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큰 검은 쥐들이 원을 그리며 빙 둘러 서있다. 바깥쪽을 향해 몸을 세운 채 앞발을 치켜들고 있다. 앞으로 나가고자 하나 꼬리가 한데 묶여 있어 꼼짝할 수가 없다. 독일 조각가 카타리나 프리치의 ‘쥐 왕’은 강렬한 이미지와 압도적인 스케일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큰 주…
12월에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더 늘어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을 보며 외로움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도시민의 외로움과 고독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림은 야심한 밤 뉴욕 맨해튼 …
르네상스 3대 미술 거장에 속하는 라파엘로는 성모를 그리는 데 탁월했다. 그의 그림 속 성모는 우아하면서도 인간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라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핑크 마돈나’ 역시 아기 예수를 무릎에 앉혀 놓고 놀아주는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성모의…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19세기 미국 화가 차일드 하삼은 프랑스 유명 화가의 말 한마디에 도시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됐다. 이 그림은 그가 처음으로 그린 도시 풍경화다. 도대체 프랑스 화가가 뭐라고 했기에 그는 이런 겨울 풍경화를 그린 걸까? 그…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초상화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이브닝드레스, 금과 다이아몬드, 진주 등으로 장식한 값비싼 장신구들, 기품 있게 단장한 검은 머리, 금색 의자 위에 걸쳐 놓은 금색 자수의 숄 등 한눈에 봐도 파티나 무도회장에 가려는 차림인 듯하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다 추락해 죽은 비운의 주인공이다. 발명가인 아버지와 함께 미궁에 갇혔다가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 덕에 탈출한다. 하지만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다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비극적이…
덴마크의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에 가면 눈을 의심케 하는 특이한 그림 한 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지만 아무도 이 그림의 앞면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뒷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림이 왜 뒤집어져 있지? 아직 설치가 끝나지 않은 건가?’ 벽이 아닌 바닥에 놓인 그…
긴 웨이브 머리의 여성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른손엔 손거울을 들고 왼손으론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희고 볼은 빨갛게 상기되었다. 조금은 지쳐 보이기도 하고 긴 생각에 잠긴 것도 같은 그녀는 누굴까? 화가는 왜 거울 보는 장면을 그린 걸까? 이 그림은…
엄마의 죽음보다 큰 상실의 고통이 있을까. 화가 아실 고르키는 청소년기에 엄마를 잃었다. 부모의 보살핌 대신 가난과 고난 속에서 자란 그는 화가가 된 후에야 엄마를 애도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엄마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왠지 우울해 보인다. 도대체 그의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렘브란트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역사에서 완전히 잊힌 화가였다. 사후 거의 200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화가로 재발견될 수 있었을까? 이 그림은 페르메이르가 남긴 …
스캔들은 유명인에겐 치명적이지만 무명인에겐 명성의 사다리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스캔들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인상주의의 주창자였지만 그 자신은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고 국가의 공식 전람회인 살롱전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했다. 1667년 루이 …
명예를 얻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잃어버리는 건 한순간이다. 19세기 화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는 자신의 훼손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유명 평론가를 고소했다. 도대체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그림은 화가와 평론가 사이에 벌어진 가장 유명한 재판의 주인공…
민머리의 남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초현실적인 핑크색 몸은 발가벗었고, 머리에는 종이로 된 생일파티 모자를 쓰고 있다. 과할 정도로 크게 벌린 입안은 완전히 까매서 하얀 치아들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고 뭐 때문에 이리 크게 웃고 있는 걸까? 중국 작가 웨민쥔…
‘셀프 브랜딩’의 시대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자신을 알리기 위한 개성 넘치는 프로필 사진들이 넘친다. 16세기의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놀랍게도 현대의 셀프 브랜딩 개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찌감치 화가로서의 기량뿐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과시하는 자화상…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해골 같은 사람이 두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아하’ 하고 단박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바로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다. 이 그림은 광고, 영화, TV, 현대미술 등에서 수없이 패러디되거나 복제되어 ‘절규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