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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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에서 환경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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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사회일반60%
보건30%
대통령7%
선거3%
  • “저출산에 380조원… 다 어디로 갔나요”

    결혼 전 단란한 ‘4인 가족’을 꿈꿨던 조청훈(33)·최지윤 씨(29) 부부는 최근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고 합의했다. 남편은 4년 차 공무원, 부인은 7년 차 간호사로 둘 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지만 둘째는 버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 장만은 물론 아이 양육비와 육아시간 확보 등을 생각하다 보면 가끔 아이 한 명을 갖겠다는 계획도 사치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에겐 ‘내 집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연 3.55% 이하의 금리로 4억 원까지 대출해 주는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을 알아봤지만 소득 기준을 초과해 신청을 포기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부부 합산 연 소득이 8500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부부의 소득은 이를 300만 원 넘겼다. 맞벌이 신혼부부 평균소득(2022년 기준 8433만 원)을 감안해 정한 기준이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부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조 씨는 “고금리 상황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수백만 원일 것”이라고 했다. 최 씨에겐 다른 고민도 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임신 순번제’에 따라 자녀 계획을 세운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휴직하지 않도록 임신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최 씨는 “법적으로 보장된 임신 중 단축 근무나 육아휴직 1년도 쓰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선배들을 보면 둘째는 포기하거나 낳은 후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약 380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조 씨 부부 같은 청년들은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거의 없다. 어디에 다 쓴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합계출산율은 같은 기간 1.13명에서 0.72명으로 급감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2만 명 선이 깨졌다. 1년 전보다 3.3% 줄며 2월 출생아 수가 처음 2만 명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금까지 18년 동안의 저출산 대책이 왜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또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2030 청년 4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2030 남녀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또 저출산 전문가 20명의 조언을 들었다.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중 44.3%가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또 걸림돌이 해소될 경우 현재 계획보다 자녀를 더 낳겠다는 응답이 35.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출산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출산 예산 재배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실제 양육에 도움되는 유연근무-자녀수당 예산 더 늘려야” [출산율, 다시 '1.0대'로]새로 쓰는 저출산 예산 〈1〉 출산 막는 진짜 걸림돌 찾자‘출산 기피 가장 큰 이유’ 물었더니… 2030여성 24% “일-육아 병행 어려움”전문가들 “아빠 육아휴직 당연해져야” “아빠 육아휴직을 다녀온 선배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다 결국 회사를 떠났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직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거의 못 씁니다.” 회사원 유동현 씨(30)는 8년째 교제 중인 여자친구와 조만간 결혼할 생각이지만, 아이는 안 낳거나 최대한 늦게 가질 계획이다. 둘 다 직장을 다니는데 육아 시간을 충분히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도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유 씨는 “돈을 모으고 집도 사야 하다 보니 출산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올 2월 2030 무자녀 청년 15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청년 4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또 저출산 전문가 20명의 조언을 들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 3명 중 2명은 “출산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출산의 기쁨보다 아이를 키우느라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며 다양한 걸림돌을 언급했다.● 남성 “집값”, 여성 “경력 단절” 걸림돌 꼽아 3년 전 결혼한 정모 씨(33·여)는 남편과 오래 상의한 끝에 최근 아이를 안 낳기로 했다. 유치원생에게 월 수백만 원씩 사교육을 시키느라 생활비를 줄이는 친구와 학교 선배를 보며 내린 결정이었다. 정 씨는 “지금 맞벌이로 남편과 합쳐 월 700만 원가량 버는데 집 사느라 빌린 돈을 값다 보니 저축할 여력이 없다. 남들 하는 만큼 자식 뒷바라지하다가는 노후 준비가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19∼39세 대상 설문에서 ‘출산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43.7%가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성별로 나눠 보면 남성은 ‘높은 집값’(27.2%)을 출산의 걸림돌로 꼽은 응답이 여성(15.7%)보다 많았다.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늘리고, 저금리 대출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인 김준호 씨(34)는 “대출 형태가 대부분이다 보니 결국 갚아야 할 빚으로 여겨진다. 소득 기준도 너무 낮아 맞벌이 가구는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정부가 공급하는 신혼부부 주택이 청년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것도 문제다. 프리랜서 김별이 씨(31·여)는 2년 전 결혼 후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행복주택’에 당첨돼 입주했다. 전용면적 36㎡(약 11평) 크기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60만 원을 낸다. 김 씨는 “평수와 월세를 고려하면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일단 지금보다 큰 집을 구해야 출산 계획을 세울 것 같다”고 했다. 여성들에겐 ‘경력 단절 우려’가 출산의 큰 벽이었다. 설문에서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을 출산 걸림돌로 꼽은 여성 응답자는 23.8%로 남성(10.4%)의 2배가 넘었다. KSOI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각종 수당 지원 등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일과 근무 환경을 포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가정 양립에 집중해야” 동아일보의 설문에 응한 전문가 20명은 정부가 18년 동안 지출한 것으로 집계된 저출산 예산 380조 원에는 허수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접 가족 관련 예산 지출은 한국의 경우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1940조 7000억 원 대비 1.6%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스웨덴(3.4%), 프랑스(2.9%) 등의 절반 남짓이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목표는 직접 출산에 영향을 주는 가족 지원 예산을 GDP 대비 평균 2.6%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또 일·가정 양립, 그중에서도 유연근무 정착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전문가 20명에게 2022년 투입된 저출산 예산 48조 원을 저출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시 배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 예산을 현재(3.6%)의 약 4배 수준인 14.7%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시간제 등 유연근무가 더 허용되고 아빠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돼야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공공의창은 2016년 출범한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 리서치뷰, 우리리서치, 리서치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티브릿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휴먼앤데이터,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메타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DPI,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여론조사·데이터분석·숙의토론 관련 기업이 회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조사 의뢰를 받지 않으며 대신 비용은 회원사들이 자체 분담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39세 남녀 4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T 이동통신 가입자 대상 무선 100% 조사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81%포인트다.설문 참여 전문가(가나다순) 김정석 인구학회장(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윤정 보건사회연구원 국제협력단장,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연구센터장,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철영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황명진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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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실제 저출산 예산, OECD보다 年10조 적어”

    “각 부처에서 예산을 따려고 온갖 사업에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가져옵니다. 정부도 ‘예산을 덜 쓴다’는 비난이 겁나 이것저것 끼워 넣다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겁니다.”올 2월 퇴임 직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영미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장관급)은 18년 동안 약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합계출산율이 급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학자 출신으로 나경원 전 부위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2월 취임한 김 전 부위원장은 “넓게 보면 인구와 관련 없는 예산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재임 기간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계산하니 직접적인 저출산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10조 원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또 “OECD 평균보다 부족한 10조 원을 확보해 일·가정 양립과 (현재 8세까지 주는) 아동수당 확대에 집중 투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재원으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교부금 활용의 경우 교육 당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일·가정 양립과 관련해선 기업 역할을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기업이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 정부는 보육과 교육 시설을 늘려야 하고, 부모도 양육 부담이 커진다. 기업이 가정 친화적으로 변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의 출산과 육아를 적극 지원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지금보다 폭넓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 전 부위원장은 또 “모든 정책은 부작용이 있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며 “그게 두려워 이것저것 조금씩 하다 보면 효과는 안 나고 돈은 많이 든다.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외벌이 가구에서 전업주부의 자녀 양육을 지원할 건지, 아니면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할 것인지를 따져 보면 지금은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주거 문제와 관련해선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매년 20만 쌍이 결혼한다면 80%인 16만 쌍 정도는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받게 해야 정책 체감도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교통부를 가장 많이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에서 ‘결혼 패널티’라고 불리는 소득 제한을 완화하고, ‘결혼 후 몇 년’이 아니라 아이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해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했다.‘부처 간 협력’도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과물이 수요자의 눈높이와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젊은 부부들은 ‘거주할 집’이 아니라 ‘아이를 키울 만한 집’을 원한다”며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수요자의 선호를 고려한 주택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저출산 정책 동력을 높이기 위해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저출산 문제가 몇몇 정책만으로 해결된다면 실무 부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그러나 한국은 집값부터 사교육, 일자리, 지방소멸 등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중첩돼 있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여러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위원회 구조가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나혼자 산다’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에 방문해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얼마 전에 한 출연자가 ‘나혼자 산다’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키즈카페에 가는 등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웃었다.후임자인 주형환 부위원장에 대해선 “복지부, 국토부, 고용노동부 등에선 의지가 있더라도 재원 문제 때문에 주저하는 정책이 많다”며 “기획재정부 출신인 만큼 재원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면 상당한 성과일 것”이라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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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의대 19곳 교수들 “다음주 하루 휴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교수들이 30일부터 주 1회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하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등을 산하에 둔 울산대 교수들도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두 대학을 포함해 의대 19곳이 참여하는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이날 총회를 열고 “다음 주 중인 30일 또는 다음 달 3일 하루 휴진하고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를 26일 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혀 의료 공백이 한층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총회를 열고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결의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교수들이 주 80∼100시간 근무하면서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라며 “휴진은 과별로 사정에 맞게 진행하되 응급 수술이나 중증 환자 진료는 지금까지처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총회를 열고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진료 및 수술을 중단하기로 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휴직을 신청해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전의비도 “진료 축소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주당 70∼100시간 이상의 근무로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다음 주 하루 휴진 방침을 밝혔다. ‘주 1회 자율 휴진’ 참여를 결정했거나 검토 중인 곳은 주요 의대 21곳 산하 대형병원 53곳에 달한다. 사직서 제출도 이어지고 있다. 전의비 소속 교수들은 “사직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25일부터 사직(병원 이탈)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는 26일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주 진료 축소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여전히 교수들이 주장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정부와 일대일 대화를 원한다는 주장이 있어 일주일 전부터 ‘5+4 의정협의체’를 비공개로 제안했으나 이마저 거부하고 있다”며 “의사단체가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교수들이 병원을 이탈하더라도 전공의 이탈 때처럼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진 않을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은 없고 교수들에게 의료 현장을 지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대-아산병원 잇달아 “주1회 휴진”… ‘의대증원 재검토’ 압박 [의료혼란 장기화]주요 대형병원 휴진 확산“전공의 이탈 10주째 주100시간 근무”… 교수들 ‘환자 안전 위한 조치’ 주장병원은 진료 축소로 경영난 커질듯… 정부, 교수 자극 우려해 신중 대응 ‘주 1회 휴진’을 선언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이 10주째 이어지면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과 외래 진료를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전체 의사의 30, 40%를 차지하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교수가 당직을 서고 다음 날 바로 진료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국 의대 19곳이 참여하는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최창민 위원장(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너무 힘들어 매일 의료사고를 걱정 중”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진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의비는 이날 총회를 열고 “다음 주 대학별로 날짜를 정해 하루 휴진하고 이후 주 1회 휴진 여부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는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를 일축하는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 상황에 맞게 자율 휴진”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중에는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4곳이 진료 축소 방침을 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수와 환자를 위한 안전 진료 차원에서 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참 방식은 과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대 의대는 우선 외래 진료를 10% 줄이고 주 1회 휴진은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지역 대학병원도 진료 축소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는 26일부터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고 외래 진료는 다음 달 3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강홍제 비대위원장은 “조금이라도 휴식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진료 축소로 경영난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전국 주요 수련병원 50곳의 의료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9%(4238억 원) 줄었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장은 “전공의 없이 두 달 넘게 버티다 한계에 달한 교수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라면서도 “경영에 악영향이 미치는 걸 막기 위해 진료 축소에 참여하는 교수를 최소화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주 80∼100시간씩 일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병원이 교수들에게 진료를 강요하거나 법정 기준 시간 이상의 근무를 요구할 경우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들 “사직서 수리 안 돼도 병원 떠날 것” 사직 및 병원 이탈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대 의대 산하 8개 병원 교수들은 비대위가 취합해 보관하던 사직서를 26일 의대 학장에게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비대위에 사직서를 맡긴 교수는 수백 명이다. 울산대 의대도 23일 총회를 연 후 “25일로 예정된 교수 사직이 예정대로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사직은 예약된 진료와 수술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선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 대학 총장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수 일부는 사직서 수리와 무관하게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음 달 1일 병원을 떠날 것”이라며 “무단 결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인사고과 불이익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도 “예정된 수술을 마친 뒤 이달 말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실제로 주 1회 휴진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교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공의들에게 내렸던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선 교수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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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교수 이탈 초읽기… 서울대병원 “30일부터 주1회 휴진 추진”

    정부는 이달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사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교수들은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연쇄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선 결국 소송을 통해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사직 불가” vs 교수들 “가능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일부 접수됐지만 수리 예정인 사례는 없다”며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차관은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이고, 사립대 교수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며 사직서 제출 한 달 뒤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립대는 임용권자인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교수는 사직할 수 없다”며 “사립대 교수도 사립학교법을 적용할 경우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의사단체는 사직 통보 후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660조를 들며 반박한다. 성균관대 의대 최용수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수들은 사용자인 대학이나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민법이 적용된다. 당연히 사직 효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사립대 의대 교수는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립대 교수의 경우 근로 계약 해지에 관해서도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법이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총장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항의하며 소송을 낼 경우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장 25일부터 병원을 이탈하는 교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들이 수술이나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고 30일부터 매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누적된 피로를 감안한 조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두 교수도 최근 진료실에 “사직 희망일은 2024년 8월 31일이다.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충남대병원도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대부분의 외래와 수술을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 “항암 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행” 환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최희승 췌장암환우회 부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암이 4기 이상 진행돼도 항암 치료를 받아 4, 5년 더 살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후엔 병원이 환자에게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안하거나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내원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차관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자율 감축이 정부의 마지막 제안이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그렇다”며 의사단체의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의사단체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내달라”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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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의대 교수, 공무원법 따라 사직 불가” 교수들 “민법상 가능”

    정부는 이달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해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사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교수들은 “민법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교수들이 연쇄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선 결국 소송을 통해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사직 불가” vs 교수들 “가능하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일부 접수됐지만 수리 예정인 사례는 없다”며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사직서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차관은 “국립대 교수는 국가공무원이고, 사립대 교수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며 사직서 제출 한 달 뒤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립대는 임용권자인 총장이 수리하지 않으면 교수는 사직할 수 없다”며 “사립대 교수도 사립학교법을 적용할 경우 대학 총장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없다”고 밝혔다.반면 의사단체는 사직 통보 후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660조를 들며 반박한다. 성균관대 의대 최용수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수들은 사용자인 대학이나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민법이 적용된다. 당연히 사직 효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법조계에선 사립대 의대 교수는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립대 교수의 경우 근로 계약 해지에 관해서도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법이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총장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항의하며 소송을 낼 경우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다만 당장 25일부터 병원을 이탈하는 교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들이 수술이나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고 30일부터 매주 1회 수술과 진료를 멈추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누적된 피로를 감안한 조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두 교수도 최근 진료실에 “사직 희망일은 2024년 8월 31일이다.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알려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충남대병원도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대부분의 외래와 수술을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 “항암 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행”환자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최희승 췌장암환우회 부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암이 4기 이상 진행돼도 항암 치료를 받아 4, 5년 더 살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후엔 병원이 환자에게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안하거나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내원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박 차관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자율 감축이 정부의 마지막 제안이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그렇다”며 의사단체의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 ’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의사단체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논의나 1년 유예를 주장하기보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내달라”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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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협 “의료붕괴 일주일 남아” 정부 “떠나는 교수 많지 않을것”

    정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일정 범위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 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의사단체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총장들의 건의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제안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부총리가 국립대에 비합리적인 요구를 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교수들이 순차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전망이고, 각 대학의 자율 감축 폭이 이달 말까지 결정되면 더는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주가 의정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 “의료 붕괴 막을 시간 1주 남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총리가 국립대 총장들을 만나 자율 감축안을 먼저 제안했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이 부총리가 총장들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것 같은데 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율 감축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의협 비대위도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자율 감축안은)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보도와 관련해 “이 부총리가 총장들을 만났으며 논의 과정에서 자율 감축안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유일한 해법이란 입장이다. 의협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25일부터 교수 사직서가 수리되고,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5월부터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의대는 5월에 학사 일정을 이어갈 수 없고 대학병원도 5월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의료 시스템이) 회복 가능한 기간이 1주일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대학 등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 후 1개월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25일부터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교수들이 항의의 의미로 사직서를 각 대학 교수단체에 냈을 뿐 실제로 대학에 전달된 경우는 많지 않고, 설사 전달됐더라도 대부분은 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학교에 실제로 접수된 사직서는 100건 안팎”이라며 “이 중에는 이직 등 개인 사유로 인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복지부는 실제 이탈 현황을 지켜보면서 전공의 이탈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0일 의협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뒤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전임의 일부 돌아오는 분위기도 정부는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펠로)들의 복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복지부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임의 계약률은 55.6%였다. 2월 말(33.6%)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올랐다. 4월 복무가 끝나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710명 중 139명이 전임의 계약을 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또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생계유지 압박이 크거나 교수 꿈을 이루는 전임의가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은 전임의와 함께 군병원 등이 메우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월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군병원에서 진료받은 민간인은 768명에 달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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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의료피해 지원한다던 정부, 2392건 중 ‘의료공백 연관’ 인정 0건

    《의료공백 피해 연관성 입증 0건정부가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고 소송을 돕겠다”며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연 지 두 달이 됐다. 그동안 약 2400건의 피해 상담이 접수됐지만 의료공백과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환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인과관계 규명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종호 씨(44)의 아버지는 2월 말 장폐색으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 후 이틀 만에 증상이 악화돼 패혈증으로 숨졌다. 이 씨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병원 이탈로 대형병원 진료가 축소되면서 입원 환자들이 대거 퇴원하던 시기에 아버지도 병원을 나와야 했다”며 “의료공백으로 수술이나 진료를 못 받아 숨진 건 아닌지 꼭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피해신고서를 냈지만 한 달 가까이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는 “센터에 진행 상황을 문의해도 ‘잘 모르겠다’고만 하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가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민형사상 소송도 돕겠다”며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로 인정된 사례가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송을 지원한 경우도 없었는데 환자단체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료공백과 환자 피해 사이의 관련성을 밝히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 인정 0건”정부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기 시작하던 2월 19일 피해신고·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7일까지 피해 상담 2392건이 접수됐고 이 중 신고까지 이뤄진 경우는 678건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응급실 표류’ 사망 5건 역시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의료공백과의 연관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병원 7곳에서 수용이 거부된 후 사망한 대전 80대 심정지 환자(2월 23일)와 병원 6곳에서 수용이 거부된 후 사망한 경남 김해시 60대 심장질환자(3월 31일)에 대해선 의사 집단행동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냈다. 또 △전신주에 깔린 후 병원 3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고 숨진 충북 충주시 70대 여성(3월 23일) △도랑에 빠진 후 병원 10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고 숨진 충북 보은군 33개월 여아(3월 30일) △병원 10곳 이상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후 울산에서 사망한 부산의 50대 대동맥 박리 환자(4월 1일)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환자 피해와 의료공백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망 사건의 경우 전공의 이탈 후 응급실 및 중환자실 가동률이 하락한 것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전공의가 근무했다면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의사단체도 보도되는 사망 사고들은 의료공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달 31일 사망한 김해시 60대 환자와 이달 1일 사망한 부산 50대 환자의 경우 대동맥 박리 환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동맥 박리 수술을 응급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고 흉부외과는 전공의에 의존해 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전공의 사직 사태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사, 의료공백 피해 인정 꺼려” 반면 환자단체들은 ‘의료공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걸 인정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 및 의사단체가 의료공백과 환자 피해의 관련성을 밝히는 것에 소극적이란 입장이다. 김성주 한국중증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정확한 조사도 하기 전에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의료공백이 없더라도 살리기 어려웠던 환자’라고 주장한다”며 “정부와 의사 모두 여론의 질타가 무서워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모두 소극적인 이상 환자가 피해를 입증해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환자 사망이 전공의 이탈로 발생했는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환자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년 전 심장 수술을 받은 강모 씨(71)는 “갑자기 쓰러지면 제때 치료를 받을 순 있을지, 피해가 생기면 보상은 받을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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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협 “이주호, 총장들에 비합리적 요구” 반발…이번주 의정갈등 분수령

    정부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일정 범위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 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의사단체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특히 총장들의 건의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제안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부총리가 국립대에 비합리적인 요구를 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25일부터 사직서를 낸 교수들이 순차적으로 병원을 이탈할 전망이고, 각 대학의 자율 감축 폭이 이달 말까지 결정되면 더는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주가 의정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 “의료붕괴 막을 시간 1주 남았다”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총리가 국립 총장들을 만나 자율 감축안을 먼저 제안했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이 부총리가 총장들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것 같은데 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율 감축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의협 비대위도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자율 감축안은)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보도와 관련해 “이 부총리가 총장들을 만났으며 논의 과정에서 자율 감축안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의협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유일한 해법이란 입장이다. 의협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25일부터 교수 사직서가 수리되고,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5월부터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의대는 5월에 학사 일정을 이어갈 수 없고 대학병원도 5월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의료 시스템이) 회복 가능한 기간이 1주일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다.의대 교수들은 지난 달 25일부터 대학 등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 후 1개월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25일부터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교수들이 항의의 의미로 사직서를 각 대학 교수단체에 냈을 뿐 실제로 대학에 전달된 경우는 많지 않고, 설사 전달됐더라도 대부분은 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학교에 실제로 접수된 사직서는 100건 안팎”이라며 “이 중에는 이직 등 개인 사유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복지부는 실제 이탈 현황을 지켜보면서 전공의 이탈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방침이다.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0일 의협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뒤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전임의 일부 돌아오는 분위기도정부는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펠로)들의 복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복지부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임의 계약률은 55.6%였다. 2월 말(33.6%)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올랐다. 4월 복무가 끝나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710명 중 139명이 전임의 계약을 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또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생계유지 압박이 크거나 교수 꿈을 이루는 전임의가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은 전임의와 함께 군병원 등이 메우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월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군병원에서 진료받은 민간인은 768명에 달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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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분, 50%까지 줄여 뽑게 해달라”… 거점국립대 6곳 총장들, 정부에 건의문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난 지방 거점 국립대 총장 6명이 증원분의 최대 절반을 줄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증원 규모가 ‘2000명’에서 ‘1701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의사단체에선 “교육 여건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정원 배분을 요청했다는 걸 총장들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18일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총장은 교육부에 건의문을 보내 “교원, 시설, 기자재 등 대학별 인적, 물적 자원 확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내년도는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안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정원이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제주대의 경우 증원분의 절반인 30명만 늘려도 된다. 이 대학들은 내년도 입학 정원이 총 598명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 대학들이 50%씩만 선발하면 전체 증원 규모는 총 2000명에서 총 1701명으로 줄어든다.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가 모두 동참할 경우 증원 규모가 총 1000명까지 줄 수도 있다. 국립대 총장들은 의대 반발로 학칙 개정 등 교내에서 정원 변경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자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마감 시한은 다가오는데 입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며 “일단 내년도에 50% 이상만 뽑고 남은 정원은 유보한 뒤 의정 합의나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들은 증원분 감축을 통해 의대 교수 이탈을 막고 의대생들에게도 복귀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총장들은 대통령실과 정부에도 내년도 의대 증원 유예 등을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의문을 냈다고 한다. 교육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인력 양성 정책에 따라 2000명 증원을 결정했는데, 이를 대학 자율로 줄일 수 있는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증원 방침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000명 증원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원을 50%만 늘린다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19일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가 참여에 부정적이어서 출범부터 ‘반쪽 특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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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의료개혁특위 띄웠지만…의협 “증원 해결이 먼저”

    정부가 19일 대통령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사단체에선 “증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협의체가 아니다”라며 참여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출범부터 ‘반쪽 특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정부는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특위 운영을 논의한 뒤 브리핑을 통해 특위 구성 및 운영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총선 직전부터 중단됐던 중대본 브리핑을 11일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특위에선 △전공의 제도 개선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 등 정부가 2월에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세부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또 이를 위해 정부 관계자와 대한병원협회,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인, 환자·소비자 단체 관계자 등 20명 안팎이 참여할 예정이다.정부는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각계의 합리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했다.정부가 특위 출범을 서두르는 것은 총선이 끝난 만큼 의정갈등으로 늦어진 의료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회 공론화 특별위원회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의사단체들은 특위 참여에 부정적이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특위에 참여할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정부 제안에도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 김성근 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특위 참여는 5월에 출범하는 차기 집행부 몫”이라면서도 “특위 구조는 자문위원회 성격이라 결정 권한도 없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일대일로 증원 논의에만 집중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도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다른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건 우선순위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들은 환자 및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처럼 의사들이 포위되며 정부 뜻대로 의료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 지도부는 이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만나 의정 갈등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계획 원점 재검토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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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자녀 낳겠다” 9.4%P↑… “반등 신호” vs “저출산 여전”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 은행원 박모 씨(34·여)는 결혼 상대와 “아들딸 구분 없이 한 명은 낳자”는 계획을 세웠다. 박 씨는 “경력 단절이 걱정돼 둘째까진 엄두가 안 나지만 출산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경제적 부담도 크니 선뜻 결심을 못 할 뿐 여력이 되면 한둘은 낳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박 씨처럼 출산 계획이 있다는 청년은 3년 사이에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사이에선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는 기대감과 “실제 출산율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자녀 낳겠다” 30대 18.2%→27.6% 여성가족부가 17일 발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녀 계획이 있다”고 답한 30대 응답자는 27.6%로 직전 2020년 조사(18.2%) 때보다 9.4%포인트 늘었다. 30세 미만에서도 같은 답변이 15.7%로 6.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자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30세 미만 19%, 30대 44.4%로 3년 전보다 각각 13.5%포인트, 10.3%포인트 줄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 7월 전국 1만2000가구 12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30대의 변화에 주목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0대에서 10명 중 1명은 출산 의향이 긍정적으로 바뀐 셈”이라며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다양한 저출산 대책이 알려지면서 청년층 일부가 출산 의향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면 2020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조사 결과 분석을 담당했던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의 경우 여전히 70% 이상이 ‘자녀 계획이 없다’거나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하고 있어 저출산 추세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선 ‘비혼’과 ‘무자녀’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전체적으로 34.0%에서 47.4%로 13.4%포인트 늘었고, ‘결혼 후 비출산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28.3%에서 34.6%로 6.3%포인트 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독신과 비출산에 동의하는 비율이 각각 66.9%와 56.6%에 달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양한 가족 형태,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라며 “이런 경향이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3가구 중 1가구 ‘나 혼자 산다’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33.6%로 3년 전(30.4%)보다 3.2%포인트 늘었다.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15.8%, 2015년 21.3%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가 겪는 어려움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를 꼽은 답변이 4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대처하기 어렵다’(37.6%), ‘가사 등을 하기 어렵다’(25.6%)가 뒤를 이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외롭다’는 답변은 23.3%로 3년 전 조사보다 5%포인트 늘어 1인 가구의 정신 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에 필요한 지원 대책으로는 응답자의 37.9%가 ‘주택 안정 지원’을 꼽았고, ‘돌봄 지원’(13.9%), ‘심리 정서적 지원’(10.3%) 등이 뒤를 이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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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끝, 이제라도 의정갈등 풀어야” 환자-의료진 한목소리

    전남 목포시에 사는 최모 씨(65)는 지난해 말 전립샘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올 2월 26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했지만 2월 20일 시작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여파로 수술이 취소됐다. “다시 일정을 잡아 연락을 주겠다”던 병원은 4월인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 씨는 “이러다 암이 전이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며 “정치권이 사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달 20일이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두 달이 된다. 의료 현장의 환자, 의사, 간호사, 119구급대 등은 ‘번아웃’ 및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그사이 4·10총선도 치러졌다. 현장에선 “이제 정말 정부와 국회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분출하고 있다. 박준범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3명이 그만두면서 요즘 밀려드는 환자들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 같은 병원 의사들 중엔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화장실도 최소한으로 가려고 근무 시간에 물을 거의 안 마시는 이들도 있다. 박 교수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장 손을 써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의료진이 부족해 중증 순서를 가려내야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방 병원은 더 심각하다. 경남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외래, 입원, 응급실 당직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력적으로 한계”라며 “24시간 당직 이후 잠을 못 자고 다시 외래 진료를 보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거점국립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은 대형병원 의존도가 더 높은데 고령 환자가 많다. 의료진이 부족해 다 수용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환자들에게 달려가는 구급대원들도 암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경남의 6년 차 구급대원은 “예전에는 대부분 현장 도착 30분 내 병원 이송을 끝냈다. 전공의 이탈 뒤에는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충청 지역 119구급대 관계자는 “응급 병상을 찾지 못하는 소위 ‘응급실 표류’에 직면하면 구급대원들이 이전보다 훨씬 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했다. 충남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센터가 환자를 돌려보내는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재정난도 심화되고 있다. 황수현 창원경상국립대병원장은 “은행 대출로 직원 1700여 명의 급여를 감당하는 실정”이라며 “대출마저 막히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 4월 한 달간 무급 휴가를 쓰게 된 간호사 김모 씨는 “다음 달까지 무급 휴가를 연장해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 등이 나서서 의정(醫政)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책에는 합리적인 내용도 있는데 ‘의대 2000명 증원’에 막혀 전체 논의가 멈췄다”며 “정부가 숫자에 매몰되지 말아야 다른 의료 개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증원 백지화’와 ‘의료계 통일안’을 언급하는 건 사실상 대화를 하지 말자는 의미”라며 “그런 조건 없이 빨리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의료대란을 막으려면 지금까지처럼 자기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서로의 의견을 듣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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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끝, 정부 나서달라” 두달째 갈등에 환자-의료진 ‘그로기 상태’

    전남 목포시에 사는 최모 씨(65)는 지난해 말 전립샘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올 2월 26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했지만 2월 20일 시작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여파로 수술이 취소됐다. “다시 일정을 잡아 연락을 주겠다”던 병원은 4월인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 씨는 “이러다 암이 전이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며 “정치권이 사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달 20일이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두 달이 된다. 의료 현장의 환자, 의사, 간호사, 119구급대 등은 ‘번아웃’ 및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그사이 4·10총선도 치러졌다. 현장에선 “이제 정말 정부와 국회가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분출하고 있다. 박준범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같은 조로 근무하던 전공의 3명이 그만두면서 요즘 밀려드는 환자들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 같은 병원 의사들은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화장실도 최소한으로 가려고 근무 시간에 물을 거의 안 마시는 이들도 있다. 박 교수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장 손을 써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의료진이 부족해 중증 순서를 가려내야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지방 병원은 더 심각하다. 경남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외래, 입원, 응급실 당직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력적으로 한계”라며 “24시간 당직 이후 잠을 못 자고 다시 외래 진료를 보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거점국립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은 대형병원 의존도가 더 높은데 고령 환자가 많다. 의료진이 부족해 다 수용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가장 먼저 환자들에게 달려가는 구급대원들도 암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경남의 6년 차 구급대원은 “예전에는 대부분 현장 도착 30분 내 병원 이송을 끝냈다. 전공의 이탈 뒤에는 병원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충청 지역 119구급대 관계자는 “응급병상을 찾지 못하는 소위 ‘응급실 표류’에 직면하면 구급대원들이 이전보다 훨씬 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했다. 충남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센터가 환자를 돌려보내는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재정난도 심화되고 있다. 황수현 창원경상국립대병원장은 “은행 대출로 직원 1700여 명의 급여를 감당하는 실정”이라며 “대출마저 막히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 4월 한 달간 무급 휴가를 쓰게 된 간호사 김모 씨는 “다음 달까지 무급 휴가를 연장해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 등이 나서서 의정(醫政)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책에는 합리적인 내용도 있는데 ‘의대 2000명 증원’에 막혀 전체 논의가 멈췄다”며 “정부가 숫자에 매몰되지 말아야 하려는 다른 의료 개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증원 백지화’와 ‘의료계 통일안’을 언급하는 건 사실상 대화를 하지 말자는 의미”라며 “그런 조건 없이 빨리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의료대란을 막으려면 지금까지처럼 자기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서로의 의견을 듣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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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력 잃은 의대 2000명 증원… 與 내부서도 “1년 유예-책임자 경질”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여당의 4·10총선 참패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의사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2000명 증원을 밀어붙여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의대 증원 1년 유예 및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는 등 여당에서도 정부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리한 의대 증원으로 총선 패배”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11일 “총선 결과는 정부의 독단과 독선 및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정부가 총선 전 선전포고하듯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하고 의료계의 우려에도 지금까지 이 숫자를 고집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도 “총선 결과는 절차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의료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역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증원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착잡한 분위기도 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날 새벽 “마음이 참 복잡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의사단체가 통일된 안을 가져오기 전까지 그대로 진행하겠다”던 정부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전날(10일) 오후 9시경 11일 오전 11시로 예정했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갑자기 취소했다. “특별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였지만 복지부 안팎에선 “출구조사가 여당 참패로 나오자 총선 후 후폭풍을 지켜보며 입장을 다시 정리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복지부는 12일 브리핑도 안 하기로 했다.● 안철수 “1년 유예하고 책임자 경질해야”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의료 공백 장기화가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계속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한 뒤 국민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책임자들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의사·환우회·국제기구가 모인 의료개혁 협의체에 전권을 맡겨 결론을 내게 하자”고 제안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조만간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제안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사람들이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만간 의사단체와 대화의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교수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계속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화가 당장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은 ‘강경파’와 ‘온건파’가 내부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느라 통일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또 대통령실과 내각 정책 라인이 교체될 경우 정부 내부에서도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국회가 중재 나서야” 하지만 ‘2000명 증원’ 방침을 바꾼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대학별로 다음 달까지 수시 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 이후 정원을 조정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의 극심한 혼란과 줄소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달 8일 브리핑에서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선거가 목전이란 이유로 개입하지 않았던 국회가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이제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중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긴급 국회를 소집해 장기화하는 의사 진료 거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민주당이 압승한 만큼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의료 공백 해법을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각계가 참여한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했고 “(증원 규모는) 400∼500명이 적당하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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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력 떨어진 의대 2000명 증원…의사단체 “불통 정책 심판”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여당의 4·10총선 참패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의사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2000명 증원을 밀어붙여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며 원점 재검토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의대 증원 1년 유예 및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는 등 여당에서도 정부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리한 의대 증원으로 총선 패배”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11일 “총선 결과는 정부의 독단과 독선 및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정부가 총선 전 선전포고하듯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하고 의료계의 우려에도 지금까지 이 숫자를 고집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상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도 “총선 결과는 절차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의료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주장했다.다만 의사단체 내부에선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역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증원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착잡한 분위기도 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날 새벽 “마음이 참 복잡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반면 “의사단체가 통일된 안을 가져오기 전까지 그대로 진행하겠다”던 정부는 한 풀 꺾인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전날(10일) 오후 9시경 11일 오전 11시로 예정했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갑자기 취소했다. “특별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였지만 복지부 안팎에선 “출구조사가 여당 참패로 나오자 총선 후 후폭풍을 지켜보며 입장을 다시 정리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복지부는 12일 브리핑도 안 하기로 했다.● 안철수 “1년 유예하고 책임자 경질해야”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의료 공백 장기화가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계속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한 뒤 국민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며 “의대증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책임자들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의사·환우회·국제기구가 모인 의료개혁 협의체에 전권을 맡겨 결론을 내게 하자"고 제안했다.의사들 사이에선 조만간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제안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사람들이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만간 의사단체와 대화의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교수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계속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계속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다만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화가 당장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은 ‘강경파’와 ‘온건파’가 내부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느라 통일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또 대통령실과 내각 정책 라인이 교체될 경우 정부 내부적으로도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국회가 중재 나서야”하지만 ‘2000명 증원’ 방침을 바꾸려 한다면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학별로 다음달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 이후 정원을 조정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의 극심한 혼란과 줄소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달 8일 브리핑에서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그 동안 선거가 목전이란 이유로 개입하지 않았던 국회가 정부 및 의사단체 간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이제 국회가 나서서 사태를 중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긴급 국회를 소집해 장기화하는 의사 진료 거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의료계에선 민주당이 압승한 만큼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의료공백 해법을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각계가 참여한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했고 “(적정 증원 규모는) 400~500명이 적당하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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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티면 이긴다”는 정부-의료계 강경파, 피해는 국민 몫 [기자의 눈/박성민]

    “총선 때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절대 안 돌아올 겁니다.” 지난달 말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선 전 정부와 의료계의 대타협 가능성을 이렇게 일축했다. 총선을 지렛대 삼아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게 목표인 전공의들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당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줄 것을 대통령실에 요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첨예한 의정(醫政) 갈등에 잠시나마 해빙 무드가 감도는 시기였다. 그러나 정부 내에선 이 같은 ‘회의론’이 우세했다. 안타깝게도 이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4일 극적으로 성사된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의 만남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사실상 ‘빈손 회동’이었다. “버티면 이긴다.” 올 2월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정부와 의료계 강경파들은 늘 ‘승리’를 장담해 왔다. 양측의 총선 후 전망이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안에선 종종 “총선만 지나면”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론 눈치를 봐야 할 정치 이벤트가 사라지면 의대 증원을 속전속결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정부의 정면 돌파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료계 강경파의 판단은 다르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불리한 건 정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은 면허 정지나 수련 지연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하고, 대한의사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 후 점차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00∼1000명 증원’ 등 중재안이나, 정부와 대화를 강조하는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설 자리가 없는 이유다. ‘2000명 증원’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한다는 정부와 정원 유지 또는 감축까지 외치는 의료계 강경파의 공통점은 이번 사태를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의 ‘치킨게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정부가 이겨도 이미 마음이 떠난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그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환자를 뒤로하고 장기간 집단행동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젊은 의사들에게 이전과 같은 신뢰를 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은 “수술이 더 지연될까 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한다. 국민과 환자들 눈엔 ‘답답한 정부, 무책임한 의사’만 보일 뿐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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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들 ‘尹면담’ 내분… “박단 탄핵” 성명서 돌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뒤 전공의 내부에서는 대표 탄핵에 동의해 달라는 성명서가 나왔다. 전공의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수련병원 대표들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며 대표의 ‘독단적 행동’을 경고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전공의들 사이에선 온라인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비대위원장) 탄핵 성명서’라는 문건이 공유되고 있다. 본인을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로 소개한 작성자는 “박 위원장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행했다”며 “전공의 다수가 찬성한다면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면담 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짧은 문구를 발표한 이후 (면담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종 결정을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무엇에 대한 투표를 할 것인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임 차기 회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내용의 영문 글을 게시했다. ‘내부의 적’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의협과 상의하지 않고 대통령과 면담한 박 위원장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며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독단 행동에 분노” “대표에 힘실어야”… 둘로 쪼개진 전공의 박단, 비대위에만 면담 내용 공유“논의 없이 대통령 면담” 탄핵 주장“의견취합땐 협상전략 노출” 반론도정부 “대화 추진 비판 말아야” “1만여 명의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사전에 의사 반영이 되지 않고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다.” 전공의 대표 탄핵을 주장한 한 전공의는 4일 성명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총회나 투표 등의 방식으로 사전에 합의하지 않아 “의사 커뮤니티에 수많은 비판글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일대일 면담에 응해 많은 이들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를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2020년 집단휴업(파업) 때 최대집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배제한 채 ‘9·4 의정합의’를 도출해 반발을 샀던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 면담 후 비대위원만 내용 공유 박 위원장은 4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대전협 비대위원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어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대화 지속 여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대위원 이외에는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선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도 없이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 대화 후에도 왜 아무런 설명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전체 의견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수도권 대학병원 전공의 김모 씨는 “대통령 만남에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전공의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대표는 “박 위원장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차단당했다”며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공통점은 불통”이라고 주장했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선 대통령 면담을 둘러싸고 분열 조짐마저 나왔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박 위원장이 의협과 상의 없이 윤 대통령을 만났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전공의에게 만남을 요청했는데, 의협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권 위임받은 비대위… 힘 실어줘야” 주장도 성명서 주장처럼 박 위원장 탄핵이 실제 비대위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대전협 총회를 통해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했다”며 “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서 의사결정 과정에 아쉬움이 있지만 전공의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취지다.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의견을 취합했다면 오히려 협상 전략이 외부로 새어 나가며 잡음만 커졌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부도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난 여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대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선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 기존 방침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5일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으로 교육의 자주성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총선일(10일) 이전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6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이 중 3건은 법원에서 각하됐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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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대통령 “의사 증원, 전공의 입장 존중”… 전공의 대표, 면담뒤 “의료의 미래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 면담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에 반발해 2월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를 시작으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45일 만이다. 의정(醫政)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4·10총선 사전투표 하루 전 의정 대화 물꼬가 트였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의대 정원 확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해 다각적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140분가량 면담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이 지적하는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전공의 처우,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 아래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공의 요구대로 정원 확대 백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면담엔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정부가 2월 6일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밝힌 뒤 윤 대통령이 의사단체 대표를 만난 건 처음이다. 면담은 의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였지만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대 증원 규모는 얘기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박 위원장 얘기를 주로 듣는 자리였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면담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썼다. 면담에 앞서 대전협 비대위는 “행정부 최고 수장을 만나 전공의 의견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남”이라며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도 했다. 대전협은 2월 20일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업무 개시 명령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등 7가지를 요구한 바 있다. 4·10총선 사전투표 하루 전날 면담이 성사된 데 대해 여권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은 자체만으로 여권은 부담을 덜어내는 셈”이라고 했다.전공의와 비공개 140분… “문제점 경청, 증원 규모 얘긴 안나눠” [의료공백 혼란]박단 “대통령에 의견전달 의의”… 내부반발 의식 “투표로 최종 결정”전공의 내부 강경파들 거센 반발… “朴 대표성 없어” 재신임 거론도 “윤석열 대통령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습니다.”(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 윤 대통령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45일 만에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을 만나며 의료 공백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면담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부정적 반응을 내놔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공개로 140분 동안 진행 이날 면담은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과 김 대변인만 배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4시 20분까지 140분 동안 진행됐다. 면담 자리에선 박 위원장이 주로 얘기하고 윤 대통령은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필수의료의 낮은 수가 등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와 전공의 처우 개선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2월 20일 대전협이 발표한 성명에서 요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의사 수급 추계기구 설치 △업무개시명령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등 ‘7대 요구’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쟁점인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후 대통령실에선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입장 존중’이 전공의 요구대로 ‘정원 확대 백지화’를 뜻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 인터넷 매체는 대통령실이 박 위원장에게 의대 증원 규모를 600명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강경파 전공의 “밀실 협의’ 반발 박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 전공의들에게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7대 요구)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병원 복귀 등)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해를 구했다. 대전협 비대위도 “(그동안) 외부 노출을 꺼리고 무대응을 유지한 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권자를 움직이기 위함이었다”며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 내부 강경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 대표는 “다수의 의견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에 대해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박 위원장과 비대위원 11인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다. 대전협 비대위는 대표성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적으로는 탄핵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조만간 박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을 묻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첫 면담의 후폭풍이 거센 만큼 향후 대화가 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와 전공의들의 증원 규모 인식 차가 커서 합의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2시간 넘는 면담에도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걸 두고 환자단체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료대란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정부와 의사단체는 원론적 주장보다는 조속한 합의를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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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도 결국 ‘비상경영’ 선언

    서울대병원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경영 체제 전환은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중 세브란스와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3번째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2일 내부 공지에서 “수련병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서울대병원 그룹은 부득이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자 안전을 위해 교직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 달라. 위기를 힘을 모아 극복하자”며 구성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서울대병원은 2월 20일 전공의 이탈 이후 진료와 수술을 절반가량으로 축소하며 매일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나자 지난달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000억 원 규모로 늘렸다. 또 전체 60여 개 병동 중 10개가량을 폐쇄하고 간호사 등으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날 비상경영 체제 전환으로 추가 병동 통폐합과 무급휴가 연장, 예산 지출 절감 조치 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에 노동자와 환자는 방치되고 있다. 병원이 노동자들에게만 무급휴가 등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지난달 중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 중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간호사 등 직원 무급휴가 기간을 최대 한 달에서 100일까지로 늘렸다. 서울성모병원도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대형병원 원장들을 만나 “정부가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정부의 본격적인 재정 지원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달부터 일부 교수들이 진료 축소에 동참하고 있어 외래 환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 가동을 두고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경영진과 오히려 더 줄여야 한다는 교수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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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명의료 중단 시기, ‘임종 과정→말기 환자’ 확대 검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데 대상을 ‘말기 환자’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2일 보건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고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죽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계획의 핵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종에 임박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명의료 결정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지난달까지 총 34만5328명이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연명의료로 규정하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만 이를 중단할 수 있게 했다. 법을 만들 당시 종교계 등의 요구로 대상을 사망 직전의 환자로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제도를 도입한 국가 중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한 곳은 한국뿐이다. 임종기라는 판단이 늦어져 사망할 때가 돼서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종합계획에는 말기 진단 전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환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무연고자 등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는 2촌 이내 친족만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 등을 만들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며 “연명의료 중단 시기 및 대상 확대는 법 개정 사항이어서 종합계획 의결 후에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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