔 저자는 긴즈버그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긴즈버그는 주례사 초안을 쓰며 “제프리, 이제 신부에게 키스해도 좋습니다”라는 전통적인 축복으로 글을 마쳤다. 몇 시간 뒤 이 문구는 바뀌었다. “제프리, 로런, 이제 이 결혼의 첫 키스를 위해 서로 안아주실 시간입니다.” 신랑 신부가 평등한 관계라는 의미를 담아 문구를 수정한 것이다. 긴즈버그는 2013년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 예술센터에서 열린 동성 결혼식에서도 주례를 섰다. 그는 “미국의 헌법이 탄생한 지 2세기 이상이 지났다. ‘우리 국민’에 대한 개념은 이제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한때 소외되었던 사람들, 노예였던 이들, 여성들, 원주민들은 애초에는 그 ‘우리 국민’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평등이란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했다. 긴즈버그는 ‘젠더’라는 단어를 최초로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임신중단권을 위해 노력했다. 때로 그의 판결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체 어떤 내면의 힘이 그를 이끈 것일까. 긴즈버그는 “나는 상대방에게 ‘이런 의견은 심히 잘못’이라거나 ‘이런 견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친구로 만드는 자세가 그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게 아닐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2023-02-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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