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부겸-정세균 잇단 회동 추진… 신당 이낙연 견제 포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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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총리 연대’ 차단 필요한 이재명측… “당 현안 허심탄회하게 의견 나눌것”
金 ‘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에 비판적
丁 ‘민주당 민주주의 파괴 심각’ 판단
이재명 만나 ‘당 쇄신’ 쓴소리 전망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대표 사퇴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압박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과 2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의 회동을 잇달아 추진한다. 두 전직 총리를 만나 당내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낙연-김부겸-정세균’ 3자 전직 총리 연대 가능성을 불식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대표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해 두 원로가 많은 제안과 말씀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전직 총리가 병립형 비례대표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 대표에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요구하고 당내 쇄신과 변화 요구에 미온적이라는 ‘쓴소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야권 인사가 대거 모이는 가운데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각기 다른 시간에 영화를 봐 만남이 불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 두 전 총리, 이재명에게 쓴소리 전망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와 20일 일대일로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특별히 의제를 정하지 않고 당내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와의 회동에선 선거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로의 회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병립형 회귀는 “퇴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한 자리인 만큼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비롯한 당 쇄신 방안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아니더라도 이 대표가 자기가 모두 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통합을 위해 여러 사람을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총리는 ‘이낙연 신당’ 등 당이 쪼개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민주당이 현재의 분열된 상태가 아니라 통합으로 나야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리는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해 김 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1987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영화 시작에 앞서 별로도 마련된 VIP룸에서 환담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DJ계 인사들도 모이는 자리라 가볍게 인사 정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총리는 28일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쇄신하라는 조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세균계 의원은 “정 전 총리는 현재 민주당은 자신이 지금까지 본 민주당 중 가장 민주주의가 파괴된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며 “당 분열을 막기 위한 통합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총리는 해외 일정으로 18일 시사회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명계 “李, 당 변화 확실한 조치부터”

당내에선 이 대표와 두 전직 총리의 회동에서 당 통합과 관련된 뚜렷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한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비명계 3선 중진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 강성 지지층이 여론을 호도하고 당내 갈등과 분열, 갈라치기를 하며 공격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도부의 확실한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때 당의 통합과 단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당장 이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없이 치를 수 없고, 이 대표 혼자 치를 수도 없다는 데 대해 당 지도부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비대위원장이든 선대위원장이든 방향이 정해진 건 전혀 없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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