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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반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요구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함께 분열된 의사단체 내부 상황,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이 협상의 여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대부분은 “2026학년도 정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제안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학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맞춰 교수를 추가 채용하고 교육 시설에도 막대한 투자를 할 텐데 과연 증원을 되돌리는 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말로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예산 투입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을 보면서 쌓인 불신도 여전하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사 사이에서 2026학년도 정원 재논의는 헛된 약속이란 말이 나온다”며 “정부는 분명히 각 대학이 투자한 재원을 근거로 정원 재조정이 어렵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열릴 경우 누가 참여할지 정하는 것도 의사단체가 분열된 상황에서 쉽지 않다. 법정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협)지만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돼 의대 교수 및 전공의와 이해관계가 다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의대 교수도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증원 최소화’를 요구하는 온건파로 나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어떤 인물이 대표가 되더라도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모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의사단체에선 “협상력을 높이려면 여야정과 의료계가 1 대 1 비율로 구성돼 여러 단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응급의료 공백으로 대정부 여론이 악화되는 등 정부가 수세에 몰린 것도 의료계가 더 강경하게 나서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에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자칫 배신자로 몰릴까 봐 선뜻 중재안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사직 전공의들이 여당과 정부의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버티는 것도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전공의 단체는 올 2월 병원을 이탈하면서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한 이후 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번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도 9일까지 4일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공의 중 일부는 ‘자신들만 경력에 공백을 남긴 채 병원을 떠났다’며 선배 의사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4년차 레지던트를 지내다 사직한 전직 전공의는 “함께 싸우겠다던 교수 대다수는 결국 자리를 지키고 있고 종합병원들은 환자가 넘쳐 현 상황에 불만이 없다.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전공의와 의대생들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 ‘증원 백지화’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경우 전공의들의 복귀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응급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며 파견한 군의관들이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군의관들에 대한 징계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2시간 만에 번복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땜질식 명령과 협박을 남발하는 정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8일 복지부는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의 근무 거부를 놓고 “군의관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더라도 (근무 거부 등)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 교육 및 설득과 함께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일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등 대형병원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이 응급실 근무를 부담스러워해 모두 대기 중이거나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 등에 투입된 상태다. 정부의 징계 방침이 나오자 의료계에선 “비전공자에게 응급실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한다는 건 부당한 조치”라는 반발이 나왔다. 결국 복지부는 징계를 언급한 지 2시간여 만에 “서면 답변 과정에서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 응급실 근무 거부 군의관에 대한 징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도 “파견 군의관의 근무지 명령 위반 징계 조치와 관련해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군의관 상당수는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꼽는다. 하지만 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과실에 의한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배상책임 동의서를 65개 기관이 이미 4월에 제출했다”며 “병원의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보완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해 청구 건당 2억 원까지 보상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와 의료진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라며 “징계로 협박하며 역량 이상의 진료를 강제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에게 추가 수련 기간 3개월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전공의 수련 특례 적용 기준안’을 이달 초 공고해 최근 의견 수렴을 마쳤다. 특례를 적용해 이달 초 복귀한 일부 사직 전공의들의 상급 연차 진급 및 내년 초 전문의 취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증원 규모 등 의견을 제시해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도 재검토” 정부 “대화 불참땐 2026학년 논의도 불가”[여야의정 협의체 난항]의사단체, 尹대통령 사과 등 요구… 대통령실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오늘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韓 ‘추석前 협의체 발족’ 의료계 접촉“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대해서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7일 “의료계가 계속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6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의사단체의 논의 참여를 전제한 것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2026학년도 증원도 강행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도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서도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도 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가급적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고 했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의대 증원을 둘러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협의체 참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사과 등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2025학년도 증원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증원 논의가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정부가 내년도 증원을 강행하는데) 의협이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의사들에게 단일안을 내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여야정부터 먼저 단일안을 내놔야 한다”고도 했다.정부는 9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 등을 고려하면 4610명으로 결정된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며 논의 가능성까지 닫진 않았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의료계가 의견을 제시해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의사단체와 야당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단체를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2025학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진 미지수다.한편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에 투입됐음에도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 15명의 징계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2시간 만에 “징계 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의협 “2025학년 증원 재검토” 정부 “대화 나와야 2026학년 논의”“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다.”(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당장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성이 없다.”(정부 관계자)여야의정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8일 이같이 맞섰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증원 결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반면 정부와 여당은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조정이 어렵다”며 나머지 요구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이 먼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구 수위 높여가는 의사단체당정 내부에선 의사단체들이 갈수록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당초 의협은 협의체 제안이 나온 6일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7일에는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줄짜리 입장만 냈다. 그러다 이날엔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까지 처음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내일부터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대해서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지금 시점에 새로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도 “의료계가 계속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논의 테이블에 참여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른 의사단체들도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낸 성명에서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며 “의대 증원의 근거를 공개하고 의료계 의견 수렴을 한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7일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6일 낸 성명에서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용산,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 등 일축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등에 대해 “의료개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의료계는) 자신들이 안을 내놓지 않았으면서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다만 협의체에 의료계가 빠질 경우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 거기서 이야기하자”라고 했다. 2026학년도 이후 정원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추석 이전 협의체 첫 회의를 목표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단체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피해야 한다’면서 매우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고 있고 의사단체를 방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9일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의료계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여야는 이날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3, 4명씩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의체 구성 방식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중 진료를 거부하거나 원래 근무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한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3명과 면담한 후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들은 응급의학이 아닌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로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며 응급실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문의 7명만 남아 2인 1조 응급실 근무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남부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은 모두 3명이지만 5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1명만 출근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업무 범위 등을 논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 원래 근무지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4일 배치한 군의관 15명 중 응급의학 전공자가 8명인 반면 9일까지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235명 중에는 응급의학 전공자가 없어 근무 거부 등의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4일 배치된 군의관 중 일부는 의료 사고 등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5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다시 협의하며 (군의관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조선대에선 20대 학생이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같은 캠퍼스에 있는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식 불명 상태다. 2일 오전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70대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수차례 거절당했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고신대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졌다. 응급의료 전문의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라간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늘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의 권역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추석 명절 기간인 11∼25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부가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배치한 군의관 중 진료를 거부하거나 원래 근무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응급실에 투입하겠다고 한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정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전날 파견된 군의관 3명과 면담 후 소속 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들은 응급의학이 아닌 다른 필수과 전문의들로 “응급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전 고지를 못 받았다”며 응급실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전문의 7명만 남아 2인 1조 응급실 근무 편성이 어려워졌다. 경기 남부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배치된 군의관은 모두 3명이지만 5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1명만 출근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충남대병원에서도 업무 범위 등을 논의하다 의견이 안 맞아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정부가 4일 배치한 군의관 15명 중 응급의학 전공자가 8명인 반면 9일까지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235명 중에는 응급의학 전공자가 없어 근무 거부 등의 상황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4일 배치된 군의관 중 일부는 의료 사고 등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5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방부와 다시 협의하며 (군의관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에선 20대 학생이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같은 캠퍼스에 있는 조선대병원에서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고 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 불명 상태다. 2일 오전 부산에선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운반하던 70대가 2층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수 차례 거절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50km 떨어진 고신대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졌다.응급의료 전문의 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복지부가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라간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1만61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2.2% 많았다.한편 대통령실은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의 권역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추석 명절 기간인 11~25일 지방자치단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고 전국 응급실 409곳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을 4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내놓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에 걸쳐 현재 9%에서 13%까지 오르게 된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매년 인상되는 것이다. 계획대로 내년에 보험료율 인상이 실현된다면 1998년 이후 27년 만이 된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부모 세대보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았고,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 높은 보험료율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다만 “보험료율 차등은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개혁안 국회 제출 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안에는 기금 고갈이 가까워지면 수급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개혁안대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이 조정되고 기금수익률을 5.5%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현재 2056년에서 2072년으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고갈 시점을 최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해 ‘맹탕개혁안’이란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례없는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에 대해선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정부가 공언했던 ‘구조개혁’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제안은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나쁜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인상안으로 다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서둘러 국회 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연금 내는 돈 ‘50대 4년간 빠르게, 20대는 16년간 천천히’ 올린다[정부 연금개혁안]국민연금 보험료, 세대별 차등 인상…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걸쳐 인상50대 인상 속도, 20대보다 4배 빨라… 정부 개혁안, 젊은층 부담완화 초점재정안정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 의무가입 연령, 64세로 높이기로4일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 계획’은 기금 고갈을 가능한 한 늦추는 동시에 청년층 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청년층 보험료율은 중장년층에 비해 천천히 올리고,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2%(2028년부터는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 ―왜 연령대별로 인상률이 다른가.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 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현재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 ―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 ―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 ―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 “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이유는.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장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 고갈 시기를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인상 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던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이듬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지급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 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 의무 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4일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은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는 동시에 청년층 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청년층 보험료율은 중장년층에 비해 천천히 올리고,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왜 연령대별로 인상률이 다른가?“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세~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이유는.“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고갈 시기가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율과 기대여명 증감율을 반영해 인상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는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국가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연금 의무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응급환자 수용이 혹시 가능한가요?” 2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 이날 야간 당직인 응급의학과 고벽성 교수의 휴대전화는 5, 10분마다 울렸다.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다른 병원 관계자와 119 구급대원의 전화였다. 고 교수는 다른 병원 관계자 전화에는 미안한 말투로 “병원 간 전원은 어렵다”며 예외없이 거절했다. 119 구급대원 전화에도 상태가 중증인 절반 정도만 “환자를 보내라”고 했다.한양대병원은 서울 동남권 권역센터다. 권역 내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한다는 명칭이 무색하게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중증외상환자 수용 불가’, ‘전원의 경우 기존 환자 외 모든 환자 수용 불가’ 등 각종 제한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 같은 진료 제한은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8명이 병원을 떠나며 시작됐다. 연수까지 겹치며 20명이던 의사가 11명으로 반토막 났고 결국 5, 6명이 서던 당직을 2명이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7월부터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투입하긴 했지만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병상도 33개에서 20개로 줄였다. 환자를 받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응급 처치 후 진료를 담당할 배후 필수과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것도 있다. 고 교수는 “예전에는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당직 의사가 마취과의 도움을 받아 응급수술을 했다. 지금은 어디나 의사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 보니 무턱대고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의 경우 최근 호흡기내과, 췌장담도암센터 교수 등 필수과 의사들이 잇따라 사직한 탓에 기존 입원 및 외래 환자 진료 외에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3일에도 “전체 응급실 409곳 중 99%인 406곳이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며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한양대병원처럼 문을 닫진 않았지만 응급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원이 상당수라고 지적한다. 역시 권역센터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의 경우 3일 응급실 문 앞에 ‘한시적 축소 운영’ 안내문을 붙였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금요일 오전 7시에는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병원은 이미 매주 수, 토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소아응급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경 아주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이모 씨(38)는 “맹장이 터져서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병원이 중증이 아니라며 돌려보내는 모습을 봤다.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이 중 3명이 병원을 떠났고 4명이 추가로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진료 중단을 선언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이 주말 또는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이대목동병원도 매주 수요일 야간 응급실 신규 환자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뇌경색-가스중독 환자 밀려오는데…“심정지만 수용” “신규 안받아”‘최후 보루’ 권역응급센터도 한계응급실 문은 열었지만 진료 제한… 중증 환자들 골든타임 놓칠 우려의사들 “응급환자 대형병원 몰려와…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다”정부에 따르면 3일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주말 또는 야간 진료를 중단한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과 매주 수요일 신규 환자 야간진료를 중단한 이대목동병원 등 4곳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구급대원 사이에선 “대형병원 응급실 상당수가 문은 열었지만 진료를 대폭 축소해 응급환자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기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현재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병원 측에 허락을 얻어 2일 오후 8시부터 3일 오전 2시 반까지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센터) 야간 진료 상황을 취재했다.● 권역센터로 몰려드는 응급환자들 일반 병원들이 문을 닫은 2일 오후 8시경 한양대병원 권역센터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진 20대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 왔다.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은 응급의학과 고벽성 교수에게 “발견 당시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수치가 42%까지 올랐다”고 했다. 이 수치는 5% 이하가 일반적이며 50% 이상이면 혼수 및 치사 상태가 된다. 고 교수는 여성이 노출된 가스 종류 등을 확인한 뒤 “고압산소 치료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서울에서 야간에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고압산소 치료할 수 있는 곳은 한양대병원 1곳뿐이다. 의료공백 전에는 다른 병원 응급실 2곳에서도 가능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최근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날도 가스 중독이나 뇌경색 등 꼭 수용해야만 하는 환자를 우선 받다 보니 상당수의 이송 요청은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고 교수는 “그나마 우리 병원은 당직 의사가 2명이라 한 명이 중증환자를 돌보는 동안 다른 환자를 맡을 수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늘면서 ‘최후의 보루’인 권역센터 문을 두드리는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날 오후 11시경에는 용산소방서 구급대가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20대 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다”며 이송을 요청했다. 고 교수가 “받겠다”고 하자마자 이번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70대 환자가 광진소방서 구급차에 실려 왔다. 구급대 중에는 “전화로는 안 받아 준다”며 일단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 교수는 “2차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들이 ‘받아 주는 곳이 없다’며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밀려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증환자 처치가 어려워진다”며 발을 굴렀다.● 진료 제한 늘어나는 권역센터 의료계에선 한양대병원 같은 권역센터에서 진료 제한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의 경우 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중증외상환자 수용 불가, 정신과·안과·정형외과 진료 필요 환자 수용 불가 등 9개의 제한 메시지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려 놓은 상태다. 전국에 44곳뿐인 권역센터는 해당 권역 내 최종 치료기관인 만큼 여기서 수용이 거절된 중증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역시 권역센터로 서울 서남권을 책임진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이달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신규 환자를 안 받기로 했다. 권역센터인 아주대병원 응급실도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는 “심정지 환자만 받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진료지원(PA) 간호사를 투입해 공백을 메우고 고비를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권역센터에 투입된 한 PA 간호사는 “동맥혈 채혈, 비위관(콧줄) 삽입 등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맡고 있지만 갈수록 먼 지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의료진 모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정부가 현재 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책정된 약 3000개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왜곡된) 의료 이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에 착수한다. 참여 병원들은 3년 내 중증환자 비율을 70%까지 늘리거나, 현재보다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지역에 따라 5∼15% 감축하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율은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 왜곡된 수가 구조도 바로잡는다. 건강보험 수가 항목 9800여 개 중 약 3000개는 원가 보상률이 평균 85%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이들 의료행위 수가를 최소한 원가만큼 올려 중증 암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경증환자가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받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경우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하게 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올해 안에 출범한다. 2026년 정원 조정과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추계시스템을 활용해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수없이 논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거대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며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000개 의료행위 수가 인상… 지역 국립대병원 年2000억 지원대형병원 일반병상 줄이는 대신, 수가 개선 등 보상 강화하기로경증환자, 곧바로 상급병원 가면 외래진료비 100% 부담해야의료계 “의사들 배제된 반쪽 대책”정부가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국 47곳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최종 의료기관으로 중증 환자를 치료해야 하지만 그동안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수용해 왔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지방 환자까지 흡수해 지방 의료 공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의료 쇼핑’ 하듯이 골라 다니며 과잉 진료를 받는 사례도 많았다.● 대형병원은 ‘중증환자’에 집중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들 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축소하게 된다. 1500병상 이상 서울 소재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15%를, 수도권 대형병원은 10%를 줄여야 한다. 비수도권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5%를 감축하면 된다. 다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응급센터, 외상센터의 일반 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 환자 감소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은 강화한다.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는 50%가량 인상하고,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도 올린다.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당직과 대기 비용 등 24시간 응급진료에 대한 수가도 처음으로 신설한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원하는 2, 3차 병원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었던 의료 이용 형태도 개선한다. 정부는 병의원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병원을 직접 예약해주는 ‘전문의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경증환자가 2차병원의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으면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60%만 낸다. 지방에서도 수도권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도 강화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에는 내년부터 연간 2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인건비 규제를 풀어 급여를 올리면 의사 인력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련과 정착까지 이어지도록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된다. 내년에는 4개 시도에서 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3년 차 이내 전문의를 대상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주거와 해외연수 등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중증 암 등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행위 비용에 비해 보상 수준이 낮았던 필수의료 수가도 크게 개선한다. 2027년까지 저평가된 의료행위 약 3000개의 수가를 원가 100%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뇌암, 췌장암 등 중증 암 수술 등이 해당된다. 그 대신 검체·영상 등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분야의 수가는 낮춰 보상 구조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수가가 낮아지는 분야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가 인상에 투입되는 금액은 연간 5000억 원가량이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은 36시간에서 내년 24시간으로,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은 2031년까지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내년부터 지도전문의가 업무 시간을 할애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개원면허제)’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연내 출범한다. 의사·간호사를 시작으로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전 직역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계 시스템이 정착되면 진료과별, 지역별 추계도 도입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배제한 채 ‘반쪽 특위’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면서도 “현 의개특위 구조에선 (의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게 돼 의료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실제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2일부터 응급의료센터의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 이 병원은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운영 시간을 축소할 방침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등을 대상으로 한 의료정책 토론회가 외과의사 단체 주최로 열린다. 30일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이세라)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료정책 토론회’를 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발제와 토론에는 박형욱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와 조항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 대한외과의사회 김종민 민호균 보험이사 등이 참여한다. 대한외과의사회장 이세라 회장과 최동현 총무부회장이 좌장을 맡는다.이 회장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이후 의대생과 전공의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현실 인식을 호소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 입시생과 그 학부모 등은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사전등록은 대한외과의사회 사무국에 문의하면 된다. 02-567-5401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민연금개혁 정부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연금개혁의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정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다음 달 4일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개혁이 이뤄지려면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과 삭감,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연금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운영했던 것과 같은 연금특위를 국회에 꾸려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연금특위를 빨리 만들어서 가능하면 9월 정기국회 때 상당 부분 마무리하는 것이 여당의 목표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 개혁안의 내용에 따라 연금특위 구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선 연금특위가 21대 국회에서 2년간 운영되고도 막판 정부·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만큼 22대 국회에서 새로 꾸리는 것에 반대하는 기류도 있다. 연금특위가 꾸려지더라도 여야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차별과 삭감,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연금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어설픈 언급 말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으라. 그게 아니라면 국회가 연금개혁을 주도하도록 맡겨 놓고 그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위 관계자는 “연금특위 위원장을 여야 중 어디서 맡을 것인지를 놓고도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는 데 합의하고 소득대체율 조정안도 43%(국민의힘)와 45%(민주당)까지 견해차를 좁혔다. 하지만 막판 여당이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결렬됐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안을 거부하면서 의대 증원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단체는 “예상했던 대로”라며 반발했고 한 대표는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며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증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37회에 걸쳐서 의사 증원과 양성에 관한 문제들을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증원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득이 (지금) 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선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한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역대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고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1분간 용산 집무실에서 국정 성과와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83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뒤 국민의힘 연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고 연찬회장에서도 “지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회견 전에는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증원 보류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1학년 7500여 명을 가르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했는데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의 사직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 향해 “무조건 안된다고 해”… 의료계 “정부가 현실 외면”尹 “의료인 양성에 10~15년, 지금해야… 개혁 안하면 국가라 할 수 있겠나”의료계 “정원 10%내 증원 얘기해 와… 환자들 치료 못 받는 현장 가봐야”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이미 마무리됐고 입시 절차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의사단체를 향해선 “(의대 증원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정원을 줄이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의사단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증원을 고집하는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정부”라며 반발했다.● 목소리 높인 대통령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마무리’라는 표현을 쓰며 더 이상 의대 증원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단체에서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개혁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가 무조건 반대한다고 지적한 후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말할 땐 격앙된 감정이 묻어나기도 했다. 의료수가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그동안 정부가 내갈겨 놓고 안 했다”는 표현도 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증원 규모와 시기 조절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와 중증 수술 등 기피 분야를 인기 과로 만드는 건 임기 동안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의료인 양성은 10∼15년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역 2차병원, 전문병원 등을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차별받지 않고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하지 않으면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의사단체 “의료 시스템 무너질 것” 의사단체는 “윤 대통령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의대 증원을 고집할 경우 현재의 의료공백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의사단체가 대안도 없이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의료계는 정원 10% 내에선 당장 증원이 가능하다고 얘기해 왔다. 그 이후 정확한 추계를 통해 증원을 논의하자는 건데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건 정부”라고 반박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이상 환자들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직접 가보고 판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소만 골라서 방문하는 것 같은데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당연하던 의료 혜택마저 못 받는 현장을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의료개혁의 목표인 지방·필수의료 살리기가 현재의 방식으론 어렵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방의료는 그나마 버티던 교수들마저 떠나며 무너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돈을 쏟아붓는다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교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이미 마무리됐고 입시 절차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의사단체를 향해선 “(의대 증원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정원을 줄이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의사단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증원을 고집하는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정부”라며 반발했다.● 목소리 높인 대통령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마무리’라는 표현을 쓰며 더 이상 의대 증원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단체에서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개혁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가 무조건 반대한다고 지적한 후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말할 땐 격앙된 감정이 묻어나기도 했다. 의료 수가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그동안 정부가 내갈겨 놓고 안 했다”는 표현도 썼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증원 규모와 시기 조절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와 중증 수술 등 기피 분야를 인기과로 만드는 건 임기 동안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의료인 양성은 10~15년 걸리는 문제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또 지역 2차병원, 전문병원 등을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차별받지 않고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하지 않으면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의사단체 “의료 시스템 무너질 것”의사단체는 “윤 대통령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들을 색안경끼고 바라보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의대 증원을 고집할 경우 현재의 의료공백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의사단체가 대안도 없이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의료계는 정원 10% 내에선 당장 증원이 가능하다고 얘기해 왔다. 그 이후 정확한 추계를 통해 증원을 논의하자는 건데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건 정부”라고 반박했다.채동영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이상 환자들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직접 가 보고 판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소만 골라서 방문하는 것 같은데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당연하던 의료 혜택마저 못 받는 현장을 가봐야 한다”고 했다.의료개혁의 목표인 지방·필수의료 살리기가 현재의 방식으론 어렵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방 의료는 그나마 버티던 교수들마저 떠나며 무너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돈을 쏟아붓는다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교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보류안을 거부하면서 의대 증원 계획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단체는 “예상했던 대로”라며 반발했고 한 대표는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며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증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37회에 걸쳐서 의사 증원과 양성에 관한 문제들을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증원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득이 (지금) 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 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윤 대통령은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선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의 3대 원칙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한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그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역대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고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1분간 용산 집무실에서 국정 성과와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83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한 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뒤 국민의힘 연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고 연찬회장에서도 “지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회견 전에는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증원 보류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1학년 7500여 명을 가르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했는데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의 사직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민연금개혁 정부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연금개혁의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정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다음 달 4일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금개혁이 이뤄지려면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과 삭감, 세대갈등 유발하는 연금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운영했던 것과 같은 연금특위를 국회에 꾸려 관련법 개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연금특위를 빨리 만들어서 가능하면 9월 정기 국회 때 상당 부분 마무리하는 것이 여당의 목표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 개혁안의 내용에 따라 연금특위 구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선 연금특위가 21대 국회에서 2년 간 운영되고도 막판 정부·여당 반대로 무산됐던 만큼 22대 국회에서 새로 꾸리는 것에 반대하는 기류도 있다.연금특위가 꾸려지더라도 여야 간 팽팽한 의견 대립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차별과 삭감, 세대갈등 유발하는 연금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어설픈 언급 말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으라. 그게 아니라면 국회가 연금개혁을 주도하도록 맡겨 놓고 그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복지위 관계자는 “연금특위 위원장을 여야 중 어디서 맡을 것인지를 놓고도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여야는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는 데 합의하고 소득대체율 조정안도 43%(국민의힘)와 45%(민주당)까지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막판 여당이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결렬됐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가 온라인 성착취물 제작, 유포를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이나 그 가족에게 음란물을 전송하거나 학교폭력 및 왕따(집단 따돌림) 수단으로 딥페이크를 악용했다. 올해만 국내 피해자가 1000명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의 한 사이버 보안업체는 전 세계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오프라인으로 번진 딥페이크 범죄 2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대전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딥페이크 관련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는 1월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음란물 공유방’을 운영했고, 한 여성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든 뒤 대화방 참가자 2000∼3000명에게 유포했다. 김 씨는 피해 여성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 여성의 아버지 전화번호도 퍼뜨렸다. 이후 피해 여성과 그 가족들의 스마트폰에는 갑자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음란한 메시지와 음성 등이 담긴 문자, SNS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와 고통에 시달렸다. 학교에서도 딥페이크가 학생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남학생 두 명이 서로 짜고 동급생 사진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었다. 이들은 마치 피해 학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이를 유포했다. 가해 학생들은 ‘추가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겠다’며 피해 학생을 협박하고 왕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 사진이나 영상은 2000원대에 판매되기도 한다. 딥페이크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스토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붙잡혔다. 그는 구속을 면하자 피해 여성의 집에 찾아가 피해자가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살펴본 딥페이크 관련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현실 범죄를 모의하는 대화도 오갔다. 28일 잠입한 한 대화방에서는 “협박할 사진이나 약점이 있으면 무조건 몸사(몸 사진) 얻어 드린다”, “성폭행하는 사진도 촬영 가능하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다른 대화방에서는 한 피해 여성의 신상 정보, 주소 등과 가족 신상 정보까지 올라왔다. 단순 성착취물 제작 유포를 넘어 협박,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전 세계 피해자 절반 이상이 한국인 최근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내놓은 딥페이크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8월 사이 전 세계 85개 딥페이크 채널을 분석한 결과 성착취물 피해자 중 53%는 국적이 한국이었다. 2위는 미국(20%), 3위는 일본(10%)이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가장 많이 이용된 인물 상위 10명 중 8명이 한국인 가수였다. 구체적인 피해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기 케이팝 아이돌 등일 가능성이 크다. 딥페이크 피해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2018년 4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약 6년 4개월 동안 딥페이크 피해 지원에 나선 건수는 총 2154건이다. 2018년 69건에서 올해 781건(8월 25일 기준)으로 약 11배로 늘었다. 연말까지 1000건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중 288명(36.9%)은 10대 이하 청소년이었다. 경찰은 28일 딥페이크 관련 텔레그램방 8곳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해당 대화방에 많게는 40만 명의 참가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딥페이크물은 가해자들에게 잘못된 판타지와 인식을 심어줘 실제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일반 병원이 쉬는 추석 연휴에 경증 환자까지 응급실로 몰리면서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실과 여당이 실질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 의대 정원 증원 보류’ 중재안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30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등 당 지도부 간 만찬을 돌연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국민 건강 및 민생과 직결되는 의료공백 사태가 최대 고비를 맞았음에도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여권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28일 한 대표의 중재안과 관련해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 같다”며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정원은 4월 말 공표됐고 현재 고2에 해당하는 학생 수험생 학부모들이 그걸 함께 목표로 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유예한다면 입시 현장 혼란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로 추론하고 예측, 조정해서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기보단 책임”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여당 지도부에서도 한 대표와 달리 “의료 개혁은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대통령실에 힘을 싣는 입장이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대표는 “국가 임무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이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의료공백 장기화의 심각한 상황을 대통령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친한동훈)계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당정 갈등 프레임으로 ‘내가 내린 결정에 의견을 내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단세포적으로 반응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집권 여당이 의료 붕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2025학년도 증원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해 온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합법화된다. ‘의대 증원 유지’ 고수하는 尹, 여당은 ‘증원 유예’ 불쑥 제시[6개월 넘어선 의료공백]여권 의료공백 해법 못찾고 갈등만대통령실 “추석 응급대란 없을 것”… 韓 중재안엔 전공의協도 반대 의사의료계 원로들 “대통령실 양보 필요”… “원점 재검토 요구 의료계 문제” 지적도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추석 연휴 응급의료 대란이 목전에 닥친 가운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당 대표가 ‘2026학년도 증원 보류’를 중재안으로 제시했다가 대통령실이 거절하고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지면서 조속한 의료공백 해소를 바라던 국민들의 우려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취재에 응한 의료계 원로 및 전문가들은 “사태가 이렇게 된 건 대통령실과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대안을 내고 갈등을 조정할 책임을 방기해 온 정치권과 환자 불편을 외면한 채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해 온 의료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0명 증원’ 한 발도 양보 안 한 정부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며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의사들에게 증원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태 초반 이어갔던 의사단체와의 물밑 접촉도 사라진 상태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물론 필수의료과 상당수가 차질을 빚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일부 언론이 의료계 목소리나 특정 사례를 부각해 국민 불안을 조장한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에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 굴복하면 정상적 나라가 아니다”라며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또 “추석 응급의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석 응급의료 대책을 통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대통령실과 정부가 사안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의료 현장에서 여러 지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특히 응급실 내원 환자가 평상시의 2배로 늘어나는 추석 연휴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정부 일각에서 이번 고비를 넘으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버티지 못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지만 의료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지태 전 대한의학회장은 “전공의들을 만나보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방침대로 증원되더라도 지방·필수의료 살리기란 정책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원로들은 눈앞에 닥친 의료대란을 막으려면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왕 원장은 “2026학년도 증원을 보류해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복귀 여부가 불확실한데 이마저 거부하는 대통령실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다”며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태도는 더 큰 (국민의) 희생을 불러올 뿐”이라고 했다.● 뒤늦게 중재 나선 정치권 여당에 대해선 대통령실 눈치만 보느라 중재에 나설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년 넘게 의료공백이 이어졌지만 4월 총선 직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사 단체와 접촉한 것 외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400명 증원을 추진해 의사단체가 반발했을 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9·4 의정 합의를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가 불쑥 제시한 ‘2026학년도 증원 보류’ 중재안 역시 대통령실과 의료계 양쪽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힘을 잃은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에도 “2026년도 증원 유예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 없는 대안”이라고 일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관계자도 “내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20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중재안을 언급했지만 동의를 못 얻었다고 한다. 여당 관계자는 “일단 용산 대통령실과 협의해 중재 가능성을 만들어 놓고 다시 의료계와 협의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한 대표가 중재안을 내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분위기다. 왕 원장은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선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6개월간 정치권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점 재검토’ 버티기만 하는 의료계 의료계 역시 환자 불편을 외면한 채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며 의료공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박 위원장이 주도권 다툼만 벌이면서 타협안을 논의하는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이미 입시 절차가 시작된 만큼 내년도 증원을 뒤집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내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를 외치는 강경파에 밀려 소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단체도 정부에 요구만 하고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해선 안 된다. 더 이상의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타협도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28일 오전 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잇달아 열어 심의한 뒤 이날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간호법의 핵심은 그간 의사의 업무 일부를 수행해 왔으나 법적 근거가 없었던 PA 간호사의 지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여야는 27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여당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검사, 진단, 치료, 투약’을 명문화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명시하지 않고 추후 시행령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내용도 야당의 주장에 따라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의사단체 9곳은 “간호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14만 의사 회원이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사단체 “간호법 중단 안하면 진료 중단” 반발간호법 복지위 소위 통과‘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추후 논의간호법 제정안의 핵심은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여야는 당초 간호법은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무쟁점 법안’으로 지목해 28일 본회의 통과를 추진했으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 간호조무사의 학력 규정 등 세부 사안에서 이견을 빚어 왔다.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로 ‘검사, 진단, 치료, 투약’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민주당은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전문대 간호조무학과 졸업생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학력 제한과 관련해선 여당은 찬성했지만 야당은 “특성화고와 학원의 어려움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었다. 이에 28일 본회의에서 간호법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여당이 “의료 공백 상황에서 간호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야당 안 수용을 전제로 ‘원포인트’ 회의를 요청하면서 견해차가 좁혀졌다. 여야는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27일 법안소위 이후 복지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무엇이 우선인지에 방점을 두고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간호법은) 이미 제정이 됐을 법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당초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됐던 간호법이 진통을 겪은 건 복지위 내 여야 주도권 싸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복지위 관계자는 “야당도 간호법은 언젠가는 통과시켜야 할 법이지만 급한 쪽이 여당인 만큼 끝까지 버텨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시키자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간호법이 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는 “진료 중단”을 언급하며 일제히 반발했다. 단식 이틀째인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후통첩’을 거론하며 “망국적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을 살리기 위해 14만 의사가 눈물을 머금고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원을 이탈한 지 반년이 넘으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선 “더 이상 못 버틴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인 응급실은 전문의 사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이어 29일 예고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까지 ‘삼중고’에 맞닥뜨리게 됐다. 위기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정부 대응은 과거 발표를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25일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대비해 “필수유지 업무와 정상 진료 여부를 지자체와 협력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응급·중증 등 필수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한계에 이른 의료 현장에 정부가 말한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기준으로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중 405곳은 24시간 운영 중이고 나머지 3곳도 완전 폐쇄(셧다운)가 아닌 일부 진료 제한 중”이라며 응급실 대란 우려는 과장된 것이란 입장이다. 또 보건의료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대응이 가능하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사와 간호사를 막론하고 “정부가 숫자를 내세워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24시간 운영 중이라는 응급실 대다수가 실제로는 당직 시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만 있고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배후 진료과 전문의가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이 무인 편의점도 아닌데 24시간 문만 열었다고 ‘이상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6일에도 호남권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지방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교수는 “혼자 당직을 서다 검사 결과를 확인도 안 한 상태에서 환자를 퇴원시킬 뻔했다. 피로가 한계에 달해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수술, 분만, 투석 등 병원의 필수유지 업무는 법에 따라 기능이 유지된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필수의료는 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응급실은 물론이고 필수의료과 상당수가 차질을 빚고 현장 의료진이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상황에서 누구를 어떻게 동원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