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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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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8〉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8〉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는노래가 있었다이제 나이가 들고노력해도 안 되는 것,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인정할 때가 왔다가사가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젊은 친구들에겐 그런 믿음도 도움이 되리라하지만 그건 거짓말이 맞았다내가 내…

    • 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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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7〉

    싸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7〉

    감량 중인 복서는 말린 표고를 물고 하루를 겨우 버틴다 한다 저녁이 되면 접시에 버섯을 뱉는데 몽실몽실한 것들이 접시에 구른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버티고 나면 침이 말라 표고도 부풀지 않는데 스테인리스 그릇에 표고를 뱉으면 깡깡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바로 그때 복서는 새처럼 가볍다 귀…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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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6〉

    연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6〉

    연못 위에 눈이 내렸다연못은 죽은 사람인 척 흰 천을 머리끝까지끌어 덮어쓰고 연못이 아닌 척 눈을 감고 있었다겨우 살얼음을 깔고 있는 주제에소양강댐도 아니고 손바닥만한 연못 따위가죽은 척하다니(중략)연못도 나처럼 편안하게 죽어 있다고 생각하고어느 날 나는 연못으로 걸어들어갔다그리고 백…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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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우서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5〉

    아이, 우서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5〉

    나중은 없을 텐데나중은젊은 날 누군가를 사랑하여길고 긴 쓰린 밤으로 배운 하나나중은 없다는 것그래도그래도 혹시나 해서치매 앓는 엄마 곁에 붙어제 절로 떨리는 노구의 메마른 손을 잡고엄마 우리 한 번만 다시 만나응?하고 물으니그래, 하고 일생처럼 답을 하고서아이, 우서라병아리가 활짝 날…

    •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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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어깨 너머의 날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4〉

    왼쪽 어깨 너머의 날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4〉

    숲 안쪽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비 그치면 내려오거나 비 그쳐도 내려오지 않기로 한 것이 머루를 따 먹으며 손톱이 까매지도록 앉아바위벽을 타고 오르는 도마뱀 발톱 소리를 듣고 있을 것 같았다.어둔 굴 안에 젖은 콧등을 움찔거리는 것이 있고 안개는 …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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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의 발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3〉

    아침의 발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3〉

    지난여름에는 인적 드문 산촌에 숨어 살았다. 무더위를 피한다는 핑계였지만 하나뿐인 누이가 세상을 떠나 힘들었던 탓이 컸다. 가여운 정을 재울 수가 없었다. 밤잠도 못 자고 출입도 안 하니 몸이 어두워져서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허기진 시간, 누가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중략…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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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림의 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2〉

    기다림의 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2〉

    누가 죽기를 바랐던 그 마음처럼그대를 미워하는 밤그대를 진심으로 미워하면그 미움이 그대에게 가닿을까그 미움이타로 카드처럼그대를 귀 기울이게 할까기다림의 개로 살아가는 밤―허연(1966∼ )시를 읽다 보면 미움이 마음으로, 마음이 미움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게 그거 아닌가? 미움과 마음…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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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띵동[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1〉

    띵동[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1〉

    마음에도초인종이 있다면 좋을 텐데비밀을 말하고 싶을 때 띵동,문이 열리면들어갔다 나왔다 가벼워질 텐데문이 열리지 않아도다음에 다시 와야지하염없이 서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그 애가 띵동,내 마음의 초인종을 누른다면한 번은 문을 열고한 번은 문을 열지 않을 텐데그러면 그 애가 다시 오겠지…

    •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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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0〉

    청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10〉

    없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집 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 분을기다린 남자가제게도 있었답니다데이트 끝내고 집에 바래다주면집으로 들어간 척 옷 갈아입고다른 남자 만나러 간 일이 제게도있었답니다죽어 버리겠다고 한 남자도물론 죽여 버리고 싶은 남자도믿기지 않겠지만―김경미(1959∼ )푸를 청(靑)…

    • 20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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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잊히고 근육은 남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9〉

    사랑은 잊히고 근육은 남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9〉

    급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급 마음이 아팠다 이건 가짜 마음이란 걸 알아 운동을 하러 갔다 사랑해주는 사람보단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지 않을 땐 사랑해주더니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사랑하게 되었다 로봇 개도 쓰다듬는 기능을 넣는다 사람이 사…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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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어[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8〉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어[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8〉

    얼굴, 두려움이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얼굴눈길이 너무 멀리 가버려 눈빛을 가질 수 없는얼굴, 걱정밖에 안 남은 얼굴,천근만근 무거운 얼굴, 모가지가 두 개는 되어야겨우 버틸 수 있는 얼굴, 타인에게도슬픔이 있다는 것을 다 잊어버린얼굴, 기억하던 그 얼굴은 간데없고기억해주길 바라는 어리광…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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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나는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7〉

    소리 나는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7〉

    한밤중 당근을 먹다가문득 멈춘다당근을 씹는 경쾌한 소리말들은 당근을 먹을 때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낼까여름밤 선풍기 소리겨울 유리창이 어는 소리잠의 문이 열리는 소리밤이 흰 상복을 입는 소리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스물이었을 때서른일곱이었을 때다시 아홉 살 마음으로 돌아가던 소리시에도 소…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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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6〉

    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6〉

    합정동,택시가 잡히지 않아개인 용달을 불렀다고개를 내민 기사는사방을 두리번거렸다짐은 어디에 있어요?아, 제가 바로 짐입니다―박시우(1964∼)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오는 시다. 용달을 모는 기사는 짐을 찾는데 그 짐이 다름 아닌 ‘나’라는 아이러니! 짐이 될 수 없는 존재가 짐이라고 …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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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

    등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

    사람들은 그것을나의 짐이라 한다보기만 그렇지짐은 무슨 짐실상 그것은 내가등에 지고 가는 큰 짐이라속을 헤집어 보면아른아른 비치는 순두부순두부 같은 것이 가득 차 있다아 그것은 슬픔내가 등에 지고 가는 슬픔나의 등짐은 모양이 없다다만 무게가 있을 뿐이다―이형기(1933∼2005)어젯밤 …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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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 의자를 닮은 밤하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

    조용한 의자를 닮은 밤하늘[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

    가을이라서 그럴까? 나는의자를 잊은 채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다.잠을 완전히 잊은 뒤에잠에 도착한 사람 같았다.거기는 아이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순간들이낙엽처럼 쌓여 있는 곳(중략)빗방울들이 모두 달랐다.이 비 그치고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을 내가 바라보자거기 어딘가의 별들 가운…

    •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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