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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와 의료 장비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보복관세를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CNN과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방위비 분담을 관세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 이후 중국이 한 발짝 양보한 가운데 미국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자는 한국, 일본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2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의 태스크포스(TF)가 관세 면제를 위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기업들에 필요한 (면세) 품목 제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당국으로부터 면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모리 칩을 제외한 8종의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가 철회된 사실을 관련 기업들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해당 8종의 품목에 대해선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2, 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답하는 등 유화 메시지를 냈다. 그는 25일 공개된 미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그게 그(시 주석)의 약함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中, 의료장비-에탄도 보복 철회 검토… “통상전쟁 최악 벗어난 듯”[한미 2+2 통상협의]中, ‘125%’ 대미관세 일부 철회 트럼프 “관세와 軍문제 연계 안해”韓-日의 ‘투 트랙’ 요청 받아들여이에 대해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은 타임 인터뷰 공개 15분 후 “결코 양국 간에 진행 중인 협상이나 담판이 없고,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선 안 된다”는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을 X 계정에 올렸다. 마이클 하트 주중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중국 내 공급망이 끊기는 품목이 무엇인지를 회원사들에 물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자국 내 80여 개 외국 기업,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미국산 수입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일부 품목 면세는) 미중 통상 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전으로, 이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중국이 125%의 보복 관세 철회를 검토하는 미국산 제품에는 의료 장비, 에탄 등 산업용 화학물질, 액화천연가스(LNG), 항공기 임차료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수입하던 미국산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당장 대체하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일부 공장이 미국산 에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이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131개 품목 목록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이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의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450억 달러(약 64조7000억 원)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대(military)는 우리가 다룰 또 다른 주제이나, 그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5일 타임 인터뷰에서도 “(비관세 장벽 등) 상대 국가가 우리를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관세를 정할 것”이라며 “군사비 문제는 별도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쓰며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방위비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선호해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일본의 ‘투 트랙’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미 통상 협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측에서)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과 미국의 ‘2+2 통상 협의’를 계기로 관세 폐지를 위한 협의 과제가 좁혀진 가운데 미국의 요구로 환율 정책이 양국 재무 당국의 논의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 카드로 ‘약달러(달러 약세)’에 주목하고 있어 향후 환율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통상 협의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먼저 환율 부분은 재무부 간 별도 논의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관련 미 측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통화(환율) 정책은 이날 발표된 ‘줄라이 패키지’의 4개 협의 과제에 포함됐다. 기재부와 미 재무부는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통화 정책에 대해 별도의 실무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미국 측이 환율을 핵심 협의 과제로 짚은 것은 달러 약세가 자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8가지 비관세 부정 행위 중 첫 번째로 ‘환율 조작’을 꼽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달러 가치 절하, 원화 가치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재무부가 발표를 앞둔 환율보고서가 협의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 약 1년 만에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됐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의의 공동 보도문이 없는 상황인 만큼 우선 환율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약달러 압박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대미 무역흑자국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나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미국이 불이익을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인위적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날 열린 미일 재무장관 협의에선 미국이 환율 목표에 관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재무상은 이날 베선트 장관과 약 50분간 회담한 후 “미국 측에서 환율 수준과 목표, 환율을 관리하는 체제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것과 과도한 변동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환율에 관해서는 계속해서 긴밀하고 건설적으로 협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반도체와 의료 장비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보복 관세를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CNN,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방위비 분담을 관세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 이후 중국이 한 발짝 양보한 가운데, 미국도 통상과 안보를 분리해 협상하자는 한국·일본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25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상무부의 태스크포스(TF)가 관세 면제를 위한 목록을 작성 중이며, 기업들에 필요한 (면세) 품목 제출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는 가운데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당국으로부터 면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모리 칩을 제외한 8종의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가 철회된 사실을 관련 기업들이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해당 8종의 품목에 대해선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밖에 의료 장비, 에탄 등 산업용 화학물질, 액화천연가스(LPG), 항공기 임차료 등도 관세 면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수입하던 미국산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당장 대체하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2, 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 중국과도 특별한 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하는 등 유화 메시지를 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중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백악관에 가하는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군대(military)는 우리가 다룰 또 다른 주제이나, 그 어떤 관세 협상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을 쓰며 관세와 안보 현안을 묶어서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일 방미한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난 자리에서도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분담액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통상 협상에서 관세와 방위비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일본의 ‘투 트랙’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 중인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율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뜻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중국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구체적인 인하 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중국과의 직접 협상 또한 “매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듭된 관세 위협에도 중국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의 하락세와 산업계의 우려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및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또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베선트, 中에 유화 제스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향후 2, 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관세 조정 대상국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추겠느냐란 질문을 받자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최근 양국의 관세 공방이 “무역 금수 조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빅딜(big deal)’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협상할 뜻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에 강경 발언만 계속했던 기존과 상당히 다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미국을) 가장 많이 학대한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로 했다.이런 압박에도 중국이 꿈쩍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인하가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한 듯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 美, 車-유통업계 “관세 유예” 호소 미국 자동차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로 중국이 아닌 우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대중 관세 인하 검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토스드라이브아메리카 등 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정책 단체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3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로 인한 차질에 대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생산 중단,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악관 또한 수입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는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CNBC가 23일 전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3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때 “급격한 관세 계획을 자제하지 않으면 2주 내에 미국 내 공급망이 얼어붙어 주요 상점의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주 등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 중인 고율 관세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치킨게임이 본격화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관세율 조정을 직접적으로 시사한 건 처음이다. 주가 폭락에 이어 미 국채 투매까지 벌어지는 등 시장이 요동치면서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조속한 협상을 위해 유화 메시지를 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 선서 행사 뒤 취재진이 중국에 부과 중인 145%의 관세율에 대해 묻자 “매우 높은 수치다. 그렇게 높게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수치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을 매우 잘 대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3일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싸우면 끝까지 맞설 것이고, 대화를 원하면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50∼65%로 내리는 등 기존 145%에서 대폭 인하하거나 항목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1일 중국 저장성 이우의 이우국제무역성 1층을 찾았다. 주민들에게 ‘푸톈 시장’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다양한 가면, 머리 장식을 파는 자오(趙) 씨는 연신 어두운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오 씨는 기자에게 “이달 초 미국이 145%의 대(對)중국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해외 바이어의 온·오프라인 주문이 뚝 끊겼다”며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코로나19 봉쇄를 제외하면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윗선에서) 결정할 일이고 우리 같은 상인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푸념했다.● 핼러윈 특수 사라져푸톈 시장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생필품이나 잡화가 집결하는 세계 최대 도매시장이다. 특히 파티 용품, 양말 등 잡화의 80%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품목은 마진율이 극히 낮은 저가 제품이 많다 보니 관세 여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오 씨 또한 “통상전쟁이 없었다면 미국 고객들이 올 10월 말 ‘핼러윈’ 때 쓸 각종 가면을 벌써부터 대거 주문했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상인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 가격을 보여줬다. 올해 초 7.8달러(약 1만1076원)에 팔던 소형 가방이 22.3달러(약 3만1666원)으로 3배 가까이로 뛰었다. 그는 “관세와 물류비 상승분을 반영했다. 누가 갑자기 3배로 오른 물건을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 상인은 통상전쟁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는 만큼 양국이 어느 선에서는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드러냈다. 수건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A업체 관계자는 “미국 내 재고가 앞으로 한 달이면 바닥난다. 그때가 되면 미국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소비자 또한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다른 나라 상품을 쉽게 구하지 못할 것으로 자신했다. 실제 푸톈시장 일대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바이어들이 가득했다. 절삭기용 칼날, 전동 공구, 수도꼭지와 샤워기 호스 등이 인기 품목이었다. 욕실용 수도꼭지를 계약하기 위해 온 투르크메니스탄 바이어는 “중국 제품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고 만족을 표했다. 다만 미국으로 수출하던 중국 기업이 당장 다른 국가로 판로를 바꾸거나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현지 무역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좋은 재질과 정교한 마감을 하지만 동남아나 중동으로 수출되는 제품은 낮은 가격이 최우선 조건이라 같은 업체가 생산해도 제품의 질이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새우등 터지는 한국 무역상들 미국 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에 대한 추가 주문을 대부분 중단했다. 약 30%의 계약금만 내고 발주한 기존 물량도 인수를 미루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100%가 넘는 관세를 부담하고 통관을 할 경우 마진이 너무 낮아지거나 최종 소비자 가격이 높아져 사실상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난에 처한 중국 제조 공장들이 그 부담을 중간 무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미국 측 구매 기업이 내지 않고 있는 잔금을 대신 내라고 압박하는 것. 한국 무역상 또한 이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우에서 22년째 무역업을 하고 있는 곽병규 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호놀룰루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여행 가방(캐리어) 등을 납품해왔다. 상호관세 부과 후 미국 측 거래 업체가 인수해가지 않은 캐리어 2000개가 그의 창고에 가득하다. 곽 사장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던 중국 제조 업체들이 이제 수억 원대의 잔금을 일단 대신 내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거래처를 지키려면 대출을 받아 잔금을 메꾸거나, 물건을 직접 내다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통상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 가야 할 재고 물량을 한국 등 다른 나라로 ‘밀어내기 수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조 이우 한인회장은 “한국은 온라인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고 소비력도 미국과 비슷해 중국 입장에서는 타깃으로 삼기 좋은 국가”라며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중국 상품이 대거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 ‘제2의 테무, 알리’ 충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이우=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시간 40분 42초.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로봇 ‘톈궁 울트라’의 기록이다. 180cm, 52kg의 ‘톈궁 울트라’는 이날 함께 달린 남자 선수의 우승 기록(1시간 2분)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본체 교체 없이 배터리만 3차례 갈아 끼우고 21.0975km 전 구간을 달렸다. 오르막과 좌우로 꺾어진 길 등도 무리 없이 달렸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기업들이 개발 및 생산한 이족 보행 로봇 총 21대가 출전했다. 주최 측은 참가 로봇들을 위해 곳곳에 배터리 교체 공간을 설치했다. 레이스 도중 로봇 본체를 교체하면 최종 기록에서 10분을 추가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다만 9000여 명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로봇과 사람이 뛰는 공간은 분리해 마라톤을 진행했다. 2위를 차지한 쑹옌(鬆延)동력의 ‘N2로봇’은 사람 못지않게 안정적인 자세로 달려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텐궁 울트라’와 ‘N2로봇’을 제외하면 나머지 19개 로봇의 달리기 실력은 기술력의 격차가 확연히 느껴졌다. 19개 로봇은 주최 측이 교통 지체 등을 고려해 설정해 놓은 완주 제한 시간인 3시간 30분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올해 ‘춘제(중국 설)’ 갈라쇼에서 화려한 군무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유니트리의 최신형 로봇 ‘G1’은 출발선을 지나자마자 땅에 고꾸라졌다. 1분 넘게 바닥에서 누운 채 일어나지 않아 회사 관계자들을 애태웠다. 항공 동력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선눙(神農)로봇은 출발 1분 만에 방향을 잃고 뱅뱅 돌았다. 결국 구조물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다. 이날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6대(28.6%)에 불과했다. 이날 대회는 중국의 로봇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라톤은 사람뿐 아니라 로봇에게도 극한의 경험이다. 2시간 넘게 달리다 보면 부품에 피로도가 쌓이고, 제한된 배터리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로봇 업계에선, 마라톤 대회는 로봇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 일종의 ‘테스트베드’라는 것. 탕젠 베이징 로봇 센터 총괄기술책임자는 “사람들은 로봇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고장 없이 일하기를 기대하는데, 마라톤은 이런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봇 기업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실제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들이 향후 기술 개발에 소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국의 ‘로봇 굴기(堀起)’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주요 기업이 받는 보조금과 인센티브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기술 발전에 꼭 필요한 데이터 수집, 개인정보에 관한 규제 또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란 것도 중국 기업의 ‘홈어드밴티지’다. 미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연구기관 ‘세미어낼리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이룬 성과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시간 40분 42초.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로봇 ‘톈궁 울트라’의 기록이다. 180cm, 52kg의 ‘톈궁 울트라’는 이날 함께 달린 남자 선수의 우승 기록(1시간 2분)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본체 교체 없이 배터리만 3차례 갈아끼우고 21.0975km 전 구간을 달렸다. 오르막과 좌우로 꺾어진 길 등도 무리없이 달렸다.이번 대회에는 중국 기업들이 개발 및 생산된 이족 보행 로봇 총 21대가 출전했다. 주최 측은 참가 로봇들을 위해 곳곳에 배터리 교체 공간을 설치했다. 레이스 도중 로봇 본체를 교체하면 최종 기록에서 10분을 추가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다만 9000여 명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로봇과 사람이 뛰는 공간은 분리해 마라톤을 진행했다.2위를 차지한 송옌(鬆延)동력의 ‘N2로봇’은 사람 못지 않게 안정적인 자세로 달려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텐궁 울트라’와 ‘N2로봇’을 제외하면 나머지 19개 로봇의 달리기 실력은 기술력의 격차가 확연히 느껴졌다. 19개 로봇은 주최 측이 교통 지체 등을 고려해 설정해놓은 완주 제한 시간인 3시간 30분을 지키지 못했다.특히 올해 ‘춘제(중국 설)’ 갈라쇼에서 화려한 군무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유니트리의 최신형 로봇 ‘G1’은 출발선을 지나자마자 땅에 고꾸라졌다. 1분 넘게 바닥에서 누운 채 일어나지 않아 회사 관계자들을 애태웠다. 항공 동력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선눙(神農)로봇은 출발 1분 만에 방향을 잃고 뱅뱅 돌았다. 결국 구조물에 부딪쳐 산산조각 났다. 이날 완주에 성공한 로봇은 6대(28.6%)에 불과했다. 이날 대회는 중국의 로봇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라톤은 사람 뿐아니라 로봇에게도 극한의 경험이다. 2시간 넘게 달리다 보면 부품에 피로도가 쌓이고, 제한된 배터리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로봇업계에선, 마라톤 대회는 로봇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 일종의 ‘테스트베드’라는 것. 탕젠 베이징 로봇 센터 총괄기술책임자는 “사람들은 로봇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고장 없이 일 하기를 기대하는데, 마라톤은 이런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봇 기업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실제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들은 향후 기술 개발에 소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중국의 ‘로봇 굴기(堀起)’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주요 기업이 받는 보조금과 인센티브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기술 발전에 꼭 필요한 데이터 수집, 개인정보에 관한 규제 또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란 것도 중국 기업의 ‘홈어드벤티지’다. 미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연구기관 ‘세미어낼리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이룬 성과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의 대중(對中) 인공지능(AI) 수출 통제의 직격탄을 맞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중해 17일 중국 경제 사령탑인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다. 황 CEO는 미국에 ‘딥시크 충격’을 안긴 량원펑(梁文鋒)도 만나는 등 미중 관세 전쟁 국면에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황 CEO는 허 부총리를 만나 향후 중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미중 경제무역 협력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부총리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깊이 다지고 중국에서 산업적 우위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세계 경쟁에서 앞선 기회를 잡는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황 CEO의 방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성능 AI 반도체 H20의 대중 수출 통제를 결정한 직후 이뤄졌다. 이날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점퍼 대신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중국을 찾은 건 올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거대 테크기업 CEO들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때 그는 대만을 거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다. 앞서 그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3, 2024년에도 중국을 한 차례씩 방문했는데,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만남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황 CEO는 과거 방중 시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공개되는 걸 피했다”며 “이번 방문은 중국 국무원이 엔비디아의 면담 요청을 수락한 직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황 CEO는 런훙빈(任鴻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도 만나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 있는 소비시장 중 하나이자, 발전된 산업 생태계와 선도적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춰 우리(엔비디아)가 혁신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엔비디아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줬지만, 흔들림 없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AI 개발업체 딥시크를 창업한 량원펑 등 중국 내 주요 고객을 만나 이들을 위한 신규 AI 반도체 설계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한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는 딥시크의 AI 모델 학습에 사용됐다. 엔비디아는 연매출의 13%를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등 중국 시장 비중이 작지 않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3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7일 중국의 경제 사령탑인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다고 이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새로운 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최적의 무대이자 외국 기업들의 투자와 무역에 좋은 토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를 포함한 더 많은 미국계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에 황 CEO는 “중국 경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미중 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 CEO는 이날 평소 즐겨입는 검정색 가죽 점퍼가 아닌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황 CEO는 중국을 찾은 건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당시 중국 엔비디아 직원들과의 춘제 행사에 참여했다. 황 CEO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023년, 2024년에도 중국을 1차례씩 방문했지만, 중국 최고지도부와의 만남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젠슨 황은 과거 중국 방문 시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공개하는 걸 피해놨지만, 이번 방문은 중국 국무원이 최근 엔비디아 측의 면담 요청을 수락한 직후 이뤄졌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황 CEO은 허 부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과도 만났다. 황 CEO는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H20 칩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관련해 “엔비디아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줬지만, 흔들림없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황 CEO는 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梁文峰) 등 중국 내 주요 고객들과 만나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조치 이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F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미중 통상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근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 반도체 ‘H20’를 대중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한국 국적 대중가수의 중국 본토 공연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됐다.17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외교가 등에 따르면 국내 3인조 래퍼 ‘호미들’은 12일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봄 투어 ‘형제들’ 첫 공연을 열었다. 2019년 데뷔한 호미들은 2000년생 3인으로 이뤄진 힙합 그룹이다.한국 국적을 가진 대중가수가 중국 본토에서 공연 무대에 오른 것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2017년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내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7월 한국 록밴드 ‘세이수미’가 베이징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중 대사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연 3주를 앞두고 돌연 무산된 바 있다.변화가 조금씩 감지된 건 지난해 초부터였다. 미국 국적의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지난해 1월 중국 산시성 등에서 공연했고, 5월엔 2017년 중국 투어가 취소된 적 있는 성악가 조수미의 공연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영화계에서는 이달 초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이 베이징에서 중국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들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연예계에선 중국의 한한령 방침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올해 10월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한한령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이 풀리는 기류가 보여 중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반미 공동 대응’ 전선 구축에 힘을 쏟았다. 안와르 총리 역시 “말레이시아사은 언제나 중국은 확고하고 원칙 있는 친구가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은 중·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 “디커플링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높은 장벽과 작은 울타리 쌓는 행위’를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적 가치로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에 대응하자. 중국-아세안 FTA 업그레이드 의정서를 조속 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안와르 총리도 사실상 미국의 관세 정책을 겨냥한 발언으로 화답했다. 그는 환영 만찬사를 통해 “현재 다자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일부 국가는 공동 책임의 원칙을 저버리고, 또 다른 일부는 오랜 약속을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접근이 무기화되고, 자의적인 파괴가 난무하고, 공동 성장을 위한 다자간 약속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반면 9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시 주석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와르 총리는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구상들은 세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었고, 분열이 아니라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항상 강건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면서 “언제나 중국의 확고하고 원칙 있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격화되는 미중 통상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미국에 대해 강경한 시 주석의 태도가 꺽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동양은 흥하고 서양은 쇠퇴한다’는 사상을 굳게 믿고 있으며 최근 중국의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와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공이 시 주석의 이런 태도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체제 유지와 지속 성장 유지를 위해 단기·중기적으로 제조업과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중국의 국가 부채와 과잉 생산에 따른 폐해는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은 중국 쪽 코트로 넘어갔다”며 중국에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을 향해 “위협과 공갈을 먼저 멈추라”고 맞섰다. 또 중국은 내수시장 확대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주변국과의 외교적 결집에 나서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중국과의 합의에 열려 있지만 합의는 중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 소비자, 다시 말해 우리의 돈을 원한다”며 “중국이 우리와 합의를 해야지, 우리가 중국과 합의를 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중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격화된 통상전쟁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공을 중국에 떠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관세 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것이며, 미국이 진정 협상을 원한다면 극도의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먼저 대(對)중국 상호관세 유예나 폐지 등 성의를 보여야만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광야오(朱光耀) 전 재정부 부부장(차관)도 “미국 지도자들이 중국에 대한 존중을 보일 때만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비방 자제와 협상 책임자 임명도 대화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은 미국에 순응하는 대신 미중 통상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전열을 다지고 있다. 동남아 3개국 순방 일정 중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현지 매체 기고문에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라는 역류를 함께 돌파하자”고 했다. 이날 베이징 대형쇼핑센터 등을 시찰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를 확대하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활력과 잠재력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전했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 피해를 내수 확대로 극복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에 대비해 브라질과의 농산물 교역 논의도 17일 진행할 예정이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겨냥한 미국의 소액 소포 면세 폐지에 대한 맞대응도 이어졌다. 이날 홍콩특별행정구는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에 대한 우편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음 달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발송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중국은 장관급인 상무부 국제무역대표를 왕서우원(王受文)에서 리청강(李成鋼)으로 교체했다. 리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중국대사를 지냈고, 상무부에서 국제 협상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국과 중국 간 관세를 앞세운 통상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올 1분기(1∼3월) 중국 경제가 5.4% 성장률을 달성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이 최근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올린 만큼 본격적인 통상전쟁의 여파는 2분기(4∼6월)부터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1조8758억 위안(약 6187조 원)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5.1%)과 블룸버그통신(5.2%)이 보도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의 성장률을 목표로 세웠다. 중국의 1분기 경제 성장은 수출과 국내 소비 증가가 견인했다. 1분기 수출은 위안화 기준 1년 전에 비해 6.9% 늘었고, 특히 3월 한 달간 13.5%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서둘러 상품을 출하하며 3월 수출액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3월 산업생산도 7.7% 늘어 로이터 전망치 5.8%를 상회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활성화에 힘을 쏟는 가운데 1분기 소매 판매는 지난해보다 4.6% 늘었다. 보상 판매 독려 등 정책 지원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한 통신장비(지난해보다 26.9% 증가), 스포츠 레저용품(25.4%), 문화사무용품(21.7%) 등이 소매 판매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발효된 미국의 대중 관세 여파로 2∼4분기 중국의 수출 및 내수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15일 UBS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4%로 낮췄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4.5%에서 4%로, 씨티그룹은 4.7%에서 4.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4∼18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순방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며 인공지능(AI)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 중국중앙(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는 베트남 등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앞둔 국가들에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주요국에 자신들의 반(反)미국 노선에 합류하라는 ‘회유’와 ‘압박’ 작전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최고 권력자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반대하고 세계 자유무역 체제와 공급망 안정을 지키자”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어 “작은 배는 거칠고 큰 파도를 지날 수 없고, 함께 배를 타고 가야만 멀리 나아갈 수 있다(同舟共濟·동주공제)”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또럼 서기장은 이날 AI, 철도, 검역, 문화·체육, 인재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45건의 양자 협력 문건도 체결했다. 시 주석은 15일 다음 순방국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46%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았지만 90일간 유예됐다. 높은 상호관세의 배경으로 ‘베트남은 중국산 제품의 주요 우회 수출 통로’라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협력 강화 요청으로 베트남이 중국과 미국의 눈치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중국과 베트남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치게(screw) 할까를 파악하기 위한 만남인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중국 당국이 자국 항공사에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를 추가로 인수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항공 관련 장비와 부품 구매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9일 베이징 도심에 있는 베이징남역 주차장. 전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택시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지붕에 달린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 장비와 차량 옆면에 붙은 카메라 장비를 통해 자율주행차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뒷좌석에 올라탄 뒤 모니터 화면에 예약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도심 정체 구간도 무리 없이 주행이날 기자는 자율주행택시를 타고 베이징남역에서 약 20km 떨어져 있는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까지 이동했다. 베이징 도심 속 기차역 주변에서는 지난달부터 자율주행택시가 운행을 시작했다. 해당 차량은 사람 없이 운행 가능한 4단계 기술력을 갖췄지만, 복잡한 주차장 환경과 운행 시 돌발상황에 대비해 안전 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했다. 베이징남역은 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가 통합된 종합 교통 허브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만 명에 달한다. 또 역 주변의 차량 정체도 심하다. 실제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우회전 차로에 들어오려는 차들은 물론이고 자전거, 오토바이, 행인까지 뒤엉켜 상습 정체 구간임을 실감케 했다. 택시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스스로 운전대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늘어선 차량들 탓에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정체 구간을 빠져나왔다. 잠시 뒤 도착한 유턴 구간. 중국 도로는 대부분 비보호 유턴을 해야 하는 구조다. 반대편 차로의 차량이 오지 않을 때 재빠르게 차를 돌려야 하는데 이 역시 문제없이 해냈다. 뒷좌석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전방 약 20m에 있는 자동차와 차도 옆 인도를 지나는 행인까지 정확하게 표시됐다. 급출발과 급정거가 없다 보니 승차감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서비스 가격도 일반 택시 호출서비스와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일반 운전자에 비해 판단이 느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체증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날 체험 결과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조도로에서 주도로로 들어설 때는 뒤따라오는 차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시속 70km까지 올려 빠르게 진입하기도 했다.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우회전할 때도 잠시 멈췄다가 행인 1명이 지나가자 늦지 않게 교차로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안전 요원은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안전 요원은 “한 달 가까이 자율주행차에 동승하고 있지만, 교통 통제 등에 따른 돌발상황을 제외하곤 한 번도 수동으로 전환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체 구간에서는 불쑥불쑥 차량 앞머리를 밀어 넣는 다른 얌체 운전자에게 매번 양보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자율주행 차량이라는 걸 확인한 운전자들이 오히려 더 부담 없이 끼어들기를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돌발 구간에서는 역시 한계가 느껴졌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길게 늘어선 탓에 한쪽 차로가 길게 막힌 상황에서 안전 요원이 나서 다른 차로로 분산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통제 요원의 수신호를 알아들을 리 없는 자율주행택시는 해당 차로를 묵묵히 지킨 채 앞차들이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예고 없는 교통 통제는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필자가 목적지에 다다를 무렵 차량 예약 앱에는 ‘일부 도로에서 교통 통제가 진행될 예정이며, 더 이상 오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 자율주행차법 추진하는 中 중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됐다. 상하이, 충칭, 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 여러 곳이 자율주행택시의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레벨 4단계의 운행을 승인했다. 9일 자율주행택시의 목적지였던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정해진 구간 안에서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바이두가 운영하는 ‘아폴로 고’는 중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자율주행차 서비스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현재 베이징과 우한 등 중국 10여 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택시를 운영 중이다.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온 바이두는 올해 3월 기준 누적 주행거리가 1억5000만 km이며, 서비스 제공 건수도 1000만 건을 넘어섰다. 로빈 리 바이두 회장은 2월 한 포럼에서 자율주행차의 실용화가 머지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회장은 “현재 자율주행은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더 안전하다”면서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두의 주행 테스트 결과 자사의 자율주행차 서비스인 ‘아폴로 고’의 실제 사고율이 일반 교통사고의 14분의 1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兩會)에서는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차법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충칭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인 푸쯔탕(傅子唐)은 “각 지방마다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산업 발전과 국민 안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법이 필요하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자율주행차법 제정 작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존 도로교통법은 물론이고 자율주행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데이터 수집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사고 시 탑승자의 책임 소지를 정할 보험업법도 함께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 그럼에도 푸 대표는 “법이 제정되면 중국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국제 표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 ‘스마트 주행 모드’ 사고로 자율주행 우려 재점화자율주행차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켠 채 운전하던 여대생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해당 사고는 지난달 29일 밤 안후이성의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가드레일에 부딪히면서 발생했다. 사고 차량이 중국의 대표급 테크기업인 샤오미가 제작한 최신형 전기차 SU7이었다는 것 때문에 더욱 큰 화제가 됐었다. 사고가 난 곳은 공사로 인해 차로 일부가 폐쇄된 상태였다. 당시 차량은 스마트 주행 보조 시스템(NOA)이 켜져 있는 상태였고, 장애물을 인지한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린 지 2초 만에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의 주요 도로에는 “스마트 주행 기능을 끄라”는 경고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사고 발생 3일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차체와 시스템 결함 등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차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칭녠보는 “자동차 업체들은 스마트 보조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야 하고, 운전자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4~18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순방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며 인공지능(AI)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반면 중국중앙(CC)-TV 등 중국 관영매체는 베트남 등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앞둔 국가들에게 “중국의 이익을 해지지 말라”고 위협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주요국에 자신들의 반(反)미국 노선에 합류하라는 ‘회유’와 ‘압박’ 작전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최고 권력자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반대하고 세계 자유무역 체제와 공급망 안정을 지키자”고 촉구했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46%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았지만 90일간 유예 처분을 받았다. 높은 상호관세의 배경으로 ‘베트남은 중국산 제품의 주요 우회 수출 통로’라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시 주석은 이어 “작은 배는 거칠고 큰 파도를 지날 수 없고, 함께 배를 타고 가야만 멀리 나아갈 수 있다(同舟共濟·동주공제)”라고 강조했다. ‘동주공제’는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사이가 좋지 않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 도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시 주석과 럼 서기장은 이날 AI, 철도, 검역, 문화·체육, 인재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45건의 양자 협력 문건도 체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럼 서기장 외에도 팜 민 찐 총리 등 베트남 주요 인사를 모두 만났다. 시 주석은 15일 다음 순방국 말레이시아로 떠났다.반면 13일 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엔탄톈’은 “누군가 중국의 이익을 미국에 대한 충성 표시로 사용한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중국과 베트남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치게(screw) 할까를 파악하기 위한 만남인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中 희토류 수출중단, 美와 ‘하이브리드 통상전쟁’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관세에 초점을 맞춰 통상전쟁을 벌였지만, 트럼프 2기에는 희토류, 영화, 채권, 유학생 제재 등으로 전장을 넓히고 있다.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합쳐진 ‘하이브리드(Hybrid) 통상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NYT에 따르면 중국은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를 당국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앞서 올 2월에도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이달 초 예고했던 것처럼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통제 목록에 오른 광물들은 무인기(드론), 로봇,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도 사용된다. 그간 중국이 이 광물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와 미국 산업계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NYT는 진단했다.이 외에도 중국은 10일 자국 내 상영 미국 영화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빅테크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개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올 1월 기준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를 보유한 미 국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원 통제, 기업 제재, 채권 매각, 환율 조작 등 통상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셈이다.미국도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제재 강화 등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일주일 안에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 누구도 (관세) 면죄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는 “일정 부분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일부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을 낮출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中, 희토류-국채 ‘비관세 급소’ 공략… 美, 中유학생 비자취소 압박[하이브리드 통상전쟁]美국채 하락에 상호관세 유예하자NYT “中, 트럼프 아킬레스건 확인”… “美, 경제 베트남戰 수렁에” 지적도美, 과학 전공 中유학생 실태 파악… 트럼프 1기땐 1000여명 비자 취소“중국이 미국에 해를 끼칠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145%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연이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서는 중국을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린 평가다. 중국은 올 2월과 이달 총 12종의 희토류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특히 13일 수출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 많이 쓰인다. 미국과 통상전쟁 중인 중국이 미국에 필요한 광물 위주로 ‘맞춤형 제재’를 가했단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은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18일 동남아시아 주요 교역국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에 나섰다. 그는 베트남 매체 기고에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도 중국인 유학생 단속 같은 압박카드의 활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는 최근 주요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규제를 위한 사전 조사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이달 들어 12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교통법규 위반 등 사소한 일로 학생 비자를 취소당했다. 양국의 통상전쟁이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영화 수입 규제로도 반격 나선 中 중국은 최근 다양한 비관세 조치로 반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 2월 4일 대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같은 날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며 받아쳤다. 이달 10일에는 미국 영화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미국 국채 매각도 사용 가능한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상호관세 부과 후 각국 투자자들이 보유했던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국채 수익률 상승) 같은 달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국채 투매임을 확인했다고 진단했다.중국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차 양국 통상전쟁을 교훈 삼아 미국을 압박할 다양한 카드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 수출 비중을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낮췄다. 그 대신 희토류처럼 확실한 우위가 있는 반격 카드를 마련했다. 1차 통상전쟁 때처럼 수출 경쟁력을 위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 中 유학생 카드 만지작미국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은 미 의회로터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핵심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일부 과학기술 전공 중국인 유학생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0년에는 100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가 취소됐다. 현재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8만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반도체 분야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준비 중인 미국이 대중국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동맹국들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동참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0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84%에서 125%로 수정 발표하자, 중국도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똑같이 84%에서 125%로 올리겠다고 11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율은 중국산 펜타닐(좀비 마약) 원료를 문제 삼아 기존에 부과한 20%를 합쳐 총 145%에 이르게 됐다. 앞서 중국도 미국의 펜타닐 관세에 맞서 농산물에 한해 최대 15%의 관세를 매긴 바 있어 대미 관세율은 품목에 따라 최대 140%로 엇비슷해졌다. 미중의 상대국 수출 가격이 2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다만, 양국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거의 상실될 정도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음에 따라 더 이상 추가 관세 인상을 하진 않기로 했다. 11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올려 12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상식에 어긋나는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은 10일 공개한 ‘무역 보복 및 정책 공조를 반영한 상호관세율 조정’이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대중 상호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대체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을) 심하게 등쳐 먹었다(ripped)”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우린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길 희망한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어 “그(시 주석)는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나는 양국 모두에 매우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125% 보복 관세 발표 이후인 11일 트루스소셜에 별다른 추가 보복 언급 없이 “우리의 관세 정책이 정말 잘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전 세계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썼다. 전날 그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선 “더 올릴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미중이 극단의 고율 관세를 서로 주고받은 가운데 양국 정상이 결국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양국 경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행사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만나 해결책을 논의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글로벌 경기와 정치 일정, 양국 국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올가을 안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벼랑끝 관세전쟁… “트럼프-시진핑 톱다운 방식 외엔 타개 어려워”[美中 관세전쟁 ‘치킨 게임’]시진핑 “두려워 안해” 상무부는 “대화”… 트럼프 “시진핑은 오랜기간 내 친구”6월 14일 트럼프, 15일 시진핑 생일… WSJ “생일회담서 해법 찾을수도”“중국은 70여 년 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했고(자력갱생·自力更生), 어떤 부당한 압박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 맞불 관세를 발표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전날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현지 시간) “시진핑 주석은 오랜 기간 진정한 의미에서 내 친구였다”며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겨놨다. 관세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 이와 연동된 미중 경제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적당한 시점에 만나 ‘톱다운식’ 해법을 모색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1, 2개월 내 협상 모멘텀 만들기 어려워”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첫해인 2017년,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 주석과 처음 만났다. 당시도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백악관 입성 76일 만에 마주 앉았다. 이때를 포함해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정상은 모두 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 차례씩 서로 자국에 초청해 진행한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모두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했다. 트럼프 2기에선 양국이 1기보다 대폭 수위를 끌어올려 통상 전쟁에 나선 만큼, 당장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당장 관세 협상을 진행할 국가만 70개국이 넘는다”며 “일단 핵심 타깃인 중국은 가장 후순위로 미뤄둔 만큼 1, 2개월 내 미중 간 극적인 모멘텀이 마련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정치)도 “이미 미중 갈등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격화돼 당분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90일 상호관세 유예 결정을 이끈 ‘시장의 힘’이 미중 정상 간 자존심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수출 감소를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제일 높다”며 “다만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오바마 ‘서니랜즈 정상회담’ 성격 될 수도일각에선 미중 정상이 이르면 6월에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 각각 6월 14일과 15일로 이른바 ‘생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것.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6월 워싱턴에서 ‘생일 정상회담’을 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경북 경주에서 10월 말∼11월 초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미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그간 APEC 정상회의에 줄곧 참석해 왔는데, 올 2월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을 때도 경주 APEC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 시설인 ‘서니랜즈’에서 가진 정상회담 성격의 만남이 될 거란 관측도 있다. 회담 직전 오바마 대통령이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을 펼치자, 중국이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서니랜즈 정상회담을 거치며 양국은 ‘협력적 경쟁과 상생’으로 관계를 재설정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미국 견제를 위한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직면한 유럽 등 미국의 우방에도 협력의 손길을 내밀며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18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한다고 11일 전했다.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며,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 순회 회장국이다. 캄보디아는 최근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레암 해군기지를 확장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친중 국가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의지를 대대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의 관세 압박에 함께 맞설 것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와 전기자동차 관세로 갈등을 빚어 온 유럽과 화해 모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위원은 EU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관세를 폐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7월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EU 집행위가 11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10일 해외 주재 외교단 회의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추진하고 새로운 국면을 창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11일 자신의 X 계정에 한국어로 “잊지 마십시오. 중국의 단호한 반격과 저지가 없었다면 이 90일 유예기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써 눈길을 끌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