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경 재경부차관보 "적대적 M&A전면 허용"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23분


정부는 침체된 증시를 살리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통한 적대적인 기업인수합병(M&A)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증시를 통해 자금을 끌어다 쓰고도 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들의 M&A 공격에 노출돼 경영권 유지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근경(李根京)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25일 동아일보가 주최한 ‘금융위기 긴급진단’ 좌담회에 참석해 “한국에서도 다수 주주가 참여하는 펀드가 부실기업을 사들인 뒤 정상화시켜 주가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대적M&A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제반 법령과 제도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부실기업 대주주의 경영 전횡을 막고 주주중시 경영을 위해서는 펀드가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교체할 수 있도록 적대적인 M&A를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나 경영자의 잘못으로 회사가 부실해져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증시에서 속출하고 있다”며 “한보철강의 경우 네덜란드 네이버스펀드가 투자자를 모아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회사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을 제대로 했더라면 주가가 충분히 오를 수 있는데도 무책임한 경영 때문에 소액투자자들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 현실을 이 같은 전문 펀드 조성을 통해 개선해나가겠다는 것. 정부는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상장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제대로 하도록 감시자 역할을 하고 방만 경영을 일삼는 경영진을 바꿔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제도개선을 추진중이다.

이 차관보는 “기업인들이 경영을 부실하게 하면 적대적인 M&A를 통해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적대적 M&A에 걸림돌이 되는 해당기업 주식의 5% 이상 대량 보유시 감독기관에 보고 및 신고의무를 없애거나 M&A과정에서 경영진 교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법과 증권거래법 투자신탁업법 공정거래법 등 M&A와 관련해 상충되는 법률과 관련조항 등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재경부의 이 같은 방침은 그동안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사실상 적대적인 M&A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적대적 M&A를 공식 허용한다는 측면에서 상장기업들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들이 M&A를 당하지 않기 위해 지분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여 주가부양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대적 M&A란?▼

회사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주식을 매집하는 행위. 협상을 통한 우호적인 M&A와는 달리 실제 경영권 장악을 목표로 증시에서 치열한 지분싸움을 벌인다. 사업이 매력적이나 주가가 낮은 기업들은 증시에서 적대적 M&A의 타깃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론 허용돼 있으나 경영진과 종업원들의 반발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아 이같은 M&A가 활발하지 못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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