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난치병 어린이 돕기 ‘溫情 릴레이’

  • 입력 2001년 12월 19일 20시 27분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성당동 대구남부초등학교 교장실. 대구 영남마라톤클럽 이봉근(李奉根·39) 회장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이 학교 이수정양(8·1년)의 부모에게 성금 1979만5950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영남마라톤클럽이 16일 대구두류운동장에서 마련한 ‘수정이 살리기 마라톤대회’를 통해 모은 것.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초등학생과 학부모, 시민 등 2000여명이 십시일반 참가비를 내고 “수정이를 살려야 한다”며 힘차게 뛰었다.

이 회장은 “식당에서 우연히 수정이 부모를 만나 딱한 사연을 들었다”며 “한창 재롱을 피우며 활짝 피어나야 할 수정이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정이네 가족은 대구 달서구 성당동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달서구 감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장은 “내년부터 난치병 어린이 치료비를 모으는 마라톤대회를 계속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평리초등학생들도 근육병을 앓고 있는 친구 돕기에 나서고 있다. 이 학교 4학년 신승렬군(11)은 9세 때 진행성 근육병이 발견된 뒤 계속 악화돼 올해부터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1800명은 승렬이 돕기에 나서 400여만원을 모아 승렬이 어머니께 전했다. 200만원짜리 사글세방에서 네 식구가 살고있는 승렬이네는 어머니가 파출부 일을 하면서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평리초등학교는 휠체어를 타는 승렬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학교화장실을 개선하고 교실도 1층으로 마련하는 등 배려하고 있지만 치료가 쉽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균(南鈞) 교장은 “얼마 전까지 걸어다니던 승렬이가 이제 혼자서는 움직이기 어려운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초등학교 교직원 46명과 학생 1600명도 이날 백혈병을 앓고 있는 3학년 김병주군에게 1938만원을 모아 전하면서 쾌유를 빌었다.

<대구=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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