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산층 소득 증가 역대 최저… 갈수록 깊어만 가는 ‘양극화 골’

  • 동아일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지난해 소득 증가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자산 양극화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중산층의 경제 기반까지 흔들리는 것이다. 전문직이 많은 최상위 가구의 소득이 빠르게 오르고, 복지 지원은 최하위층에 집중되는 동안 ‘경제의 허리’ 중산층은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소득 증가를 통해 미래의 삶이 나아질 거란 중산층의 기대가 줄고, 반대로 중산층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 한국의 정치·사회적 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5등분했을 때 중간인 3분위 가구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5805만 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소득 최상위 20%의 소득은 4.4%, 최하위 20%는 3.1% 늘어 중산층보다 상승 폭이 컸다.

중산층 소득이 최상위, 최하위보다 적게 늘어난 건 근로·사업소득 증가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성장이 계속되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이 분야 근로자 비중이 높은 중산층의 근로소득은 상승 동력을 잃은 상태다. 중산층의 다른 축을 지탱하는 서비스 부문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도 소비 위축, 원재료·인건비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청년층 자녀 세대의 취업난도 중산층 가구의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44.3%로 19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산층의 자산 증가세도 주춤한 상태다. 올해 중산층의 평균 자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3.6%로,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 4.9%보다 낮았다. 세입자·저가 주택 보유자가 많은 중산층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가 아파트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서 배제된 탓이다.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중산층의 몰락은 계층 간 대결 구도를 심화시키고 전체 사회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 해법은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뿐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임금 상승을 제약할 법인세율 인상은 패착이다. 섣부른 근로시간 단축도 중산층의 소득을 줄일 공산이 크다. 5년간 연평균 9.3%씩 오른 근로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낡은 소득세 체계도 손봐야 한다. 중산층의 소득 정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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