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횡설수설/이태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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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에는 이런저런 세금이 많이 붙는다. 휘발유에는 관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최종 소비자 가격의 3분의 2가 세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격인데 필수 에너지원인 석유는 세금 걷기가 용이해 정부가 교육세 같은 목적세를 신설할 때 석유를 자주 활용해 왔다.

▷앞으로는 주유를 하면서 탄소세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탄소세 부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15년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된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양은 산림 조성 등으로 흡수해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큰 부담이다. 기업들은 지금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가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추가 부담금 부과를 시사해 기업의 환경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됐다.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서 ‘탄소국경세’도 내야 할 것 같다.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한 상태이고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탄소국경세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부과하는 무역 관세다.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 도태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탄소 저감 정책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은 이익을 보고 탄소집약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은 손해를 보는 불균등 발전이 심화될 수 있고,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에서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나 되는 에너지 분야 탄소중립 전략에서 원자력발전을 배제했다. 치명적 방사능 누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도 없는 원전 없이는 탄소 감축이 불가능하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하나같이 원전 활용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도 이런 현실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원전을 환경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
#탄소세#주유#탄소중립#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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