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일본 정부는 외국인 돌봄 인력의 가정 방문 돌봄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기존에 개호복지사(한국의 요양보호사) 등 외국인 돌봄 종사자가 시설에서만 근무하도록 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재택의료가 활성화된 일본에서 고령층 방문 돌봄 수요가 증가하자, 외국인 일손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40년 돌봄 인력이 약 69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도 내국인 중심으로 돌봄 인력을 찾다가 뒤늦게 외국으로 눈을 돌린 경우다. 2008년 경제연계협정(EPA)을 통해 외국인 간병인을 받아들였지만, 규모는 미미했다. 2019년 돌봄을 ‘특정 기능 1호’로 지정해 문호를 넓히면서 외국인 간병인이 크게 늘었다. 일본어 능력 등 일정 자격을 갖추면 바로 돌봄 시설에 취업해 최대 5년간 체류할 수 있게 했다. 이 제도로 들어온 외국인 간병인은 지난해 말 기준 4만4000여 명에 이른다. 초기엔 베트남 출신이 대다수였는데, 최근엔 인도네시아, 미얀마, 네팔 등 국적도 다양해졌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한국은 어떨까.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근무 간병인 3만4929명 중 46.4%가 외국인이었다. 언뜻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중 대다수는 중국동포다. 일본이나 홍콩처럼 외국인 돌봄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거나 받아들인 사례가 아니다. 60대 이상이 79%를 차지해 장기근속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뒤늦게 외국인 돌봄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개선했고, 올해 전국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대학으로 지정했다. 경기, 충북, 부산 등 지방 의회를 중심으로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제도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외국인 돌봄 인력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만은 30여 년 전부터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했고, 홍콩과 싱가포르는 언어 장벽이 낮아 외국 인력 수급이 유리하다. 중국이라는 변수도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중국은 향후 돌봄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아시아의 간병인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이젠 간병인을 하려는 중국동포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양질의 돌봄 인력을 데려오려면 국내 돌봄 시장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는 300만 명이 넘지만, 실제 일하는 인원은 약 70만 명뿐이다. 열악한 처우 탓에 ‘중장년 여성 저임금 일자리’로 굳어졌다. 내국인이 외면하는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일부 기술의 도움도 받겠지만 업무의 상당 부분을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체계적인 인력 확보 계획이 중요하다. 내국인 양성과 외국인 활용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구체적인 로드맵도 필요하다. 반도체 인재, 의사 양성도 중요하지만, 국민 삶의 마지막을 지키는 건 결국 돌봄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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