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참전용사를 추방하다니”…美의회서 이민단속 정책 질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2일 11시 24분


안보장관 “퇴역군인 추방한 적 없다” 발언에
민주 의원, 박세준 씨 모습 태블릿에 띄우고
“두 차례 총상 입고 훈장…감사는 못할망정”

민주당 세스 매거지너 의원이 태블릿을 통해 한국인 박세준 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민주당 세스 매거지너 의원이 태블릿을 통해 한국인 박세준 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계 참전 군인을 이유 없이 추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소속 세스 매거지너(로드아일랜드) 하원의원은 11일(현지 시간)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청문회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에게 “당신은 미국 퇴역군인을 몇 명이나 추방했느냐”고 물었다. 놈 장관이 “우리는 미국 시민이나 퇴역군인을 추방한 적이 없다”고 답하자 그는 태블릿 화면을 통해 한국인 박세준 씨의 모습을 보여줬다.

매거지너 의원은 “우리는 줌으로 세준 박과 함께하고 있다”며 “그는 1989년 파나마에서 우리나라에 봉사하는 동안 두차례 총상을 입은 미 육군 참전용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박 씨가 많은 다른 참전용사처럼 전역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다 약물 남용으로 고통 받았고, 1990년대 몇몇 경미한 마약범죄로 체포됐지만 심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박 씨)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해친 적이 없으며 14년 동안 마약과 술을 끊었다”며 “그는 참전용사이자 퍼플하트 훈장 수훈자이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 대부분의 사람보다 더 많이 희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거니지 의원은 “당신은 그가 일곱 살 이후로 살지 않은 한국으로 그를 추방했다. 우리나라를 위한 박 씨의 공헌에 함께 감사해할 것인가”라고 놈 장관을 몰아세웠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AP뉴시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AP뉴시스
퍼플하트 훈장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 훈장으로, 현재는 전투 중 부상하거나 사망한 미군 장병에게 수여된다.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퍼플하트 훈장을 수훈한 참전 용사까지 추방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이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 씨의 사연은 6월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55세인 박씨는 7살때 미국으로 이민왔고, 20세에 입대해 1989년 12월 미국의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 이곳에서 두 차례 총상을 입고 전역한 그는 제대 후 오랜 기간 PTSD에 시달리다 약물에 손을 댔고 중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마약 혐의로 2009년부터 3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박 씨는 하와이로 이주해 살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이민세관단속국(ICE)는 그에게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뒤 추방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박 씨는 노모와 자녀들을 두고,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다. 당시 박 씨는 NPR에 “내가 목숨 걸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놈 장관은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대신 “군에 복무하고 법률을 준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를 왜 추방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매거지너의원이 박 씨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냐고 묻자 “그의 사건을 확실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전 세계적 위협’을 주제로 한 이날 청문회에서 매거지너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시민권자나 참전용사 가족의 추방 사례를 제시하며 놈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놈 장관을 지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인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도널드 트럼프#한국계 참전 군인#크리스티 놈#이민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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