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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부터 미국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안면 인식 스캔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료에는 의료인이 진료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AI 정책 규칙을 발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AI를 활용할 때 미국 국민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지 확인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이런 국내 정책이 전 세계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내놓은 AI에 대한 새 정책 규칙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행정명령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백악관은 새로운 규칙을 통해 정부 기관이 AI를 활용할 때 개인정보 침해나 인종 차별 등의 위험이 없도록 보호 장치를 구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청(TSA)에 여행객들이 불이익 없이 안면 인식기 스캔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또 연방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해 병명 진단과 의료 서비스를 하면 별도 감독자를 두도록 했으며 부정 복지 수급 탐지에 AI를 사용할 경우 오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구제권을 보장하도록 했다.이와 함께 모든 연방 기관은 AI 기술 활용을 감시할 수 있는 ‘최고 AI 담당관(Chief AI Officer)’을 임명하고 AI 기술 사용 현황과 위험성 등을 평가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AI 안전장치를 올 12월까지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은 적절한 안전장치를 도입하지 못한 연방 정부기관에 대해선 AI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I 무기 도입 중을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이번 규칙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백악관은 AI를 통한 정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올 여름까지 AI 전문가 1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1977년 건설된 노후 교량인 이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 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 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47년 된 이 다리에 교각 보호물이 없었던 것도 피해를 키웠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 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 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 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2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북동쪽의 쇼(Shaw) 구역. 벽면 곳곳에 낙서가 가득한 단층 건물들 사이로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잡초만 무성한 공터 앞에는 마약에 취한 몇몇 부랑자들이 모여 행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이트클럽 등을 중심으로 갱단, 마약거래상 등도 자주 모인다. 여기가 세계 최고 권력자가 머무는 백악관에서 불과 1.6km 떨어져 있는 곳이라니 믿기지 않았다.이곳의 교차로에서는 17일 새벽 총기 난사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9월에도 10대 소녀 3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총기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레예스 씨는 “5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요즘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다. 강력 범죄가 급증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전체의 강력 범죄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유독 워싱턴에서만 살인, 강간, 강도, 집단폭행 등 4대 강력 범죄가 모두 증가해 우려가 높다. 이유를 둘러싼 논란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2020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미국 내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고 경찰 수와 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안에 관해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며 대선 쟁점으로 삼을 뜻을 밝히고 있다.살인 등 4대 강력 범죄 급증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에서 발생한 살인으로 274명이 숨졌다. 1997년 이후 26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따라 워싱턴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디애나주 클리블랜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테네시주 멤피스에 이은 미국 ‘5위 살인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얻었다. 워싱턴 살인 사건의 90% 이상은 총격에 의해 발생했다. 희생자 274명의 연령대는 노인, 성인, 청소년, 영유아 등으로 다양했다. 사망 장소 또한 집, 지하철역, 자동차 안, 골목길, 공원 등을 가리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저소득층 및 흑인 밀집 지역인 워싱턴 동부 애너코스티아 일대에서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는 뉴욕, 시카고 등 다른 미 대도시와 비교할 때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지난해 1∼9월 미 70대 주요 도시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살인 사건이 늘어난 도시는 18곳(25.7%)에 불과했다. 워싱턴과 멤피스에서는 같은 기간 4대 강력 범죄가 모두 증가했다. 워싱턴 경찰 노동조합 또한 최근 시 의회 청문회에서 지난해 워싱턴의 살인, 강도, 성폭력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 66%, 42%씩 증가했다고 우려했다.플로이드 사태 후 경찰 급감 강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도심의 슬럼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식당과 상점은 강도 사건이 거듭되자 심야 경비를 고용하고, 퇴근하는 직원들을 근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는 차량 서비스를 도입했다. 워싱턴 상인 연합회는 최근 집권 민주당 소속의 흑인 여성 시장 뮤리얼 바우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워싱턴 전역에서 강력 범죄가 급증해 1990년대 잠시 등장했던 ‘미국의 살인 수도’란 오명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속히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워싱턴 내 강력 범죄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도심 공실률이 높아진 가운데, 치안을 유지할 경찰관 수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ABC방송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태 이후 사표를 낸 워싱턴 경찰관은 전체 경찰관의 약 3분의 1인 1426명에 달한다. 당국이 신입 경찰 채용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플로이드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찰관 수가 500명 이상 부족하다. 마찬가지로 강력 범죄에 시달리는 멤피스 역시 최근 경찰관 수가 20% 이상 감소했다. 당국이 그간 중범죄에 지나치게 관용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의회는 이달 초 마약 거래와 불법 총기 소지, 강도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살인, 성폭력 등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거나 연장하고, 마약청정구역(drug free zone)을 설정해 마약 거래 의심자에 대해선 검문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워싱턴 의회는 2년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절도, 차량 탈취, 강도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주민 불만이 높아지자 불과 2년 뒤 정반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중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이달 초 살인, 성범죄 등을 일으킨 청소년에 대한 감형을 제한하고 차량 강도와 마약 범죄에 대한 최고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리주 의회 또한 지난달 총기 범죄와 중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했다. 켄터키주, 뉴멕시코주 등도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범죄 감소세” vs “軍 동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안에 정반대 태도를 취하며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1월 유세에서 “워싱턴에선 매일 총격이 발생하고 있다. 재집권하면 군(軍)을 동원해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 급증이 미국 내 강력 범죄 급증의 원인이라며 이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펴겠다고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때보다 오히려 각종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19일 성명에서 “폭력 범죄는 5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살인 범죄율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감소세”라며 “2020년 전임 행정부에선 살인 사건 증가율이 역대 최대였다”고 맞받았다. 실제 같은 날 연방수사국(FBI)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체의 살인 범죄는 13.2%, 폭력 범죄는 5.7% 감소했다. 또한 작은 정부, 감세 등을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오히려 경찰 예산이 삭감돼 치안이 지금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공화당은 지역 법 집행기관에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을 삭감하고 FBI의 범죄대응 부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달리 경찰 예산 삭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치안 수준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7%는 “치안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 합니다!”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미 북·동부와 중부 대서양에 있는 미국 딜러들을 위해 차량 약 10만 대를 실어 보냈다”면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이번에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이 26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된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4건의 형사 기소와 다양한 민사소송에 직면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법률 비용의 압박을 받아왔던 그로서는 숨통이 트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에 관한 민사 재판에서도 공탁금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트루스소셜의 모회사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은 26일부터 자사 주식이 ‘DJT’라는 종목 코드로 나스닥에서 거래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DJ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Donald J Trump)을 딴 것이다. TMTG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됐다. 이날 법적으로 TMTG의 주식이 된 DWAC 주가는 49.95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하루 새 35.22% 급등했다. 트루스소셜은 그간 적자 운영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이런 주가 상승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DWAC 주주 대다수를 차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상장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DJT 지분 약 60%의 평가액은 30억 달러(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트루스소셜 주식 거래 시작 후 그의 자산은 64억 달러로 늘며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 세계 5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전 최고 자산 기록은 31억 달러이며 대부분은 빌딩, 골프장 등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기 대출 혐의를 다루는 뉴욕 항소법원은 향후 10일 내 그가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공탁하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1심 판결의 벌금 전액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은 그가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탁금 4억5400만 달러를 내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이 이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 것이다. 당초 납부 시한이었던 이날까지 공탁금을 내지 못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유한 건물이나 골프장, 전용기, 예술품 등이 압류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판결 당시 ‘성추문 입막음’ 형사소송 심리에 출석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휴정 시간에 이 소식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생명줄(lifeline)을 내려준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자금난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공탁금이 약 3분의 1로 줄었다지만 1억7500만 달러 또한 10일 만에 마련하기에는 매우 큰 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채권이나 주식, 현금을 공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형사 재판은 다음 달 15일 개시된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재판이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 지연 시도는 실패하면서 11월 대선 전 1심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중도층 유권자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 트럼프를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과 일본이 다음 달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에 따른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사령부 격상을 추진하면서 미일 군사 통합이 크게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주둔 미군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일미군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해 유사시 일본 자위대와 합동작전에 나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게 주요 개편 방향이다. 이미 3대 안보문서 개정으로 반격 능력을 보유하게 된 일본이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야전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부상 맞서 미군-日자위대 공조 강화 2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주일미군사령부 지휘 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하와이에 주둔 중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함대에 새로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존 애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제시한 방안으로, 4성 장군(대장)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TF를 이끌며 일본 주둔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일미군 규모를 키운다는 것.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TF가 일본에 상시 주둔해 주일미군사령부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휘권은 지금처럼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남겨 두되 주일미군에 미일 합동연습 및 훈련 계획 수립,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J-JOC)와 정보 공유 등의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일미군은 지난해 말 현재 약 5만5000여 명으로 주독미군(약 3만5000여 명), 주한미군(2만8500명)을 넘어선 최대 규모다. 그러나 3성 장군(중장)을 사령관으로 둔 주일미군은 행정과 지휘협정 운용 조율 등 제한적인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유사시 주일미군사령부가 있는 도쿄와 작전권을 행사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간 물리적 거리가 6200㎞에 이르는 데다 19시간의 시차 등을 고려하면 미군과 자위대 간 조율 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미일 양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에 주일미군이 격상되면 1951년 맺고, 1960년 개정한 미일 안보조약의 기조가 달라지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개편이 유사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합동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그간은 외부의 적에 맞서 자위대가 ‘방패’, 미군이 ‘창’의 역할을 맡아 일본은 전수 방위에 주력하되 공격을 받으면 미군이 보복하는 개념이었다. FT는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즉시 대응 태세가 다음 달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될 경우 그 자체가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美 대선 누가 이겨도 인태 미군 역할 변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주둔 미군의 역할에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거나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맹국의 과제는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이라며 주한미군 역할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 방향이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주일미군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조정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우리 정부도 주일미군 개편 방안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향후 동북아 전체 안보시스템을 변화시킬 만한 역내 갈등이 극대화되면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이 커지는 등 한국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일 양국은 다음 달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주일미군의 역내 대응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 방어 목적의 지상군 중심인 주한미군과 달리 미일 동맹 아래 주일미군은 상대적으로 운용 폭이 자유롭다”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에 대비해 주일미군을 미 인태 전략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주일미군사령부 격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작전권이 없는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일 정상이 다음 달 10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작전계획 수립과 훈련 강화를 위해 주일미군사령부를 재조정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이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할 통합작전사령부(J-JOC)를 창설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이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25일 전했다. 일각에서는 주일미군에 직접 작전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일미군 격상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있다. 주일미군은 5만5000명 규모로 해외 주둔 미군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3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있으며, 독자적인 작전권 없이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권 아래 있다. 4성 장군이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 사령관을 맡는 주한미군보다 역할이 제한적이다. 현재 주일미군 지휘 통제 체제로는 유사 시 미일 간 긴밀하고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FT는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한 지 64년 만에 이뤄지는 미일 안보동맹의 최대 업그레이드”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주일미군의 인도태평양 지역 내 역할 강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미 대선과 맞물려 역내 갈등이 극대화되면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변 투입 논의가 본격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과 일본이 다음달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에 따른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사령부 격상을 추진하면서 미일 군사 통합이 크게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외 주둔 미군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일미군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해 유사 시 일본 자위대와 합동작전에 나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게 주요 개편 방향이다. 이미 3대 안보문서 개정으로 반격 능력을 보유하게 된 일본이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 견제를 위한 야전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부상 맞서 미군-日자위대 공조 강화2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주일미군사령부 지휘 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하와이에 주둔 중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함대에 새로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는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제시한 방안으로, 4성 장군(대장)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TF를 이끌며 일본 주둔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일미군 규모를 키운다는 것.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TF가 일본에 상시 주둔해 주일미군사령부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휘권은 지금처럼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남겨두되 주일미군에 미일 합동연습 및 훈련 계획 수립,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J-JOC)와 정보 공유 등의 권한을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일미군은 지난해 말 현재 약 5만5000여명으로 주독미군(약 3만5000여명), 주한미군(2만8500명)을 넘어선 최대 규모다. 그러나 3성 장군(중장)을 사령관으로 둔 주일미군은 행정과 지휘협정 운용 조율 등 제한적인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유사 시 주일미군사령부가 있는 도쿄와 작전권을 행사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 간 물리적 거리가 6200㎞에 이르는 데다 19시간의 시차 등을 고려하면 미군과 자위대 간 조율 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미일 양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에 주일미군이 격상되면 1951년 맺고, 1960년 개정한 미일 안보조약의 기조가 달라지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개편이 유사 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합동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그간은 외부의 적에 맞서 자위대가 ‘방패’, 미군이 ‘창’의 역할을 맡아 일본은 전수 방위에 주력하되 공격을 받으면 미군이 보복하는 개념이었다. FT는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즉시 대응 태세가 다음달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될 경우 그 자체가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美대선 누가 이겨도 인태 미군 역할 변화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주둔 미군의 역할에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철수 또는 감축하거나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맹국의 과제는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이라며 주한미군 역할을 포함한 한미일 안보협력 방향이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주일미군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조정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우리 정부도 주일미군 개편 방안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향후 동북아 전체 안보시스템을 변화시킬만 한 역내 갈등이 극대화되면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이 커지는 등 한국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일 양국은 다음달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주일미군의 역내 대응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 방어 목적의 지상군 중심인 주한미군과 달리 미일 동맹 하 주일미군은 상대적으로 운용 폭이 자유롭다”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을 대비해 주일미군을 미 인태 전략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등과 경제 고위급 회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도한 보조금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옐런 장관이 다음 달 중국에서 미중 경제협력의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리 총리와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최근 두 나라는 외교·재무·산업 장관급 회담을 재개해 양국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백악관도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의 방문에 따른 양국 고위급 회담이 11일 끝난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양회에서 밝힌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전망이다. 미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입장 차는 옐런 장관이 중국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섐보 재무부 국제담당차관 역시 지난달 허 부총리 면담에서 “중국의 덤핑 판매와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경제보복에 나섰다며 반박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28일 IRA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금속·화학 등 중공업기업 10여 곳에 63억 달러(약 8조4798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빈털터리 돈’이 지하실에 숨어 있다(‘Broke Don’ Hides in Basement).”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미 정가에서 단박에 화제를 몰고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자금난으로 현장 유세를 줄였단 내용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제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빈털터리 돈’이라 부르며 ‘네임 콜링(Name calling·모욕적 별명 짓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네임 콜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적(政敵)들을 모욕적인 별명으로 깎아내리는 대표적인 선거전략 중 하나.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에서 ‘부패한 조(crooked Joe)’ ‘졸린 조(sleepy Joe)’라 불리며 공격받았다. 레이스 초반부터 과감한 공세로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바이든 캠프가 복수에 나선 셈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더 시급한 사법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략 차용한 바이든 캠프 바이든 캠프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금난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뉴욕주 재판에서 벌금 판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공탁금 4억6400만 달러(약 6245억 원) 마련에 애를 먹는 걸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을 모으지 못해 컨트리클럽에 숨어 범죄자들과 음모론자들이 대신 선거운동을 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빈털터리 돈’을 두고 소셜미디어 등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만든 걸로 추정되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초조하게 복권을 긁고 있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들이 ‘빈털터리 돈’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캠프의 보도자료는 ‘일거양득(一擧兩得)’ 노림수가 담겨 있다. 도널드 전 대통령을 굳이 ‘돈’이란 애칭으로 불러 ‘부패한 조’와 운율을 맞췄다. ‘지하실’도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으로 현장 유세를 취소하자 “지하실에 숨어 있다”고 비꼬았다. 정치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가 대선 판도를 뒤집으려 트럼프의 대표 전략을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울보 척’이라 부르는 등 네임 콜링을 빈번하게 써왔다.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맞붙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도 ‘새대가리(bird brain)’라 지칭해 여성 폄하 논란이 불거졌다.● 최악의 진흙탕 대선 될 수도 바이든 캠프의 네임 콜링은 이번 미 대선 레이스가 역대 최장기임과 동시에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경쟁’이 될 거란 걸 짐작하게 한다. 민주당 전략가인 마이클 스타 홉킨스는 더힐에 “그들이 저급해도 우린 품격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를 도와줄 ‘거물’들도 일찌감치 등판시키고 있다. 23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함께 ‘오바마케어’ 14주년 축하 합동연설을 갖고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한다”고 공격했다. 28일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합세해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2년 중간선거 때 선거 1개월을 앞두고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른 ‘조기등판’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빨리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오하이오주 유세 이후 현장 유세를 자제하고 사법리스크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에 “나는 노력과 재능, 운으로 5억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으며, 선거운동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정치 판사는 내 돈을 뺏어가려 한다”고 성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실)에서 불과 20km 떨어진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22일(현지 시간) 무차별 총격 테러가 벌어져 최소 137명이 숨졌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인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별다른 정황 공개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하려 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했다.금요일이던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콘서트 관람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러시아 시민들은 무장 괴한의 자동소총 무차별 난사와 방화 등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24일 오후 6시(한국 시간 25일 0시) 기준 최소 137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2004년 3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체첸 반군의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이후 20년 만에 러시아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다.IS-K는 테러 직후 IS와 연계된 뉴스매체 ‘아마끄’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IS-K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하루 뒤인 23일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검거한 뒤 우크라이나와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브랸스크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모스크바와 300km, 우크라이나와 약 100km 거리에 있다. 푸틴 대통령도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초기 정보에 따르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즉각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푸틴을 비롯한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면서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반발했다. 백악관은 또 “3월 초 미 정부는 모스크바에서 계획된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에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의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몰아가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강화 명분으로 삼으려는 속내를 드러내자 첩보 공개를 통해 러시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6200명 공연장 출구 잠근채 총격… 엎드려 죽은 척해”크렘린궁서 20km, 러 심장부 테러… “총소리를 콘서트 시작으로 착각도”총기 난사뒤 커튼-좌석 불질러… 화장실-계단 등서 시신 수십구 발견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 체포”… “730만원에 사주 받아” 주장 공개도 “테러범이 우리를 발견했고, 그중 한 명이 달려와 총을 쏘기 시작했어요.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어요.”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을 덮친 총격 테러에서 살아남은 한 10대 소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무차별 총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테러범들이 총기 난사 뒤 공연장에 지른 불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왼쪽 얼굴과 왼팔을 거즈로 감싼 채 병원에 누워 23일 러시아 관영 언론 ‘RT’에 “내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끝내 죽은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테러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연 지 닷새 만에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2004년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14명이 숨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온 푸틴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객 향해 총기 난사, 떠나며 방화 이날 밤 이 공연장에는 1978년부터 활동한 러시아의 유명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6200석이 모두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콘서트였다. 하지만 무장괴한들이 정문에서부터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공연장 안팎은 ‘생지옥’이 됐다. 테러범들은 출구를 잠근 채 총기를 난사하고 공연장 안에 불을 질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오후 7시 40분경 위장복을 입은 테러범들이 미니밴에서 공연장 앞에 내렸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자동소총, 권총, 칼, 화염병 등으로 무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연장 유리문 안쪽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고, 길 건너에 있는 사람들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수십 명이 총격에 쓰러지자 이들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장 안 관객들은 총소리를 콘서트 시작이라고 착각해 처음에는 대피하지 않았다. 일부 관객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 참변을 당했다. 엘레나 씨(61)는 “사람들이 무대 뒤쪽으로 몰려들자 테러범 중 한 명이 길을 막았다”며 “그러자 관객 중 한 명이 테러범의 총을 빼앗아 개머리판으로 그를 기절시켜 수십 명이 탈출할 수 있었다”고 RT에 전했다. 다만 “그는 살아남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테러범들은 공연장 커튼과 좌석 등에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화장실과 비상계단 등 관객들이 총격과 화재를 피하기 위해 숨었던 곳에서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 푸틴 “배후 처벌할 것” 예고했지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핵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브랸스크에서 붙잡혔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권총과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테러 용의자 대다수가 사주를 받은 타지키스탄 출신 외국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르가리타 시모냔 RT 편집장이 공개한 용의자 신문 영상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수트딘 파리둔(26)은 약 한 달 전 신원 미상의 ‘전도사(preacher)’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리둔은 “범행 대가로 50만 루블(약 730만 원)을 약속받았고, ‘나중에 100만 루블을 주겠다’고 재차 들었다”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내부 피로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0년 만의 최악의 테러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테러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예고한 대로 ‘응징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딜레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아시아는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뒷문’이어서 강경 대응을 하기는 부담이라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빈털터리 돈’이 지하실에 숨어 있다(‘Broke Don’ Hides in Basement).”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미 정가에서 단박에 화제를 몰고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자금난으로 현장 유세를 줄였단 내용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제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빈털터리 돈이라 부르며 ‘네임 콜링(Name calling)’에 나섰기 때문이다.네임 콜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적(政敵)들을 모욕적인 별명으로 깎아내리는 대표적인 선거전략 중 하나.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에서 ‘부패한 조(crooked Joe)’ ‘졸린 조(sleepy Joe)’라 불리며 공격 받았다. 레이스 초반부터 과감한 공세로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바이든 캠프가 복수에 나선 셈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더 시급한 사법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략 차용한 바이든 캠프바이든 캠프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금난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뉴욕주 재판에서 벌금 판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공탁금 4억6400만 달러(약 6245억 원) 마련에 애를 먹는 걸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을 모으지 못해 컨트리클럽에 숨어 범죄자들과 음모론자들이 대신 선거운동을 하게 한다”고 비난했다.‘빈털터리 돈’을 두고 소셜미디어 등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만든 걸로 추정되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초조하게 복권을 긁고 있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들이 ‘빈털터리 돈’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되고 있다.특히 바이든 캠프의 보도자료는 ‘일거양득( 一擧兩得)’ 노림수가 담겨 있다. 도널드 전 대통령을 굳이 ‘돈’이란 애칭으로 불러 ‘부패한 조’와 운율을 맞췄다. ‘지하실’도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으로 현장 유세를 취소하자 “지하실에 숨어 있다”고 비꼬았다.정치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가 대선 판도를 뒤집으려 트럼프의 대표 전략을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울보 척’이라 부르는 등 네임 콜링을 빈번하게 써왔다.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맞붙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새대가리(bird brain)’라 지칭해 여성 폄하 논란이 불거졌다.● 최악의 진흙탕 대선될 수도바이든 캠프의 네임 콜링은 이번 미 대선 레이스가 역대 최장기임과 동시에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경쟁’이 될 거란 걸 짐작하게 한다. 민주당 전략가인 마이클 스타 홉킨스는 더힐에 “그들이 저급해도 우린 품격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유세를 도와줄 ‘거물’들도 일찌감치 등판시키고 있다. 23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함께 ‘오바마케어’ 14주년 축하 합동연설을 갖고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한다”고 공격했다. 28일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합세해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2년 중간선거 때 선거 1개월을 앞두고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른 ‘조기등판’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빨리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오하이오주 유세 이후 현장 유세를 자제하고 사법리스크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에 “나는 노력과 재능, 운으로 5억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으며, 선거운동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정치 판사는 내 돈을 뺏아가려 한다”고 성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등과 경제 고위급 회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도한 보조금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옐런 장관이 다음 달 중국에서 미중 경제협력의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리 총리와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최근 두 나라는 외교·재무·산업 장관급 회담을 재개해 양국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백악관도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옐런 장관의 방문에 따른 양국 고위급 회담이 11일 끝난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엘렌 장관은 중국이 양회에서 밝힌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전망이다. 미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입장차는 옐런 장관이 중국에서 다룰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샴보 재무부 국제담당차관 역시 지난달 허 부총리 면담에서 “중국의 덤핑 판매와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반면 중국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경제보복에 나섰다며 반박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28일 IRA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금속·화학 등 중공업기업 10여 곳에 63억 달러(약 8조4798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가 미국 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가운데 미 의회에서도 ‘야구 외교’가 펼쳐졌다.조현동 주한미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지역구로 둔 지미 고메즈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 스캇 피터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차전을 응원했다고 주미대사관은 전했다.야구팬인 두 의원과 조 대사가 메이저리그 경기가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고메즈 의원실에 모여 함께 경기를 시청했다는 것. 고메즈 의원은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코리아타운이 있는 LA를 지역구로 두고 있으며, 피터스 의원은 김하성 선수가 활약 중인 샌디에이고가 지역구다.8회까지 팽팽던 승부는 9회 초에서야 갈렸다. LA다저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매니 마차도가 3점 홈런을 치면서 파드리스가 15대 12로 승리한 것. LA다저스를 응원하던 고메즈 의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차도가 LA에 있을 때보다 샌디에이고에서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했고 피터스 의원은 “샌디에이고가 더 잘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농담 섞인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조 대사는 경기 종료 후 두 의원에게 자필로 서명한 홈팀 모자를 각각 선물했다. 고메즈 의원은 감사의 뜻을 표하며 조 대사에게 LA다저스 배지를 선물했다.주미대사관 관계자는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미 양국 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공공외교의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 시간) “한국 방어를 위해 한반도 안팎에서 실시하는 다자훈련을 포함해 주한미군 2만8500명에 계속 투자(invest)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의 훈련을 주시해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기술하지, (특정한) 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면 답변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중-러 모두 한국에 미군 2만8500명으로 구성된 최고의 연합군이 전진 배치돼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남침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로 인한 분쟁 억제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2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1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더 이상 안보 지원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변화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밀러 전 대행은 “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한 북핵 협상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힌 가운데 러캐머라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권 생존에 필요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하려고 한다”며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러링(mirroring·따라 하기)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북한이 회색지대 전술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육체적·정신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무력 분쟁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존 애퀼리노 인도태평양 사령관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중-러와 이란 협력에 대해 “제복을 입고 본 40년 중 가장 위험한 안보 환경”이라며 “거의 악의축(Axis of Evil)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총 195억 달러(약 26조 원)의 역대 최대 규모 지원 계획을 밝히며 “미국이 다시 제조업 본고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60억 달러, 5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대만 TSMC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캠퍼스를 찾아 인텔에 보조금 85억 달러, 대출 110억 달러 등 19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반도체) 제조는 거의 아시아로 이전했다. 오늘의 투자가 중요한 이유”라고 역대 최대 지원의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이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하는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첨단 반도체 제조가 40년 만에 미국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나의 전임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미래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경제 규제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미 반도체 산업을 살리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중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56%로 높이는 규정도 발표했다. 재집권 시 전기차 전환 정책의 백지화를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의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등 자동차 기업이 집중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rustbelt·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를 공략하고 있다. 올 1월 미 대형 노조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확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철강노조(USW)의 지지도 추가로 확보했다. 회원이 120만 명인 USW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총 195억 달러(약 26조 원)의 역대 최대 규모 지원 계획을 밝히며 “미국이 다시 제조업 본고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60억 달러, 5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대만 TSMC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캠퍼스를 찾아 인텔에 보조금 85억 달러, 대출 110억 달러 등 19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반도체) 제조는 거의 아시아로 이전했다. 오늘의 투자가 중요한 이유”라고 역대 최대 지원의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이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하는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첨단 반도체 제조가 40년 만에 미국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변화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나의 전임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미래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경제 규제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미 반도체 산업을 살리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날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중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56%로 높이는 규정도 발표했다. 재집권 시 전기차 전환 정책의 백지화를 공약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의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등 자동차 기업이 집중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rustbelt·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를 공략하고 있다.올 1월 미 대형 노조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확보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철강노조(USW)의 지지도 추가로 확보했다. 회원이 120만 명인 USW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 시간) “한국 방어를 위해 한반도 안팎에서 실시하는 다자훈련을 포함해 주한미군 2만8500명에 계속 투자(invest)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나 감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의 훈련을 주시해 훈련에 반영하고 있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를 기술하지, (특정한) 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서면 답변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제3국이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중-러 모두 한국에 미군 2만8500명으로 구성된 최고의 연합군이 전진 배치돼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남침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로 인한 분쟁 억제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2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1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더 이상 안보 지원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변화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밀러 전 대행은 “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한 북핵 협상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힌 가운데 러캐머라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권 생존에 필요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제재를 완화하려고 한다”며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응하고 있을 뿐아니라 미러링(mirroring)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북한이 회색지대 전술에 나설 가능성에 육체적·정신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무력 분쟁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 사령관도 이날 청문회에서 북중러와 이란 협력에 대해 “제복을 입고 본 40년 중 가장 위험한 안보환경”이라며 “거의 악의축(Axis of Evil)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85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포함해 총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지원한다. 미국이 2022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지원법(일명 ‘칩스법’)을 제정한 이후 최대 규모 지원액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지원액 100억 달러도 훌쩍 넘는 규모다. 백악관은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미 상무부가 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직접 보조금 최대 85억 달러와 대출 11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에 있는 인텔의 오코티요 캠퍼스를 방문해 이를 직접 발표한다.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구축하는 계획을 포함해 총 435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 정부가 해당 투자 규모의 약 46%에 대해 보조금과 대출 형태로 이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인텔은 이 자금을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인텔 설비 건설과 현대화에 쓸 예정이다. 백악관이 인텔에 대한 지원 계획을 먼저 밝힌 것은 인텔의 신규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애리조나주가 11월 미 대선의 경합주로 꼽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는 미국에서 발명돼 휴대전화부터 전기차, 냉장고, 위성, 방위체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힘을 불어넣지만 오늘날 미국은 세계 반도체의 10% 미만을 생산하며 최첨단 반도체는 일절 생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텔 자금 지원은 약 3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만 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계획에 대해선 이달 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언론에 “곧 미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미 정부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텍사스 프로젝트를 넘어 투자를 확대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 대해서도 보조금 50억 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인 이민을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사법부가 이민 의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분열과 대립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우위인 미 연방대법원은 19일 “주(州)정부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 텍사스주 이민법의 시행을 취소해 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 후 하급심인 연방항소법원(고등법원)은 “해당 법의 시행을 보류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각급 법원의 판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해당 법으로 인한 논쟁과 대립만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민정책의 집행 권한이 연방정부와 주정부 중 어디에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선에서 맞붙을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지칭하면서 재집권 시 강력 규제를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무시할 수는 없고 불법 이민자도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항소법원 판단 오락가락 대법원은 이날 주 당국이 직권으로 불법 이민자를 체포, 구금,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주 이민법 ‘SB4(Senate Bill 4)’의 집행정지 명령을 해제했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서명한 이 법은 당초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추방은 연방정부 고유 권한’이라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제5 연방항소법원은 판결 전까지 법 시행을 일단 허용하는 ‘행정유예(administrative stay)’ 결정을 2일 내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대법원에 긴급 요청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의 타당성은 판단하지 않고, 항소법원에 돌려보냈다. 몇 시간 뒤 항소법원은 “법 시행을 보류하라”며 대법원과 다른 결정을 했다. 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구두 변론은 20일 진행한다. 대법원과 항소법원의 이날 판결은 모두 법 시행 보류에 대한 결정일 뿐이어서 법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회적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대법원은 최근 잇따라 보수적인 성향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2022년 6월 폐기했다. 지난해에는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도 위헌 판결했다. 이날 판결이 이민 정책에 대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인정해 온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0년 애리조나주가 불법 체류 의심자를 조사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을 통과시키자 당시 대법원은 위헌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보수 우위로 바뀌면서 이런 기류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우세 州 , 자체 이민법 제정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텍사스를 넘어 공화당 우세 지역인 다른 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이오와주는 이날 미국에서 추방되거나 미국 입국이 거부된 이민자가 아이오와주를 방문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1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추방된 이민자가 플로리다주를 다시 찾으면 중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랫동안 연방정부의 영역이었던 이민 문제를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직접 다루려는 의지가 커졌다”고 평했다. 국경을 맞댄 멕시코와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멕시코는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끼리 협상할 문제”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