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1.30.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에선 ‘취업에 실패하면 홀로 망하지만, 사업에 실패하면 가족과 함께 망한다’는 말이 있다. 창업자는 집 등을 담보로 잡고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실패하면 그 책임과 부담을 창업자와 주변 사람이 지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은 창업기업 5년 생존율이 3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창업 고위험’ 사회다. 창업의 사회적 리스크가 이처럼 크다 보니 청년들은 위험 부담이 작고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게 된다. 취업 중심에서 창업 중심 사회로 전환하려면 먼저 창업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이 1인당 소득 6만 달러의 창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는 ‘후츠파 문화’와 정부가 창업 실패 위험을 나눠 지는 국부펀드인 ‘요즈마 펀드’가 있다. 이스라엘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자의 실패 위험을 분산시키고 스타트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탄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실패자를 낙오자나 패배자로 낙인찍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창업 실패 과정에서 값진 경험을 축적하고 경영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자가 다른 창업이나 취업 현장에서 오히려 환영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도 국가창업시대를 열려면 먼저 실패를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재도전 교육 지원과 같은 패자 부활 시스템이나 재창업자를 위한 펀드는 창업 열풍 재점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벤처·스타트업이 기술 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사업자나 낡은 진입 규제와 씨름하느라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인허가 규제를 되도록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항목 외에 모두 허용)로 전환하고, 성장할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계단식 규제도 없애야 한다. 진입 규제 걱정 없이 마음껏 창업에 도전하는 창업 특구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벤처·창업 열풍을 일으키기 위한 ‘국가창업’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0개 창업 도시를 조성하고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돕는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외끌이 ‘성장 엔진’으로는 한국 경제가 장기 순항하기 어렵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K자형 성장’ 함정을 극복하려면 창업 국가로의 전환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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