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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세계 슈퍼 히어로의 시초입니다. DC 세계관을 리부트(reboot)하는 첫 영화로 슈퍼맨을 고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9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슈퍼맨’은 DC스튜디오에 영광의 샴페인일까, 독이 든 성배일까. 배트맨과 원더우먼, 플래시 등 수많은 매력적인 초인을 제쳐두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슈퍼맨을 낙점한 제임스 건 감독(59)의 선택은 어떤 앞날을 맞이할까.이 영화의 연출자이자 DC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인 건 감독은 3일 화상간담회에서 ‘슈퍼맨’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2022년 수장으로 부임한 뒤 내놓은 첫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에 찬 모양새였다. DC의 라이벌인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히트시킨 스타 감독다운 당당함도 엿보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않은 각본이면 어떤 것도 제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그가 만족한 스토리의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사진)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다. 클라크 켄트로 기자 생활을 하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크립톤 행성 출신 외계인 초인이란 건 낯익은 설정.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시민을 구하기 위한 슈퍼맨의 행동이 국제적인 갈등으로 번지면서 그의 활동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슈퍼맨은 ‘초인의 도덕적 고뇌’로 번민한다. 숙적 렉스 루터(니컬러스 홀트)가 슈퍼맨의 부모가 남긴 메시지를 복원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인들은 멍청하니 지구를 다스려라.” 자신을 질타하는 시민들. 슈퍼맨은 마냥 선(善)이라 믿었던 자신의 본질을 두고 흔들리기 시작한다.“슈퍼맨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었어요. 현실에 있는 존재라면 어떤 감정선을, 어떤 생각을, 또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죠.” 건 감독의 말대로 이번 슈퍼맨의 강점은 입체적인 심리 묘사다. 그를 두고 극과 극으로 나뉜 정치권과 대중의 반응도 꽤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런 내적 갈등에 집중하다 보니 호쾌한 액션이 펼쳐지는 전개가 아니다. 다소 대사가 두드러지는 드라마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배트맨의 조커만큼 ‘빌런의 아이콘’인 루터의 복합적인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그저 뻔한 악인으로 느껴진다. 이번 슈퍼맨의 또 다른 볼거리는 ‘슈퍼 도그(dog)’ 크립토다. 1955년 원작 만화에 처음 등장해 코믹스 팬들에게 사랑받아 온 강아지. 실사 영화에 나오는 건 처음이다. 건 감독의 반려견을 모델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슈퍼맨 영화는 결국 슈퍼맨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번 영화에선 신인 배우 코런스웻이 그 무게를 짊어졌다. 그는 2018년 ‘어페어즈 오브 스테이트’에서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았던 라이징 스타이다. 코런스웻은 이날 화상 간담회에서 ‘부담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며 “과거 (슈퍼맨을 연기한) 배우들이 날 든든히 받쳐주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현지에선 꽤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히트작이 없었던 DC의 사활이 이번 ‘슈퍼맨’에 걸려 있단 분석도 나온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년), ‘샤잠! 신들의 분노’(2023년) 등 최근 DC 주요작들은 매출이 각각 세계적으로 2억 달러(약 2734억 원)를 넘기지 못했다. 이번 영화는 제작비만 2억2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제임스 건 DC 유니버스’호는 출항부터 거센 폭풍우에 휩쓸릴 수도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이미지를 떠올려 본 적 있지 않을까. 달빛이 비치는 바다 위에 작은 배 하나가 떠 있다. 배 아래로 사람 몸만 한 물고기들이 불길하게 맴돈다. 그러다 유령처럼 옆을 스치곤 어디론가 사라진다. 범인(凡人)이라면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니었다. 저널리스트인 그는 어릴 적부터 이런 꿈을 반복해서 꿨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 꿈을 악몽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되레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 그래서 떠났다. 이 책은 그렇게 평생 바다를 갈망했던 저자가 심해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탐사기다. 책은 크게 심해에 대한 역사적·과학적 지식과 저자의 잠수 경험기로 나눌 수 있다. 1∼7장을 통해 과거 바다를 탐구했던 인물들부터 심해의 생물과 난파선까지 관련 배경 지식을 꼼꼼히 다뤘다. 흥미로운 건 탐사진과 과학자들을 만나는 대목이다. 잠수정을 제작하는 회사인 ‘트라이턴’, 탐사진을 이끄는 사업가 등을 인터뷰하며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끝내 트라이턴의 잠수정 ‘넵튠호’를 타고 심해로 내려간다.“아크릴 구체 위로 파도가 철썩이더니 물이 머리 위를 덮었다. 차갑고 파란 식도 속으로 삼켜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파란색이 아니라 다른 색을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파란색이었다.” 난생처음 잠수정을 타고 ‘언더월드(Underworld)’로 내려간 저자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1급 마약”이라고 했다. 단박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0m, 90m, 120m, 200m…. 드디어 심해의 시작인 ‘박광층’(200∼1000m)에 다다른 저자는 그날 해저까지 내려갔다. 저자가 직접 본 심해는 말 그대로 “눈부시고 찬란한 곳”이었다. 빛이 부족한 박광층에 사는 생물 대부분이 ‘생물발광’을 하기 때문이다. 심해에서 빛은 포식자를 피하거나 짝을 찾는 데 쓰이는 일종의 무기다. 이곳 해파리가 성운처럼 빛나는 것도, 오징어가 온몸이 투명한 유리 같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한다. 물고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구역의 포식자로 불리는 샛비늘치, 솔니앨퉁이 같은 물고기들은 먹잇감을 유인하기 위해 빛을 내뿜는다. 그리고 일단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놓치지 않도록 진화했다. 무시무시하고도 많은 이빨이 그 진화의 산물이다.책은 또 한 번 심해로 떠나는 저자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하와이 제도의 로이히 해저화산에 내려가기 전, 세찬 바람을 맞으며 저자가 걱정한 건 바닷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었다.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그저 그날 심해로 들어갈 수 있을지”였다. 이쯤 됐을 때, 다시 한 번 책 서두에 적힌 문구를 꼼꼼히 읽어봤다. ‘우리는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해양 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1910∼1997)의 말은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관통하는 말이었다. 다만 잠수 경험이 궁금해 책을 펼쳤다면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차분히 저자의 열정을 따라가며 순수한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책은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인생 책’이 될 수도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이미지를 떠올려본 적 있지 않을까. 달빛이 비치는 바다 위에 작은 배 하나가 떠 있다. 배 아래로 사람 몸만 한 물고기들이 불길하게 맴돈다. 그러다 유령처럼 옆을 스치곤 어디론가 사라진다. 범인(凡人)이라면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장면이다.하지만 저자는 아니었다. 저널리스트인 그는 어릴 적부터 이런 꿈을 반복해서 꿨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 꿈을 악몽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되레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 그래서 떠났다. 이 책은 그렇게 평생 바다를 갈망했던 저자가 심해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탐사기다.책은 크게 심해에 대한 역사적·과학적 지식과 저자의 잠수 경험기로 나눌 수 있다. 1~7장을 통해 과거 바다를 탐구했던 인물들부터 심해의 생물과 난파선까지 관련 배경 지식을 꼼꼼히 다뤘다. 흥미로운 건 탐사진과 과학자들을 만나는 대목이다. 잠수정을 제작하는 회사인 ‘트라이턴’, 탐사진을 이끄는 사업가 등을 인터뷰하며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끝내 트라이턴의 잠수정 ‘넵튠 호’를 타고 심해로 내려간다.“아크릴 구체 위로 파도가 철썩이더니 물이 머리 위를 덮었다. 차갑고 파란 식도 속으로 삼켜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파란색이 아니라 다른 색을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파란색이었다.”난생처음 잠수정을 타고 ‘언더월드(Underworld)’로 내려간 저자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1급 마약”이라고 했다. 단박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0m, 90m, 120m, 200m…. 드디어 심해의 시작인 ‘박광층’(200~1000m)에 다다른 저자는 그날 해저까지 내려갔다.저자가 직접 본 심해는 말 그대로 “눈부시고 찬란한 곳”이었다. 빛이 부족한 박광층에 사는 생물 대부분이 ‘생물발광’을 하기 때문이다. 심해에서 빛은 포식자를 피하거나 짝을 찾는데 쓰이는 일종의 무기다. 이곳 해파리가 성운처럼 빛나는 것도, 오징어가 온몸이 투명한 유리 같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한다.물고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구역의 포식자로 불리는 샛비늘치, 솔니앨퉁이 같은 물고기들은 먹잇감을 유인하기 위해 빛을 내뿜는다. 그리고 일단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놓치지 않도록 진화했다. 무시무시하고도 많은 이빨이 그 진화의 산물이다.책은 또 한번 심해로 떠나는 저자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하와이 제도의 로이히 해저화산에 내려가기 전, 세찬 바람을 맞으며 저자가 걱정한 건 바닷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었다.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그저 그날 심해로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였다.이쯤됐을 때, 다시 한번 책 서두에 적힌 문구를 곰곰히 읽어봤다. ‘우리는 직접 가서 봐야한다’는 해양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1910~1997)의 말은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그대로 관통하는 말이었다. 다만 잠수 경험이 궁금해 책을 펼쳤다면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차분히 저자의 열정을 따라가며 순수한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책은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인생 책’이 될 수도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금 현시점,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한국인이 아닐까요?” 지난달 27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53)는 “그럴 수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배우는 “이제 정말로 끝났다”며 “오징어 게임으로 더 이상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라며 시원섭섭한 듯 묘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 배우는 ‘오징어 게임’ 시즌1부터 마지막까지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왔다. 시즌1을 통해선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그런 그가 꼽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명장면은 무엇일까. 이 배우는 주저 없이 자기희생을 선택한 시즌3의 ‘마지막 엔딩’을 얘기했다.“솔직히 이런 엔딩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의 용기에 놀랐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결말이란 것쯤은 예상하셨을 거예요. 또 더 많은 시즌제로 펼칠 수도 있는 작품이었고,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유혹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롯이 ‘메시지’에 집중해 시즌을 끝내는 걸 보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죠.” 그런 촬영이다 보니 이 한 장면에 들인 시간만 꼬박 하루였다고 한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상황인지라 표정의 디테일도 달리하며 다양하게 찍었다. 이 배우는 “그 장면이 저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다”면서 “그 덕에 10kg을 감량했던 제 다이어트도 끝날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마음에 남는 ‘캐릭터’로는 시즌1의 조상우(박해수)를 떠올렸다. 상우는 어릴 적부터 수재로 불리던 기훈의 동네 후배.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지만 투자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게 된 인물이다. 이 배우는 “오징어 게임은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며 “상우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배신감보단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배우는 2022년 8월 영화 ‘헌트’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연출 경험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더 커졌다”고 했다. 최근 문제로 지적돼 온 ‘고액의 배우 출연료’로 인한 제작비 증가 등에 대해서도 “그 문제로 콘텐츠 산업이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누구 하나의 문제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은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오징어 게임은 (세계인들이) K콘텐츠를 보게 하는 ‘문’ 같아요. 그 문이 좁아지거나 닫히지 않게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지금 국내 영화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데, 이제 막 출발점에서 달리기 시작한 K콘텐츠가 더 꾸준하게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금 현시점,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한국인이 아닐까요?”지난달 27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3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53)는 “그럴 수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배우는 “이제 정말로 끝났다”며 “오징어 게임으로 더 이상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까”라며 시원섭섭한 듯 묘한 감정을 내비쳤다.이 배우는 ‘오징어 게임’ 시즌1부터 마지막까지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왔다. 시즌1을 통해선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그런 그가 꼽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명장면은 무엇일까. 이 배우는 주저 없이 자기희생을 선택한 시즌3의 ‘마지막 엔딩’을 얘기했다.“솔직히 이런 엔딩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의 용기에 놀랐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결말이란 것쯤은 예상하셨을 거예요. 또 더 많은 시즌제로 펼칠 수도 있는 작품이었고,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유혹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롯이 ‘메시지’에 집중해 시즌을 끝내는 걸 보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죠.”그런 촬영이다 보니 이 한 장면에 들인 시간만 꼬박 하루였다고 한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상황인지라 표정의 디테일도 달리하며 다양하게 찍었다. 이 배우는 “그 장면이 저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다”면서 “그 덕에 10kg을 감량했던 제 다이어트도 끝날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가장 마음에 남는 ‘캐릭터’로는 시즌1의 조상우(박해수)를 떠올렸다. 상우는 어릴 적부터 수재로 불리던 기훈의 동네 후배.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지만 투자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게 된 인물이다. 이 배우는 “오징어 게임은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며 “상우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배신감보단 안타까움이 컸다”고 말했다.이 배우는 2022년 8월 영화 ‘헌트’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연출 경험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더 커졌다”고 했다. 최근 문제로 지적돼 온 ‘고액의 배우 출연료’로 인한 제작비 증가 등에 대해서도 “그 문제로 콘텐츠 산업이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누구 하나의 문제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은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오징어 게임은 (세계인들이) K콘텐츠를 보게 하는 ‘문’ 같아요. 그 문이 좁아지거나 닫히지 않게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지금 국내 영화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는데, 이제 막 출발점에서 달리기 시작한 K콘텐츠가 더 꾸준하게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쥬라기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뻤죠.” 1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개봉 기념 행사에서 공룡을 쫓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 역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41)은 9세 때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본 ‘쥬라기 공원’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쥬라기 시리즈를 처음 접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할 어린이들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2022년 개봉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후 3년 만에 나온 시리즈물. 작품의 시점은 쥬라기 월드를 벗어난 최상위 포식자 공룡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온 지 5년 뒤다. 이전 시리즈들이 공룡의 무차별 공격에 맞서는 구도였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이 오히려 공룡을 쫓는다는 설정이다. 조핸슨이 연기한 ‘조라’는 글로벌 제약회사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에게 거대 공룡의 DNA를 채취하는 미션을 제안받고 고생물학자 ‘헨리’(조너선 베일리), 베테랑 선장 ‘던컨’(마허샬라 알리)과 함께 섬에 들어간다. 이번 작품은 쥬라기 세계관 창시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더 눈길을 끈다. ‘쥬라기 공원’(1993년),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1997년)의 각본가였던 데이비드 켑이 각본을 맡기도 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조핸슨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출연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캐스팅이 된 뒤에도 ‘조라’ 캐릭터 설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한다. “조라는 로맨스나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켑이 이런 제 생각을 반영해 각본을 수정해줬어요.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품에 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 역으로 고난도 격투신을 선보인 ‘액션 스타’인 조핸슨에게도 쥬라기 시리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담기 위해 태국이나 몰타 등 여러 곳에서 암벽 하강 같은 고난도 액션신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은 “조핸슨이 맹그로브 숲에서 허리까지 잠겨 촬영한 때가 있었는데, 당시 독사를 물에서 끌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 지금까지 지켜온 비밀”이라고 하자 조핸슨은 놀라며 웃기도 했다. 조핸슨이 한국을 찾은 건 2017년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한국에 다시 와서 너무 신이 난다”며 “아침에 명동에 가서 스킨케어 제품을 많이 샀다”고도 했다. “이번 작품은 꼭 영화관에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함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팝콘이 무진장 날아다닐 거라고 장담합니다, 하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쥬라기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어요. 어린 시절의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뻤죠.”1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개봉 기념 행사에서 공룡을 쫓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역을 맡은 스칼렛 조핸슨(41)은 9살 때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본 ‘쥬라기 공원’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쥬라기 시리즈를 처음 접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할 어린이들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2022년 개봉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후 3년 만에 나온 시리즈물. 작품의 시점은 쥬라기 월드를 벗어난 최상위 포식자 공룡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온 지 5년 뒤다. 이전 시리즈들이 공룡의 무차별 공격에 맞서는 구도였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이 오히려 공룡을 쫓는다는 설정이다. 조핸슨이 연기한 ‘조라’는 글로벌 제약회사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에게 거대 공룡의 DNA를 채취하는 미션을 제안받고 고생물학자 ‘헨리’(조나단 베일리), 베테랑 선장 ‘던컨’(마허샬라 알리)과 함께 섬에 들어간다. 이번 작품은 쥬라기 세계관 창시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더 눈길을 끈다. ‘쥬라기 공원’(1993년)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1997년)의 각본가였던 데이빗 코엡이 각본을 맡기도 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조핸슨은 스필버그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출연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캐스팅이 된 뒤에도 ‘조라’ 캐릭터 설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한다.“조라는 로맨스나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코엡이 이런 제 생각을 반영해 각본을 수정해줬어요.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품에 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마블 슈퍼히어로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 역으로 고난도 격투신을 선보인 ‘액션 스타’인 조핸슨에게도 쥬라기 시리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담기 위해 태국이나 몰타 등 여러 곳에서 암벽 하강과 같은 고난도 액션씬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조핸슨이 맹그로브 숲에서 허리까지 잠겨 촬영한 때가 있었는데, 당시 독사를 물에서 끌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몰입을 위해 지금까지 지켜온 비밀”이라고 하자, 조핸슨은 놀라며 웃기도 했다.조핸슨이 한국을 찾은 건 2017년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한국에 다시 와서 너무 신이 난다”며 “아침에 명동에 가서 스킨케어 제품을 많이 샀다”고도 했다.“이번 작품은 꼭 영화관에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함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팝콘이 무진장 날아다닐 거라고 장담합니다, 하하.”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언제 다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들겠나 싶어서 무척 감사하죠. 하지만, 다시는 못 할 것 같아요.” 6월 27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공개하며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황동혁 감독(54)은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솔직히 홀가분하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2021년 9월 시즌1으로 시작한 ‘오징어 게임’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6관왕을 거머쥐는 등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시즌1이 큰 성공을 거둔 뒤 너무 많은 기대감에 부담이 작지 않았다”고 했다.특히 황 감독은 “이야기의 결말인 시즌3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 구상했던 엔딩은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을 끝내고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최근 공개된 결말과는 사뭇 달랐다. 황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줄거리를 수정해 갔다”고 했다. “시즌1을 촬영할 때보다 (세상은) 경제는 불평등해졌고 전쟁은 확산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 상황을)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였어요. ‘이대로 간다면 더 암울한 미래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성기훈의 마지막 대사가 “사람은…”에서 멈춘 것도 감독의 의도였다. 미완성의 여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왜 내가 희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시대에, 누군가는 이 굴레를 멈추고 희생해야만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 같았다”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기훈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즌3가 공개된 뒤 국내외에선 참신함이 부족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흥미적인 요소나 사회적 메시지, 캐릭터 등에 대해 시청자마다 기대감이 다르다. 무엇이 나오든 기대를 배반당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은 (원작 없이) 제가 처음부터 구상해서 쓴 첫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중구난방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되진 않습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K콘텐츠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현재 K콘텐츠 시장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곪고 있는 상황”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건 맞아요. 하지만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 안에서 불균형이 해소돼야만 건전한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언제 다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들겠나 싶어서 무척 감사하죠. 하지만,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6월 27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공개하며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황동혁 감독(54)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솔직히 홀가분하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2021년 9월 시즌1로 시작한 ‘오징어 게임’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6관왕을 거머쥐는 등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시즌1이 큰 성공을 거둔 뒤 너무 많은 기대감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특히 황 감독은 “이야기의 결말인 시즌3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 구상했던 엔딩은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을 끝내고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최근 공개된 결말과는 사뭇 달랐다. 황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고민하면서 줄거리를 수정해갔다”고 했다. “시즌1를 촬영할 때보다 (세상은) 경제는 불평등해졌고 전쟁은 확산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 상황을)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였어요. ‘이대로 간다면 더 암울한 미래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성기훈의 마지막 대사가 “사람은…”에서 멈춘 것도 감독의 의도였다. 미완성의 여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왜 내가 희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시대에, 누군가는 이 굴레를 멈추고 희생해야만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 같았다”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기훈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시즌3가 공개된 뒤 국내외에선 참신함이 부족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흥미적인 요소나 사회적 메시지, 캐릭터 등에 대해 시청자마다 기대감이 다르다. 무엇이 나오든 기대를 배반당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은 (원작 없이) 제가 처음부터 구상해서 쓴 첫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중구난방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되진 않습니다.”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K콘텐츠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현재 K콘텐츠 시장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곪고 있는 상황”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건 맞아요. 하지만 일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 안에서 불균형이 해소돼야만 건전한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둘러싼 논란을 다루는 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가 30일 다시 열린다.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30일 오전 10시 2회 임시회의를 연다. 법관 대표들은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상정한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재판의 공정성 준수’ 등 2개의 안건에 관해 우선 논의한다.올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뒤 상고심 절차 등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26일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법관 대표들은 6·3 대선에 미칠 정치적 영향 등을 우려해 결론을 내지 않고 대선 후 추가 의논하기로 결정한 뒤 속행기일을 30일로 지정했다. 온·오프라인 병행이었던 지난 회의와 달리 이번 회의는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지난달 26일 현장에서 추가로 발의된 안건 5개도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추가 안건 중에는 △대법원의 절차 진행이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한 유감 표명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에 대한 우려 표명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재발 방지 촉구 등이 포함됐다. 당시 안건을 표결하자는 주장과 다음 회의로 속행하자는 주장이 엇갈렸고 재석 90명 중 54명 찬성, 34명 반대로 회의를 대선 이후에 하기로 결정했다.총 7건의 안건이 참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면 전국법관대표회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이미 중단한 만큼 별다른 결론 없이 회의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관련 상고심 선고기일을 다음달 17일로 잡았다. 올해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이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지 약 5개월 만이다.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과 시점을 골라 합병을 계획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형식적으로만 검토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미전실의 사전 검토는 합병에 관한 구체적 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고,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 방안”이라고 판시했다.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주장한 229개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압수와 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가 없었고, 피압수자의 실질적 참여권도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상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 및 ‘분식회계’를 인정한 이전의 판결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관련 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상고를 강행한 바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 혐의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구속 만기를 하루 앞두고 25일 다시 구속됐다. 내란 특검의 ‘1호 구속’이다. 특검 수사가 첫 고비를 넘은 만큼 내란·외환 수사에 동력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 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높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받아 민간인이었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준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5일 자신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양모 씨에게 계엄 관련 서류 등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구속 기한(6개월)이 만료되는 26일 밤 12시 석방을 앞두고 있었다.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3일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을 열었으나, 김 전 장관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출하는 등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자 25일로 연기했다. 법원은 기소 단계에서 새로 적용된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내란 특검’의 김형수 특검보는 이날 심문기일에서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특검보는 “김 전 장관은 비서를 통해 이미 증거를 인멸했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면 비서 등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 자체가 불법”이라며 “재구속 사유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김 전 장관 측은 “특검법에 따르면 공소 제기가 불가한 수사 준비 기간에 공소를 제기했으므로 수사 기간 범위를 이탈한 불법 기소”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수사를 해야만 그 결과에 따라 기소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다른 사건(내란중요임무종사) 수사 기록을 가져다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전날 재판부가 김 전 장관 측의 기피 신청을 기각한 것에 불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재차 ‘간이 기각’을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20조에 따르면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기피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김 전 장관 측이 “판단의 근거가 뭐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총 4차례에 걸쳐 구두 기피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간이 기각 결정을 거듭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 측은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준항고는 재판장이나 수명법관(합의부를 대표해 일정 사항을 처리하는 합의부의 구성원 법관)의 재판에 이의가 있을 때 소속 법원에 그 재판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준항고가 제기되면 다른 재판부에서 이를 판단하게 되지만, 진행 중인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이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은 28일 출석하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즉각 통보했으며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하겠다고 밝혔다.내란 특검은 25일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특검 관계자는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했다.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경찰로부터 이첩받아 추가 출석 통보 없이 24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올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에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한 만큼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도 해둔 상태다. 검찰은 3월 8일 윤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출국 금지 조치를 유지해 왔다. 내란 특검이 출범하고 수사 주체가 바뀌자 특검이 다시 윤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한 것이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26일 1심 구속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김 전 장관은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 혐의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만기를 하루 앞두고 25일 다시 구속됐다. 내란 특검의 ‘1호 구속’이다. 특검 수사가 첫 고비를 넘은 만큼 내란·외환 수사에 동력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높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대통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받아 민간인이었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준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5일 자신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양모 씨에게 계엄 관련 서류 등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구속 기한(6개월)이 만료되는 26일 밤 12시 석방을 앞두고 있었다.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23일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을 열었으나, 김 전 장관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제출하는 등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자 25일로 연기했다. 법원은 기소 단계에서 새로 적용된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내란 특검’의 김형수 특검보는 이날 심문기일에서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특검보는 “김 전 장관은 비서를 통해 이미 증거를 인멸했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면 비서 등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 자체가 불법”이라며 “재구속 사유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김 전 장관 측은 “특검법에 따르면 공소 제기가 불가한 수사 준비 기간에 공소를 제기했으므로 수사 기간 범위를 이탈한 불법 기소”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수사를 해야만 그 결과에 따라 기소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다른 사건(내란중요임무종사) 수사 기록을 가져다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날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전날 재판부가 김 전 장관 측의 기피 신청을 기각한 것에 불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재차 ‘간이 기각’을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20조에 따르면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기피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김 전 장관 측이 “판단의 근거가 뭐냐”고 강하게 반발하며 총 4차례에 걸쳐 구두 기피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간이 기각 결정을 거듭했다.그러자 김 전 장관 측은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준항고는 재판장이나 수명법관(합의부를 대표해 일정 사항을 처리하는 합의부의 구성원 법관)의 재판에 이의가 있을 때 소속 법원에 그 재판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준항고가 제기되면 다른 재판부에서 이를 판단하게 되지만, 진행 중인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법원이 ‘내란 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의 출석 요구에는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은 28일 출석하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즉각 통보했으며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하겠다고 밝혔다.내란 특검은 25일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특검 관계자는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했다.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경찰로부터 이첩받아 추가 출석 통보 없이 24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올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에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를 모두 불응한 만큼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도 해둔 상태다. 검찰은 3월 8일 윤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출국 금지 조치를 유지해 왔다. 내란 특검이 출범하고 수사 주체가 바뀌자 특검이 다시 윤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한 것이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26일 1심 구속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김 전 장관은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처음으로 참석해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위헌적 특검법’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구속 기한이 곧 만료되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 특검과 협의해 추가 기소했다.● “더 신속히 재판” vs “특검은 위헌” 23일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등의 8차 공판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저는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인수했고 지휘에 따라 공소유지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소제기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 구속된 다른 피고인들의 석방이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재판을 지금보다 더 신속히 진행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은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등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맞섰다. 이어 “특검에게 너무나 많은 재량이 부여됐고, 위헌임이 의심된다. 헌재에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하거나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을 상대로 한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이 쟁점이 됐다. “(비상계엄 때는)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고, 선조치 후절차를 밟을 수 있는 건가”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 이 전 차장은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사회 질서가 혼란스러워 행정 사법 기능이 곤란한 것이 명확한 경우에만 계엄이 사후적으로 선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최소 인력과 실무장하지 않은 군인을 투입하는 상황으로 (계엄 매뉴얼대로는) 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金 구속심문기일 25일로 연기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내란 특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을 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심문기일을 25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 측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결정도 보류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오전 “공소장 송달도 안 한 상태에서 구속심문기일을 연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공정한 재판이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재판부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기각 의견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기피 신청을 재판부가 직접 기각할 수 있다. 기피 신청과는 별개로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은 25일 오전 10시 예정대로 진행된다. ● 구속 만료 앞둔 여인형 문상호 추가 기소이날 군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위증한 혐의로, 문 전 사령관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려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과 관련해 인적 정보 등을 외부에 넘긴 혐의(군사기밀 누설 등)로 추가 기소하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둘의 구속 기한이 다음 달 2일과 5일 만료되는 만큼 신병을 더 확보하기 위해 내란 특검과 협의해 내린 조치다.‘김건희 특검’은 부장검사 1명, 검사 4명으로 구성된 8개팀을 꾸려 1팀당 2개씩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의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다. 항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을 군 검찰로부터 이첩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처음으로 참석해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위헌적 특검법’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구속기한이 곧 만료되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 특검과 협의해 추가 기소했다. ● “더 신속히 재판” vs “특검은 위헌”23일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등의 8차 공판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저는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인수했고 지휘에 따라 공소유지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소제기일로부터 5개월이 지나 구속된 다른 피고인들의 석방이 임박하는 등 법 집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재판을 지금보다 더 신속히 진행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은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등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맞섰다. 이어 “특검에게 너무나 많은 재량이 부여됐고, 위헌임이 의심된다. 헌재에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하거나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을 상대로 한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이 쟁점이 됐다. “(비상계엄 때는)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고, 선조치 후절차를 밟을 수 있는 건가”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 이 전 차장은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사회 질서가 혼란스러워 행정 사법 기능이 곤란한 것이 명확한 경우에만 계엄이 사후적으로 선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최소 인력과 실무장 하지 않은 군인을 투입하는 상황으로 (계엄 매뉴얼대로는) 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金 구속심문기일 25일로 연기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내란 특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한 김 전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을 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심문기일을 25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김 전 장관 측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결정도 보류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오전 “공소장 송달도 안 한 상태에서 구속심문기일을 연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공정한 재판이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재판부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기각 의견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기피 신청을 재판부가 직접 기각할 수 있다. 이를 ‘간이 기각’이라 한다. 재판부가 기각하지 않으면 재판 절차는 중단되고 다른 재판부가 판단한다.기피 신청과는 별개로 추가 구속영장 심문기일은 25일 오전 10시 예정대로 진행된다. 본안 소송 절차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김 전 장관은 계속 수감되고, 기각하면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26일 석방된다.● 구속 만료 앞둔 여인형 문상호 추가 기소이날 군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에서 위증한 혐의로, 문 전 사령관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려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과 관련해 인적 정보 등을 외부에 넘긴 혐의(군사기밀 누설 등)로 추가 기소하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둘의 구속기한이 다음 달 2일과 5일 만료되는 만큼 신병을 더 확보하기 위해 내란 특검과 협의해 내린 조치다. ‘김건희 특검’은 부장검사 1명, 검사 4명으로 구성된 8개팀을 꾸려 1팀당 2개씩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의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다. 항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재판을 군 검찰로부터 이첩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부터 공소유지에 나선다. 이는 조 특검이 18일 수사 개시 이후 처음 열리는 재판이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3일 오전 10시 15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기일에 참여한다. 재판에는 내란특검팀 일부 특검보와 현재 특검팀 소속이 된 파견검사들이 검사석에 앉게 된다. 다만 조 특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특검법에 따르면 조 특검은 내란 사건 수사·공소제기뿐 아니라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 유지도 맡는다. 또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파견 공무원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현재 사건 이첩과 검사 파견이 모두 완료된 상태로, 8차 공판을 앞두고 공소 유지를 맡은 검사들은 조 특검과 특검보에게 이번 재판 관련 보고를 하고 지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23일 재판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알려진 이재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다만 이 전 차장은 지난 기일에 “실제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받거나 지정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차장 신문 뒤에는 비상계엄 당시 합참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이날 오후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기소와 관련한 구속심문기일이 열리기도 한다. 앞서 조 특검은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심문 결과 추가 구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김 전 장관은 이달 26일 석방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첫 번째로 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 배당됐다. 재판부는 23일 영장심문기일을 열고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 사건을 형사합의34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내란 사건을 전담해온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아닌 다른 재판부다. 형사합의34부는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23일 오후 2시 30분으로 지정했다. 앞서 조 특검은 19일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속기한 만료가 이달 26일로 다가오자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됐다. 다만 조 특검이 형사합의25부에 추가 기소 사건과 기존 사건의 신속 병합과 보석 취소를 요청한 만큼 두 사건이 병합될 수도 있다. 형사합의34부를 이끄는 한성진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30기)는 지난해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내란특검법상 20일간의 수사준비기간에는 공소 제기가 불가하다”며 심문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고법에 추가 기소에 대한 이의신청 및 집행정지도 신청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한 바 있는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팀(부장검사 차정현)은 13일 김 단장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김 단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지난해 8월 2일 통화하면서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조사 결과를 이첩하자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 온 날이다. 공수처는 김 단장이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김 단장은 통화 기록 등이 모두 지워진 이른바 ‘깡통폰’을 지난해 공수처에 제출한 바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