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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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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7〉

    공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7〉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고 나면참 좋습니다.어머님 떠나시는 일남아 배웅하는 일‘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말하고 나면 나는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중략)날이 저무는 일비 오시는 일…

    •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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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해 봄밤에 나는 십 년 넘어 가지 못한 아버지의 무덤을 생각했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6〉

    그해 봄밤에 나는 십 년 넘어 가지 못한 아버지의 무덤을 생각했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6〉

    삼만 리 너머 그 무덤 있어 몸 가지 못하니어느 날 몸안에 봉분 하나 들게 내버려두었네봉분을 두고 나니 눈 밖으로 나올 불같은 화도다 안으로 들어갔네봉분을 두고 나니 입으로 나올 진탕 같은 말도다 안으로 들어갔네봉분이 부풀어오르는 꿈을 꾼 봄밤이 있네깨어나 목을 축였네(중략)서녘은 내…

    •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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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ght eye-공항 경계등[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5〉

    Night eye-공항 경계등[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5〉

    밤은 오로지 외눈으로 지켜봅니다그대와 전력 질주를 못해 미안합니다지치는 순간을 탓하는 게 아니라전력으로 달려 보지도 못하고 마음을 무너뜨리는부끄러움 말입니다부하가 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습니까(중략)함께 경주를 마치지 못해 미안합니다밤의 눈은 아침에도 경계등처럼 떠있습니다감을 수 없…

    •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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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복[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4〉

    지복[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4〉

    나는 가끔 부끄러워 구석진 바위에 머리를 박고 싶을 때가 있다 대개는 애매함에서 오는 것이다 흐리고 느린 마음은 두꺼비집 같아서 스스로 무너진다 (중략) 그리하여 나는 비 오는 날에도 꽃에 물을 주고 싶고 풀을 뽑고 싶고 매일 내 잡초를 뽑기 위해 일기를 쓴다 그러다가 이 풀도 어여쁘…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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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3〉

    돌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3〉

    도무지 힘이 나지 않거든무엇이라도 돌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고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돌, 봄,그래, 돌이 좋겠다조막만 한 돌을 주워다가잘 씻어서햇볕 드는 곳에 두고자주 쓰다듬었다(중략)내가 돌이었던 때가 떠올랐지몸을 스쳐 간 손길들이 되살아났지비로소사랑에 대하여 조막만큼 알게 되었지…

    • 20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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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2〉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2〉

    (상략)이러다간 죽어서도 떠돌 것만 같다 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한다면찢어진 투명한 그물처럼 담장 위에 걸려 생각 없이 영원히 휘날릴 것만 같다어느 날 도둑이 그 담장을 넘어 빈집을 넘봐도 나의 영혼은 힘도 못 쓸 것 같다 도둑도 마음도 아까 놓쳐버린 것 같다 다 큰 자식도 못 알아볼 …

    •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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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가 말한 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1〉

    의사가 말한 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1〉

    그가 말했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그가 말했다 사실은 나쁘다고 아주 나빠 보인다고그가 말했다 폐 한쪽에서만 서른두 개까지 세다가그만뒀다고(중략)내가 그 말을 완전히 소화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잠시 동안 그리고 그도 나를 마주보았다 그때였다내가 자리에서 벌떡…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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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來如哀反多羅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0〉

    來如哀反多羅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0〉

    나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에내 삶에 숫기 없기를,나는 이미 뿔을 가졌으므로내 삶에 발톱 없기를!눈 대신 쇠꼬챙이를 가졌으므로내 눈에 물기 없기를!지금 내 손에 감긴 때 묻은 붕대,언제 나는 다친 적이 있었던가지금 내 머릿속 여자들은립스틱 짙게 처바른 양떼들인가해묵은 상처는 구더기들의 …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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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F[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9〉

    4.5F[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9〉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일요일의 건물이다 복도는 길고, 그 끝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주기적으로 빛을 내며 어둠 속에 서 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모습으로 트리는 빛을 내다가 조용해진다 나는 저녁이 밤으로 건너가는 시간 동안 복도에 서 있어본 적이 있다 고개를 빼고 길게, 기울어져본…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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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8〉

    비가 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8〉

    어제는 비가 왔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어제는 비가 왔다. 물빛에 얼굴이 넘치고 있다. 얼굴을 보라. 얼굴이여 보라. 넘쳐서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기분에 따라 다르다. 감정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비가 왔다. 어제는 흘러넘쳤다. 오늘까지 넘치고 있는 비가 왔다.…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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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7〉

    마음[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7〉

    엄마 뭐 해?제비 새끼들 보니라고너무 오래 보고 있네 그카다가 또 아프면 어쩌려고저것들이 입을 딱딱 벌리민서 꼼지락거리는 걸 보마나도 꼼지락거리미 숨을 잘 쉬기 된다가슴 답답한 거 잊어 먹기 돼서 자꾸 보고 있잖나아이고 엄마는 꽃도 제비도 너무 오래 쳐다봐지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꽃…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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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6〉

    늦은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6〉

    이건 늦은 시들.시라는 건 십중팔구대단히 늦기 마련이다,뱃사람이 보낸 편지가그가 물에 빠져 죽은 후에야 도착하듯.손쓸 수 없이 늦은, 그런 편지들과늦은 시들은 비슷비슷해서마치 물속을 헤치고 다다르는 듯해.이미 지나가버린 일들.전쟁, 눈부신 시절, 욕망에 빠져들었던달밤, 작별의 입맞춤.…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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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5〉

    봄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5〉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중략)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오오 인생이여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그러한…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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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아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4〉

    화이트아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4〉

    조용했지차갑게 식어버린내 고양이너를 안고백 살이백 살 속으로걸어가는 밤귓속에무개화차가 지나간다갱목을 하나씩 빼버린다삶이 돌아오지 못하도록―신미나(1978∼ )“너를 안고/백 살/이백 살 속으로/걸어가는 밤”이라니, 얼마나 큰 슬픔일까? 읽을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질 것 같다. 슬픔…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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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3〉

    종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3〉

    봄바람 속에 종(鐘)이 울리나니꽃잎이 지나니봄바람 속에 뫼에 올라 뫼를 나려봄바람 속에 소나무밭으로 갔나니소나무밭에서 기다렸나니소나무밭엔 아무도 없었나니봄바람 속에 종(鐘)이 울리나니옛날도 지나니―박용래(1925∼1980)3월은 겨울과 봄 사이에서 서성이게 되는 달이다. 겨울 점퍼는 …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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