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복장의 젊은 남녀가 계단 아래에 서서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남자는 갈색 모자에 망토를 걸치고 있고, 여자는 우아한 푸른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어 귀족층 자녀들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금 막 사랑에 빠진 연인일까? 아니면 금지된 사랑을 몰래 하는 비운의 연인일까? 19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화가다. 여성은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없던 시대에 태어났지만, 화가 아버지 덕에 재능을 살려 화가가 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그녀가 17세에 그린 것으로 자신의 서명을 넣은 첫 작품이다. 그림은 성경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수…
원숭이 두 마리가 쇠사슬에 묶인 채 아치형 창가에 앉아 있다. 생김새로 보아 서아프리카 삼림에 서식하는 붉은 머리의 긴꼬리원숭이다. 가엾은 이들 뒤로는 벨기에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아프리카에 있어야 할 원숭이들은 대체 왜 여기에 묶여 있는 걸까? 16세기 네…
인생에 어찌 따뜻한 봄날만 있을까. 살다보면 거센 폭풍우도 만나기 마련이다. 이 그림 속엔 바다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가 등장한다. 폭풍우가 불어닥치려는지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한데,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테라스 밖에 서 있다. 남자에게 등을 돌린 여자는 실내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댄 …
카페는 만남과 휴식, 사교의 장소다.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빈센트 반 고흐 역시 카페의 모습을 여러 번 화폭에 담았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카페는 전혀 활발한 사교의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왠지 음울하고 고독해 보인다. 고흐는 왜 이런 모습을 그린 걸까? 그림 속 카페는 남프랑스…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미술의 선구자 귀스타브 쿠르베가 그린 이 유명한 그림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다. 후원자를 위해 그린 그림인데, 화가 자신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걸까? 가난한 농민이나 노동자의 비참한 모습을 종종 그렸던 쿠르베는 …
유명 예술가나 수집가의 죽음은 미술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작품이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가 유언 없이 사망하자, 손녀 마리나는 1만 점이 넘는 작품을 포함해 유산의 5분의 1을 상속받았다. 그녀는 유작들을 냉정하게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에…
침대에 누운 엄마와 아기를 그린 가족화다. 그런데 설정이 기이하다. 침구는 물론이고 벽면까지 모두 흰색에다 아무런 장식이 없고, 이불 위로는 두 사람의 머리만 나와 있다. 게다가 아기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있다. 갓난아기는 엄마 품에 안기거나 젖을 빠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게 일반적인데 …
2002년 제59회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은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 ‘프리다’였다. 칼로가 환생한 것처럼 열연했던 멕시코 배우 샐마 하이엑은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찍었다. 화가 칼로의 인생에도 두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스스로 대형 사고라 표현…
“나는 당신을 그려야만 합니다! 반드시 그려야 해요!” 1926년의 어느 날, 베를린 시내를 걷던 한 여성에게 오토 딕스가 다가와 다짜고짜 했던 말이다. 여성의 이름은 실비아 폰 하르덴. 32세의 독일 신문기자이자 시인이었다. 당시 촉망받던 화가 딕스는 왜 그녀를 그토록 그리고자 했던…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마른 풀이 무성한 들판 위에 외로이 앉아 있다. 앙상한 두 팔로 힘겹게 몸을 지탱한 채 고개를 들고 멀리 있는 자신의 집을 응시하고 있다. 대체 이 여성은 누구기에 풀밭 위에서 혼자 이러고 있는 걸까? 앤드루 와이어스는 스무 살에 연 첫 개인전에서 작품을…
머리 없는 두 사내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둘 다 빅토리아 시대의 귀족 복장을 하고 있지만 알록달록한 무늬의 천은 지극히 ‘아프리카적’이다. 영국 귀족 남자들이 아프리카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는 이유가 뭘까? 작가는 머리 없는 마네킹에 왜 총을 쥐여준 걸까? 나이지리아계 영…
예수의 죽음을 이토록 비참하고 슬프게 표현한 그림이 또 있을까.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는 죽은 예수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서 보는 이를 충격에 빠뜨린다. 게다가 화가는 이 그림을 죽는 날까지 소중히 간직했다. 그 이유가 뭘까? 죽은 예수를 애도하는 그림은 많은 …
역대 최악의 남편을 꼽으라면, 영국의 헨리 8세가 1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여섯 번이나 한 데다, 왕비 두 명은 쫓아냈고 두 명은 누명을 씌워 참수까지 시켰으니 말이다. 이 그림 속 모델은 클레베의 앤으로 여섯 왕비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인이다. 그녀는 폭군 남편의 칼날…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그린 첫 그림이 뭔지 아는가? 악마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성 안토니우스를 묘사한 바로 이 그림이다. 놀랍게도 12세 무렵에 그렸다. 고작 열두 살밖에 안 된 어린이가 어떻게 이런 주제를 이토록 능숙한 솜씨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미켈란젤로는 스스로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