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영

손준영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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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다니겠습니다.

hand@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사회일반45%
사건·범죄20%
선거10%
인사일반7%
금융3%
복지3%
정치일반3%
남북한 관계3%
검찰-법원판결3%
기타3%
  • [단독]수사중 시도청장 만난 코인사기 피의자 檢송치… ‘사기방조’→‘사기’로 되레 혐의 확대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연예인 등을 앞세워 30억 원대 투자금을 모집한 뒤 돌려주지 않은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 ‘골든골(GDG)’ 코인 운영업체의 핵심 관계자가 경찰에 고발된 지 1년여 만에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수사를 받던 중 시도경찰청장을 만나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현재는 또 다른 ‘스캠(사기) 코인‘ 의혹의 위너즈코인 사건으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25일 경기 김포경찰서는 22일 GDG 코인 관계자 최모 씨를 사기 혐의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GDG 코인이 2021년 3월경부터 수십 명으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과정에 최 씨가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8일 먼저 구속 송치된 김모 GDG 운영업체 대표가 직접 송금을 받았고, 최 씨는 판매를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해왔다.최 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올 1월 시도경찰청장 A 씨와 청장 접견실에서 만나 논란이 됐다. 최 씨는 A 씨와 함께 손 잡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애초 경찰은 최 씨를 사기 방조 혐의로 수사해왔다. 하지만 최 씨가 이같이 피의자 신분으로 시도경찰청장을 만났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가상화폐 사건에도 연관돼 있는 점이 드러나자 수사를 원점부터 재검토했다. 이후 최 씨를 공범으로 판단하고 김 대표와 같은 사기 혐의로 송치한 것이다. A 청장은 ‘피의자 접견’ 논란이 일어난 2월 당시 동아일보 통화에서 “최 씨가 피의자인 것도,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지도 몰랐다”라며 “(최 씨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엔 아주 의혹이 일체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엄정히 수사하라’고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최 씨는 또 다른 스캠 의혹의 위너즈코인에 대해서도 발행업체 위너즈의 전직 대표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 경찰 간부, 유명 유튜버 등을 앞세워 수십 억 원대 투자금을 모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최 씨는 위너즈 임직원, 투자자 등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유명 영화배우 등이 투자를 확정했다’며 실제 투자를 하지 않은 유명인들을 내세워 거짓 홍보를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은 1일 최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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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수사받는 태광, 감사임원에 ‘수사무마 전력’ 前경찰 영입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수십억 원대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공사비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태광그룹이 수사 청탁으로 복역했던 전직 경찰 간부를 최근 임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태광그룹은 1일 경찰 간부 출신 A 씨를 경영협의회 감사 담당 임원으로 발령했다. 경영협의회는 태광그룹 계열사 대표의 협의체로, A 씨는 전무 직급이다. A 씨는 경찰로 재직할 당시 특진을 거듭하고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경력이 있을 정도로 경찰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900만 원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2009년경 대통령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며 수사 무마 청탁 등과 함께 17차례에 걸쳐 약 3900만 원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이후 A 씨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태광그룹으로 옮겼다. 해당 기업은 “A 씨가 대관, 감사 등의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임원들을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작성하고 급여를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으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올 1월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경찰 간부를 영입한 것에 대해 경찰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란 예측이 나온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기업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 수사통인 전직 경찰을 영입하는 것은 오너 수사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측은 A 씨의 영입이 이 전 회장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A 씨는 (이 전 회장의) 경찰 수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며 “외부 출신이면서 수사 경험도 있어 그룹 내 비위를 잘 적발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A 씨는 2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감찰 업무를 했고, (퇴직 후) 다른 기업에서도 감사 업무를 했기 때문에 태광 측이 영입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과거 수사 청탁 건은) 죗값을 다 치른 상태이고 경찰을 그만둔 지 9년이 지나 (이 전 회장) 수사팀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대관을 위해 영입됐다고 보긴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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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性상품화 일조 말라” “여성票 구걸”… 남녀 갈등으로 번진 ‘성인 페스티벌’

    일본 성인물(AV) 배우들이 나올 예정이었던 성인 페스티벌이 논란 끝에 지방자치단체의 불허로 무산됐다. 온라인에선 행사 무산을 두고 2030세대의 남녀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온라인 성인 플랫폼 업체는 일본 성인물 배우와 사진을 찍고 란제리 패션쇼 등을 관람하는 행사를 20, 2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전시장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성 상품화”라며 반발하고 수원시가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장소를 경기 파주시로 변경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막아내겠다”며 직접 나서자 주최 측은 서울 잠원한강공원 선상주점 등을 빌려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금지 공문을 보내고 임대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선상주점 측에 경고하면서 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온라인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의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남성은 댓글에서 “남자들에겐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하면서, 여성단체들이 감성으로 떼쓰는 것은 다 받아준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비례 2번으로 4·10총선에서 당선된 천하람 변호사도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성인 행사를) 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다가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지자체의 무리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정치인들이 여성 표만 구걸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한 여성은 댓글에서 “성인 배우 행사에 남자들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성 상품화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AV 행사 개최가 남성 권리 존중인지요’라는 글을 통해 “다시 이런 행사가 개최된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튜브를 통해 “여성들이 주로 본다고 언급된 (성인) 공연들은 민간 공간에서 이뤄진다. ‘왜 남성은? 여성은?’ 이렇게 비교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행사 장소가 공공 공간일 때는 법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는 성별 간 차이를 들여다보지 않고 차별과 혐오의 단순화된 대결 구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슈를 정쟁화하면서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가 지양돼야 균형 잡힌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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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위너즈코인 “유명 배우-ML선수 투자 확정” 거짓 홍보

    ‘스캠(사기) 코인’을 운영한 의혹을 받는 가상화폐 업체 위너즈가 임직원 단체 대화방에서 ‘유명 영화배우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가 투자를 확정했다’며 홍보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해당 유명인들은 실제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투자자들을 모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일 위너즈 최모 전 대표의 휴대전화와 정모 현 대표의 PC 등을 압수해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들은 전직 국회의원과 경찰 고위 간부 등을 내세워 가상화폐 위너즈코인의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1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위너즈 임직원과 투자자 등이 참여한 대화 내역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올 1월 13일 “배우 A님께서 오늘부로 위너즈 투자를 확정지었습니다. 확정이라 마케팅에 활용하셔도 됩니다”라는 공지문을 올렸다. 영화배우 A 씨는 업계에서 이른바 ‘톱 배우’로 불린다. 이어서 최 전 대표가 “(A 배우와) 미팅 주선하시고 노력해 주신 B 이사님 수고 많으셨다”고 하자 B 전 이사는 배우 A 씨의 차기작 제목을 거론하며 “타이밍이 어쩜 또 잘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좋은 이미지로 위너즈 마케팅에 많은 도움 됐으면 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비슷한 대화는 같은 달 14일과 24일에도 이어졌다. 최 전 대표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야구 선수와 국가대표 축구 선수 등을 거론하며 “투자를 확정했으니 마케팅해도 된다”며 B 전 이사에게 감사를 표하면 B 전 이사가 화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 전 대표가 거론한 이 유명인들은 ‘위너즈에 투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A 씨 소속사는 “A 씨가 위너즈 측으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은 적은 있지만 투자할 의사는 없었고, 실제로 투자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위너즈 전현직 관계자는 해당 유명인들을 섭외하지 않은 상태로 홍보했던 걸 시인하면서도 서로 책임을 미뤘다. 최 전 대표는 “배우 A 씨(의 투자)는 B 전 이사가 섭외하다가 취소된 것으로 안다”라며 ‘투자 확정’을 공지한 점에 대해선 “B 전 이사로부터 확정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 전 이사는 “섭외는 내가 하지 않았는데 대화방에서 말만 그렇게(확정이라고) 한 것”이라며 “나는 드센 관계자들 사이에서 스피커 역할만 했고, (실제 투자 여부는) 확인을 안 해 봤던 거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위너즈 관계자들이 A 씨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등을 실제 투자자 모집에 활용했는지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최소한 공식 채널에서는 A 씨가 투자한다고 홍보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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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만에… ‘민주화 불꽃’ 막내 아들 곁으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 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1987년 1월 아들을 떠나보낸 지 37년 만이다. 정 씨의 장남이자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66)는 “보고 싶은 아들 곁으로 가셨으니…. 어머니가 이제는 마음 편안하실 것 같다”고 말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학생운동조직 관련 수배자의 소재를 파악하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14일 사망했다. 정 씨는 15일 이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갔다가 실신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졌고 경찰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특종 보도했다. 이 특종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정 씨는 그 후로 투사가 됐다. 1987년 6월 검찰이 고문 경찰들에게 징역 10∼15년을 구형했을 땐 법정 분리대를 뛰어넘고 안으로 들어가 항의했고, 같은 해 12월 군부독재 종식 집회에서 연설했다. 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이 이날 빈소에서 공개한 ‘정차순 여사 어록’에 따르면 정 씨는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서 “우리 철이는 빨갱이가 아니었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라고 발언했다. 이후로도 남편 박정기 씨와 함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민가협)에 참가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정 씨는 박 열사의 생일마다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을 찾아 아들이 좋아했던 비빔밥을 차려 주었다고 한다. 정 씨는 1990년 박 열사의 3주기 추모제 땐 “철아, 좋아하는 튀김 많이 묵어라”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 열사의 시신을 화장하는 벽제 화장터에서 “철아, 잘 가그레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는 통곡을 쏟아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던 박정기 씨는 2018년 7월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정 씨는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서울로 올라와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은 아들 박종부 씨와 딸 은숙 씨, 손자 병주 영주 씨, 며느리 서은석 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02-470-1692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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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 여성 출소자, 백골로 발견… 고독사 추정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공단)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던 50대 여성 출소자가 고독사한 뒤 백골 상태 시신으로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서울 양천경찰서와 공단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주택에서 살던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14일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씨는 형사처벌을 받고 복역하다 출소한 뒤 공단으로부터 임대주택을 지원받아 생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지난해 3월 대면 상담을 마지막으로 공단 측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단 측은 9개월 동안 이 씨의 집을 10차례 찾아가고, 통화도 시도했지만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공단 관계자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뒤 경찰관과 함께 주거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고, 이 씨는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씨의 시신은 사망 시점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백골화가 진행돼 있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 이 씨의 장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영장례로 치러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에서도 사망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며 “범죄 혐의점이 나타나지 않아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 씨와 연락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우리한테는 주거지 강제 개방 등의 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출소자 지원과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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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지 않도록… 세월호 10주기 추모 행렬-온라인 기억관엔 10만명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0주기 당일인 16일엔 전국 각지에서 20개가 넘는 추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15일 경기 안산시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내 ‘기억교실’에서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교실을 둘러보며 학생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등 조용히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인천에서는 16일 오전 11시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있는 인천가족공원에서 4·16재단 주최로 추모식이 진행된다. 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참석한다. 인천은 참사 발생 전날인 2014년 4월 15일, 세월호가 제주도를 향해 출항했던 곳이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인근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행동 진도연대가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16분까지 팽목항 기억관, 등대 방파제 기억공간에서 추모·기억식을 연다. 4·16재단은 같은 날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선상 추모식을 연다. 유가족은 추모식에서 ‘세월이’라고 새겨진 노란 부표를 향해 국화를 띄운다. 이어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으로 이동해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4·16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기억관에는 15일 오후 7시 반 기준 10만4683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모의 글 게시판에는 “여덟 살이었던 제가 벌써 언니, 오빠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 벌써 이렇게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날 저녁에 봤던 뉴스가 기억 난다” “너무 어릴 때 일어난 일이라 잘 몰랐지만 이제는 몇 년이 지나더라도 꼭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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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 인재 키우는 ‘맞춤형 마을’ 조성할것”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바이오 인재도 마찬가지죠.” 김재영 서울대 연구부총장(60·사진)은 최근 서울 관악구 캠퍼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산학협력단장으로 ‘서울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총괄하고 있는 그는 “변화는 방구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며 “창업인이 부딪히며 변화의 ‘불꽃(spark)’이 튈 수 있는 ‘바이오 특화 마을’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바이오 클러스터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의 ‘산학연병(産學硏病·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 연계 창업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산업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되는 지역으로, 정부가 7월 선정한다. 김 부총장은 “한국은 바이오 산업의 후발주자”라며 “최소한의 자본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창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끌어오는 중”이라며 “100여 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보스턴의 ‘랩센트럴(Lab Central)’이 롤 모델”이라고 했다. 서울대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연구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되는 ‘맞춤형 마을’로 만들어 인재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김 부총장은 “마트와 보육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부대 시설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창업 낭인’이 몰리는 것은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장은 “(창업인들의) 열정을 추동하되 냉철하게 제동을 걸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무기한 지원은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1986년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6년 미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공과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해 2월부터 연구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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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6500원 내면 무제한 생성” 딥페이크 영상 활개

    “얼굴을 바꾸는 중입니다.” 휴대전화 화면에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그 후 10초가 채 안 돼 영상이 완성됐다. 해외에서 만든 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을 올린 뒤 ‘얼굴 바꾸기’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각종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 기자의 것으로 바뀐 것. 이 앱은 한 달 사용료 6500원을 내면 원하는 딥페이크(이미지 조작) 영상을 무제한으로 생성해 준다고 홍보했다. 4·10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조작 영상이 판치는 가운데, 이런 영상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게시물은 총 384건이었다. 선관위는 모두 삭제를 요청하고, 그중 3건에는 경고나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에선 휴대전화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준다며 홍보하는 업자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9일 구독자 16만 명이 넘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샘플로 진열한 채 가격을 흥정하는 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내가 유엔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만들어 달라”며 677원을 지불하자 실제로 16초 분량의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제작엔 3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채널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근거지를 둔 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허위 영상에 대한 삭제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TV 연설을 짜깁기한 영상이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졌을 때도 정부가 해외 SNS 운영사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치고 해외 플랫폼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제때 삭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은 업무 협력적인 차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삭제를 강요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작 영상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하는 유럽연합(EU) 등의 선례를 참고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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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초면 화면 속 얼굴 바꿔드려요”…‘딥페이크 영상’ 활개

    “얼굴을 바꾸는 중입니다.”휴대전화 화면에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그 후 10초가 채 안 돼 영상이 완성됐다. 해외에서 만든 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을 올린 뒤 ‘얼굴 바꾸기’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각종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이 기자의 것으로 바뀐 것. 이 앱은 한 달 사용료 6500원을 내면 원하는 딥페이크(이미지 조작) 영상을 무제한으로 생성해 준다고 홍보했다.4·10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조작 영상이 판치는 가운데, 이런 영상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적발된 딥페이크 게시물은 총 384건이었다. 선관위는 모두 삭제를 요청하고, 그중 3건에는 경고나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에선 휴대전화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준다며 홍보하는 업자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9일 구독자 16만 명이 넘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용된 딥페이크 영상을 샘플로 진열한 채 가격을 흥정하는 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내가 유엔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만들어 달라”며 677원을 지불하자 실제로 16초 분량의 정교한 딥페이크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제작엔 3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채널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근거지를 둔 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허위 영상에 대한 삭제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TV 연설을 짜깁기한 영상이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퍼졌을 때도 정부가 해외 SNS 운영사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식으로 처리됐다.그러나 절차가 여러 단계를 거치고 해외 플랫폼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제때 삭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은 업무 협력적인 차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삭제를 강요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튀르키예 대선 땐 한 무장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이 퍼졌고, 해당 후보가 패배한 후에야 조작 영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작 영상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하는 유럽연합(EU) 등의 선례를 참고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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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총선앞 ‘님비’ 부채질… 필수 데이터센터도 “무조건 저지”

    4·10총선 지역구 출마 후보들이 기피시설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야 후보가 모두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필수시설을 지역구에 건립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득표를 위해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시설 건립을 두고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선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IT 필수시설도 “무조건 건립 반대”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곳곳에는 “데이터센터 무조건 막겠습니다”, “데이터센터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구(고양정)에 출마한 여야 후보 및 당원협의회가 설치한 것이다. 고양시가 지난해 3월 관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허가했지만 두 출마자 모두 이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 데이터센터는 서버 등 IT 서비스에 꼭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넓은 땅을 차지하지만 주민 편의에 도움이 되지 않고 24시간 냉방으로 인해 열섬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선 선호되지 않는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에 대한 고양시장의 직권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후보도 같은 달 20일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두 후보는 건립 반대 이유로 ‘주민 생명권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처럼 낮은 수준의 전자파 노출이 암으로 진전된다는 근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두 후보는 모두 평소 IT 서비스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영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빅데이터 활용 확대와 인공지능(AI) 혁신 기업 유치 등을 내걸었다. 김용태 후보는 2020년 8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사회간접자본(SOC)은 민간에 맡기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 후보가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게 선거의 순기능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양시와 시행사 측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주민 반발로 설명회도 무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를 ‘님비 확산’보다는 주민 소통 강화와 갈등 해소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영환 후보 측은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용태 후보 측은 이달 2일 “무작정 (건립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주택가가 아닌 곳에 짓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님비 공약이 부정적 인식 확대 재생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서울 강동구 길동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동부(마약류) 중독재활센터’를 두고도 해당 지역구(강동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후보 측 관계자는 “식약처 담당자를 강동으로 불러 강력 질타하며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가 강동구청장을 지낸 2014년 강동구가 마약 중독자 치료 사업을 적극 벌인 것과 대조된다. 국민의힘 이재영 후보 측 관계자는 “건립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장 앞에 만드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며 “왕래가 적은 곳에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19대 국회에서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을 촉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도 쓰레기 소각장 신설을 두고 부지 지정 철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산 강서에서는 교정시설 이전을 두고 여야 후보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며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심준섭 중앙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장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님비를 조장할 때 ‘기피 시설’이라는 앵커링 효과(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는 것)가 생길 수 있다”며 “사회적 공포를 표로 바꾸려는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님비 ‘우리 동네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기피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현상. 반대말로는 선호시설 유치 찬성, 즉 ‘우리 동네에 들여와달라(Please In My Front Yard)’는 뜻의 ‘핌피’가 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고양=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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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투표소 출입’ 누구도 제지 안해 사실상 무방비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전투표소. 동아일보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주민센터는 사전투표소로 공지된 2층 다목적회의실까지 올라가는 데 제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2층 회의실의 철문 한쪽이 활짝 열려 있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음 달 5, 6일 치러지는 사전투표 당일에 쓰일 ‘2투표소’라고 적힌 종이 등 각종 선거 관련 문서가 놓여 있었다. 4·10총선 사전투표가 7일 앞으로 다가온 이날 서울과 인천, 부산, 경남 양산, 울산 등 전국 총 26곳의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본투표소 등에서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날도 여전히 사전투표소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일었지만 투표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영등포구 일대 사전투표소 5곳을 점검한 결과 4곳은 사전투표소 입구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신촌주민센터 1곳만 ‘사전투표소 장소’라고 안내문을 써 붙이고 외부 철문을 잠가 접근을 막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영등포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한모 씨(72)는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전투표를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있는 건물의 경우 투표설비가 설치되기 전에는 각 지자체에 관리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사전투표 전날 투표소를 설치할 때 건물의 관리자와 선관위가 함께 시설 전반을 살펴본다”고 했다. 반면 지자체는 “선관위에서 사전에 투표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사전투표소에 대한 명확한 관리 책임이 현행법상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사전투표소가 설치될 장소에 대해 관리 주체와 선관위가 미리 협의를 하고 일반에 공고를 하도록 돼 있을 뿐 관리 책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전투표소 관리 부실이 선관위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정주의적 발상에서 빚어진 사태라고 지적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는 선관위 본연의 사무인데도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길 때가 많았다”며 “선거와 관련한 업무는 선관위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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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투표소 5곳중 4곳 제재없이 접근…현장 지키는 인원도 없어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주민센터 3층 다목적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사전투표소 장소로 안내돼 있는 이곳엔 현장을 지키는 인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전날 선관위로부터 불법 카메라 점검 등 투표소 관리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지만, 외부인 출입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 사전투표소 내부로 들어가는 문은 잠겨있었지만 건물 밖에서 문 앞까지 접근해 손잡이를 돌려봐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다음달 5, 6일 실시되는 4·10총선 사전투표가 8일 앞으로 다가온 이날 서울과 인천, 부산, 경남 양산, 울산 등 전국 총 18곳의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본투표소 등에서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날도 여전히 사전투표소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일었지만 투표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긴급 점검해 본 5곳 중 4곳 ‘뻥 뚫려’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영등포구 일대 사전투표소 5곳을 점검한 결과 4곳은 사전투표소 입구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신촌주민센터 1곳만 ‘사전투표소 장소’라고 안내문을 써붙이고 외부 철문을 잠가 접근을 막고 있었다.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대흥동주민센터 지하 1층에 있는 공간은 문이 잠겨있었지만 유리문 너머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 발송봉투 등 선거 관련 물품을 밖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영등포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한모 씨(72)는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전투표를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다 28일 경찰에 붙잡힌 극우 성향 유튜버 한모 씨(49)는 2020년 21대 총선부터 양산 지역 내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한 씨는 이달 11일 양산 주민센터 4곳에서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20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인천 계양구 선관위에 방문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을 직접 올리기까지 했다. 그는 선관위 관계자에게 “투표소 안에 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며 안 되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서로 책임 미루는 선관위·지자체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센터 등 관공서가 있는 건물의 경우 투표설비가 설치되기 전에는 각 지자체에 관리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사전투표 전날 투표소를 설치할 때 건물의 관리자와 선관위가 함께 시설 전반을 살펴본다”며 “이번 같은 경우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건물에 불법 카메라가 발견이 돼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지자체는 “선관위에서 사전에 투표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와 지역선관위가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도 정확한 상황을 언론 보도를 보고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사전투표소에 대한 명확한 관리 책임이 현행법상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사전투표소가 설치될 장소에 대해 관리주체와 선관위가 미리 협의를 하고 일반에 공고를 하도록 돼 있을 뿐 관리 책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없다. 사전투표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의 사전투표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선거 사무원들이 소쿠리나 쇼핑백에 담아 옮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사전투표 부정선거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선관위는 뒤늦게 개표과정에 수검표 절차를 추가하고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의 폐쇄회로(CC)TV를 시·도 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공개해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전문가들은 “뒷북 대처를 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가 지금부터라도 주도적으로 사전투표소 주변을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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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과학 수사 체험해요”… 노원경찰서·과학관·교육청 MOU

    서울 노원경찰서가 과학치안 교육과 청소년 과학 진로 탐색을 위해 26일 서울시립과학관, 서울북부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노원경찰서는 이날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세 기관은 과학교육의 기회가 적은 청소년을 발굴해 기회를 제공하고, 경찰 과학수사팀이 참여해 학교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과학수사 체험과 같은 청소년 맞춤형 과학치안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우수한 활동을 보인 학생에게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노원구청장 포상과 노원구약사회· 청소년육성회노원지구회 후원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도 이뤄질 계획이다.이승열 노원경찰서장은 “서울시립과학관, 서울북부교육지원청과 협업해 지역 내 취약계층 및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우수한 과학치안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해 스스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창의적 과학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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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출마지역 오피스텔 11채 월세장사”…“관료퇴직 5일뒤 세종땅 매입”

    일부 4·10총선 출마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몇몇 후보는 지역구 내 오피스텔을 여러 채 보유한 채 월세를 받거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로 퇴직한 지 닷새 만에 세종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구 출마 후보 312명 가운데 10억 원 이상 재산을 신고한 후보 184명의 부동산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34명은 보유 재산이 50억 원 이상이었다.● “청년 주거 부담 줄이겠다”더니 월세 장사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후보(서울 관악갑)는 출마 지역구인 봉천동에 오피스텔 11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11채 중 9채는 전용면적이 26.6㎡였고, 나머지 2채는 각각 26.51㎡, 25.56㎡였다. 재산 신고서에 총 8억 원 상당의 임대보증금이 15건 채무로 기재된 점으로 미뤄 최근까지도 임대 사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취재팀이 박 후보가 보유한 오피스텔을 방문해 보니 같은 건물의 비슷한 전용면적(26.45㎡)의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5만 원, 관리비 13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박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올 1월부터 거듭 20, 30대를 대상으로 한 사회적 주택 도입 등 맞춤형 주거 정책 도입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는 26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악 청년들을 만나 보니 월세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 요청들이 있다”며 “단발성 정책보단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개발할 것에 대해 의견도 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박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 기재부 퇴직 닷새 후 세종시 땅 매입 국민의힘 박수민 후보(서울 강남을)는 2018년 8월 31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기재부 국장급)로 공직에서 퇴직했다. 박 후보는 퇴직 닷새 후인 2018년 9월 5일 세종시 장군면 대교리 일대 임야와 대지, 도로, 공원 등 토지 14건을 20여 명과 공동 매입했다. 총 9719.96㎡(약 2940평) 규모다. 박 후보가 매입한 땅은 정부세종청사로부터 약 4km 떨어진 곳이다. 박 후보는 “아는 공무원들과 함께 나중에 실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전원주택 용지이고, 실제로 몇 명은 현재 (그 땅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며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됐지만 별문제가 없어서 넘어간 사안”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미래 이기한 후보(경기 용인정)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보유한 상태로 13억 원을 대출받아 강남구 아파트를 한 채 더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국대 법대 교수 시절인 2019년 5월 15일 강남구 소재 본인 소유 상가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닷새 후인 같은 달 20일 강제경매를 통해 매물로 나온 압구정동 아파트를 사들인 것. 이 후보 측은 이날 다주택 보유 경위 등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후보자 직계존속은 신고 거부 가능”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국회마다 반복되는 실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논란이 발생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여야 양당의 요청으로 각 당 의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사퇴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 출마자는 후보 등록 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본인, 배우자는 물론이고 직계 존비속 가족에 대한 재산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회의원과 다르게 피부양자가 아닐 경우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고지 거부가 가능하다. 신고한 내역에 대한 별도의 증빙자료도 요구되지 않는 등 기준이 느슨하다. 이에 재산 신고 과정을 일원화해 재산 미신고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한 재산 공개를 위해 직계 존비속 재산 명세까지 다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후보와 의원 간) 제출 부서가 나뉘어 있고 소관 법령도 다르니, 일부러 누락한 정보를 당선 이후 싣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후보가 제출한 재산 관련 자료를 선관위가 바로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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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 권도형 한국송환 제동… 몬테네그로 검찰, 이의 제기

    몬테네그로 검찰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한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존 결정이 번복돼 권 대표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21일(현지 시간) “(현지) 항소법원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성명을 내고 대법원에 ‘적법성 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전속 권한인데, 포드고리차 항소법원이 이를 어기고 약식 절차로써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는 취지다. 만약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권 대표의 송환 국가는 현지 법무부가 결정하게 된다. 현지 검찰은 한 달 전 법원이 권 대표의 미국 송환을 약식 결정했을 땐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권 대표의 송환국이 한국으로 바뀐 후에야 이의를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현지 법무부는 권 대표의 미국 송환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법에 따르면 대법원은 4개월 내에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당초 권 대표는 이번 주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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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테네그로 대법원, ‘테라’ 권도형 韓송환 보류… “적법성 검토”

    몬테네그로 검찰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한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지 대법원은 애초 이번 주말로 전망됐던 권 대표의 송환을 보류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21일(현지 시간) “(현지) 항소법원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성명을 내고 대법원에 ‘적법성 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전속 권한인데, 포드고리차 항소법원이 이를 어기고 약식 절차로써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는 취지다.이에 따라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항소법원의 기존 결정이 적법했는지 판단하기 전까지 일단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보류하기로 했다. 만약 대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권 대표의 송환 국가는 현지 법무부가 결정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 현지 법에 따르면 대법원은 4개월 내에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당초 권 대표는 이번 주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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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종량봉투 주웠다가 절도 벌금 30만원… 낼돈 없어 ‘장발장은행’ 북적

    빵을 훔치고 감옥에 갇힌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처럼, 생계형 소액 범죄에 내몰리는 극빈층이 늘고 있다. 인권단체 ‘장발장 은행’은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돼 노역을 할 위기에 놓였을 때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월평균 이용자는 올해 들어 100명이 넘는다. 2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이 겹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2024년 한국의 장발장들을 만나봤다.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연명하던 이무재 씨(84)는 지난해 4월 ‘도둑’이 됐다. 그는 평소처럼 경기 부천시의 한 가게 앞에 쌓인 상자들을 손수레에 실었는데, 그 사이에 50L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10장 끼워져 있었던 것. 버린 건 줄 알고 이를 고물상에 내다 판 이 씨는 가게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고, 총 1만5000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달 18일 기자와 만난 이 씨는 백내장으로 희뿌예진 눈에서 눈물을 찍어내며 “평생 범죄는 저지른 적이 없다”며 “수사에, 재판에 끌려다니는 4개월 동안 건강이 더 악화됐고, 그 사이 돈을 벌 수 없어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이 씨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젊은 시절 서울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퇴직할 즈음 아내와 아들과 소원해졌고 그 후 연락이 끊겨 홀로 산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이 씨는 한 달에 27만 원을 지원받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허리 협착증을 앓고 있지만 수술비 300만 원은커녕 진통제를 살 돈도 부담된다. 그는 경기 부천시 중동에 있는 한 사찰에서 공양하거나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으로 때운다. 이 씨는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벌금 낼 돈 없는 극빈층, 9년 새 최다최근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극빈층이 범죄를 저지르는 등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20일 인권단체 ‘장발장은행’에 따르면 이 씨처럼 벌금형을 선고받은 극빈층에게 담보나 이자 없이 최고 300만 원을 빌려주는 사업에 올 1월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307명이 신청했다. 월평균 신청자는 102.3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26.2명)의 3배가 넘는다. 장발장은행이 처음 만들어진 2015년(151.3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장발장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 형편이 어려워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할 위기인 이들이 대다수다. 최모 씨(21)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임신 중 극심한 생활고로 여러 날 굶주리자 온라인 중고장터에 ‘아기 침대를 판다’고 가짜 매물을 올렸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780만 원이 선고됐다. 최 씨는 지금도 벌금을 갚느라 분윳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극빈층 범죄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생계가 끊겨 더 큰 빈곤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다시 범죄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훔친 금품이 10만 원 이하인 소액 절도 사건은 2018년 3만1114건에서 2022년 5만6879건으로 4년 새 82.8% 늘었다. 법무부 분석 결과 절도범은 2명 중 1명(50.0%·2022년 기준)꼴로 출소 후 3년 안에 다시 범행해 교도소에 수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일용직 노동자 김모 씨는 2020년 10월경 울산의 편의점 3곳에서 총 2만 원 남짓한 깻잎 통조림과 도시락을 훔치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또다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치다가 같은 해 10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벌금형 집유-조건부 기소유예 늘려야”생계형 범죄의 경우 엄하게 벌하는 것만으로는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 없으며,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계기를 살펴 이를 해소하는 대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의 경우 생계형 범죄자가 오랜 사법 절차 속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2018년 1월 ‘장발장법(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벌금형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중 단순절도 등 생계형 범죄자 비율은 매년 4~6% 수준에 그친다.생계형 범죄자가 취업 지원이나 직업 훈련, 심리 상담 등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지금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202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을 훔친 20대 남성에게 기소를 유예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지원을 연계해주는 등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다만 현재는 담당 검사와 소속 검찰청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려, 이무재 씨처럼 절도 초범인데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존걸 전주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처럼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근거를 형사소송법 등에 마련해야 한다”며 “또 재범 방지와 함께 치료, 배상 등을 기소유예 조건으로 활용해 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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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조 라임 사태 몸통’ 이인광, 도피 중 프랑스서 검거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중 1명으로 지목된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 프랑스 도피 중 현지에서 붙잡혔다. 1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18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니스 지역의 주거지에서 이 회장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라임 사태 관련 수사팀을 재편한 후 해외 도피한 이 회장을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적해왔고, 이 과정에서 경찰청과 상호 공조해 지난달 초 이 회장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과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실, 경찰청, 인터폴 사무총국, 프랑스 인터폴이 공조해 공동 검거 작전을 펴 프랑스 경찰청이 이 회장을 우선 검거대상자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자금 약 1300억 원 상당을 동원해 에스모, 이에스브이 등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저축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대출을 받은 뒤 종적을 감춰 수배가 내려진 바 있다.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 결국 환매가 중단되고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낸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프랑스로부터 이 회장의 범죄인 인도 청구 등 신병을 인도받기 위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국내 조력자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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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R&D예산 삭감에, 1200억 줄어든 서울대 ‘실험 차질’

    #장면1.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의 한 연구실은 올해 들어 실험을 1건도 못 했다. 지난해보다 약 20% 줄어든 연구비를 메꾸기 위해 연구과제 지원서를 새로 써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소속 연구원 10명은 석박사 과정에 필요한 과제엔 손도 못 대고 있다. 이 연구실 차모 씨(31)는 “올해는 (인건비가 없어서) 우리 연구실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대학원 신입생도 뽑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면2. 포스텍 연구원들은 최근 총사업비가 2000만 원 이하인 연구용역 과제도 샅샅이 찾아 지원하고 있다. 그간 연구원이 10명이 넘는 이른바 ‘대형 랩(연구실)’은 이 정도 규모의 과제를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신규 공고만 뜨면 연구실 수십 곳이 달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포스텍 관계자는 “예전엔 신청만 하면 따갈 수 있었던 소액 연구과제를 위해 교수와 연구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 메꾸느라 신규 채용-실험 ‘올스톱’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14.8% 감액된 26조5000억 원 배정된 여파가 대학 연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 국가 R&D 과제를 주로 수주했던 국립대와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는 ‘연구비 보릿고개’가 인력 이탈이나 실험 중단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연구비 수입을 추계한 결과 올해 아무리 많이 잡아도 4800억 원 이상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약 6000억 원) 대비 2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체 국가 R&D 예산의 감액 비율보다 크다. 특히 학생 연구원 8000여 명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약 1000억 원에서 8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서울대는 정부 과제가 2000여 건이어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대는 자구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교수들이 기업에서 받는 월급 일부를 걷어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연구비로 돌려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연구실 소속 박모 씨(27)는 “이번 연구비 삭감으로 ‘한국에선 연구할 수가 없다’며 외국으로 뜨려고 하는 대학원생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방 국립대도 연구비 태부족 ‘비상사태’ 비수도권 국립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1700억 원가량이던 지난해 연구비 예산이 15% 정도 깎여 교수들이 사비로 메꾸는 방법밖엔 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번 의대 2000명 증원 규모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한 서울대 이과 계열 학과 전체(1775명)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로,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원상으로 복구하기로 했지만, 1년간 이어질 보릿고개의 상처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공계에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 결국 늘어난 의대 정원은 다 이공계 지원자나 재학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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