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파문] 이종석 “한번 만나” 정진상 “접촉 없어”
與 임종성-정동영, 野 김규환-나경원… 통일교 前간부 특검에 실명 써내
정동영 “굉장히 싱거운 내용 될 것”… 김규환 “행사 참석, 식사비도 안받아”
羅측 “관여됐다면 특검이 놔뒀겠나”… 경찰 전담수사팀서 본격 수사 착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 이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까지 통일교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통일교 전 간부의 특검 조사에선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도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사건을 이첩한 가운데 통일교의 정치권 유착 관련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 정부 장관, 국정원장 줄줄이 통일교 의혹 해명
법조계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조사에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접근했던 여야 정치권 인사 중 한 명으로 이 국정원장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도 통일교와의 접촉을 사실로 인정했다. 그는 10일 국정원을 통해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와 지인 대동하에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만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어떠한 접촉이나 교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2022년 대선 당시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평화번영위원장을 맡았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2월 통일교 주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통일교 전 부회장 이모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권(당시 민주당)은 일전에 이 장관님(이 국정원장을 지칭)하고 두 군데 어프로치(접근)를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 당시 자필 진술서로 여야 정치인 5명의 실명을 써 냈다고 한다. 그는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에게는 수천만 원대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만났지만 금품은 거절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에 대해선 2022년 대선 직전 접촉했다는 사실만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전 장관이 통일교의 현안이었던 ‘한일 해저터널’ 구상에 대한 청탁의 대가로 현금 4000만 원과 까르띠에, 불가리 시계를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미국 출장 중인 전 장관은 이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통일교로부터 단 10원짜리 하나 불법적인 금품 수수가 없었다”며 “600명이 모여 있는 (통일교) 행사장에서 축사를 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11일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 측도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와 관련해 이 씨와 통화하며 정 전 실장을 거론했다. 정 장관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11일 오전 입장문을 내겠다”며 “간단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싱거운 내용이 될 것”이라며 “제 인격을 믿어 달라”고 했다.
● 야당 의원들도 “사실 아니다” 부인… 국수본 수사 착수
야당 의원들도 통일교 관련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김 전 의원은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윤 전 본부장의 주장에 대해 “한일의원연맹 구성원 자격으로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다”면서도 “식사비 등 일체의 금품을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나 의원 측도 “(나 의원이) 관여돼 있었다면 특검이 지금까지 그냥 두었겠냐”며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0일 특검으로부터 관련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최후 진술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리스트’에 대한 추가 폭로 대신 “적법하지 못한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윤 전 본부장 측 변호인만 “통일교가 어느 특정 정당에만 접근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에게 총 징역 4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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