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자 해독 수준, 미쳤다”…英언론도 놀란 수능 영어 지문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4일 09시 28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5.11.13/사진공동취재단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5.11.13/사진공동취재단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을 두고 영국 BBC 방송은 “악명 높게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고 평가했다. 이른바 ‘불영어 논란’이 확산되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12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일부 수험생들은 이번 수능 영어 시험을 두고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미친 듯이(insane)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수능에서 영어 영역 1등급 응시자 비율은 3.11%에 그쳐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다.

BBC는 고난도 문항 사례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을 다룬 34번 문항과 게임 산업 전문 용어가 포함된 39번 문항을 지목했다. 특히 39번의 지문을 그대로 싣고 독자들에게 풀어볼 것을 권유했다. 주어진 문장이 문단의 어느 위치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다.

The difference is that the action in the game world can only be explored through the virtual bodily space of the avatar.

A video game has its own model of reality, internal to itself and separate from the player‘s external reality, the player’s bodily space and the avatar‘s bodily space. (1) The avatar’s bodily space, the potential actions of the avatar in the game world, is the only way in which the reality of the external reality of the game world can be perceived. (2) As in the real world, perception requires action. (3) Players extend their perceptual field into the game, encompassing the available actions of the avatar. (4) The feedback loop of perception and action that enables you to navigate the world around you is now one step removed: instead of perceiving primarily through interaction of your own body with the external world, you‘re perceiving the game world through interaction of the avatar. (5) The entire perceptual system has been extended into the game world.
정답은 (3)이다. BBC는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표현 방식을 비판했다”며 “한 누리꾼은 ‘잘난 척하는 말장난’이라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쓰기’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BBC는 한국의 수능에 대해 “대학 진학 여부뿐 아니라 직업 선택과 소득 수준, 나아가 미래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험”이라며 “약 8시간 동안 이어지는 마라톤 일정으로,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영어, 사회·과학 등 여러 과목에서 약 200문항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많은 한국 청소년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사실상 평생을 바친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입학 학원’으로 불리는 사교육 기관에 다니기 시작한다는 점도 조명했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자 시험 출제를 총괄하던 오 원장은 시험으로 인한 ‘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다. 그는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3년 이후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임기를 끝까지 채운 인물은 4명에 불과하다. BBC는 “대부분 시험 문제 오류 때문이었고 난이도 문제로 사임한 건 오 원장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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