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를 탈 때 뒤로 미는 힘이 강할수록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가지요? 그 원리를 생각해 보아요. 목적 있는 삶, 꿈이 있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에 우리가 잠시 목적과 멀어져도, 잠시 꿈과 떨어져 있어도, 희망보다 불안이 잠시 더 크게 다가오더라도, 그 본질은 …
햇살은 동서남북을 따로 가르지 않고 저의 온몸에 쏟아집니다. 머리와 얼굴과 손에 뜨거움이 파고듭니다. 뜨거움이 물체처럼 제 살갗에 질량을 가지고 내려앉고 쌓입니다. 마치 눈처럼. 그러나 저는 이 뜨거움, 강렬함이 그립고 반갑습니다. 양양의 볕이니까요. 강원 양양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의…
끝이 없는 건 모두 경이롭다. 하지만 끝없음은 고통이기도 하다. 나는 수평선이 영원히 잡히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수평선을 쫓아갔다.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일주에 도전한 20세기 비행사와 그 역할을 연기하는 21세기 영화배우 두 여성의 이야기
살다보면 평범은 비범과 대치되는 자리에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모든 이분법이 그렇듯 그저 언어의 장난이다. 평범은 모범이 되거나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평범은 위로받을 필요가 없다. 무릎이 아파도 경로석에 앉아 마음껏 연애소설 읽는 할머니로 살아갈텐데, …
내게 있어, 현재는 영원이고, 영원은 무상하게 그 모습을 바꾸며, 처연히 흘러가다가는 형체 없이 녹아내린다. 찰나의 순간은 삶 그 자체. 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 그러나 매 순간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기왕 죽어버린 시간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 마치 물에 밀려…
뭔가가 선명하게 만져진다는 것. 자신의 손을 거쳐 몸을 가진 무엇이 만들어진다는 게 서서히 기뻤다. 하면 할수록 조금씩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건 조금씩 자신을 갉아먹는 종류의 열망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 반복하면서, 미세하게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소중했다.친구 ‘미래’의 죽음이라는…
사찰에서 건너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누워 있다. 깨끗한 얼굴로 건너가서 경내를 산책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누워 있다. 아침 종은 다섯시 반에 울리니까, 지금은 종소리만이 깨어나 세상을 걷도록 두면 어떨까.무더운 여름을 ‘네번째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이야기
초콜릿 바를 한입 먹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재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 재채기가 멈추자마자 바로 나는 한입을 더 먹는다. 내 나이쯤 되면 가끔 이렇게 생각해버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죽음을 대비한 주변 정리…
버터를 먹을 때같이 행복을 느끼는 때가 없다. 구라파 문명의 진짜 맛이 여기에 있다. 행복이란 건 버터를 먹을 때 얼굴 주름이 펴지는 그것이다. … ‘이런 것이 행복이라면 어느 날보다도 오늘 그 모든 행복을 맛본 듯도 하다’고 말한다.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에서 음식 칼럼니스트로 전직한…
반려견과 함께 노래에 맞춰 정해진 춤을 추는 것을 상상해보자.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유달리 똑똑하고 활달한 개들은 가르쳐주었을 때 행복해하는 운동 중 하나이다. 입문자를 위한 클래스도 다양한 편이고, 수업을 듣기 위해 반려인이 완벽한 댄서일 필요는 없으니 부담 없이 시도해 보자. 사…
다시 정원을 본다. 정원은 내가 없었는데도, 또 홍수를 겪었는데도 살아남았다. 정원은 아직 남은 것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 헐벗은 당개나리 가지는 어떤가? 아니면 저기 습지 정원 가장자리에 용케 매달려 살아남은 노란 꽃창포 무리는? 한때 어머니의 정원에서 자랐던 이 식물들…
우리는 마음으로만 올바르게 볼 수 있다. 그는 글을 고치고 또 고쳤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에게는 그리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초고의 그림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 이야기가 가닿을 때까지 그리겠다는 의지, 바로 그것이었다. 화가 14명과 이들의 인생 그림을 소개한 칼럼니스트의 …
한 달 전에 그 많던 화분이점점 줄어들더니이번엔 가구도 옷들도 줄어들었다.왜 자꾸 물건이줄어드냐고 물었더니가진 것이 조금밖에 없으면나중에 하늘나라 갈 때가볍게 날아갈 것 같아서지.할머니는 내 얼굴을 두 눈에가득 채우면서 대답했다.2011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임복순 …
리살라망은 많은 덴마크인들이 좋아하는 디저트이자 크리스마스이브에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메뉴이기도 하다. 집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형해 만드는데, 맛이 좋기도 하지만 덴마크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집에서 준비하는 소박한 겨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매해…
결혼하는 편이 좋으니까 결혼했다. 아이가 있는 편이 좋으니까 가지려고 했지만 생기지 않았다. 부부 둘이서 사이좋게 산다는 선택을 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렇게 했다. 그렇게 나열해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듯 보이겠지만, 심사숙고해서 고르지 않았다고 다 틀린 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