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의식이 희미해지고 기력이 떨어진다. 신체 기능이 하나씩 멈추는 것이다. 그쯤이면 쇠약해진 몸은 음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다. 죽조차 삼키기 어렵다. 의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이런 상태를 ‘곡기를 끊는다’고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길이 60cm 콧줄(코와 위를 연결하는 비위관)을 통해 강제로 영양을 공급한다. 삽관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이물감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고령 환자들이 자꾸 콧줄을 빼려고 한다. 그래서 요양병원에서 콧줄을 뽑지 못하도록 억제 장갑을 끼우거나 아예 손발을 묶어두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의원에서 콧줄을 삽관한 환자는 27만3850명이었다. 이들 4명 중 1명은 임종 말기 영양 공급을 위해서였다. 특히 요양병원은 중환자실도 없는데 콧줄을 쓰는 환자 수는 7만7322명이다. 요양병원, 요양원에선 법적으로 영양 공급이 의무라는 이유로 콧줄을 하지 않으면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쇠약한 고령 환자에게 일일이 음식을 먹이기 힘드니 콧줄을 끼워 두는 편이 환자 돌보는 데 편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가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 행위를 심폐소생술·혈액 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등으로 몇 가지만 인정한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가족이 환자의 분명한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전달하더라도 콧줄·위루술 같은 영양 공급은 마지막 순간까지 중단할 수 없도록 했다.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당시 종교계를 중심으로 물과 음식을 끊는 것은 생명을 해하는 것이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사후 법적 책임을 우려해 일단 콧줄을 권하고, 한번 꽂게 되면 뺄 방법이 없다.
▷콧줄을 쓸지, 말지 결정해야 할 순간 자식은 부모를 굶기는 것 같아 후자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의 사고일지 모른다. 임종기를 연구한 의사들 다수는 생의 말기에 곡기를 끊어도 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 신체 기능이 저하돼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잘 인지하지 못해서다. 임종기에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시간’만 연장하는 것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2000년 일찌감치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한 대만은 한국과 달리 강제 영양 공급을 환자가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 행위로 정해뒀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가이드라인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의료계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임종기 환자의 영양 공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문화가 달라진 만큼 연명의료의 재정의를 생각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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