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정성택 동아일보 문화부 정성택 기자 공유하기 neone@donga.com

안녕하세요. 정성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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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어느날 아이가 철학적 질문을 한다면“내가 평생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만 5세 아이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언뜻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아이는 진지하다. 내가 보고 듣는 게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런 첫째 아이의 마음을 읽어 아버지는 철학 대화로 이어간다. “뭔가를 안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렉스?” 부자는 그렇게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에 대해 얘기한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해도 ‘내가 생각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고, 이 같은 생각을 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방법적 회의의 출발점인 기본 명제, 라틴어로 ‘코키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저자는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의 법률서기로 일했고, 지금은 미시간대 법학 및 철학과 교수다. 렉스(지금은 다섯 살보다 나이가 많다)와 행크 두 아이의 아버지인 저자는 딱딱할 수 있는 철학의 주제를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쉽게 풀어 간다. 저자 자신도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엄마가 보는 빨간색과 내가 보는 빨간색이 어떻게 같은지 알아?’라고 질문을 던졌던 터라 아이들이 무심코 건네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책은 인식론 등 기존의 철학적 담론의 주제보다 권리,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등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떠올릴 수 있는 주제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신발을 신기 싫은데 아빠가 신으라고 하면 신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을 통해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지 다룬다. 남자가 여자보다 느리게 뛰면 창피한 건지, 자신의 세대에서 저지르지 않은 흑인 차별의 책임을 똑같이 져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좋은 육아 지침서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철학은 생각하는 기술이다. 철학의 목표는 전문 철학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명료하고 신중하게 사색하는 인간,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키워 내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대화를 하며 질문을 하는 것. 저자와 아이들의 대화 대부분이 그대로 옮겨진 덕에 책장을 넘겨 가며 대화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6-10 03:00
KBS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사퇴” 대통령실 “국민이 분리 원해”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에 8일 김의철 KBS 사장(사진)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 징수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막대한 징수 비용이 든다”며 “지난해 기준 6200억 원이었던 수신료 수입이 1000억 원으로 줄어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게 돼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수신료를 사실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지 말고 ‘국민이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하자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전 정권 인사 내보내기’로 몰아가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장이 물러나면 (KBS의) 보도 공정성이 개선될진 모르겠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는 국민이 원하는 일이기에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내부에선 경영진과 이사진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편파·왜곡 방송과 무능 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최악의 적자를 낸 김 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무조건 사퇴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여권 추천의 KBS 이사 4명은 “KBS 이사회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원하는 압도적인 여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수신료, 준조세처럼 징수 안돼” vs “논의과정서 KBS 배제 유감” 수신료 분리징수 충돌대통령실 “방송탄압 프레임은 잘못”… 金 “성급하게 분리 추진 의도 궁금”KBS1노조 “편파방송 사장 물러나야”본부노조 “공영방송 말살” 의견 갈려 대통령실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는 것이 “사실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수신료가 시민과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묻지마 세금’이 됐다”며 “TV 시청을 하지 않는 국민도 많고, 휴대전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왜 강제 징수로 사실상 ‘이중 과세’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KBS 사장 퇴진 압박용이라고 시사한 김의철 KBS 사장의 이날 발언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월 진행된 국민참여토론에서 국민 대다수는 KBS의 경영과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국민의 자유 확장에 대한 문제를 ‘전 정권 인사 내보내기’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BS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무시하면서 방송 탄압 프레임으로 연결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고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이권을 지키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5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해 온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B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데, 수신료 강제 징수를 고수하는 건 회사 이권과 재정 상태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KBS를 민노총 노영방송, 수신료 괴물로 만든 ‘파국 김의철 사장’은 조건을 달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사장은 이날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지닌 전문가들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KBS가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리 징수를 추진해야 할 만큼 중대하고 긴급한 사유나 실익이 있는가”라며 “성급하게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KBS의 근간을 와해시킬 수 있는 사항이 단지 인기투표 같은 추천 수와 댓글들을 근거로 결정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수신료 분리 징수는)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다. 국민적 요구가 있는데 이를 외면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이날 김 사장의 기자회견에 KBS 양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도 성명전을 벌였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성명을 내고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1노조는 “김 사장이 편파·왜곡방송과 무능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수신료 분리 징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도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공방으로 몰고 있다”며 “조건 없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는 “대통령실은 국민 여론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수신료 관련 논의를 국회와 함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수신료 징수 명목으로 KBS로부터 받는 연간 수수료는 약 400억 원이다. 산업부는 “한전이 수신료 징수 수수료를 받지 못해도 적자가 더 커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2023-06-09 03:00
공영방송사 英BBC-日NHK, 수신료 분리징수해외의 경우 공영방송사인 영국 BBC와 일본 NHK는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다. 국민이 수신료 납부 여부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BBC 수신료를 동결하고 2028년부터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밝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시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OTT와 유튜브 시청이 보편화된 데다 TV 자체가 없는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수신료를 일괄 징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보급이 늘어나면서 KBS를 직접 수신해 보는 가구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한 수신료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구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에는 4만5266가구가 환불을 요구해 2017년(2만246가구)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KBS의 방만한 경영은 수신료 징수에 대해 국민이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KBS의 지난해 전체 비용 1조5423억 원 중 인건비는 4315억 원으로 전체의 약 28.0%를 차지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물론이고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직원 연봉도 높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KBS의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율은 51.3%로 절반이 넘는다. 2020년에 비해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약 5%포인트 늘었다. 반면 콘텐츠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해 1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권 추천의 권순범 KBS 이사는 “KBS의 적자는 올해 1분기에만 425억 원에 달한다”며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절실한데 KBS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져 지상파 광고점유율은 지난해 20%대로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의 ‘2021년도 KBS 결산승인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서울 여의도 KBS의 연구동 부지에 2800억 원 규모의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1월 이 사업을 취소하면서 설계감리비 56억3000만 원을 낭비했다. 보고서는 “KBS가 충분한 검토 없이 재원 조달 계획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방만 경영에도 불구하고 KBS가 유지되는 건 국민들로부터 걷는 수신료가 있는 덕이다. KBS 예산 중 약 40%를 수신료가 감당하고 있다. 액수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EBS 몫(2.8%)과 한전 수수료(약 6.2%)를 포함한 수신료는 6934억 원으로 2018년(6595억 원)보다 약 5.1%포인트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가구 수가 늘어나 수신료를 더 많이 걷은 것이다. 광고 수입이 없는 BBC와 NHK와 달리 KBS는 광고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2021년 7월부터는 중간광고까지 허용되면서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2021년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KBS의 편파방송과 방만경영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수신료가 준조세처럼 징수되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수긍할 정도로 KBS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가정하에 적용 가능한 논리”라며 “KBS는 우선 진영논리에 매몰된 보도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6-09 03:00
호주 아미들, BTS 발자취 따라 한국여행, “韓, 이젠 고향 같아… 가족과 다시 올 것”“하나, 둘, 셋! BTS 사랑해!”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정전 앞에서 7일 한복을 차려입은 호주 ‘아미’(그룹 방탄소년단 팬클럽) 28명이 단체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올해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한국관광공사에서 내놓은 한류특화 관광상품 ‘BTS 로드 스페셜 투어’로 한국을 찾았다. 13일은 BTS가 데뷔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들은 5일부터 1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BTS와 관련이 있는 장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BTS 멤버 슈가의 2020년 히트곡 ‘대취타’ 뮤직비디오는 경기 용인대장금파크 내 창덕궁 인정전을 재현한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한국을 방문한 호주 아미는 세트장이 아닌 실제 창덕궁 인정전과 대조전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창덕궁을 방문한 뒤 2021년 BTS의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공연 무대가 된 서울 중구 숭례문과 2020년 유튜브에서 진행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촬영지인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도 찾았다. ‘BTS 로드 스페셜 투어’는 호주 아미 바버라 앤 델라 페나 씨(48)와 한국관광공사가 협업해 만든 관광 상품이다. 1만5000명의 호주 아미를 이끌고 있는 필리핀계 호주인 델라 페나 씨는 한국을 방문한 게 이번이 5번째다. 2019년 처음 혼자 한국에 온 그는 스스로 ‘방탄순간’이라고 이름 붙여 BTS 멤버들의 단골식당이나 BTS 소속사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옛 사무실 등을 가보는 여행을 다녔다. “7년 전 호주에 와서 결혼한 뒤 싱글맘이 됐어요.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가 BTS 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에 힘을 얻었죠. 한국 방문을 통해 K드라마와 한국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전 세계 아미에게 ‘BTS 로드 스페셜 투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델라 페나 씨) 이번 여행엔 델라 페나 씨의 ‘방탄순간’ 기존 여행 코스에 ‘버터’ 앨범 재킷 촬영지인 강원 삼척시 맹방해수욕장, BTS 자체 제작 프로그램 ‘달려라 방탄TV’ 촬영지인 경기 가평군 캠프통포레스트도 추가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10, 11일 열리는 하이브의 ‘위버스콘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호주에서 온 또 다른 아미 서맨사 라운트리 씨(25)는 “한복을 처음 입어 봤다. 한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설렌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 한국에 온 데버라 로버트슨 씨(59)는 “8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왔는데 이젠 여기가 고향 같다”며 “내년엔 가족과 함께 다시 한국에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6-09 03:00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시 사퇴” 대통령실 “국민의 자유 문제”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에 8일 김의철 KBS 사장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 징수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막대한 징수 비용이 든다”며 “지난해 기준 6200억 원이었던 수신료 수입이 1000억 원으로 줄어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게 돼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수신료를 사실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지 말고 ‘국민이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하자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전 정권 인사 내보내기’로 몰아가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장이 물러나면 (KBS의) 보도 공정성이 개선될진 모르겠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는 국민이 원하는 일이기에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내부에선 경영진과 이사진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편파·왜곡 방송과 무능 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최악의 적자를 낸 김 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무조건 사퇴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여권 추천의 KBS 이사 4명은 “KBS 이사회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원하는 압도적인 여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2023-06-08 19:21
대통령실 “KBS 수신료, 전기료와 분리징수를”대통령실이 그동안 전기 요금과 함께 내던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강제납부 폐지)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도입 후 30여 년간 유지된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민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 공정성과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3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놓고 진행한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강 수석은 “총 5만8251표 중 약 97%에 해당하는 5만6226표가 분리 징수 찬성표로 집계됐다”며 “자유 토론에서는 6만4000여 건의 의견 중 3만8000여 건이 TV 수신료 폐지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KBS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징수 방식의 변경은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대통령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 97% 찬성”… 강제납부 폐지 추진에 KBS “공영방송 근간 훼손”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공영방송 질 저하” “방만경영 해소”전문가들 ‘분리징수’ 의견은 엇갈려 정부는 현행 방송법에 따라 1994년부터 TV 수신료 2500원을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해 왔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해선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을 의결해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5일 “대통령실에서 구체적인 권고 내용이 전달되면 이후 필요한 절차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권고의 근거로 삼은 것은 3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한 ‘TV 수신료 징수 방식(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국민 참여토론 결과다. 이 토론에서 총 투표수 5만8251표의 97%에 이르는 5만6226표가 현행 통합 징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찬성표를 던졌다. 현행 통합 징수 방식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0.5%인 286건에 불과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분리 징수 찬성 의견은) 사실상 세금과 동일하다거나, 방송 채널의 선택 및 수신료 지불 여부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가 무시됐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 공영 방송사의 수신료 징수 방식은 국가별로 다양하다. 영국 BBC와 일본 NHK는 수신료를 다른 요금과 합치지 않고 따로 징수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현재 한국처럼 전기요금에 붙여서 수신료를 걷고 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KBS가 자체적으로 수신료를 거둬야 하면 자체적인 징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공영방송의 방송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이뤄지면 KBS가 인력구조 개선 등 더욱 적극적으로 방만 경영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입장문을 내고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신료 통합 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는 TV 수신료를 대신 징수해 전기요금에 통합 고지하는 명목으로 KBS로부터 연간 약 400억 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전은 대통령실 권고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에 따르면 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기요금과 TV수신료의 분리 징수는 방송통신법 소관으로, 법 개정에 따라 한전과 KBS 간 계약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수신료 징수는 공익 목적에 따라 수행한 것이며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고 한전 적자가 더 커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2023-06-06 03:00
[책의 향기]가장 위험해 보이는 질문이 위로가 될 수 있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8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자살 위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혹여 자살 충동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반대다. 25년간 자살 관련 연구를 해 온 저자는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고 느껴 안도감을 갖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건강심리학과 교수로 국제자살예방협회(IASP)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포함해 자살에 대한 심리와 그 원인, 예방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원래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치명도가 낮은 자살 수단을 사용한 사람은 정말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 없고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모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있다’ 같은 속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자살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세계 성인의 6∼13%가 살면서 한 번쯤 자살 생각을 한다. 저자는 자살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갈 땐 상대방이 ‘네’ 또는 ‘아니요’ 같은 단답형 대답보다는 생각을 길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대답을 이해한 뒤 다음 질문을 이어가라는 것. 미국 자살예방재단이 높이 평가한 ‘6단계 안전계획’도 소개했다. 이 계획에는 자살 위험 경고 신호, 1차적으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 기분을 전환해주는 사람과 환경,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 등이 담겨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6-03 03:00
“있는 그대로의 나” 배우 겸 화가 김규리 개인전 ‘NaA’배우 겸 화가 김규리가 개인전 ‘NaA’를 서울 강남구 갤러리 나우에서 7일까지 연다.‘NaA’는 나 자신을 길게 부르는 의성어로 유머를 담아 김 작가가 붙인 말이다. 2021년 첫 전시 이후 호랑이, 자연 등을 그려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 주제를 ‘나’로 잡았다.“대한민국 여배우로서 그 동안 피사체로 살아왔지만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담을 수 없는 나만의 모습이 있기에 이번 전시에서 나를 풀어봤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대상을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자세히 알아야 그릴 수 있기도 하고, 그리는 과정에서 더 자세히 배우게 되기도 하죠.”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총 2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작은 자화상 ‘사유’다. 정면에서 시선을 아래로 향한 이 작품은 이마에 마름모 모양의 점이 있다. 김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있던 점이다. 연기를 할 때나 춥고 더울 때, 울거나 웃거나 하면 선명하게 올라온다”며 “배우에게 이런 점은 흠일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전시회 작품에는 캔버스 외에 광목천, 한지, 압화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빈자의 장미’는 캔버스에 돌아가신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쓴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기존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호랑이 작품과 수묵화도 만날 수 있다. 무료.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31 18:22
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처분 재가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청문 절차를 밟아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이 예정된 임기(7월 말) 두 달여를 앞두고 30일 면직 처리됐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차기 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재가했다”며 “방통위원장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면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방통위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조서와 의견서를 대통령실로 송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기소된 부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 지속해 다투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부분이라서 다퉈 나갈 것”이라며 “신속하게 면직 처분 취소 청구와 효력정지 신청까지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대통령대외협력특보를 맡아 윤 대통령과 소통해 온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대통령실 “韓방통위원장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尹, 한상혁 면직 재가 차기위원장에 이동관 특보 유력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임기 두 달여를 앞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처분을 재가한 것은 한 위원장 본인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대한 비위 행위가 확인돼 면직처분에 법률적 문제가 없는 만큼 잔여 임기와 무관하게 합당한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배포한 입장문에 한 위원장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공소사실과 청문자료 내용이 상세히 적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실의 입장문에는 한 위원장이 해당 종편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수사 내용도 그대로 기재됐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방통위 직원)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동시에 여권에서는 위원장이 기소되고, 업무 공백과 상임위원 인선 등으로 5인 체제의 전체회의가 두 달 넘게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식물 상태’였던 방통위가 한 위원장 면직 이후 새 위원장 체제를 갖춰 정상화 수순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후임자가 누가 되든지 지난 1년간 사실상 식물 상태였던 방통위의 근본적 체질 개선과 역할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때 자천 타천으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등 복수의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이 보좌관이 단수 검증 단계에 올라 있다”고 했다. 다만 당분간 방통위원장직은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잔여 임기가 종료되는 7월 말까지 방통위를 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방통위원장은 보궐 임명할 경우 전임자의 잔여 임기가 적용돼 7월 말 전 새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두 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잔여 임기와 상관없이 빨리 임명하는 방안도 여전히 검토되는 카드”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31 03:00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의혹’ MBC 기자-국회 압수수색경찰이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MBC와 MBC 소속 임모 기자의 자택 및 국회사무처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임 기자의 자택과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수사관을 보내 임 기자의 휴대전화와 지난해 4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 임 기자의 사무실 압수수색도 시도했는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방송 탄압’이라며 막아 1시간가량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MBC 사내변호사가 내려와 경찰을 인솔해 임 기자 자리로 안내했는데 경찰은 압수할 물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철수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원(무소속)이 한 장관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 자료를 건넨 야권 성향의 서모 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 기자는 지난해 4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한 장관의 아파트 매도 관련 정보 등을 열린공감TV 측에 전달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열린공감TV 측은 이후 한 장관으로부터 아파트를 구입한 A 목사를 찾아 한 장관과의 관계를 캐물었다고 한다. 이에 A 목사 측은 “열린공감TV 측이 목회 활동을 못 하게 방해한다”며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열린공감TV 측 인사를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15년 전쯤 주택을 사고판 게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매수자) 인적사항을 (열린공감TV 측이) 어떻게 알았을까, 굉장히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며 “누군가를 해코지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6곳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라. MBC 뉴스룸 압수수색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임 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비속어·욕설 파문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31 03:00
[책의 향기]아우슈비츠에서 마주한 타인의 고통‘죽음공장’.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일컫는 표현으로, 시체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판사 편집자인 저자는 2005년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박물관을 여행차 찾았다. 그곳엔 나치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재현하는 디오라마(모형)도,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극적인 영상도 없었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전시실엔 대신 가스실에서 학살용으로 쓰였던 독가스 치클론B의 빈 깡통, 수용자들의 실제 머리카락, 여행가방, 옷가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1945년 1월 러시아군이 수용소를 해방할 당시 발견된 머리카락 2만 t, 여행가방 3800개, 신발 11만 짝 중 일부다. 당시 여성의 시체에서 잘라 낸 머리카락은 독일 직물회사에 팔린 뒤 침대 매트리스나 천 등을 짜는 데 쓰였다. 화장터에서 나온 재는 습지대를 메우는 시멘트 대신으로 쓰였다. 나치는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만 15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격을 받은 저자는 이 여행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후 12년 동안 세계의 제노사이드(대량 학살) 현장을 찾는 ‘다크투어’를 다녔고, 관련 자료를 공부하며 6년간 집필에 매달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 내전), 캄보디아(킬링필드), 칠레(피노체트의 학살), 아르메니아(아르메니안 대학살), 제주(4·3사건)에서 보고 느낀 바를 담담히 담았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 등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저자는 아픈 기억이 담긴 곳을 찾는 것은 이 같은 불행이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제노사이드 현장을 둘러보는 체험은 우리에게 타인의 불행과 재앙이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은 우연과 운뿐이라는 차가운 진실을 일깨운다. 나는 다크투어가 우리 사회에 부족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7 03:00
한상혁 “면직 절차, 방통위 독립성 침해 심각”… 정부 “방송 공정성 훼손시킨 인물, 물러나야”정부가 2020년 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의 면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청문을 23일 진행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위원장의 면직 절차와 관련한 청문을 열고 한 위원장 측의 소명을 들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청문 주재자들이 질문하고 한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명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문위원들에게 한 위원장의 입장을 잘 설명했다”며 “공소제기 사실을 이유로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고 공소 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청문 전 페이스북을 통해 TV조선이 재승인 점수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치겠네”라고 말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긴 걸 거론하며 “객관적 확인이 어렵고 공소 사실과 무관한 자극적 표현이 공소장 등에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또 “(면직 절차는) 방통위의 독립성, 방송의 자유 등 대한민국이 지켜 나가야 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 따라 면직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청문 주재자들은 이날 한 위원장의 소명을 포함해 정리한 내용을 조만간 인사혁신처에 통보할 예정이다. 인사처가 청문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면직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종편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가 드러난 인물이 방통위 수장을 계속 맡는다는 게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 측은 면직이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의 당초 임기는 7월 말까지다. 정부는 면직이 이뤄질 경우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4 03:00
한상혁 “면직 절차, 헌법적 가치 심각하게 침해”정부가 2020년 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청문을 23일 진행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위원장의 면직 절차와 관련한 청문을 열고 한 위원장 측의 소명을 들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청문 주재자들이 질문하고 한 위원장의 법률대리인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명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문위원들에게 한 위원장의 입장을 잘 설명했다”며 “공소제기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하는건 무리가 있고 공소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청문 전 페이스북을 통해 TV조선이 재승인 점수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치겠네”라고 말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긴 걸 거론하며 “객관적 확인이 어렵고 공소사실과 무관한 자극적 표현이 공소장 등에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또 “(면직 절차는) 방통위의 독립성 방송의 자유 등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따라 면직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청문 주재자들은 이날 한 위원장의 소명을 포함해 정리한 내용을 조만간 인사혁신처에 통보할 예정이다. 인사처가 청문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하면 윤 대통령이 면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종편 방송 재승인 심사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극히 훼손한 행위가 드러난 인물이 방통위 수장을 계속 맡는다는 게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 측은 면직이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의 당초 임기는 7월 말까지다. 정부는 면직이 이뤄질 경우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3 16:16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 중단”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 운영을 위해 설립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온 제휴 언론사에 대한 규제와 신규 언론사의 입점 심사를 중단한다는 뜻으로 향후 논의에 따라 포털과 언론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평위 운영위원 전원회의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내외적 요청을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자율규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제평위는 언론 유관 단체와 학계, 시민사회 단체 등 15곳이 참여해 운영되어 왔다. 올해 7월부터는 참여 기관이 18곳으로 늘어나는 ‘제평위 2.0’ 체제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각계 비난에 카카오 ‘결별 선언’ 한 듯 제평위 활동 중단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해부터 제평위를 탈퇴하고 네이버와의 결별을 희망했던 카카오는 지난주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변화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82개의 콘텐츠제휴사(CP)와 700여 개의 검색제휴사들을 한 울타리에 넣고 규제 및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들어 네이버의 잇따른 실책으로 포털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감시가 강화된 것도 요인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에 아웃링크(포털 기사를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취소하고 불공정 조항을 담은 약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언론계 안팎의 비난을 산 뒤 철회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국회, 언론계 등에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확산시키고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뉴스 유통에 대한 포털의 영향력이 과도해 뉴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를 압도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임의기구이면서 법적 행위를 해온 제평위가 이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학계에서도 이런 뉴스 유통 구조하에서 일부 대형 언론사들마저 포털 기사의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저질·연성 기사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정성, 투명성 논란 이어진 제평위 온라인 기사 어뷰징(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같은 기사를 반복하여 송고하는 등의 일)을 막기 위해 출범했지만 제평위는 7년 동안 끊임없이 폐쇄성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정보기술(IT) 플랫폼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수의 언론사를 관리하기 위해 ‘자율규제기구’를 내세웠으나 실상은 양사 실무자들이 운영하는 ‘사무국’을 통해 움직였다는 의구심이 이어졌다. 6기(2021년) 제평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개별 심사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등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참여한 언론계 인사들과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초대된 외부 인사들은 전문성 시비에 휘말렸다. 5기(2020년)에 참여한 학계 인사는 “한 위원이 입점을 신청한 어떤 일간지의 발행 부수 자료를 보고 ‘이렇게 몇만 부를 얼마 동안 발행하는 거냐”고 묻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 정상화 계기 될까 제평위의 미래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떠한 구조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구조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뉴스 제휴 문제로 네이버와 협의하거나 같이 자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제평위 중단 이후 도입할 새로운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교수는 “(포털이라는) ‘가두리’ 안에서 이뤄졌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포털과 언론사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없애고 기사는 해당 언론사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해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3 03:00
“방통위, 방송평가 기준 거의 매년 바꿔… 평가 취지 못살려”방송사업자에 대한 방송평가 제도가 기준 변경이 지나치게 잦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19일 제주 서귀포시 신화월드에서 열린 ‘방송평가와 재승인 심사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2018년 이후 거의 매년 방송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이 바뀌고 있다”며 “방송사업자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공적 책무 담보와 경쟁 활성화 등 본래의 평가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언론학회 2023 봄철 정기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편성, 방송 프로그램 내용, 운영 등으로 항목을 나눠 방송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점수는 해당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일정 비율로 반영된다. 홍 교수는 “방송평가 항목 중 하나인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비율의 경우 이미 많은 어린이 채널에서 24시간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남북 관련 프로그램 편성 여부 평가는 방송 편성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방송 재승인 심사가 심사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향적으로 이뤄지거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학 전문가가 회계 항목을 심사하는 등 심사위원들이 전문성이 없는 영역까지 모든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욱제 정보방송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본부장은 “정권에 관계없이 동일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성과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위촉되는) 심사위원에 따라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서귀포=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0 03:00
[책의 향기]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범죄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가 2명 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있어 2명 모두 정신감정을 받기로 했다. 한 명은 정상적으로 면담을 하다가 갑자기 허공에 소리를 버럭 지른다. 다른 한 명은 면담 내내 조용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누가 진짜 심신미약자일 가능성이 높을까. 범죄를 저지를 당시 범인의 판단 능력이 미약했는지는 정신감정을 통해 가려진다. 국립병무병원(치료감호소) 근무 시절 5년 동안 230건 넘게 정신감정을 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 사례를 통해 정신감정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하고, 정신감정 제도의 필요성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환자마다 다르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중얼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는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을 수 있을까. 범죄를 저질러 놓고 술을 핑계로 책임을 면해 보려는 사례가 적잖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지만 음주는 정신감정을 해도 대부분 ‘정상’ 판정을 받는다. 조현병 등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닌 것으로 감정 결과가 나와도 그 상태로 인해 일어난 범죄가 아니면 감형을 받을 수 없다. 근래에는 법 제도도 변화가 생겼다. 2008년 조두순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성폭력특별법에 아동 성폭력 범죄의 경우 음주나 약물에 따른 심신미약에 대해 형을 감경하지 않도록 부칙이 생겼다.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엔 심신미약자에게는 형을 줄이도록 한 형법 규정도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뀌어 감형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정신감정을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저자는 정신감정 제도가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제도를 통해 치료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이 건강해질 수 있다면 이는 사회 안전망을 좀 더 탄탄하게 구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20 03:00
[책의 향기]SNS 신뢰하다 ‘집단 착각’ 빠질 수도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할 때 미국에선 갑자기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미국은 화장지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잘못된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나간 탓이다. 결국 화장지가 동난 매장이 속출했다. 이듬해에도 미국에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재연됐다. 이 같은 집단적 착각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다수를 따르려는 인간의 본능, 즉 ‘순응 편향’ 현상은 인간이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다수의 생각이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순응적으로 침묵하고 따르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집단 착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권력의 불균형이 심할수록 침묵과 순응이 더욱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오링(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에서 연료가 샌 게 폭발의 원인이었다. 저자는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들이 이런 우려를 알고 있었음에도 상급자에게 기가 죽어 있는 조직문화 탓에 이 같은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간은 어느 때보다 집단 착각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들은 매일 250경 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페이스북에는 1분당 평균 댓글 51만여 개와 게시물 29만3000여 개가 올라온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짙어지게 된다. 이 같은 디지털 환경 탓에 정치 이념의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 착각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이는 침묵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 혹은 ‘왜 안 돼?’라고 질문하며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그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회피하려 들지 말자고 당부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2023-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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