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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10명 중 4명, 전자담배 병용 ‘다중 흡연자’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우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 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 행태 및 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62%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법(담배사업법)상 담뱃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정의하지 않아 각종 규제를 피해 판매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사용 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9-21 03:00
흡연자 10명중 4명은 연초-전자담배 ‘다중 흡연’…액상형 규제필요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규제 사각지대에서 ‘다중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행태 및 조사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다중 흡연자의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62%),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58%), 일반담배 흡연자(46%) 순으로 높았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되거나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74.2%는 ‘건강을 생각해서 핀다’고 했고 64%는 ‘금연을 위해 핀다’고답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되며, 남에게 피해도 덜 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해야 담배로 정의된다. 즉 담뱃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각종 담배 규제를 피해 판매되고 있다. 이날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과 사용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가 신종마약을 흡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담배가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며 “담배 원료의 종류, 니코틴 종류와 함량 등과 상관없이 담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다양한 담배 제품이 출시되면서 담배 산업이 팽창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이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9-20 15:35
[광화문에서/우경임]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이란 없다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올해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제를 내고 모두 18개의 풀이를 썼다. 그중 정답은 5개로 추려진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춰 ‘최적의 조합’을 찾으면 된다. 이번 보고서에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담기지 않았다. ‘아끼고 모아두자’는 재정안정론자와 ‘당장 쓸 곳이 많다’는 노후소득보장론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연금의 본질은 노후 안정이지 기금 적립이 아니다”고 한다. 다음 날인 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수리적·논리적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적 수용성”이라고 했다. 보험료율을 올리려면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려야 개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은 2028년 소득대체율이 40%에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31.2%다. 소득이 100만 원이었다면 연금을 31만 원 받는다.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은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늦게 취직해서 일찍 퇴직하는 구조에서는 보험료를 오래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보험료를 꾸준히 내기 힘든 사각지대도 넓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보다 실제 수령 대상을 늘리고 오래 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2%)에 못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OECD는 한국 기초연금(32만 원)의 소득대체율을 7.8%로 추산하고 있다. 복잡한 공식을 건너뛰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단순하게 합해 보자면 소득대체율은 38.7%로 뛴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20조 원이다. 10년 전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모두 세금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까지 고갈되어 ‘그해 걷어 그해에 주는’ 부과식으로 바뀐다면 다음 세대에는 재앙이다. 2050년이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는데 보험료를 내다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이다. 더욱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를 고려한다면 부과식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콤한 사탕’을 주면서 사탕값을 알려주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포인트, 10%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각각 2.5%포인트, 5%포인트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본다. 보험료율을 단 1%포인트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까. 조 장관이 국민적 수용성을 언급한 인터뷰는 5년 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았던 일을 상기시킨다. 결국 지난 정부 내내 국민연금 개혁은 실종됐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내건 정부라면 달라야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둣이, 국민적 수용성이 높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란 없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2023-09-19 23:41
관료조직은 어떻게 잼버리를 망쳤나 [광화문에서/우경임]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11일 막을 내렸다. 150여 개국 3만5000여 명의 청소년이 더위 속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다 사실상 대회가 중단됐다. 잼버리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백서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는 관계 기관의 전·현직 책임자를 인터뷰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단 한 명도 반성을 하지 않은 탓에 결국 백서는 쓰지 못했다(본보 8월 14일자 A1면). 여야는 대놓고 ‘네 탓’을 한다. 여당은 “전북도와 전 정부가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를 이용했다”고, 야당은 “여성가족부와 현 정부가 부실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기 때문에 화장실이 더러웠을까. 여가부가 폐지될 부처라 상한 달걀이 제공됐을까. 잼버리 파행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에게 두루 물어봤다. 책임을 미루면서도 공통된 답이 있었다. ‘공무원이 할 일을 하지 않더라.’ 잼버리 사태는 관재(官災)라고 했다. 기자와 통화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요청해도 조직위원회가 상전처럼 굴며 움직이지 않았다” “전·현 정부를 대리한 두 공동조직위원장 간 갈등이 심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도, 여가부가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잼버리에서 의료 봉사를 했던 한 의사는 “관료 조직이 그 정도로 경직된 줄 몰랐다. 현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년 전 잼버리 파행을 예고했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장실 위생 문제가 복잡한 정책인가, 엄청난 예산이 드나”라고 되물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官)이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민(民)을 압도하는 기이한 구조로 치러졌다. 원래 세계잼버리대회는 청소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행사로 관료 조직은 거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여가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한 비대한 조직위원회가 꾸려졌다. 집행위원회는 새만금 개발이 시급한 전북도로 별도 구성됐다. 정치적 의도가 끼어들고 나태한 관료 조직이 이를 방관하면서 ‘잼버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보도된 한국스카우트연맹 회의록을 보면, 독일은 “개영식이 다중 인파 관리 실패로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조기 철수를 시사했다. 그러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6일 콘서트에는 50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증원이 아니라 똑바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공무원들은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개막 이틀 차인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야영장 변기를 닦았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냉방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그제야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잼버리 현장에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방증이다. 조직위원장이 몇 명이든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는 여가부이고, 그 수장은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누구의 책임인지는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2023-08-30 23:36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저임금 보장한 가사근로자 급여 낮춰 달라” 촉구정부가 올해 안에 필리핀, 태국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약 100명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가 “최저임금을 보장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급여를 낮춰 달라”고 촉구했다. 여협은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의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육아에 대한 부담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라며 “서울시가 제안한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은 저출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2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줘야 한다면 일반 가정에서 이를 부담하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급여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 감소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협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월급이 40만 원~70만 원 수준인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다. 5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협을 이끄는 허명 회장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모두를 고려한 적정 비용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8-09 14:58
“신약 개발에 진료 데이터 활용… 병원이 플랫폼 역할해야”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복강경 간 절제술, 2010년 세계 최초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한 간·담도·췌장암 분야의 명의다. 외과의사인 그가 4월 ‘정보통신의 날’에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센터 구축 및 의료정보 전송 연구(2017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보안성 연구(2018년) 등 의료 ICT를 연구해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재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를 지난달 20일 만나 의료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임상의사로서 의료 IC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부터 ICT를 통해 의학영상·환자기록 등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2002, 200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을 활용해 일본외과학회, 아시아태평양과학회 등에 복강경 수술을 생중계했다. 서울대병원의 사명이 우리나라 국민만의 건강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행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의사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수술 집도 장면을 공유하고 수술법을 전수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외과 우수성이 알려지며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 현재 외국 의사들이 공부하러 한국에 많이 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애플처럼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좋은 TV와 냉장고를 갖기를 원했다. 지금은 건강한 나를 원한다. 바이오기술(BT)은 국운을 걸 만한, 성공 가능성이 있는 미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 연구자, 기업가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병원은 환자를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기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를 진료하면 운동이 혈당에 좋다 또는 나쁘다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식이다. 병원이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자는 뜻이다.” -비대면 진료조차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으로 있을 적에 비대면 진료를 시도한 적이 있다. 국내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긴 해도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들이 있다. 미국·유럽 외 제3세계 국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나 재외국민이다. 르완다 가나 피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 국민이 갑자기 아프게 되면 화상으로 연결해서 우리 병원 의사들이 진료했다. 바로 그 직전에 르완다 외교관 부인이 복통이 있어서 케냐의 큰 병원으로 가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들었다. 비대면 진료가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지금도 결정이 어려울 때면 ‘내가 환자라면 뭐가 좋을까’ 묻는다.”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AI는 청진기와 같다. 과거에 의사들은 모두 청진기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심장내과 외에는 쓰지 않는다. AI로 의사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청진기처럼 의사 진단을 돕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의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의사과학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이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의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컴퓨터 공학자,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가 등과 만나게 되면서 지금 디지털헬스케어포럼연합을 이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병원이 문을 활짝 열어 플랫폼이 된다면 의사과학자가 줄줄이 배출될 것이다.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의학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언젠가 병원의 담이 허물어질 것이란 믿음이 있다.” -외과의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7년 전에 췌장암이 큰 혈관 주위로 재발한 65세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진통제를 아무리 써도 듣지 않는 상태로 의학 교과서상으로 보면 수술을 포기해야 할 환자였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보며 수술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수술하고 나니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졌다. 5년을 재발 없이, 고통 없이 더 사셨다. 환자에게는 선물이 됐다고 생각한다.” -외과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 왔다.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정이 어려울 때, 길이 막막할 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하고 싶다. 의학 교과서에서 췌장암의 간 전이는 수술 안 된다고 하는데 환자는 수술을 원한다. 그러면 의사는 최선의 의술을 연구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오지에 살거나 병원에 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의사는 늘 환자의 곁에 서야 한다.” 한 교수는 디지털 건강관리 등 의료의 미래에 대해 “어차피 가게 될 길”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했을 때, 복강경 담낭암 수술했을 때 모두가 우려했고, 위험한 수술을 한다고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더 선호되는 것처럼 디지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이 방향이 의학의 미래라고 본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7-06 03:00
“초고령사회 돌봄-의료 연계한 스마트 케어로 준비해야”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 기반의 고령친화서비스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한 고령화시대 돌봄 및 의료 연계 강화 방안을 공유하기 위한 ‘스마트 케어 정책포럼’을 13일 개최했다.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한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 부대행사로 열린 이번 스마트 케어 정책포럼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돌봄 영역의 데이터와 의료영역의 데이터가 연계된 생태계가 구성되고 개인을 중심으로 데이터 수요자와 수급자를 연결하는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며 고령자를 위한 기술의 최적화를 제안했다. 이어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익명 멘털 관리 솔루션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네이버 자체 AI기술을 이용한 홀몸노인 안부전화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디지털 헬스케어의 국내 현황을 소개했다. 국내 최초로 돌봄과 의료를 연계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케어서비스 모델의 사례들도 소개됐다. 이성희 ㈜비알프레임 상무는 “2021년 11월부터 부산 영도구서 하고 있는 멀티모달 기반 통합 맞춤형 스마트 케어 실증사업은 연령, 성별, 소득, 건강수준 등 고려해 구성된 고령자 8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신명준 부산대학교병원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노인은 서비스 대상자이면서 중요한 데이터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며 “고령자 대상 스마트 케어(돌봄‧의료)는 신성장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며,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종합패널토론에서는 박영란 강남대 교수를 좌장으로 스마트 케어 분야의 산‧학‧관‧연 전문가(경희대학교 김영선 교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일영 본부장, 주식회사 코그넷 한선호 부사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택식 단장)가 참여, 초고령사회에서 스마트 케어가 가지는 의미와 국내 스마트 케어서비스 발전방안을 논의하였다.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단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 케어 또는 디지털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이 산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기술수준의 적정성이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포럼이 국내 스마트 케어에 국가 차원의 발전 방향이 모색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 영상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식 유튜브 채널 및 동아일보 톡투건강이진한TV, 건강기상청(BODYCAST) 등에 공유돼 스마트 케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원하는 전문가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6-16 09:17
덜 쓰고, 잘 버리고,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생태계’ 만든다영국 링컨셔 바닷가에서 2년 전 길이 4.5m 정도의 어린 범고래가 사체로 발견됐다. 파도를 타고 쓸려온 것으로 보이는 범고래를 조사했더니 위 안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 있었다. 돌고래는 부패했는데도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아 있어 충격을 줬다. 범고래는 펭귄부터 상어까지 잡아먹어 킬러 고래(Killer Whale)로 불린다. 그런데 플라스틱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2018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플라스틱 때문에 범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범고래만 위기에 처한 것일까. 지난해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인구 1인당 매일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라 하수 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하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조류나 생선 섭취를 통해 인간의 몸속에 축적된다. 모르는 사이 내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셈이다. 플라스틱 소비량부터 줄여야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해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실제 국내 플라스틱 소비량을 보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우리 국민이 쓰는 일회용 컵과 빨대만 세어도 1인당 연간 400억 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일회용 컵 570개, 빨대 206개를 쓰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배달과 일회용품 사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생활용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2019년 418만 t에서 2021년 488만 t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7.7%나 증가했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각국은 플라스틱 관련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음식 용기·컵 등 10개 품목 판매를 금지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특정 일회용품이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은 아예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막대, 폴리스타이렌 및 EPS 스티로폼 음식 포장 용기 및 음료 용기 등이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일회용 봉투,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폐플라스틱, 폐금속 등 폐기물 수입을 제한했고 2021년부터는 전국의 식당과 주요 도시의 상점에서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금지했다. 지난해 초 유엔환경총회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 논의가 본격화되면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및 국제 무역 등 플라스틱 전(全) 주기에 걸쳐 단계마다 규제가 이뤄지고 개인 일상과 기업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2022년 ‘자원순환기본법’을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으로 개정하고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탈플라스틱, 정부·기업·지자체·국민 모두 노력할 일 탈플라스틱 사회로 가려면 원칙적으로 플라스틱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그다음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60%에 머물고 있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는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단계마다 탈플라스틱 대책을 마련했다.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 현명하게 소비하고, 다시 태어나도록 잘 버리는 ‘플라스틱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먼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이 쉬운지 등을 평가하는 순환이용성 평가 제도를 강화한다. 현재는 폐기물로 처리되는 순간에만 재활용이 어려운지, 쉬운지를 평가하지만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수리가 편리한지까지 포함해 평가한다. 제품 유통 단계에서는 공산품의 묶음 포장 등 과대 포장을 금지하는 한편 낱개 포장이 많은 농산물의 친환경 포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택배나 배달 용기도 과대 포장 기준과 검사 방법을 마련해 관리한다.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범 도입됐다. 현재 대형 슈퍼마켓에선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됐다. 이에 더해 우산 비닐 등 금지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카페나 식당에 대여 및 세척 비용을 지원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다회용기 사용을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거 단계에서는 단독주택 단지에 ‘재활용 동네마당’, 농촌 지역에 폐비닐 공동 집하장을 설치해 재활용 분리배출이 쉽도록 한다. 광학 선별기나 로봇을 도입해 재활용품 선별 시설을 자동화한다. 재활용 단계에서는 기업의 플라스틱 활용 원료 및 연료화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페트병 생산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목표로 정해 폐플라스틱 재생 원료를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환경의 날 ‘플라스틱 줄이기’ 행사5일은 제28회 환경의 날이다. 올해 ‘환경의 날’ 슬로건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생태계 변화 등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의 실행과 노력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환경의 날 기념식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가 진행된다. ‘쓰.확.행(쓰레기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 카드지갑 만들기,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가방참(키링) 만들기 등 재활용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의 날을 계기로 기업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녹색경영·녹색투자를 시작하고, 개인은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고 다회용기, 재활용품 사용을 늘리는 생활 속 변화를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6-05 03:00
봄철 식중독 유행… 요리 전에 손 꼭 씻고, 조리식품은 냉장 보관을지난달 부산 A어린이집에서 원아와 교사 13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등원한 원아 한 명이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했다. 이후 원아의 구토물을 치운 선생님과 같은 반이었던 원아들도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중독 의심 신고는 1605명(146건)으로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균인 1240명(71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유아 시설을 중심으로 식중독 신고가 급증했다. 영유아 시설의 식중독 의심 신고는 올해 1분기 601명(49건)으로 최근 5년 같은 기간 평균 231명(19건)의 2.6배에 달한다. 영유아 시설 집단 감염 유행 최근 식중독의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바깥 활동이 잦아지고 외식이 늘어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등교가 제한되고 외식이 줄면서 식중독 발생 건수가 급감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영유아 시설 식중독 신고가 유독 증가한 것은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의 유형이 바뀐 탓이 크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새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에 집중적으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올해 1분기 식중독 사례를 분석해 보니 전체의 79%가 노로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극소량만 묻어 있어도 사람 간 전파가 되는 강력한 바이러스다. 오염된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감염된 사람과 접촉만 해도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1월부터 증가해 이듬해 1, 2월이면 줄어든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 시설에서는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으로 인한 식중독뿐 아니라 구토 또는 설사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도 많다”며 “아이의 구토물을 닦을 때 알코올이 주성분인 손소독제는 소용이 없다. 락스를 물에 희석해서 써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식중독 원인균은 다양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으면 감염되는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다. 감염형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감염형 식중독은 살아 있는 유해 세균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주로 계란, 우유, 어패류 등에서 증식한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대장균 등이 원인이다. 통상 오염된 음식을 먹고 다음 날 혹은 이틀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발열과 혈변, 점액변 등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하다면 항생제 복용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독소형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상한 음식을 먹은 후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차량 내부, 트렁크 등에 김밥 등과 같은 조리 식품을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식중독균 증식의 위험이 있다.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해 10도 이하로 보관, 운반해야 한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상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까워도 무조건 버리는 것이 좋다.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기도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미음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부터 식사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식중독에 의한 설사가 지속될 경우 탈수 증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간혹 지사제를 임의로 복용하는데 이는 오히려 독소의 배설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6대 예방 수칙 기억하세요식약처는 ①손 씻기 ②익혀 먹기 ③끓여 먹기 ④세척·소독 ⑤구분 사용 ⑥보관 온도 등 6대 예방 수칙만 잘 지켜도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①손 씻기=식중독 예방의 가장 기본 원칙은 개인위생 관리다. 손 씻기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에서 돌아온 후 비누 등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②익혀 먹기·③끓여 먹기=육류, 가금류, 달걀 등은 내부까지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섭취한다. 중심 온도 75도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굴 등 어패류는 중심 온도가 이보다 높은 85도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한다. 식수는 생수 또는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④세척·소독=식재료는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하고 식재료는 항상 냉장 보관한다. 식재료를 담는 조리 기구도 열탕 또는 살균소독제로 철저하게 세척·소독을 하고 조리대와 개수대도 중성세제와 염소 소독제를 사용해 자주 소독을 해주도록 한다. ⑤구분 사용=번거롭더라도 칼·도마는 채소용, 육류용, 어류용 등 식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달걀·육류 등을 냉장 보관할 때는 조리 없이 그대로 섭취하는 채소 등과 직접 닿지 않도록 각각 다른 칸에 보관해 교차 오염을 방지하도록 한다. ⑥보관 온도 등=육류, 달걀 등은 조리하기 전까지 냉장고에 보관한다. 음식은 1회 식사량만큼 준비하는 것이 식중독도 예방하고 음식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빠르게 식혀서 냉장 상태로 보관한다. 일반 식중독균과 달리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노로바이러스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환자의 구토물 및 그 주변을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거나 용변을 보고 나서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려야 한다. 배탈,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집에서 쉬어야 한다. 식약처, 식중독 지도·점검 나서기로 이에 따라 식약처는 최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34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식중독대책협의회를 열고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정기 점검을 시작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어린이집 집단 급식소 총 1만1000여 곳을 전수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5월 한 달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체의 약 60%에 해당하는 6600여 곳을 점검한다. 주요 점검 내용은 손 씻기 등 식중독 예방 수칙 준수와 소비(유통)기한 경과 제품 사용 여부, 식품의 위생적 취급, 기구 세척·소독 등 급식 시설 위생 관리 등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5-15 03:00
[파워인터뷰]“탄소중립, 경제 패권 달린 생존 문제… 한국판 IRA 서둘러야”《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최근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이어받되 부문별 목표를 재조정했다. ‘남은 기간 이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과 동시에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는 당위론이 엇갈리고 있다.이번 기본계획 수립을 주도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기후변화를 두고 산업적, 기술적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은 경제 및 에너지 안보가 달린 국가의 생존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우리가 달성해야 할 탄소중립은 어떤 뜻인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가.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을 무작정 막을 수 없다면 배출량을 줄이고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그 핵심은 에너지다. 에너지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이른바 ‘탈(脫)탄소’다. ‘탈원전’은 잘못된 방향이다.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 초반(2017,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2.4%씩 늘었다. 원전 발전을 줄인 대신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전기에너지는 탄소중립에 역행한다. 지난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다음에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그 핵심을 제대로 담고 있나. “완벽한 계획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내놓았다.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지난 정부가 60점을 맞고 이번 정부에 100점을 맞으라는 식이니 얄밉기도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키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전 정부가 떠넘긴 40%라는 숫자의 근거와 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2년 전 발표에선 NDC 산업부문 감축 목표가 14.5%였는데 화학산업의 경우 이를 이행하려면 콩이나 옥수수 같은 식물로 만든 바이오 나프타 2360만 t가량이 필요하다. 전 세계 공급량(880만 t가량)의 3배를 수입해야 하는데 말이 되나. 이번에 산업부문 감축 목표치를 3.1%포인트 줄인 11.4%로 조정한 배경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행 가능하도록 재구성한 게 이번 계획이다. 이행 점검을 통해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실행력을 확보해 갈 것이다. 2050년까지 6개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이번 정부는 단단한 디딤돌을 깔 것이다.” ―온실가스 중 상당량은 기업이 배출한다. 산업부문 감축량을 줄이면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철강 화학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탄소중립에 있어 도전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기업이 탄소중립을 이행할 잠재력 또한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이미 전기차 같은 모빌리티는 역량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세계 3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2차전지 기술도 완성도가 높다.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경쟁력의 시점을 어제가 아니라 내일에 두라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에 부를 축적하던 범선 업체들이 18세기 후반 증기선이 나왔는데도 범선을 잘 만들려고 하다 파산했다.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유럽의 탄소국경제도(CBAM) 같은 국제 질서를 읽고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이 탄소중립 기술과 역량이 있는데도 ‘탈탄소’가 늦어지는 이유가 있나. “개인도 사회도 변화하려면 아픔이 뒤따른다. 탄소 경제를 탈탄소 경제로 전환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든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같은 고통스러운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 누구도 그런 고통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보다 비싼 가스 발전을 늘리면서도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대란까지 겹치면서 이제 전기요금을 조정하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정치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져 있고 국민이 그에 호응하는 한 ‘탈탄소 경제’로 변화할 추동력은 생기지 않는다.”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인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임기 안에 갈등을 회피하는(Not in my term) 정치의 속성은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봤다. 기후위기만큼은 정치가 포퓰리즘 유혹을 벗어나야 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일관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다음 정부에서 폐기되면서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그만뒀고, 한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를 잃었다. 소비자로서 권력을 가진 시민도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을 사고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헌법 제정 당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구조적 변화인 △기후위기 △인공지능 △인구변동 등 세 가지를 헌법에 담자는 제안이다. 그는 “헌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토대인데 이 세 가지 변화는 헌법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라며 “미래 개헌 시점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헌법적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한미가 안보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컴퓨팅 △백신 등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세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특히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이 그 목적이다. 단언컨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기술동맹의 핵심은 녹색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정상 공동 선언문에도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전체 양해각서(MOU) 체결 50건 중 13건이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 청정에너지 분야다. 한미가 글로벌 전략적 녹색동맹으로 간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포획되듯이 끌려가선 안 된다. 큰 그림은 같이 그리되 2차전지나 원전 등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가짐으로써 핵심적 국익은 지켜 나가야 한다.” ―한국이 경제 안보와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후테크 산업을 키워야 한다. 미국이 IRA를 발표한 건 기후위기를 기회 삼아 탄소중립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거다. 유럽연합(EU)의 그린딜(Green deal) 산업 계획은 미국의 IRA에 대응해 EU 국가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유럽판 IRA라 할 만하다. 두 법안 모두 ‘탈탄소’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역내 생산량이 많을수록 보조금을 주도록 설계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으로 변화할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생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도 한국판 IRA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 지원과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산업정책을 잘해 성공한 나라다.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산업에 갇혀 기후테크 육성에 소극적이다. 해외에선 벌써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기후테크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김상협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미래비전비서관,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하며 ‘녹색성장’ 정책의 기반을 닦았다. 2013년부터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부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팀을 이끌었고, 지난해부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5-01 03:00
‘폐과 선언’ 나선 소아과 의사들 “의료체계 개편안 현실성 없어”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과 진료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폐과 선언’을 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의사회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소아 의료 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전국의 모든 소아 관련 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복지부 개선 대책을 보면 정부는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응급실에 데려올 정도면 중증 환아일 가능성이 높아 소아과 레지던트 등 소아과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소아과 의사 공백으로 진료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복지부는 시설 확충을 해결책이라고 내세웠다”고 말했다. 현재도 응급실과 병실을 갖추고도 소아과 의사가 없어 응급 소아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대학병원이 많다는 것이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육성에 대해서도 소아과를 택한 전공의가 유입되지 않고 있는데 추가적인 수련을 거친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등 분야별 전문의를 길러낼 수 있냐는 회의론을 내놓았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 환자들을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에 대해서도 “이미 6년간 시행해 실패한 정책을 재탕도 모자라 확대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의사회의 이날 폐과 선언으로 실제 소아청소년과가 폐과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항의성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의사회는 과거에도 두 차례 폐과 선언을 한 바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3-30 03:00
글로벌 보건의료 전문가 한자리에… ‘메디컬 코리아’ 개최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온 A 씨는 4년간 두통에 시달렸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B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나서야 뇌수막종임을 알게 됐다. 바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A 씨같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가 지난해 20만 명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했던 국내 의료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약 50만 명이다.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시작된 이래 약 8.3배 늘었다. 한국 병원의 의술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주위에 추천을 하거나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9년 외국인 환자들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3조331억 원을 썼고, 이로 인한 생산 및 부가가치 생산유발액은 8조1000억 원, 취업유발 인원은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외국인 환자 수는 약 12만 명, 2021년 약 15만 명으로 급감했고, 최근에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에도 병·의원의 해외 진출은 늘어나고 있다. 병·의원의 해외 진출 건수는 2020년 25건, 2021년 34건, 2022년 3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 의료의 역량이 주목받으면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의 브랜드 가치가 제고됐기 때문으로 진흥원 측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진흥원은 2020년부터 45개국 486명의 외국 의료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23, 24일에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학술회의 ‘메디컬 코리아’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으로 보건·외교전문가인 제이미 메츨과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4개 포럼, 6개 세미나에 65명의 연사가 참여한다. 모든 포럼과 세미나는 현장에서 등록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3-23 03:00
[파워인터뷰]“엄마,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몰라요… 항상 마음의 준비 당부”《지난달 18일 튀르키예 강진 피해 현장에 파견돼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던 한국 긴급구호대가 아다나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예고에 없던 “한국팀이 귀국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공항에 있던 튀르키예 국민들이 긴급구호대원을 둥글게 둘러싸고 박수를 쳤다. 왼손을 가슴에 올리는 튀르키예 감사 인사를 하거나, 부랴부랴 기념품을 사와 건네주는 사람도 있었다.그 자리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일 때 대구로 파견됐던 국군대전병원 소속 김혜주 대위(32)도 있었다. 당시 방역 마스크를 오래 쓰다 보니 콧등이 헐어 반창고를 붙인 김 대위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됐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은 그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지난달 23일 인터뷰차 만난 김 대위에게 재난 현장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부터 물었다.》―대구 코로나19병원에 이어 튀르키예 구조 활동도 자원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에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대구 길거리에 사람은 없고 구급차만 다닐 정도였다. 누군가는 반드시 대구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동료 1명은 임신을 했고, 다른 1명은 자녀가 있었다. ‘내가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튀르키예 파견은 아주 급박하게 이뤄졌다. 2월 7일 오후 5시 긴급구호대 튀르키예 파견이 결정됐는데 4시간 안에 인천공항에 집합해야 했다. 구조 활동에 골든 타임이 있는데 그 안에 떠날 준비를 마칠 수 있는 자원자가 많지 않았다.” ―가족들의 걱정이 컸을 것 같다. “병원에서 짐을 싸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카카오톡으로만 가족에게 알렸다. 이튿날 튀르키예 공항에 도착해 보니 ‘갑자기?’ ‘진짜로?’ 하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더라. 가족이 말릴 시간도 없었다. 다만 항상 마음의 준비를 당부한다. ‘엄마, 우리는 전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에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고, 언제 죽을지도 몰라요. 그렇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한다. 그래도 엄마는 TV에서 튀르키예 현장을 보며 9일 내내 우셨다고 한다. 처참한 피해 현장을 보고 ‘우리 딸 괜찮을까’ 걱정이 되어서…. (담담한 김 대위 눈가로 잠시 눈물이 차올랐다) 집에 왔더니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다’며 소고기를 구워 주셨다.” ―실제로 본 튀르키예 지진 현장은 어떠했나. “11시간 비행 끝에 가지안테프 공항에 내렸다. 안전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려고 이동하는데 도로가 망가진 상태라 차가 기어가듯 움직였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 현장은 건물이 마치 쿠크다스 과자가 부스러진 것처럼 보였다. 과연 사람이 깔려 있을 공간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위태롭게 남은 건물도 가스, 수도, 전기 등이 모두 끊겨 있었고 가스가 새어 곳곳에 화재가 났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을 잃고,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를 찾아 흐느끼며 거리를 헤매는 사람이 많았다. 이산가족도 많다. 수습한 시신은 한곳에 뉘어 드렸는데…. 신분증이 없으면 누군지 확인이 어려워서 이름 모를 주검이 많았다. 부모를 잃기도 하고, 아이를 잃기도 하고…. 전쟁이 난 것처럼 오랫동안 상처가 남을 것 같다.” ―여진이 계속돼 고등학교에 겨우 베이스캠프를 차렸다고 들었다. “하타이주의 셀림 아나돌루 고등학교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 건물이 남아 있었다. 교실에는 학생들 사진도 걸려 있고, 교과서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일상은 완전히 파괴됐다. 학교를 찾은 학생은 대입 시험을 치르기는커녕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래와 웃고 떠들던 학생이었을 텐데 모든 걸 잃은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구조 활동 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구조 활동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출했다. 그중에 손이 구조물에 끼여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엄마가 우리를 보자 방 안에 남아 있는 아이부터 구조해 달라고 애원했다. 엄마는 손을 많이 다쳤는데도 아이 생각에 아픈 줄도 모르더라. 엄마 요청에 따라 아이를 구하러 갔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엄마가 절규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쏟아졌다. 감히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튀르키예와의 ‘형제의 정’이 감동을 줬다. “베이스캠프를 차리려 이동하는 중간에 튀르키예군 위병소에 들렀다. 한국군인데 화장실을 쓸 수 있는지 물었더니, 화장실도 개방해주고 식사도 내어줬다. 만나는 튀르키예군마다 항상 웃어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할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주민이 다가와 ‘고맙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튀르키예 국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형제의 정’은 구조 활동 내내 힘을 북돋아 줬다.” ―2020년 대구 코로나19 사태 당시 ‘콧등 반창고’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두꺼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교대 근무를 했다. 방호복을 입으면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다. 화장실도 자주 갈 수 없다. 신체적으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방호복으로 행동이 굼떠지니 평소보다 주사를 놓는 것이 힘들어 (환자를 아프게 하니) 속상했다. 당시 28일 동안 병원과 숙소만 왕복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방호복보다도 예쁜 옷을 입고, 사투의 현장보다는 좋은 곳에 가고 싶을 나이인데…. “20대 초반에는 저도 그랬다. 간호사 생활을 하는 11년 동안 삶과 죽음, 그 경계의 순간을 많이 봤다. 그러면서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른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됐고 ‘건강하게 움직일 때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답에 이르렀다. 무기력에 빠지기보다는 따뜻한 집, 사랑하는 가족, 씻을 수 있는 샤워기의 물,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는 전등 같은 사소한 것에 감사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어떻게 간호장교의 길을 걷게 됐나.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그 꿈을 이루고 싶어 간호장교로 임관했다. 간호장교는 전시도, 평시도 부상자를 돌볼 수 있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대처가 가능하다. 이번 튀르키예 구조 활동 중에 건물 더미에 하반신이 깔린 주민이 있었다. 갑자기 움직일 경우 전해질 불균형으로 심정지가 올 수 있다. 꺼내기 전에 수액을 공급해 줘야 한다. 문제는 너무 비좁아 남자가 들어갈 수 없었다. 체구가 작은 동료 간호장교가 포복으로 기어 들어가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액 바늘을 꽂았다. 결국 살려서 병원으로 이송했다.” ―재난 현장은 남을 구하려다 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도 갈 것인가. “갈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 내가 매몰됐을 때 팔과 다리 다친 게 무서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못 찾을 것 같은 공포가 더 무서울까 생각해 봤다. 누군가 나를 찾아주기를, 그래서 살 수 있기를 바랄 것 같다. 힘들어도 구조 활동을 쉴 수 없던 이유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다시 갈 것 같다.” ―군인으로서의 직업정신인가, 원래 이타적인 사람인가. “한국행 전날 동갑내기 튀르키예 여성을 호텔서 만났다. ‘도와주러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라. 집도, 가족도 모두 잃어서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런 슬픔 속에서도 연신 고맙다고 하기에 ‘70년 전에 튀르키예도 한국을 도왔다. 우리가 돕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한국이 지진을 겪었어도, 우리는 다시 도왔을 것’이라고 답하더라. ‘나라 대 나라’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돕는다는 보편적인 인류애 같은 의미였다. 그런 비슷한 느낌이다. 긴급구호대 사이에서도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힘듦을 견딜 수 있었다. 누군가를 돕는 뿌듯함이 힘듦을 잊게 한다.”김혜주 대위(32)△2014년 육군전문사관 16기 임관△2015∼2017년 육군 제3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간호장교△2017∼2019년 육군훈련소 지구병원 응급간호장교△2019∼2021년 국군춘천병원 내외과간호과 응급간호장교△2020년 2∼4월 코로나19 대구 감염병전담병원 파견△2022년∼ 국군대전병원 내과간호과 중환자선임간호장교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3-06 03:00
“재정압박에 문 닫게 해달라는 대학 많아… 매몰 비용 엄청날 것”《‘대학의 위기.’ 더 이상 수사어가 아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내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는 46위로 하락했다. 평가 대상 국가(63개국) 중 하위권이다. 대학이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압박과 교실 크기까지 정해주는 정부 규제로 경쟁력을 잃고 표류하는 사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파도가 덮쳐오고 있다.지난해 12월 28일 만난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 총장)은 “국회서 고등교육 지원을 호소하면서 부끄럽지만 눈물이 났다. 대학 총장을 맡고 나서 울분이 북받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적 자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대학을 ‘공공의 적’으로만 대할 건가”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신설되는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통해 9조7400억 원을 대학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학은 정말, 정말 아사(餓死) 직전이다. 수액을 맞는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원래 고등교육 예산(7조7000억 원)에다 국세로부터 1조7000억 원을 가져왔다. 고등교육 재정의 마중물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 예산은 국립대 운영비, 연구개발 지원비 등 재정이 투입될 곳이 일일이 정해져 있다. 대학 마음대로 1원도 쓸 수 없단 얘기다. 이번에 추가된 1조7000억 원은 대학이 혁신사업에 자율적으로 쓰도록 설계됐다. 이 점이 중요하다.” ―‘아우 돈 뺏어서 형님 먹여 살린다’며 교육감들이 반발했다. “이번에 확보한 고등교육 재정은 내국세의 20.79%에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니다. 논란이 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감히 손 댈 생각도 못 했다. 국세인 교육세로 충당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65조 원이고 올해 77조 원이 걷힌다고 한다. 이미 교육청 통장에 19조 원이 쌓여 있다. 반면, 대학은 적금은커녕 매년 적자가 난다. 요즘 초중고교 중에 재래식 변기 있는 곳 본 적 있나. 대학은 수두룩하다. 화장실 가려고 집에 다녀오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이 대학 실험실 보고 중·고교보다 열악하다고 한다.” ―교육청이 통장에 돈을 쌓아 두면서도 대학에 줄 수 없다는 건가. “교육감들은 미래를 대비해 아껴 둔 돈이라고 한다. 실상은 다르다. 초중고교 시설 개선을 한다고 치자. 예산이 있어도 1년 안에 수백 곳을 공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교육청 공무원이 관리·감독을 나가야 하는데 그만한 인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노트북을 척척 사 주고, 코로나 지원금을 나눠 주며 예산을 쓴다. 남아도는 돈이라도 대학에 한 번 양보하면 계속 뺏기게 될까 봐 여지도 주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입을 뺏기기 싫은 것 아니겠나.” ―대학의 재정난이 얼마나 심각한가. “초중고교 교육에는 1인당 연간 15만 달러, 대학 교육에는 연간 11만 달러가 투입된다. 이런데도 초중고교와 대학 교육에 칸막이를 높게 치고 재정을 배분하는 게 합리적인가. 2009년 이후 등록금이 동결됐다. 14년 동안 교수 월급은 거의 동결됐고 인건비가 싼 강사 수업이 늘었다. 대학마다 도서관 도서구입비부터 줄였다. 대학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교육부 규제가 얼마나 세기에 대학이 문을 닫을 상황에도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는 건가. “국가장학금이 4조 원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3조6000억 원(유형1 장학금)이 간다. 나머지 4000억 원(유형2 장학금)이 지역인재 또는 대학이 선발한 학생에게 간다. 경북대의 경우, 자체적인 기준으로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금액이 16억 원 정도 된다. 사실 16억 원이야 등록금 10만 원만 올려도 해결된다. 그런데 정부 지침을 어기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한계대학으로 퇴출시키거나 학자금 대출이 안 되는 대학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등록금도 학생들이 와야 올리는데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학이 철저히 순응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대학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학과 신설과 정원 조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 기업 인수합병처럼 대학 간, 단과대 간 통폐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앞서 ‘대학규제개혁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안도 발표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 한 도루묵이다. 관행대로 안전하게 일하려는 관성을 쉽게 바꾸기 힘들다. 반도체 학과 신설한다고 요란한데 규제만 없었어도 진즉 설치할 수 있었다. 반도체 인력은 학과를 만든다고 인력 양성이 뚝딱 되는 게 아니다. 팹시설(Fablab), 클린룸 같은 시설이 있어야 하고 전문성 있는 교수도 필요하다. 다 돈이 든단 얘기다. 그런데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고, 재정 지원도 초중고교보다 못하다. 반도체 인력 삼성은 2억 원, 구글·아마존은 4억 원 주고 데려간다. 경북대 조교수로 오면 5000만 원 받는다. 과거 애교심 애향심 애국심에 호소해서 고급 인력을 데려올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안 통한다.” ―등록금 자율화가 대학 위기의 해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등록금 동결이 낳은 폐해는 대학의 하향평준화다. 교육부가 대학의 생명줄을 쥐고 교수 수와 월급, 교실 수와 크기 등을 통제한다. 모든 대학을 똑같이 묶어 놓는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탄생하려면 우수한 교수도 모셔 오고, 고가 실험 장비도 들여놓고 이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등록금이 오른다 하더라도,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하면 학생들이 입학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면 된다. 만약 학생이 ‘아니다’ 판단하면 해당 대학은 도태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갑자기 진행될 거다. 폐교되면 인근 지역경제도 무너진다. 이제는 사회가 치를 비용이 너무 커졌다.” ―등록금 자율화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된 것 같다. “내년 총선 앞두고 아직은 현실성이 없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 와서 등록금 자율화를 꺼냈다가 바로 철회했다. 부모들한테 표가 나오는데 누가 그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자고 하겠나. 결국 정치가 문제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42년이면 현재 대입 정원(47만 명)보다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31만 명이나 부족하다. “전국에 대학이 400여 곳인데 지금도 문 닫고 싶은 대학이 있다. 대교협에 ‘문 닫게 해주세요’라고 찾아온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사학재단의 땅은 국가에 환수된다. 그러니 학생 1명이라도 데려와 문을 닫지 않으려고 한다. 학생 충원율을 맞추려고 교직원 아내를 학생으로 등록하는 꼼수를 쓰더라. 3개월 다니고 휴학하고 등록금을 다시 받아 가는 식이다. 야당에선 대학을 20∼30년 운영하며 재정 지원을 받고 세금 혜택도 받았으니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고 한다. 일리 있지만 현실을 보자. 부실 대학이 연명할수록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대학에 퇴로를 만들어줘야 구조조정이 된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대 사정이 더 어렵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처럼 만들자는 거다. 서울대 학생 1명당 4800만 원, 연·고대 학생 1명당 2800만 원 투입한다. 경북대 부산대 등 거점대학이 1명당 2400만 원이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결국 지방대를 육성할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2025년부터 대교협이 대학 평가를 담당한다. 평가 내용이 어떻게 바뀌나. “교육부와 별개로 대교협이 5주기 평가를 해 왔다.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과 항목이 80% 정도 겹친다. 다만 대학 재정 지원과 연계하지 않는다. 교육부 평가에선 1점 차이로 재정을 끊어버리기도 하니까 대학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고 서류 작업에 불필요한 역량을 쏟게 된다. 통과와 탈락으로만 나누고, 탈락 그룹은 1년 유예기간을 두고 다시 본다. 일종의 컨설팅 개념이다. 앞으로 대학평가 지표 개발을 위한 TF 팀을 꾸려 연구를 할 예정이다. 지표는 교육의 질에 집중될 것이다.”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경북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대외협력처장, 산학연구처장 등을 지냈고 2020년부터 경북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현재 26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2023-01-04 03:00
[횡설수설/우경임]‘실내 마스크’ 3년 만에 의무에서 자율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0개국은 실내외 마스크를 모두 벗었다. 이들 나라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 어려운 문화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되레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아픈 사람으로 여긴다. 나머지 18개국은 집단 감염 우려가 큰 곳에 국한해서 쓴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감소와 의료대응 역량 등을 따져보고 유행의 정점이 지났다고 판단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달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꼭 3년 만이다. 마스크 수급 대란이 진정되던 그해 10월부터는 전국적으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됐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석 달 전 해제됐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보기 어렵다. 반면 옹기종기 모여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먹을 때만 벗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사실상 마스크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단 얘기다. 마스크 착용의 비용이 효과를 상쇄한다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지연되고 면역력을 기를 기회를 빼앗긴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선방했다. 마스크를 쓰라는 집단적 압력이 강한 한국, ‘가오판쓰(顔パンツ·얼굴팬티)’라 부르며 마스크를 벗기 싫어하는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선 마스크 수용도가 높았다. 덕분에 바이러스가 델타로, 오미크론으로 변이를 거듭하며 치명률이 낮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그사이 백신도 개발돼 접종이 시작됐다. 마스크 의무화가 늦었던 미국 유럽 등은 팬데믹 초기 치명률이 높았다. 2020년, 2021년 미국의 사망 원인 3위는 코로나19였다. 앓을 만큼 앓고 집단면역이 형성된 셈인데 안타까운 희생이 많았다. ▷마스크를 벗은 나라들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치솟는 경험을 했다. 백신 접종률과 항바이러스제 처방률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중국의 환자 폭증도 부담스러운 변수다. 마스크를 벗으면 사회·경제적 약자, 건강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더라도 10명 중 2명만 마스크를 즉각 벗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를 지혜롭게 헤쳐온 국민을 믿고 자율에 맡길 때도 됐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2022-12-23 21:30
[인터뷰]“포퓰리스트 판 깔아준 특권중산층… 이대론 모두가 패자”《2020년 우리나라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44%다(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30년 전만 해도 70%가 넘었던 중산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평생 계층 연구에 천착해 온 구해근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중산층은 몰락한 것이 아니라 분화했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특권중산층이 새로 등장했다”고 했다. ‘20 vs 80의 사회’ 저자 리처드 리브스가 상위 20%를 상류중산층으로, ‘부당 세습’의 저자 매슈 스튜어트가 상위 10%를 신흥귀족으로 정의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특권중산층이 등장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특권중산층은 어떻게 형성됐나. “부유한 전문직·관리직 엘리트가 특권중산층의 대다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이행했고 대기업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그 이후 대기업·정규직 위주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위주 2차 노동시장에 줄이 그어졌다. 신분제와 다름없다. 부동산 버블도 특권중산층의 형성 요인이다.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글로벌 시장에 한국 경제가 깊이 편입된 것도 특권적인 기회를 부여했다. 엘리트는 해외 유학부터 명품 소비, 웰빙 상품 등에 접근성이 높았다. 일반 중산층과 구분 짓기를 할 기회가 됐다.” ―최근 불평등 연구는 일관되게 부유한 전문직·관리직 엘리트를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의 분화는 서구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소득 상위와 하위 계층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 공격적인 세계화를 추진한 나라다. 과거에도 상위 10%는 존재했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됐으나 교육 수준은 다소 떨어졌다. 현재 상위 10%는 명문대를 나와 유학을 한 전문직·관리직 엘리트로 구성된다. 이들은 경제 자본 외에 사회·문화 자본도 독점하고 있다. 능력주의를 앞세워 특권을 공고화한다.”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중산층은 국가와 사회 계약을 맺어 왔다. 한국의 경우 중산층이 경제 발전에 협조하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암묵적인 계약이 성립되면 중산층은 사회 안정의 기반이 된다. 1980, 90년대는 사회 계약이 충실히 이행됐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층 이동의 길이 막혀 버렸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를 향한 분노를 자극한다. 사회적 신뢰에도 금이 간다. 사회 안정 세력이던 중산층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포퓰리스트의 판에 동원되기 쉬워진다. 경제 양극화가 정치 양극화로 이어지는 원리다.” ―미국 유럽 등과 달리 한국의 중산층은 계급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미국 등의 중산층은 근대화 과정에서 종교 도덕 문화 등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유럽은 혁명을 통해 자생적으로 중산층을 쟁취했고, 미국은 청교도 윤리에 기반을 두고 성장했다. 한국은 국가가 중산층을 키워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기 등 자산 축적 과정도 도덕적이지 않다. 문화적, 도덕적 우월성이 없는 특권중산층은 과시적인 소비로 다른 계층과 차별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특권중산층이 명품, 외모, 웰빙 등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인가. “여기에는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특권중산층이 신분을 소비로 과시하려는 욕구는 수요 측면이다. 고급 소비시장의 성장은 공급 측면이다. 고급 소비시장은 가방과 구두 같은 ‘지위재’뿐만 아니라 얼굴, 건강, 몸매 같은 ‘비지위재’까지 팔고 있다. 후발국의 신생 부유층이 새 고객으로 발굴된 것이다. 특권중산층의 욕구와 글로벌 기업의 수요 창출이 맞물린 결과다.” ―특권중산층을 강남스타일 계급으로 정의했는데…. 거주지가 계층 정체성이 되는 현상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인가. “처음에는 강남을 진지하게 보지 않았는데 연구를 할수록 강남의 역할이 중요했다. 계층별로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현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난다. 강남이 독특한 건 그 규모가 다르다. 강남 서초 송파 3구의 아파트에 150만 명이 모여 산다. 공간적으로 밀집되고 계층적으로 균질한, 이만큼 대규모의 특권중산층 지역은 없다. 규모로만 보면 특권중산층을 강남중산층으로 대체해도 될 정도다. 미국에도 도시마다 부촌이 있다. 하지만 인구가 적고, 고급 주택은 고립돼 숨어 있다.” ―강남이 경제적·문화적 준거집단이 되는 전국의 ‘강남화’도 우려했다. “강남은 개발 초기부터 교육과 부동산이 결합한 특권적인 기회가 주어진 곳이다. 명문 고교 이전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다시 대치동 학원가가 들어서며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나와 비슷했던 이웃들이 벼락부자가 됐다. 그러니 승복이 어렵고 강남이 도달해야 할 준거집단이 된다. 강남을 준거집단으로 삼으면 체감 중산층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불행해진다.” ―어느 부모도 자식이 본인보다 못살길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한국 특권중산층의 불안감이 큰 것 같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일류대 관문을 통과해 대기업에 취직하는 단선적인 서열 정하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본다. 게임에서 첫 번째 규칙은 교육이다. 우리 사회 모든 자원이 교육적 성취에 따라 배분된다. 두 번째 규칙은 한번 지면 끝이다. 명문대 진학에 실패하면 좋은 일자리를 얻거나 자산을 축적할 기회도 놓치게 된다. 한국은 6·25전쟁을 겪으며 계급과 신분이 해체된 나라다. 평등의식과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어도, 이길 가능성이 없어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기회 사재기(리처드 리브스)나 기회 세습(매슈 스튜어트)처럼 특권중산층이 교육 기회를 독점하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반면, 한국에선 모든 계층에서 사교육 열풍이 분다. “굉장히 특별한 현상이다. 유교 문화권의 교육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역시 수요와 공급을 같이 봐야 한다. 고교평준화가 의도와 달리 사교육을 자극했다. 부와 지위를 물려주려는 계층이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사교육 시장을 창출했다. 공급도 충분했다. 운동권 출신 학원 강사처럼 취업이 어려웠던 유능한 인재들이 유입돼 우수한 사교육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미국 내 한국 아이들도 방학이면 학원에 다니러 나오더라.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경쟁에서 탈락하기 쉽다.” ―이 책은 한국인은 왜 불행한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한국은 다양한 기준의 성공이 존재하지 않는 일직선 사회다. 지위가 높아도, 가진 게 많아도 행복하지 않다. 정경심 씨는 교수인데도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가질 만큼 갖고도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회 지도층이라는 장관 후보자도 다를 바 없다. 자칫 추락할까 가진 것을 움켜쥐고 불안에 떤다. 특권중산층의 성찰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구조인데, 모른다. 모든 기회를 독식하며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는 “한국에 살았다면 사교육을 시키고 부동산 투자를 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특권중산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국민이 문화와 스포츠에서 펼치는 역량을 보라. 보통 재주가 아니다. 이런 힘을 과도한 경쟁으로 소모시키는 건 정치인이나 지식인 등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성할 부분이다. 지식인들은 이 정권, 저 정권 오가며 특권을 즐기고 있지는 않나. 정치인은 사회 전체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 특권중산층의 물질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를 불필요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결과적으로 자식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도덕·윤리의 파괴자가 되어선 안 되고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준거집단이 되는 특권중산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구해근 美하와이대 명예교수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부터 하와이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계급·계층 연구에 집중해 왔다.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노동계급을 분석한 그의 저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2003년 미국 사회학회의 ‘아시아 부문 최우수 저서’로 선정됐다. 최근 세계화 이후 한국 중산층의 변화를 다룬 ‘특권중산층’을 출간했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2022-12-21 03:00
[횡설수설/우경임]급증하는 고독사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50, 60대면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다. 그런데 고독사의 절반이 50, 60대 남성에게서 발생한다. 평생 일만 하다 가족과 유대감을 쌓지 못한 데다 식사 빨래 같은 집안일에 미숙한 50, 60대 남성은 실직하거나 이혼하면 급격히 무너진다. 나약하다는 낙인이 두려워 고독감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질병과 가난을 안은 남성은 ‘삼식이’(세끼 모두 집에서 먹는 남편) 대접조차도 받지 못하고 가족과 영영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지만 법적으로 정의되는 고독사는 존재의 본질로서 외로움과는 다르다. 가족 친척 등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정부가 처음으로 고독사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3378명으로 집계됐는데 5년 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사망자(31만여 명)의 1%를 넘어선다. 남성이 여성보다 5.3배나 많다. ▷고독사의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아예 주민등록이 말소된 무연고자들의 죽음이다. 이런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족 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이웃 공동체 붕괴, 플랫폼 노동과 같은 ‘나 홀로’ 일자리 증가 등으로 사회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개인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극단적인 고립 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2018년 영국은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다. 전체 인구 중 약 900만 명이 고독을 느끼는데 600만 명은 고독을 감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고독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만성화된 고독은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므로 의료·경제 등에 부담을 주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심각한 일본도 내각관방 내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해 두 나라 고독장관은 양자회담을 열고 “고독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며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 하나의 연결된 관계도 없이,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 그 고독한 죽음의 현장을 1000번 이상 청소한 유품정리사 김새별 전애원 씨는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고독사는 그가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살아생전 이들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물음이면서,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제안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2022-12-15 03:00
[횡설수설/우경임]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논란‘12시 정각 우르르 점심 먹으러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민원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생 공무원이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한 ‘공무원 표류기’를 보면 점심시간에 민원대를 지키는 고충이 잘 그려져 있다. 빈자리를 메우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하고, 일부러 시간을 냈는데 긴 줄에 발을 동동 구르는 민원인의 항의도 거칠다. 차라리 도시락을 싸오는 게 편하다. 직장인의 하루 중 점심시간만큼 귀한 시간은 없다. 민원대 공무원의 고달픔이 공감되는 까닭이다. ▷내년 4월부터 대구시 8개 구군이 시범적으로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한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라고 압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이고 근무시간에 포함되진 않는다. 지금도 점심을 거르는 공무원은 없다. 시군구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민원 응대를 위해 교대로 점심을 먹을 뿐이다. 전공노는 “공무원도 밥 먹을 권리가 있다”며 점심시간에 아예 민원실을 닫자고 한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시행됐다. 현재 전국 시군구 50여 곳으로 확대됐다. 이 지자체 공무원들은 되레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점심시간이면 근무 인원이 줄어 민원처리 속도가 느리고, 담당자가 없는 업무 처리에 애를 먹는 현상이 사라진 덕분이다. 무인민원발급기나 전자민원서비스가 보급돼 실제 민원인들의 불편함이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점심시간만 쉬지 말고 쭈욱 쉬세요.” 무인발급기가 점심시간에만 작동하는 것도 아닌데 결국 잉여인력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참에 공무원을 줄이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특히 직장인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민원서류를 발급하기 어렵다. 무인발급기나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도 헛걸음을 해야 한다. 게다가 전공노는 무인발급이 되지 않는 여권·세무 부서까지 점심시간에 업무를 중단하자고 한다. ‘워라밸’이 중요해진 사회적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점심시간 교대근무조차 어렵다는 데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공무원들은 마음 편히 점심 한 끼 먹자는데 냉정한 여론이 야속할 터다. 그러나 공무원에겐 개인의 안락함을 희생하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직접 찾는 사람들일수록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 매여 있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기껏해야 점심을 거르고 짬을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는 복지 수요자들, 무인발급기 앞에서 문맹이 되는 고령자들이다. 이들의 점심시간도 귀하긴 마찬가지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2022-12-08 03:00
[인터뷰]“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독과점 시장서 가격 올리겠다는 격”《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민노총은 이에 반발해 6일 행정소송과 총파업으로 대응했다. 민생고를 외면한 파업에 대해 여론이 돌아서면서 그 동력이 약해지곤 있지만 ‘강 대 강’ 대치가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넉 달 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연말 재발을 예고했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2일 만나 봤다.》 ―7월 화물연대가 파업을 끝냈을 당시, 연말로 파업이 미뤄졌을 뿐이라고 예상했는데…. “정부가 연간 업무계획을 세우듯, 민노총도 일 년 파업시리즈를 기획한다. 이번에 화물연대가 선봉대로 나섰고, 지하철 철도 등이 연속으로 파업을 하며 수위를 높여가려 했을 것이다. 새 정부 길들이기다. 다만 경제가 어렵다 보니 기대만큼 동력이 생기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사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한 측면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다. 아직 조각(組閣)도 끝내지 못한 정부가 대응을 서두르다가 마치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기를 약속한 것처럼 됐다.”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정부는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30명)와 교통사고 건수(745건)가 시행 이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과로·과속·과적 건수가 줄었다는 화물연대의 주장과 배치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일터가 저절로 안전해지나. 사고 원인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운임과 안전이 정비례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주무 부처가 안전운임제의 비용과 효과를 추적하고, 그 데이터를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화물연대는 왜 안전운임제를 고집하나.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업무개시명령이 도입됐다는 점만 부각이 되는데, 그 이면이 있다. 바로 화물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꿨다. 원래 이윤이 남는다 싶으면 화물차주가 늘어나고 운임이 내려가는 구조였는데, 허가제로 진입 장벽을 높여 독과점 시장이 형성됐다. 허가제와 업무개시명령을 주고받은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됐고 이번에 영구적으로 시행하자고 한다. 독과점 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하고 물건값 올리듯이, 독과점 시장에서 운임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이번 집단운송거부의 본질이라고 봐야 한다.” ―화물차주의 근로자성을 두고도 정부와 민노총의 입장이 다르다. “화물연대는 개인사업자와 고용근로자가 9 대 1 정도다. 기본적으로 화주와 차주 간 계약관계이지 노사관계로 볼 수 없다. 화주는 계약 파기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개인사업자인 차주들이 7월 파업 당시 대거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사실상 ‘○○협의회’ 같은 이익단체나 마찬가지다. 안전운임제는 일정 수입을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 경기가 어렵다고 자영업자의 생계를 보장해주나. 택배기사가 수입의 하한선이 있나.” ―꼬일 대로 꼬인 파업의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협상에 임해야 하고 정부는 일몰제 연장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파업에 대응한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약속했으니 이제라도 면밀한 분석을 통해 실증적인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주와 차주의 이해관계를 조정한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자율적으로 안전운행을 유도해야 한다. 안전 속도를 준수했을 때 운행 거리와 시간, 연료 등을 계산해 산출된 비용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면 된다. 운임을 법으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 운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과적·과로·과속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끝난다고 저절로 안전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대화와 양보가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 같다. “건전한 노사정 관계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립적인 입장에 있어야 한다. 경제개발 시대에는 정부가 사용자와 유착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그 반동으로 노동자 이익 보호에 치우치게 됐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최후의 중재자 역할을 할 만큼 정부가 신뢰를 쌓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해서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치환되는 것도 문제다.” ―민노총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이를 귀족노조라 부르면서 노조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려고 하면 안 된다. ‘귀족노조’가 아니라 ‘노조 귀족’이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노조 간부는 회사에선 월급을 받고, 정치권과 결탁해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한다. 이런 상황에선 노동시장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별 노조보다 산업별 노조로 가는 것이 낫다. 그런데 기업은 노조의 힘이 커질까 봐, 노조는 유급 전임자 자리가 줄어들까 봐 산별노조를 거부한다.” ―산별노조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노사관계 이중구조는 뒷면이다.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이 14%에 불과하다. 거의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완전히 소외돼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나. 대기업 노조는 사측과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을 한다. 노조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높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교섭력이라고 할 것도 없다. 이런 양극화된 노사관계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결국 노조가 기업 내 비정규직이나 하청과 연대해야 해결된다. 대기업·정규직 노조들이 하청의 몫을 빼앗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노조 주장과 달리 산별노조 전환에 법적 걸림돌은 없다. 노조가 기득권을 포기할 생각 없이 연대를 말로만 하는 거다.” ―2004∼2006년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 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난 정부 내내 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다시피 했다. 표가 된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으나 산업현장의 질서가 엉망이 된 것 같다. 노조 내부 거버넌스가 취약하다 보니 정치권과 결탁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합법과 불법파업을 구분해 원칙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장관으로서 불법파업을 용납해선 안 되고, 합법파업이라도 불법행위는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일단 파업이 발생하면 인사고과가 감점되니 공무원들이 노조를 달래려고만 했다. 2004년 공무원 평가기준을 파업 예방이 아니라 사후 관리로 바꿨다. 그해 파업 건수가 늘다가 이듬해부터는 줄었다. 진통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대응해야 산업현장 질서도 자리 잡고 노사관계도 발전한다.”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노동개혁을 언급했지만 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개혁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노동개혁 방향을 정하고 점진적으로 사회가 움직이도록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통령이 개혁에 앞장선다는 건, 지엽적인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 나간단 뜻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당연히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여야 한다.”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노무현 정부 시절(2004∼2006년)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을 맡아 2015년 9·15 노동시장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학계 법조계 청년들이 모인 ‘일자리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2022-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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