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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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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來如哀反多羅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0〉

    來如哀反多羅4[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0〉

    나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에내 삶에 숫기 없기를,나는 이미 뿔을 가졌으므로내 삶에 발톱 없기를!눈 대신 쇠꼬챙이를 가졌으므로내 눈에 물기 없기를!지금 내 손에 감긴 때 묻은 붕대,언제 나는 다친 적이 있었던가지금 내 머릿속 여자들은립스틱 짙게 처바른 양떼들인가해묵은 상처는 구더기들의 …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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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F[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9〉

    4.5F[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9〉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일요일의 건물이다 복도는 길고, 그 끝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주기적으로 빛을 내며 어둠 속에 서 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모습으로 트리는 빛을 내다가 조용해진다 나는 저녁이 밤으로 건너가는 시간 동안 복도에 서 있어본 적이 있다 고개를 빼고 길게, 기울어져본…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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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8〉

    비가 왔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8〉

    어제는 비가 왔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어제는 비가 왔다. 물빛에 얼굴이 넘치고 있다. 얼굴을 보라. 얼굴이여 보라. 넘쳐서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기분에 따라 다르다. 감정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비가 왔다. 어제는 흘러넘쳤다. 오늘까지 넘치고 있는 비가 왔다.…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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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7〉

    마음[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7〉

    엄마 뭐 해?제비 새끼들 보니라고너무 오래 보고 있네 그카다가 또 아프면 어쩌려고저것들이 입을 딱딱 벌리민서 꼼지락거리는 걸 보마나도 꼼지락거리미 숨을 잘 쉬기 된다가슴 답답한 거 잊어 먹기 돼서 자꾸 보고 있잖나아이고 엄마는 꽃도 제비도 너무 오래 쳐다봐지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꽃…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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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6〉

    늦은 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6〉

    이건 늦은 시들.시라는 건 십중팔구대단히 늦기 마련이다,뱃사람이 보낸 편지가그가 물에 빠져 죽은 후에야 도착하듯.손쓸 수 없이 늦은, 그런 편지들과늦은 시들은 비슷비슷해서마치 물속을 헤치고 다다르는 듯해.이미 지나가버린 일들.전쟁, 눈부신 시절, 욕망에 빠져들었던달밤, 작별의 입맞춤.…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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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5〉

    봄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5〉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중략)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오오 인생이여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그러한…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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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아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4〉

    화이트아웃[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4〉

    조용했지차갑게 식어버린내 고양이너를 안고백 살이백 살 속으로걸어가는 밤귓속에무개화차가 지나간다갱목을 하나씩 빼버린다삶이 돌아오지 못하도록―신미나(1978∼ )“너를 안고/백 살/이백 살 속으로/걸어가는 밤”이라니, 얼마나 큰 슬픔일까? 읽을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질 것 같다. 슬픔…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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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3〉

    종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3〉

    봄바람 속에 종(鐘)이 울리나니꽃잎이 지나니봄바람 속에 뫼에 올라 뫼를 나려봄바람 속에 소나무밭으로 갔나니소나무밭에서 기다렸나니소나무밭엔 아무도 없었나니봄바람 속에 종(鐘)이 울리나니옛날도 지나니―박용래(1925∼1980)3월은 겨울과 봄 사이에서 서성이게 되는 달이다. 겨울 점퍼는 …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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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의 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2〉

    다음의 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2〉

    다음이라는 것이 있을까?(중략)말하지 않는 것들을 보살피며무성한 기쁨을 키워낼 것음식에 어울리는 접시를 고른다포크로 파스타를 말아서접시에 조심스럽게 옮겨놓는다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라서파스타 위에 얹는다신문지를 펼쳐놓고 깨진 화분을 하나하나 옮긴다의자에 앉아 선물 받은 베고니아가 시들어…

    •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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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1〉

    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1〉

    말아, 다락같은 말아,너는 점잔도 하다마는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말아, 사람 편인 말아.검정콩 푸렁콩을 주마.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정지용(1902∼1950)사모하는 스승이 전북 군산의 작은 서점에서 정지용 시를 톺아보는 강의를 한다는 소식에 참…

    •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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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말이 없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0〉

    내일은 말이 없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0〉

    당신은 내일에 가보셨나요내일의 주소는 몇 번지지요어떻게 하면 내일에 가볼 수 있죠밤을 지새우고 나가보니 문 앞에 내일이 없네요내일이 달아났나요나는 내일에 대한 비전문가입니다나는 기다림의 불구자,기쁨이 오면 낯설고 맞이하는 데 서툴러요행복을 만나면 어색하고 부끄러워소리 내어 웃지도 못합…

    •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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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시미어 100[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9〉

    캐시미어 100[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9〉

    따듯한 나라에서 만든 스웨터를 샀다 주문하자마자 벨이 울려 나가보니 삐쩍 곯은 염소 한 마리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털이 다 깎이고 군데군데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전화로 항의했지만 연신 사과만 할 뿐 해외 직배송이라 다시 보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문밖…

    •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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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8〉

    편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8〉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내일을 믿다가이십 년!배부른 내가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나는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천상병(1930∼1993)배부른 내가…

    •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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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를 세우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7〉

    차를 세우고[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7〉

    어디에 차를 세울까어제도 집 앞에 세우고 그제도 집 앞에 세우고 일주일 전에도 한 달 전에도 계속 계속 집 앞에 세우고 어김없이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세우지 못했다. 집 앞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집 주위를 빙빙 돌았는데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

    •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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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카메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6〉

    나의 카메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6〉

    눈그것은 렌즈눈 깜박임그것은 나의 셔터머리카락으로 둘러싸인작디작은 암실도 있는그러니까 난카메라 따윈 매달고 다니지 않아요알고 있나요? 내 안에당신의 필름이 하나 가득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래에서 웃고 있는 당신파도를 가르는 구릿빛 색깔의 눈부신 육체담배에 …

    •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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