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숨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또 다른 중국의 우방국인 이란을 무너뜨린 건 양국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 시간)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선 복잡한 국제정세를 감안했을 때 높은 수준의 합의가 나오긴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 “中, 저가 원유 공급원 막힐 위기”
국제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해 이란이 수출한 원유의 80% 이상을 구매했다. 중국이 해상으로 수입한 원유 중 13.4%에 해당한다. 2002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된 후 계속된 서방 제재로 이란산 원유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그 대부분을 중국이 구입해 온 것.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으로부터도 원유를 저가로 수입할 길이 막힐 위기에 처한 중국은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또 이번 사태로 세계 원유 교역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중국의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의 조지 첸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시진핑 주석이 기쁜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할 순 없을 것이며, 투자자들은 미중 합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한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 과정에서 반미 정치인들을 축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하는 게 시 주석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자체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중국은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양국간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할 거라는 얘기다. 이번 회담에서 중동 사태를 포함해 에너지 수급 관련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비판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는 등 미국의 심기를 어느 정도 살피고 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몇 주 후 예정돼 있고, 중국은 비교적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맞서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 中 주도 상하이협력기구, 하메네이 조기 게양
중국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군사적 타격으로 이란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즉시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環球)시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란을 급습한 것은 사실상 의도적으로 속인 것”이라며 “주권국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살해한 일을 일종의 성과처럼 자랑한 것은 국제관계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서기 전에 미중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에 대해선 “중미는 정상간 교류와 관련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안보경제 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는 2일 상하이 본부에 하메네이를 애도하는 조기를 게양했다. 이란은 2023년 SCO에 가입했다. 이날 SCO 사무국은 “이란이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 것에 맞춰 조기를 게양했으며, 최근 불행한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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