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 향한 우려’에 귀 막을 건가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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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는 구렁에 빠져 있고 미래와 희망을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 국무총리를 지낸 국가원로, 경제전문가들이 침묵을 깨고 국가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의 분열상과 추락하는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는 한 세미나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말끝마다 왜 국민을 진보와 보수로 갈라놓느냐”고 묻고 “보수진영을 비리집단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공적과 과오를 균형 있게 평가하지 않고 ‘뒤집혀진 역사’ ‘부패 독재 집단’으로 공격하는 데 대한 울분도 있었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핵심에 있는 이들은 개혁은 그들의 전유물이고 다른 의견은 반(反)개혁적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태도를 보면 그들이 극복의 대상으로 규정한 독재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정부여당 사람들은 경제가 나쁘다는 국민의 인식을 신문 탓으로 돌리거나 개혁에 제동을 걸려는 세력의 전술로 이해하는 것 같다. 퇴임 이후 정국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대로 가면 경제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했다. 경제가 나쁘다는 인식을 보수신문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국민의 80%가 경제를 걱정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경제5단체장들은 “여권이 추진 중인 정책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학자들도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친노(親勞) 반기업 정서’와 ‘분배와 형평이라는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린 경제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참여정부는 코드가 같은 이들로 채워진 관변위원회의 ‘개혁보고서’만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길 게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의견에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집단사고에서 오는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정부의 실패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과 나라의 불행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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