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018∼2019년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등과 함께 현금 4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부산 지역 현역 의원이던 전 장관에게 현금 등을 건네면서 통일교 숙원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과 관련한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장관은 “금품이나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언급된 금품 액수가 큰 데다 이권까지 개입했다면 심각한 부패 사안인 만큼 사실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특검이 전 장관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은 올해 8월이다. 특검법에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특검은 이 조항을 근거로 통일교 측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특검은 자신들의 수사 범위가 아니라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4개월 동안이나 방치하다가 뒤늦게서야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여야 간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이 “지원”을 언급한 민주당 인사는 전 장관 한 명만이 아니다. 윤 전 본부장은 출판기념회 책 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 민주당 관계자 등이 15명이라고 특검에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법정에서 “(2022년)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급 네 명에게 어프로치(접근)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통일교 측이 2022년 교인들에게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는 주장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10일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18년부터 여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했는데, 정치자금법 공소시효인 7년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나중에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처벌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10일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만큼,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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