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한나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한 통외통위 위원들의 요청에 따른 면담이었지만, 중국 외교부장이 국정 감사차 재외공관을 방문한 한국의 국회의원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면담에는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도 배석했다.
리 부장은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말을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꾸면 우리도 다른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리 부장은 “탕 특사가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과 국제사회 모두가 반대하고 북한에 아무런 좋은 것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명백히 강조했다”며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는 6자회담의 문을 닫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계속 견지할 의지를 갖고 있다.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으나 조건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행동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제재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유엔 결의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고 리 부장은 전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탕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핵실험에 대해 사과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해 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탕 특사에게 ‘현재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탕 특사에게 2차 핵실험 유보와 6자회담 복귀, 미국과 평화공존 실현 뒤 핵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소식통의 말을 종합해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 내용을 소개한 뒤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은 지난해 9·19베이징공동성명에 찬성하면서도 금융제재를 발동했다. 성명을 준수할 용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해 미국에 노골적인 불신감을 드러냈다.
빅터 차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도 23일 워싱턴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김 위원장이 탕 특사에게 한 말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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