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는 베테랑 전문가들도 들여다보기 힘든 블랙박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맷 포틴저가 한 말이다. 그만큼 외부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된 중국 권력 내부에서 벌어진 사태의 전말을 알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각설이 제기됐다. 중국 군부의 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군 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이었다.
▷중국 국방부는 24일 장유샤가 류전리 중앙군사위원과 함께 ‘군사위의 주석 책임제를 짓밟은 행위로 입건됐다’고 발표했다. 장유샤가 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의 군권에 도전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숙청 이유로 부패 등을 드는 것과 달리 정치적 혐의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유샤가 정치 파벌을 만들고 미국에 핵무기 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군을 이끄는 군사위는 이미 멤버 7명 중 3명이 부패 혐의 등으로 숙청된 상태다. 이제 둘이 더 빠졌으니, 시 주석과 지난해 시 주석이 부주석으로 승진시킨 장성민 두 사람만 남게 됐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2017년 연임, 2022년 3연임을 거치며 권력 집중 체제를 강화해 왔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 상무위원회는 후진타오 주석 시절까지만 해도 집단 지도 체제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연임할 때부터 시 주석의 측근 세력인 시자쥔(習家軍)들로 채워졌다.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당 대회 때 후 전 주석이 끌려나가듯 퇴장한 장면은 시 주석 1인 체제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과도 같았다.
▷당정이 물갈이된 3연임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게 군부였다. 2017년 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장유샤는 8년 넘게 군부의 실세였다. 73세인 시 주석보다 나이가 세 살 많은 그는 칠상팔하, 즉 67세까지만 현역이고 68세가 되면 퇴임한다는 중국 지도부의 관례를 깨고 부주석을 연임하며 실권을 유지했다. 그런 그의 실각은 시 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10월을 앞두고 시 주석이 군부까지 완전히 장악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부터 부패한 고위 관료를 호랑이, 하위 공무원은 파리라 불렀다. 강력한 부패 척결을 내세워 이들을 때려잡자고 했다. 장유샤는 호랑이 중에서도 거물 호랑이에 해당할 테니 그 파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중국군 기관지는 썩은 살을 도려내겠다며 장유샤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후속 숙청을 예고했다. 중국 권력의 심장부를 ‘훙창(紅墻)’이라 한다. 자금성의 붉은 담장에서 나온 말이다. 밖에서 볼 수 없는 담장 너머에서 벌어진 격동의 내막은 과거 중국 권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조금씩 드러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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