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조연]英배우 주드 로/주연 압도하는 '2色 카리스마'

입력 2000-04-24 19:04수정 2009-09-2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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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and Decadence(아름다움과 퇴폐적 관능미)’.

미국의 한 잡지가 주드 로(Jude Law·29)에게 붙인 수식어처럼, 올해 국내 개봉된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Ripley)’에서 부유한 바람둥이 디키 그린리프 역을 연기한 주드 로는 매혹적이다.

주드 로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타지 못했다. 그러나 원작인 ‘태양은 가득히’보다 리메이크 작 ‘리플리’가 나은 점이 있다면 구질구질한 근심 따위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귀족적인 디키 그린리프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은 주드 로의 연기가 아닐는지. 앤서니 밍겔라 감독은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주드 로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카리스마가 강하고 남녀 모두가 매료되는 분위기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SF영화 ‘가타카(Gattaca·1997년)’에서도 주연인 에단 호크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는 반신불수의 몸이 되어 자신의 우성 유전자를 팔아 먹고 사는 알콜중독자 제롬 역의 주드 로였다. 불구의 몸으로 힘겹게 계단을 기어오를 때의 제롬은 가엽고 초라했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 그는 우성 유전자를 지닌 사람답게 귀족적이고 오만하리만큼 당당해 보였다.

지금까지 13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주드 로가 맡았던, 어둡고 때로는 난폭하며 무책임한 조연 캐릭터들의 면면을 보면 그가 “조각같은 외모를 과신하지 않고 연기력으로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했다”는 외국 잡지들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와일드(Wilde·1997년)’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 연인에서부터 ‘미드나잇 가든(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1997년)’의 남창 빌리, ‘리플리’에서 톰 리플리의 사랑을 거절한 뒤 그에게 살해당하는 디키에 이르기까지 그는 스스로 욕망하기보다는 파멸을 부르는 욕망의 대상이었다. ‘가타카’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앤드류 니콜은 한 인터뷰에서 “주드 로를 보자마자 ‘스타가 되겠구나’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던 것처럼, 함께 출연한 주연배우들의 빛을 뒤덮어버릴만큼 강렬한 이미지의 주드 로에게 조연은 이미 어울리지 않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영국 런던 출생. 열 두 살 때부터 연극무대에 섰고, 1995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첫 영화 출연작은 영국의 독립영화인 ‘쇼핑(Shopping·1994년)’. 이미 주연급 스타가 된 친구 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내츄럴 나일런’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TV 단막극 한 편을 연출하기도 했다.

주드 로는 ‘리플리’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뒤 할리우드의 숱한 출연제의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런던에 머물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숱하게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아이를 미국에서 키우느니 차라리 시차 부적응 때문에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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