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첫 회담 ‘평행선’… 의대 증원엔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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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李대표 ‘135분 대화’
민생지원금-이태원특별법 등 이견… 李 “가족 등 주변인사 의혹 정리를”
尹-李 독대 없어… 총리 논의도 안해
대통령실 “소통 첫발” 李 “답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의 모두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두
 사람의 공식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 민심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의 모두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두 사람의 공식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 민심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갖고 국정 현안을 논의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윤 대통령을 마주한 이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윤 대통령의 잇단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등 ‘국정 기조 전면 전환’을 요구했지만 인식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 대표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난색을 표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날 윤 대통령 취임 뒤 720일 만에 열린 첫 회담인 만큼 합의문이 나오지 못했지만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앞으로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소통 확대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가진 공식 회담에서 예정된 1시간을 넘긴 2시간 15분간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가진 회담 모두발언에서 “대통령이 결단해 시작한 의료 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특히 의료 개혁 분야에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 관련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민간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용 불가를 시사했다.

이 대표는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가족 등 주변 인사’를 언급한 것은 김건희 여사를 포함해 가족 등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사건 조사나 재발 방지, 유족 지원 등에는 공감하고 있고 법리적 문제를 해소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이 대표가 제기한 윤 대통령 가족 주변 인사 의혹,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별도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 없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단둘이 회담하는 독대는 없었고, 야당 인준이 필수적인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오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첫 만남은 열린 회담이었고 야구로 표현하자면 ‘퀄리티 스타트’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며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첫 회담#의대 증원#135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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