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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지킨다는 것[이은화의 미술시간]〈42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5/06/133872802.4.jpg)
에드바르 뭉크는 스물두 살 무렵 ‘아픈 아이’(1885∼1886년·사진)를 처음 그린 후, 40여 년간 같은 주제에 천착했다. 화면에는 병상에 누운 창백한 소녀와 그 곁을 지키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서로 손을 붙잡고 있지만 정작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력한 순간이다. 이제 막 화가…
![선동하는 손[이은화의 미술시간]〈42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29/133837289.4.jpg)
낡고 빛바랜 도시의 골목길, 한 남자가 서서 누군가를 향해 격렬하게 손가락질하고 있다. 쭉 뻗은 한 손은 정면을, 다른 손은 바깥을 향한다. 크게 벌린 입과 일그러진 미간에는 분노가 서려 있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이며 그의 손가락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쿠르트 크베르너가 193…
![향기로운 폭력[이은화의 미술시간]〈41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22/133792528.4.jpg)
아름다움이 살인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19세기 영국 화가 로런스 알마타데마의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1888년·사진)는 이 역설적인 질문에 냉혹한 답을 건넨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분홍 꽃잎은 눈이 시릴 만큼 황홀하지만 그 화사한 더미 아래에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발견…
![멈춤을 예감한 주유소 풍경[이은화의 미술시간]〈41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15/133746476.4.jpg)
1940년, 에드워드 호퍼는 한적한 시골길 위의 ‘주유소’(사진)를 그렸다. 이 작품은 흔히 현대인의 고독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읽히지만,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공간적 고요다. 그러나 오래 볼수록 이 고요는 평온함이 아니라, 곧 멈춰 설 듯한 날 선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주유소는 본래 …
![의심을 통과한 믿음[이은화의 미술시간]〈41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08/133701607.4.jpg)
당신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가, 아니면 믿고 싶은 것만 보는가. 허위 정보와 확증편향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믿음의 가치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옛사람들이라고 달랐을까. 2000년 전 예수의 제자들 역시 스승의 죽음 앞에서 그토록 견고했던 믿음이 흔들렸다. 17세기 바로크 거장 카라바…
![신앙이 된 약물[이은화의 미술시간]〈41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01/133656423.4.jpg)
현대인에게 몸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영양제로 활력을 채우고 수면제로 밤을 달래며, 질병의 고통과 불안을 잠재우려 기꺼이 화학물질에 의존한다. 우리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약물과 처방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없이는 단 하루도 온전할 수 없는 깊은 종속 상태에…
![욕망의 저울[이은화의 미술시간]〈41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25/133608197.4.jpg)
부(富)를 향한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다면 노동 없이 얻는 부는 과연 정당할까? 16세기 화가 마리뉘스 판 레이메르스발러의 ‘환전상과 그의 아내’(1538년·사진)는 이 질문을 화폭에 담아냈다. 좁은 실내, 부부는 금화와 은화를 세는 데 여념이 없다. 남자는 저울에 동전을 올려…
![나는 화가다[이은화의 미술시간]〈41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18/133558208.5.jpg)
1548년, 스무 살의 젊은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림 상단에는 이렇게 적었다. “나 카타리나 판 헤메선이 나 자신을 그렸다. 1548년, 나이 20세.” 플랑드르 화가 판 헤메선의 ‘자화상’(1548년·사진)에는 화가로서의 자부심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당시 화가의 자화상은…
![폐허에서 살아남은 작은 새[이은화의 미술시간]〈41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11/133511052.6.jpg)
1654년 10월 12일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약 창고가 터지면서 도시 한복판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수백 채의 집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젊은 화가 카럴 파브리티위스도 서른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업실과 작품 대부분이…
![살아남은 자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1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04/133464702.4.jpg)
벌거벗은 여인이 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아이의 몸은 이미 축 늘어졌지만, 어머니의 손은 오히려 더 단단히 움켜쥔다. 짐승처럼 웅크린 채 자식의 몸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여인. 미술사에서 상실의 고통을 이토록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 또 있을까.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은화의 미술시간]〈41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2/25/133423072.4.jpg)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남자가 허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롭지만, 그는 끝내 한 발을 내디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1945년부터 15년간 ‘걷는 인간’이라는 화두에 천착해 도달한 정점, ‘걷는 사람 I’(1960년·사진)이다. 이 조각은 1962년 베니스 비엔날레…
![잠시 멈춘 손[이은화의 미술시간]〈41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2/18/133375242.4.jpg)
혼자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가사 노동은 삶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특히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는 물리적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상을 차리고, 다시 치우는 과정은 반복적이고 때로는 지루하다. 그러나 그 일은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
![욕망으로 채워진 가족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0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2/11/133347312.4.jpg)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가족은 으레 한자리에 모이기 마련이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통령 가족’(1967년·사진)은 그런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콜롬비아 최고 권력자 일가는 한껏 멋을 낸 채 포즈를 취했지만, 왠지 모르게 표정들은 어색하고 경직돼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
![예언을 믿은 대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2/04/133298674.4.jpg)
해가 바뀌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운세를 점쳐보고 싶어진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점쟁이’(1630년대·사진)에 등장하는 청년도 그러했던 듯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노파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앞날을 묻는다. 과연 그는 원하던…
![성자가 된 혁명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1/28/133251340.4.jpg)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순간조차 사실은 특정 세계관을 전파하거나 기존 질서를 긍정하는 선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화가가 무엇을 그리고 지울지 결정하는 행위는 곧 그가 속한 사회와 권력을 향한 견해를 드러낸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거장 자크루이 다비드는 바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