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中덤핑수출에 “세계시장 부담”… 리창 “경제를 정치화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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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부진 메우려 밀어내기 수출
美재계 “中덤핑, 제2 차이나쇼크”
美, 관세부과 등 강력 대응 시사
中, 러 외무장관 초청해 협력과시

美中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 속 만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를 헐값으로 해외 시장에 밀어내 미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중국발(發) 공급 과잉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베이징=AP 뉴시스
美中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 속 만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를 헐값으로 해외 시장에 밀어내 미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중국발(發) 공급 과잉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이 자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배터리 등을 헐값으로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밀어내기를 하자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천명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 재계에서 중국의 덤핑을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고성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주력하며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이제 범용 상품에까지 칼날을 겨누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 머무는 8, 9일 중국은 보란 듯이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해 양국 외교수장 회담을 열며 협력을 과시한다.

● 美 재계 “中 덤핑은 ‘제2의 차이나 쇼크’”

옐런 장관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두 나라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자국과 세계의 복잡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의 덤핑 공세를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5일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지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문제 삼았다.

중국은 경제를 떠받쳤던 국내 건설 투자 등 부동산 시장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자 내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한 뒤 ‘밀어내기 수출’로 덤핑 판매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미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미 재계에서는 중국의 덤핑 공세를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수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회담에서 옐런 장관의 지적에 대해 “미국은 공정 경쟁, 개방, 협력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안보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또 “(중국의) 생산 능력 문제는 시장과 글로벌 비전, 경제법칙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변증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과잉 생산이 중국만의 문제라는 미국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4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테무와 쉬인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현지 위구르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해 싼 제품을 생산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연방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의 미 수출을 금할 수 있다.

● 美 경고에도 보란 듯 中-러 협력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활용될 군사 목적의 위성사진과 탱크용 전자부품 및 장비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미국 측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 5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회원국에 요청했다. 옐런 장관도 6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8,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한다. 왕 부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이 기간 옐런 장관이 베이징에서 공식 일정을 이어가고 9일 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황이라 이례적이다. 양측은 유엔, 브릭스(BRICS) 등 다자 플랫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 재무장관#중국 총리#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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