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안영식/「챔프 가족」의 한국적 매너

입력 1998-07-08 19:35수정 2009-09-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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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US여자오픈 우승자가 극적으로 가려진 연장전 서든데스 두번째 홀인 11번홀 그린.

박세리(21·아스트라)의 5m짜리 버디퍼팅이 홀컵에 빨려들어 가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피를 말리는 5시간의 혈투를 현장에서 가슴 죄며 지켜보던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47). 그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그린으로 달려가 장한 딸을 부둥켜안았다. 어머니 김정숙씨(45)도 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그 장면을 지켜본 대부분의 미국인은 다소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미국선수가 아닌 한국선수가 우승해서가 아니다.

‘챔피언 가족’의 매너가 우승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골프는 흔히 ‘예절운동’으로 일컬어진다.

골프대회에서 우승자는 맞대결을 펼친 상대방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고생한 자신의 캐디와 기쁨을 먼저 나누는 것이 세계 무대의 관행이다.

아쉽게도 올 US여자오픈에서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명승부를 펼쳤던 추아시리폰(미국)은 멋쩍은 듯 한참 그린에 서 있어야 했다.

이날의 광경은 ‘골프신동’ 타이거 우즈(미국)가 최연소 최저타 등의 기록을 남긴 97마스터스대회 우승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우즈가 함께 라운딩한 코스탄티노 로카(이탈리아), 두 명의 캐디와 악수를 나누고 그린을 걸어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흑인 얼 우즈의 감격이 어찌 박준철씨의 기쁨에 못미쳤겠는가.

박세리는 이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선수가 됐다. 박세리가 세계적인 대선수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주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안영식<체육부>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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