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선택
  • [책의 향기/밑줄 긋기]계절을 먹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계절을 먹다

    부엌 바닥 고구마 굴에서 우리는 팔을 넣어 고구마를 꺼내 먹었다. 처음에는 나무만 밀치면 나왔는데 그다음은 팔뚝을, 파내고 파내 고구마가 점점 굴면 턱이 걸칠 때까지 어깨를 밀어 넣어 꺼냈다. 봄이면 적당한 때에 전부를 팠다. 굴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그것들도 살아 있었다. 식…

    • 2023-12-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먼 빛들

    [책의 향기/밑줄 긋기]먼 빛들

    한 직장에 오래 있다는 말은 적응을 잘한다는 말일까, 회사를 옮기기엔 충분히 유능하지 않다는 말일까. … 한 상사를 오래 모신다는 것은 그 상사가 좋다는 말일까, 상황이 좋다는 말일까. 민선은 성해윤과 함께했던 시간을 되짚어 보는 중이었다. 성해윤을 통해 많은 것을 익혔고 성해윤 덕분…

    • 2023-1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나만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사랑은 슬픔을 너무 많이 품고 있는 말이라 생각했지. 네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네가 날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사랑 안에 슬픔 말고도 많은 것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단다. 내가 30년 넘게 살았어도 잘 몰랐던 것. 아니, 실은 어…

    • 2023-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제주의 말

    [책의 향기/밑줄 긋기]제주의 말

    제주어 ‘오고셍이’는 ‘물건이 상하거나 수가 줄거나 하지 않고 본디 그대로, 고스란히’를 뜻합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원치 않는 환경에 놓이기도 하지요. 마음의 형태를 뒤트는 바람이 불어대기도 하고요. … 하지만 그 바람 속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말았으면 해요. 우리가 끝내 나아갈 방…

    • 2023-1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니 에르노의 말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니 에르노의 말

    나는 늘 교사라는 직업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단지 은퇴할 때까지 가르치는 일과 글 쓰는 일을 화해시키기는 쉽지 않았죠. 내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내가 ‘글을 써서 먹고살기’를 거부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기적이 멈출지 모른다는, 다음번 책은 거부당할…

    • 2023-1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해독 일기

    [책의 향기/밑줄 긋기]해독 일기

    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틀림없이 1958년의 어…

    • 2023-11-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물숨의 약속

    [책의 향기/밑줄 긋기]물숨의 약속

    오로지 오리발과 물안경과 테왁에만 의지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확이 저조할 듯싶은 작업 방식은 해산물의 씨를 말리지 않기 위해 예부터 묵언으로 이어온 약속이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어도 다음 세대들을 위해 바다를 지켜온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멋진 잠수복과 훌륭한 잠수 장비를 그녀…

    • 2023-1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생명 칸타타

    [책의 향기/밑줄 긋기]생명 칸타타

    “손의 온기가 채 식지도 않아 떠나가 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 끝 이런 걸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의 시작은 ‘생명’일 테니까요.”(김병종)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 끝이 나잖아요. 모든 생명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 바로…

    • 2023-1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순 생활자

    [책의 향기/밑줄 긋기]단순 생활자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는, 내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 내가 듣고 본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보통 뿔뿔이 흩어졌던 하루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는 용도로, 삶을 재건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한다는 건 나를…

    • 2023-1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악의 꽃

    [책의 향기/밑줄 긋기]악의 꽃

    죽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슬프다, 살게 하니,/그것은 인생의 목적이요, 유일한 희망/선약처럼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취하게 하고,/우리에게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준다.//폭풍을 건너서, 눈을, 서리를 건너서,/그것은 우리네 캄캄한 지평선에서 깜박이는 불빛./그것은 책에도 적혀 …

    • 2023-10-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밤이 오면 우리는

    [책의 향기/밑줄 긋기]밤이 오면 우리는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게 된 후로 나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나는 빌리가 질문했던 인간의 조건을 생각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액체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인간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눈물, 땀, 피. 혹은 진물이나 오물. 나에게는 없다. 피도…

    • 2023-10-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책의 향기/밑줄 긋기]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옛 노래들은 뜨겁고 옛 노래들은 비장하고 옛 노래들은 서러워서 냉소적인 모든 세계의 시간을 자연신의 만신전 앞으로 데리고 갈 것 같기에, 좋은 노래는 옛 노래의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을 것 같기에, 새로 …

    • 2023-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날, 집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어느 날, 집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집을 짓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 위에든 마음속에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진짜 원하는 집을 그릴 땐 사실 자신이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마음…

    • 2023-10-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올리브나무 아래

    [책의 향기/밑줄 긋기]올리브나무 아래

    나무는 심긴 그 순간부터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선택할 수 없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남고 푸르러야만 한다. 사람은 편하게 살고 싶고, 쉽게 살기를 바라지만, 강한 불볕과 모진 바람으로 인생을 단련시킨 자에게 고귀한 열매를 맺게 하는 건 하늘의 방식인가 …

    • 2023-09-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당근마켓

    [책의 향기/밑줄 긋기]아무튼, 당근마켓

    버려질 위기에 처한 물건들 또한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중고시장에 서 있다. 재고되기 위해. 거기서 마지막으로 새로워질 기회를 얻는다. 모든 미물은 새로워지고 싶다. 나에게 더는 필요하지 않은 소유가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온 바로 그 물건일 수 있다. 꼭 팔아야 하는 사정과 마침 그걸 찾…

    • 2023-09-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