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세특 텅텅 빌텐데” 쌍방향 수업 못하는 고3 ‘학종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세특, 대입 수시에 큰 비중 차지… 교사가 학습과정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 기재 허용… 영상시청형 수업 학교 속수무책
재수생은 이미 세특 항목 빼곡 “올해 고3들은 운도 없지” 푸념
교육부, 등교수업 시기 방법 논의… 당분간 원격수업과 병행 가능성

학생들 등교 대비 마스크-체온계 학교 배분 등교 개학에 대비해 대구시교육청이 28일 마스크 243만 장과 체온계 7000개를 일선 학교에 나눠주기 위해 옮기고 있다. 학교에 공급되는 방역물품은 각계에서 대구 지역에 기증한 물품과 대구시교육청이 직접 구매한 물품이 섞여 있다. 대구=뉴시스
학생들 등교 대비 마스크-체온계 학교 배분 등교 개학에 대비해 대구시교육청이 28일 마스크 243만 장과 체온계 7000개를 일선 학교에 나눠주기 위해 옮기고 있다. 학교에 공급되는 방역물품은 각계에서 대구 지역에 기증한 물품과 대구시교육청이 직접 구매한 물품이 섞여 있다. 대구=뉴시스
“올해 고3들은 운도 없지…. 세특이 텅 비게 생겼어요.”

요즘 이런 푸념을 하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가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 개학이 장기간 미뤄지면서 이른바 ‘학종 격차’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세특’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준말로 정성평가 영역이다. 과목별 수업 태도나 역량을 평가하는 과목별 세특과 교내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평가하는 개인별 세특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된다. 세특은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경우 교사가 학생의 학습이나 수행평가 과정 및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 세특을 기재하도록 했다. 문제는 쌍방향 수업을 하는 고교가 많지 않고, 학교마다 원격수업 형식이 제각각이라 세특 기재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 학교 따라 원격수업 세특 편차

서울 A고는 대부분 과목을 영상 시청이나 과제 제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원격수업 선도학교라서 타 학교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경기 B고는 학종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과목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1학기 세특을 잘 갖춘 우리 학생들이 입시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A고 학생은 등교 개학 이후에 3학년 1학기 세특 관련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세특을 어느 정도 채운 B고 학생과 양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고3 현역’과 ‘재수생’ 간 형평성도 문제다. 모든 학기가 빼곡히 쓰인 재수생 학생부와 고3 1학기가 빈약한 재학생 학생부가 같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지방 C대 입시담당자는 “고3들의 학생부 평가 기준을 달리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재수생 역차별이 될 수 있어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종 격차는 고3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부 기록은 해당 학기가 지나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고1과 고2도 부족한 학생부를 메우기 어렵다. 현재 고1이 만약 재수를 한다면 고교 시절 코로나19를 겪지 않은 후배들보다 빈약한 학생부로 경쟁해야 한다.

○ 3학년 1학기 평가 비중 줄 듯

일부 학부모는 ‘한시적으로 올 1학기 학종 학생부 평가는 등교 개학 이후 것만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학종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달리 학년별 반영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교육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격수업도 정규수업으로 인정했는데 그 기간 평가를 부정할 수 없어서다.

대학가에서는 3학년 1학기 평가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D대 관계자는 “원격수업 기간 중 세특 편차가 큰 게 사실이고, 창의적 체험활동 등 비교과 활동도 원천 봉쇄된 상황인 만큼 1, 2학년 내용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종에서 한시적으로 교과 성적 반영 비율을 높이자’고도 주장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학종의 교과와 비교과 반영 비율은 이미 각 대학이 공지한 것이라 변경할 수 없다. 다만 과목별 세특이 평소보다 비중 있게 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나서서 대학들과 학종 격차 대책을 논의하라는 요구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개 시도교육감들과 영상회의로 등교개학 시기와 방법을 논의했다. 5월에 고3과 중3부터 등교 개학을 하더라도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안, 원격수업을 주당 1∼3회 하는 방안, 등교수업일이라도 코로나19가 걱정되는 학생은 원격수업으로 출석을 인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고3#학종 격차#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대입 수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