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태극기, 명예-사명감 높여… 안보교육 반복보다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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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5주년/군복에 태극기를]

카투사 병사들이 25일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에서 태극기가 부착된 군복을 입고 나라사랑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박재호 이병과 임우진 이병의 군복에 부착돼 있는 흑백 태극기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기간에 착용하는 ‘IR 플래그’(적외선 국기)로 야간에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정성택 기자 naivecst@empal.com
“태극기가 달린 군복을 입을 때마다 내가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준비가 됐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절로 마음가짐과 행동도 살피게 되죠.”

카투사로 용산기지사령부에서 복무 중인 오자환 병장(23)은 25일 “2013년 9월 자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마음을 다졌는데 제대한 뒤에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 지원병력 역할을 맡고 있는 카투사는 미군 군복을 입지만 오른쪽 팔에는 미군과 구별되는 태극기 패치를 붙이고 있다. 군복에 태극기가 있다는 작은 차이로 장병들의 마음가짐이 바뀔 수 있는 사례다.

○ 백 번의 안보교육보다 태극기로 ‘나라사랑’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군인에게 중요한 것은 사명감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주입식 교육을 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대표성을 자각할 때 사명감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선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태극기가 부착된 옷은 의미가 다르다”며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군복이지만 자칫 국방의 의무를 짐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없지 않다.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것은 군복의 가치, 나아가 군 복무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군에 입대하는 청년들에게 태극기가 있는 군복은 단순 반복적인 안보교육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태극기가 있는 옷은 국가대표 등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만이 입을 수 있다”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태극기가 부착된 군복을 통해 그러한 자존감을 자연스럽게 장병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한 뒤 직장인이 된 김동일 씨(34)는 “군 생활 때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태극기가 있는 옷을 입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 자부심이 생겼다”며 “제대 뒤에도 그러한 사명감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모든 군복에 부착하는 실무 논의는 국방부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과 군 복제(服制)를 맡고 있는 전력자원관실, 병영정책을 담당하는 인사복지실 등 관련 부서 간 검토를 거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르면 4월부터 태극기를 부착할 수 있는 군복을 보급할 예정”이라며 “4, 5월 중 신병 훈련 수료식에 참석하는 부모들이 직접 신병들의 군복에 태극기를 붙여주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태극기 군복을 입은 모두가 국가대표”

미군들도 군복에 부착된 성조기를 보며 자긍심을 갖는다고 한다. 용산기지사령부에서 복무하는 장문영 상병(23)은 “미군들은 군복의 성조기가 그냥 미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훈련을 통과해 얻어낸 것(earn)이라고 말한다”며 “군복의 태극기 또한 거저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박재호 이병(26)과 임우진 이병(22)은 지난달 용산기지 내 501정보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박 이병은 “태극기가 있는 군복을 보면 ‘앞으로 군 생활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부대 밖을 나가서 군복을 입고 있지 않더라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 이병은 “카투사는 태극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군사 외교관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다른 한국 군인도 태극기를 군복에 달면 똑같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극기 부착은 소속 부대가 없는 장병들에게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복무하는 육군 장병들은 소속 부대가 없기 때문에 군복에 부대 마크도 없다”며 “태극기를 군복에 붙이면 모든 장병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이라는 큰 소속감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군복#태극기#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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