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차 핵실험 계획 없다고 했다” 中외교부 밝혀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코멘트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재외공관 국정 감사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한국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을 만나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특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눈 대화 내용을 비교적 소상하게 공개했다.

김용갑(한나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한 통외통위 위원들의 요청에 따른 면담이었지만, 중국 외교부장이 국정 감사차 재외공관을 방문한 한국의 국회의원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면담에는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도 배석했다.

리 부장은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말을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꾸면 우리도 다른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리 부장은 “탕 특사가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과 국제사회 모두가 반대하고 북한에 아무런 좋은 것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명백히 강조했다”며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는 6자회담의 문을 닫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계속 견지할 의지를 갖고 있다.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으나 조건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행동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제재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유엔 결의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고 리 부장은 전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탕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핵실험에 대해 사과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해 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탕 특사에게 ‘현재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탕 특사에게 2차 핵실험 유보와 6자회담 복귀, 미국과 평화공존 실현 뒤 핵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소식통의 말을 종합해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 내용을 소개한 뒤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은 지난해 9·19베이징공동성명에 찬성하면서도 금융제재를 발동했다. 성명을 준수할 용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해 미국에 노골적인 불신감을 드러냈다.

빅터 차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도 23일 워싱턴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김 위원장이 탕 특사에게 한 말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