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윤완준 동아일보 국제부 윤완준 기자 공유하기 zeitung@donga.com

정치부 등을 거쳐 국제부장으로 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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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윤완준]尹의 상대는 기시다 아니라 아베다“바카야로(바보)!”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 심의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 심의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정부 대표단장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forced to work)이 있었다는 사실을 대표단이 인정한 뒤였다. 아베는 강제 노동 인정을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등재를 반대해 등재 여부를 표결할 상황이 됐다. 일본 대표단은 부결 가능성을 보고했다. 어쩔 수 없이 강제 노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곤 담당 심의관에게 그동안 뭐 했느냐며 직접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 노역시킨 사도 광산을 올해 초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추천하지 않으려 했다. 아베가 “역사 전쟁을 피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기시다의 결정은 뒤집혔다. 아베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4월 한일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을 때도 확인됐다. 협의단은 기시다뿐 아니라 전직인 아베를 만났다. 협의단은 아베와 면담 전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만났다. 협의단은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만 내놓으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하기우다는 “한국이 자초한 일이니 한국이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이게 아베의 정서다. 기시다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아베와 자민당 강경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자민당 중진 대부분이 아베 시대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아직 당 장악이 힘들다. 총리로서 자기 색깔을 내기 힘들다. 일단은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해야 한다. “도베나이 하토하.” 그래서 일본 정계는 기시다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도베나이’는 날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토하’는 비둘기파. 날지 못하는 온건파라는 뜻이다. 강경파 아베 세력에 발이 묶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시다의 처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할 일이 있다.’ 이게 기시다의 속내라고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후자를 공식화하기엔 기시다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약하다. 기시다가 당장 한일관계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도, 기시다도 전격적인 해법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3년간 일본은 선거가 없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기시다는 아베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국도 2024년 총선까지 2년간 선거가 없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때를 한일관계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로 본다. 당장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현실성 없는 기대를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이 함께 해법을 찾기 전 윤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해법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지지를 업고 일본과 협상할 수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의지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6-13 03:00
바이든, 귀국길 에어포스원서 北미사일 보고받아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귀국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긴박한 대응에 나서 도발을 강하게 규탄했다. 백악관은 24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에어포스원에서) 보고를 받았다. 계속해서 정보를 보고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 일본 카운터파트와 잇따라 긴급 연락해 대응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통화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긴밀한 조율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단호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의 조속한 채택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도 통화하고 “미일·한미 정상회담과 쿼드 정상회의 직후 도발한 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미 국무부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역내 위협”이라는 별도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가를 치르도록 적절한 방어와 억지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제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북 제재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2022-05-26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중국과 얼굴 붉혀야 얻는다“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지난해 초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 정부는 미중관계에 대한 입장이 담긴 문서를 미국에 보냈다. 여기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지낸 인사가 전한 얘기다. 그는 “미국에 시간을 달라고 했고 미국도 동의했다”고 했다.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낀 미중 갈등 속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모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 뒤에 숨었다. 지난해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을 “신기술 관련 분야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중국에 정통한 외교관은 정 전 장관을 두고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정말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만큼 순진했다”고 혀를 찼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외교관은 주중 한국대사에 대해 “장하성 대사도 했는데 누가 간들 못하겠느냐”고 했다. 그만큼 장 대사가 역할이 없었다고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동안 중국 전문가와 매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미중 사이 균형외교’라고 높이 샀다. 그러다 임기를 1년 남긴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 쪽으로 방향타를 급히 틀었다. 중국은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포함되자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9월 한국에 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각자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關切)를 존중해야 한다.” 문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의 전문가들, 기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왜 자주적 외교를 하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하느냐”는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한국의 반중 정서를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러낸다. 성균중국연구소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3월 ‘2022 한중 전문가 상호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한국·중국 전문가 각각 100명을 심층 조사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 저해 요인으로 ‘역사문화 인식차’와 ‘민족주의 갈등’을 꼽았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국제정치 등 외부요인’이라고 했다. 미국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은 ‘요구 외교’를 재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시 주석 특사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따로 만나 공개된 자리에서 “한중관계 발전 관련 5가지 건의”라며 요구를 나열했다. “민감한 문제를 타당히 처리하라”고 요구한 왕치산은 “한중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이 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 표현에 따르면 “4가지 한중관계 강화 방안을 제기했다”. 왕 부장은 공급망 차단에 반대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두 사람 다 공급망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지향을 확인한 중국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고 압박해 올 것이다. 마찰을 피하겠다는 저자세로는 안 풀린다. 중국에 정통한 외교관은 “중국은 주변에 우군이 없다. 그래서 한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첨단기술 협력만큼은 한국의 살길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분명한 레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존중받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에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고 했다. 말뿐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5-23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독선의 실패’ 푸틴이 尹에 주는 교훈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주 전인 2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급히 모스크바를 찾았다. 전쟁은 피하자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 회담 분위기는 막막했다고 한다. 회담은 3시간 정도 걸렸다. 푸틴은 3시간 내내 러시아가 얼마나 고통을 받아온 민족인지 주장하며 전쟁 명분을 단조로운 톤으로 되풀이했다. 자기주장만 쏟아내는 바람에 마크롱이 중간에 말을 끊고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 간 생각의 거리는 두 사람 사이 놓인 6m 길이 흰 탁자보다 멀었다. 마크롱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정상들 모두 “푸틴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만난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내용이다. 서방 당국자들은 “지금 푸틴은 이전의 푸틴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 고위 인사 10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블룸버그통신의 20일 보도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을 확인해준다. 이들은 푸틴이 갈수록 소수의 강경파에 의존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특히 고위 관료들이 침공으로 인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푸틴은 이런 경고를 “싹 무시했다”고 한다. 서방 때문에 전쟁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푸틴이 되풀이했다는 대목도 마크롱과의 회담 분위기를 전한 소식통의 맥락과 일치한다. 침공 60일이 다 됐지만 자기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푸틴의 독선은 전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블룸버그 보도는 그 이유의 단서를 제공한다. 침공 이후 푸틴이 접촉하는 측근 그룹의 범위가 더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침공 결정을 부추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같은 극소수 매파 참모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얘기만 듣다 보니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다르다. 푸틴은 전례 없는 국제적 고립에 직면했다. 푸틴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완전히 푸틴 편에 섰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서방의 평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권을 무너뜨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교체해 위성 국가로 만드는 1차 목표에 실패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친러 지역을 병합해 우크라이나를 나라 구실 못 하게 쪼개는 2차 목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반길 것이라고 오판했다. 푸틴의 3차 목표는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2곳을 점령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다음 달 9일 전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다. 이곳은 침공 전에도 친러 반군이 상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곳이다. “결국 이걸 얻으려고 이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지 정말 한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마저도 성공할지 불확실하다. 푸틴은 불통의 독선과 아집이 얼마나 커다란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오판과 착각이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 국가정책의 실패도 피할 수 없다. 소통을 위해서라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내각 인선에서 고집과 불통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새길 만하다. 마이 웨이는 어떤 정책이든 실패한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4-25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젤렌스키에게서 배우라“우크라이나인들은 순진하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그는 “협상장에서 긍정적 신호가 들려오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오직 구체적인 결과만 믿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연설 영상은 그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왔다. 그는 매일 대국민 연설 영상을 올린다. 그의 상징이 된 카키색 반팔 셔츠를 입을 때도 있고 점퍼를 걸치고 나올 때도 있다. 배경은 수도 키이우 도심의 밤 풍경을 합성할 때가 많다. 키이우 내 비밀 벙커 내에서 연설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에도 그는 “겉만 번지르르한 어떤 말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상황은 전장(戰場)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부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내놓은 말이다. ‘말 아닌 행동만 믿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이 아니라 말을 믿어왔던 현 정부와 정반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북한의 말을 믿고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동안 북한은 핵 능력을 증강시켜 왔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정 장관을 가리켜 “어쩌면 그렇게 북한을 모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진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를 북돋운다. 그는 이달 1일 연설에서 “동부 전선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이미 모든 시험을 통과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동시에 그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일에는 “점령 도시에서 두려움 없이 거리로 나와 저항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더 많은 이들이 투쟁할 때 점령자들이 더욱 우리를 파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의 투쟁이고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텔레그램 계정에는 그가 벌써 17개국 의회에서 이어가고 있는 화상 연설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지난달 기립 박수를 받은 미 의회 연설은 이런 말로 마쳤다. “100명 넘는 아이들의 심장 박동이 멈춘 오늘 내 나이도 멈췄습니다. 그 죽음을 멈출 수 없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습니다.” 각국은 그의 연설 뒤 무기 등 추가 지원을 밝히고 있다. 물론 그가 반복하는 ‘우크라이나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엔 미국과 유럽 모두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적어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새로운 무기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시(戰時) 위기 대처 리더십’은 윈스턴 처칠을 닮았다. 처칠은 독일의 영국 공습 위기가 시작된 1940년 총리가 됐다. 그는 영국이 처한 위기를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결의를 보이는 연설로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줬다. 참전을 주저하던 미국에 ‘영국이 무너지면 유럽 전체가 무너진다’며 군사 지원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처칠을 존경한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국제적인 위기와 국내 정치·경제·사회 위기는 ‘전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4-04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習-푸틴 마주할 때 꼭 기억하라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의 한 건물 앞에 순식간에 화염이 떨어지며 폭발한다. 굉음과 함께 사방이 격렬히 흔들린다. CNN이 공개한 영상 속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급하게 길 건너편으로 뛰쳐나간다. 포연이 걷힌 그곳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군인들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위생병! 위생병!” 일가족인 여성과 아들(18) 딸(9)을 포함해 4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들은 단지 이르핀 다리를 건너 탈출하려 했을 뿐이다. 급하게 챙긴 짐을 담았을 회색, 파란색 여행가방이 시신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러 갔다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발이 묶인 세르히 페레비니스(43)는 전날 아내와 통화하며 “곁에서 보호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 테탸나는 “걱정 말라”며 어떻게든 탈출하겠다고 안심시켰다. 6일 페레비니스는 트위터에서 일가족이 탈출하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망했다는 글과 사진을 봤다. 시신들 사진 속 여행가방은 그가 너무 잘 아는 그 가방이었다. 페레비니스는 뉴욕타임스에 “전 세계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절규했다. 전날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18개월 남자아이 키릴이 숨졌다. 엄마 마리나 야츠코 씨는 핏자국이 선명한 파란 담요에 덮인 키릴의 시신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항공사 직원들과 식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있지 않다는 걸 안다”는 참석자 발언을 보도했다. 러시아는 하루 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거나 민간인 사망을 보도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CNN은 “(이런) 러시아의 거짓말을 퍼뜨리는 걸 중국이 돕고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침공 표현 대신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푸틴 대통령을 서방에 의해 포위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희생자로 묘사한다. 190여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이 찬성한 유엔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한 게 중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가에 포함시키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러) 양자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축전을 보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킬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윤 당선인에게 보냈다. 윤 당선인은 취임 뒤 시 주석과 통화하거나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어떤 형식으로든 마주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침공이라 부르며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국익을 위해 한중, 한-러 관계에서 발전을 얘기해야 할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때 윤 당선인은 이르핀과 마리우폴, 나아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찍힌 비극의 현장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짚고 국격을 지키는 발언이 국익을 위한 미소와 함께 나오길 바란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7년 중국을 방문해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기를 바란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3-14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안보리서 러 꾸짖은 우크라 대사의 외침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안보리 첫 회의였다. 유엔TV로 생중계된 이 회의에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참석했다. 미국이 소집을 요청한 이 회의는 개최 여부부터 투표해야 했다. 러시아가 회의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장국인 노르웨이가 거수를 제안했다. 러시아 뜻대로 무산되려면 9표가 필요했다. 하나, 둘, 셋…. 10개국이 찬성에 손을 들었다. 인도 케냐 가봉은 기권했다. 회의 시작이 가능해졌다. 러시아와 함께 유일하게 반대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회의 참가국들이 돌아가며 발언을 시작했다. 시작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였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은) 터무니없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당신들 나라 국경에 10만여 군대가 집결해 있다면 얼마나 거북할지.” 발언 차례가 되자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 대사가 “미국이 (실제를 과장한) 마이크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순서가 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의 개최를 반대한 “중국에 감사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침공할 거라는 미국 얘기는) 증거가 없어요. 미국이 확성기 외교를 하고 있는 겁니다.” 중-러 대사는 비슷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을 겨냥했다.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제기한 국경 배치 병력 10만여 명 추산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부추기면 “그 끝은 완전히 우크라이나에 최악이 될 것”이라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노르웨이가 안보리 의장국인 마지막 날이었다. 2월부터는 러시아가 한 달간 의장국을 맡고 있다. 8일 뒤인 2월 7일 러시아가 대북 제재 등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를 소집했다. 생중계된 회의에서 러시아는 “일방적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일방적 제재”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특정 국가 때문에 안보리의 제재 업무가 약화되고 있다”며 중-러를 비판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관련 안보리 회의 모두 미국과 중-러 간 대립 구도가 선명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에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였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당사국 자격으로 초청돼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러시아 병력 13만 명이 국경을 포위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곤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다는 러시아 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궁금합니다. 그럼 이 러시아 군대들이 왜 국경에 와 있는 겁니까?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협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입장은 우리가 우리의 안보 (보장) 방식을 선택할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러시아가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죠.” 강대국 러시아의 위협 앞에 우크라이나는 약자였지만 그는 안보리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꾸짖었다. 사드 배치라는 주권적 결정에 보복하는데도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우리 외교가 떠올랐다. 안보리에서 중-러 때문에 북한 미사일 대응이 무력화되는데도 항의하지 않는 우리 외교가 생각났다. 문재인 정부의 어떤 고위 외교관이 키슬리차 대사의 기개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2-18 03:00
[오늘과 내일/윤완준]‘트럼프’가 다시 오고 있다“미국 정치인들은 분열을 부추기고 국민들이 서로 증오하게 만들고 있어요. 미국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게 정치인이에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키트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30대 미국인 제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15일 기자에게 미 정치인들이 적대감을 조장하기 위해 “(국민들을) 세뇌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미국인 해나도 이날 “미국 정치는 정말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 절충안이 없다(no middle ground)”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어느 한쪽 입장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에서 우려가 높아지는 틈을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대 중미(中美)인문교류연구센터가 지난달 미국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레니얼 세대 등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민주주의의 ‘주인 주(主)’자를 이용해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은 돈이 주인인 주의(錢主·Money-cracy), 총이 주인인 주의(槍主·Gun-cracy), 백인이 주인인 주의(白主·White-cracy), 언론이 주인인 주의(媒主·Media-cracy), 군대가 주인인 주의(軍主·Milita-cracy), 마약이 주인인 주의(藥主·Drug-cracy)다. 국민은 주인이 아니다. 미국 정치에 초양극화(hyperpolarization)가 나타났다.” 전형적인 중국식 프로파간다(선전)다. 하지만 정치의 양극화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만큼은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도 같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이달 5일 뉴욕타임스 기고다. “지난해 1·6 의회 난입 사태 이전 미국은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일어나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삿대질하며 규탄했다. 그런 일이 이제 미국에서 벌어졌다.” 후쿠야마는 “정치가 갈수록 더 양극화되고 있다. (어떤 결과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정체(gridlock)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난 포퓰리스트들의 운동을 부추기는 근시안 선동정치가(demagogue)의 출현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추긴 의회 난입 사태에서 소수의 미국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까지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지난달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40%가 상대를 ‘완전한 악(downright evil)’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주의가 정치사회 분열을 해결하지 못할 때 포퓰리즘의 유령이 다시 배회한다. 팬데믹 시대에 표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뿌리고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유권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상·하원 중간선거를 비롯해 14개국이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른다. 일본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노년층뿐 아니라 젊은층을 상대로 돈을 푸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했다. 후쿠야마는 “트럼프가 부활(restoration)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 위기를 틈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2022-01-17 03:00
“팬데믹 위기가 기회”…원격근무-유동성 증가에 불붙은 美 ‘창업 러시’미국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블랭크스트리트’는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커피 체인이다. 하지만 노점이나 이동식 카트의 소규모 점포 형태로 임차 비용을 줄여서 스타벅스 같은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특히 스타벅스에 비해 20~30% 싸면서 비교적 높은 품질의 커피를 파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은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 많은 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대 청년 두 명이 지난해 여름 창업한 이 회사는 최근 점포가 20곳 정도로 불어나면서 벤처 투자자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을 2500만 달러(약 298억 원)를 유치한 지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3500만 달러 투자를 또 약속받았다. 최근 1년 사이 세 번째다. 창업자 비나이 멘다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사업자금 확보가 과거보다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선 유동성 증가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장의 투자 열기를 활용해 팬데믹 시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하는 ‘팬데믹 창업 러시’가 이어지면서 신규 사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원격 근무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창업 비용을 크게 낮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 시간) 본보가 미국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미국 창업 건수는 497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약 320만 건)보다 55% 늘어났다. 창업 건수는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매월 30만 건이 채 안 됐지만 지난해에는 매월 4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우간다 출신 자매가 공동 설립한 ‘퀵하이어’는 구직자와 회사 간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회사다. 일반적인 취업 중개 회사와 다른 점은 음식점, 소매업 등 서비스업 일자리 중개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서비스업 종사자가 1억 명이 넘는데 정작 지금까지 취업 중개는 화이트칼라 직종 수요만 충족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창업자인 앤절라 무훼지홀, 데버라 글래드니 씨는 미 CNBC방송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을 때가 사업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퀵하이어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서비스업체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새로 직원을 구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해 11월 투자 자금 141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를 새로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흑인 여성들이 세운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 중서부 캔자스주에서만 사업하는 퀵하이어는 올해 중서부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팬데믹 시대 라이프스타일 겨냥한 창업 붐 이처럼 미국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팬데믹 창업’에 나서고 있다. 새 변이 오미크론 등장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WSJ는 “여행 스타트업들은 예약 시스템 유연화와 아파트 숙박 활용, 비접촉 호텔 체크인을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오미크론이 이들에게 오히려 사업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자금도 밀려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5일까지 미국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는 사상 최대인 930억 달러(약 111조 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2016년 3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지난해 520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규모다. 자금이 몰리면서 스타트업 기업가치 중앙값은 2020년 1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미 전문가들은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창업 증가로 연결된 이유로 유동성 증가에 따른 투자 급증 이외에도 여러 요인을 꼽고 있다. 우선 지난해 팬데믹 초기 쏟아진 수많은 실직자 중 상당수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창업 전선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직장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이 매월 400만 명이 넘는 등 구인난이 극심하다. 따라서 이들 인력 상당수가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엔 투자와 저축으로 ‘실탄’을 든든하게 갖춘 채 사업가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언론들은 미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부활한 배경으로 심리적 요인에도 주목한다. 코로나19로 가족과 친지를 잃고, 직장을 잃은 비극적 경험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도전 정신을 키우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미국 중소기업 자문기구 ‘스코어’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프랭크 라모나카는 NBC방송에 “팬데믹은 사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기회의 창’을 제공했다”며 “이들은 자기 직업의 미래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창업 비용 줄어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창업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굳이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가 잘 돌아간다는 것을 파악했다. 전에 없던 재택근무 옵션이 생기면서 인재를 구하기 쉬워지고 사무실 임차료 등 창업비용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 유동성이 늘어나 자금 확보가 용이해진 점, 팬데믹을 계기로 실업급여와 고용 지원 등 두터운 ‘창업 안전망’이 생긴 것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산업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타트업 붐을 반기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사업체 수가 낮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다만 스타트업 창업 러시 추세가 오래갈지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GEN) 수석 고문 데인 스탱글러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신규 사업체가 많아지면서 일단 올해에는 도산하는 기업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2022-01-03 18:46
[윤석열 인터뷰] “靑수석 없애고 제2부속실 폐지”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직원의 30%를 줄이고 수석비서관을 없애겠다며 청와대 개혁 방안도 밝혔다. 윤 후보는 21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 등에서 상대국 정상을 부부동반으로 만날 경우 국제 프로토콜(외교 의전)에 맞게 해야 할 일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지원해주면 되고 가족들 경호도 (경호실이) 하는 것이니 제2부속실이 필요 없다”는 것. 그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에 공군2호기를 타고 갔을 때 우리 국민들이 쇼크를 받았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집권 시 부인 김건희 씨의 역할을 묻자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맙시다. 무슨 영부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윤 후보는 “(청와대 직원이) 450∼500명 되는데 일단 30% 감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석(비서관)을 없애 청와대를 기구 중심이 아니라 일 중심, 어젠다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청와대 개혁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어젠다에 대해서만 정책실에 정책을 추진할 참모를 두고 그 외 정책은 비서실 참모들이 대통령과 장관 간 소통을 연결, 보좌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윤 후보의 구상이다. 윤 후보는 집권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1인당 최대 5000만 원까지 현금으로 직접 손실보상을 해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코로나19 방역과 손실보상, 이를 위한 재정지출 구조조정 등을 위해 정부를 부처 간 빅데이터가 융합된 ‘디지털 원(One) 플랫폼’으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구제에 50조 원을 투입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화돼야만 어떻게 돈이 나가는지 확실하게 볼 수 있다”며 “피해 정도를 등급화하고 보상 액수를 배분하기 위해, 정치방역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방역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권 시 장관 등 내각 인사에 대해서는 “(민주당 출신) 그런 것을 가릴 생각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사고와 헌법 가치만 정확하게 받아들이면 (민주당 출신이라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당 대표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과 정면충돌하는 등 선대위가 내홍에 빠져든 것에 대해 윤 후보는 “저게 저럴 일인가 싶다. 몇 달 지나고 (대선이 끝나고) 나면 없어질 조직인데 무슨 파워게임이 있을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2021-12-22 03:00
미래비전도 백의종군도 없이 “대선 승리” 김칫국 마시는 野[광화문에서/윤완준]“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번에도 충청과 영남이 연합했다. 선거는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인사는 최근 당내에서 “이런 얘기까지 들린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했다.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 표를 흡수하며 여당 후보인 이회창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 대선엔 충청(윤석열)과 영남이 함께한 것이니 선거 결과는 이미 뻔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당연시하니 너도나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어떤 식으로든 들어가려 한다고 한다. 선대위에서 한자리를 해야 집권 뒤 청와대든 정부 어느 부처든 공공기관이든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누굴 챙겨줘야 한다”며 선대위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난다. 일부 의원은 “지방에 내려가 지역 민심을 훑어 달라”는 윤석열 후보의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은 움직이지 않고, 의원들은 벌써 대선 이후 당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권을 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당권을 잡아 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 중진 인사는 “윤 후보에게 노란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성 정치의 주류가 아니다. 그의 등장은 ‘여의도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치 비전을 보여 달라는 시대 조류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그런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 인사의 답이다.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또 다른 리더십은 사회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온기가 느껴지는 정치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 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요구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 1980년대 민주화, 2000년대 세계화에 이어 2020년대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의 눈에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이런 미래 비전으로 서로 싸우지 않았다. 대선 승리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집권하면’이라는 전제로 대선 이후 자신들의 이익을 어떻게 챙길지, 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금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싸우는 것으로 비쳤다. 중진 인사가 ‘옐로카드’를 꺼낸 뒤 며칠 안 돼 이준석 당 대표의 잠적 사태로 당내 갈등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집권 이후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는 윤 후보 측근들의 백의종군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선 승리의 근거로 거론하는 DJP연합 때 ‘동교동 가신’이라 불리던 권노갑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7명은 “집권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의 정무직을 포함해 어떤 임명직 자리에도 결코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삶과 상관없는 이익을 둘러싸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야당을,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이 선택하려 할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12-06 03:00
[광화문에서/윤완준]李·尹, 경제안보 시대 생존할 미래 비전으로 경쟁하라“이젠 외교관도 이공계 출신들이 해야겠더라.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이 최근 주변에 한 얘기라고 한다. 경제·기술과 안보가 한데 얽히며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 한국 외교가 처한 고민이 숨어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는 외교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둔감할 때 국가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드러냈다. 당장에는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관련 고시에 정부가 뒤늦게 움직여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요소의 원료가 되는 석탄이 부족할 때부터 사태는 예고됐다. 중국의 석탄 부족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호주의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호주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자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석탄 채굴을 규제한 것도 컸다. 미중 갈등과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요소수 부족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한중 관계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언제라도 안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엔 중국이 한국을 괴롭히겠다고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의도하면 언제라도 한국을 꼼짝 못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이전까지 경제와 무역은 비용의 문제였다. 경제성만 생각해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수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제 비용만으로 경제 정책을 세울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경제가 곧 안보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 문제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갈등을 대비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상품의 리스트를 점검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수출을 끊더라도 수개월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했다는 것. 미국의 장관급 인사가 우리 정부 당국자에게 한 얘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의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첨단 기술의 원천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하는 국제 분업을 해 왔다.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첨단 기술 공급망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장관급 인사는 “그러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개발하고 그 기술을 산업과 군사안보에 활용하는 건 중국이라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터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 제조업의 공급망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전직 고위급 외교관은 “이 사활을 건 국가 간 경쟁이 앞으로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흙탕 싸움 대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을 가를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11-15 03:00
[광화문에서/윤완준]“文정부 종전선언 추진은 전쟁 피해자들 잊겠다는 것”92세 강중현 씨.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 7월 부산에서 입대했다. 그가 배속된 8사단 21연대 1대대 화기중대는 그해 10월 38선을 넘어 평안북도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평안남도 영원전투에서 중공군의 포로가 됐다. 중공군은 국군포로들을 폐광이나 마구간에 가둬 놓았다. 전투 때는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전쟁포로에 대한 대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 강 씨는 1951년 2월 강원 횡성에서 국군 진지로 내달려 탈출했다. 그는 오히려 월북자 취급을 받으며 거제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당할 처지에 놓이자 필사적으로 송환을 거부해 반공포로로 석방됐다. 강 씨는 1999년 국방부로부터 참전용사 증서를 발급받았지만 포로 기간을 군 복무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군 미필로 처리됐다. 그는 인권단체 물망초의 도움으로 2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여러 신청서들이 이날 함께 위원회에 접수됐다. 6·25전쟁으로 인한 각종 피해의 상당수가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6·25전쟁 뒤 유엔이 발표한 국군포로의 수는 8만2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북한이 휴전협정으로 돌려보낸 국군포로는 8300명뿐이다. 북한은 국군포로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6·25전쟁 때 납북된 피해자는 1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존재 역시 북한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 없다. 정부는 임기 말 종전선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작 종전을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요소들이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법학자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전쟁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확실히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종전선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종전선언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 것 같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6·25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인식과 고려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22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72)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71년이 지났지만 우리에겐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현재진행형입니다. 북한은 납치 피해자 10만 명의 생사 확인에 한 번도 협조한 적 없어요. 수많은 전쟁 피해자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묻지도 않고 종전을 선언하겠다는 것인지…. 전쟁 피해자에 대한 고려 없는 종전은 허상이고 그림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흐느끼던 그는 “그런 종전선언은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진상 규명도 없고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고 ‘전쟁이 끝났다’ 하면 우리는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납치 피해자 가족들한테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일이에요….”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10-25 03:00
[광화문에서/윤완준]불필요한 외교 리스크 만드는 정의용의 입“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가보니 우리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더라.” 6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다녀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직원들에게 한 얘기라고 한다. 일부 외교부 직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해 4년간 문재인 정부 외교를 지휘해 온 분이 처음 외국에 가본 것처럼 이제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했다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장관은 2월 취임 이후 유독 말로 인한 구설이 잦았다.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인식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있었다. 장관의 말을 부처가 나서서 수습했다. 4월엔 지난해 5월 우리 군 감시초소(GP)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것을 “사소한 합의 위반” “절제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 장관은 다른 당국자들에게 “찜찜하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고 한다. “의도한 게 아니라고 수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그날 저녁 외교부는 “적절한 용어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 전날에도 국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를 미국 측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국자들은 “발언 시점에 이미 미국의 난색으로 어려워진 상태였다”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다음 달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지대화’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비핵지대화’를 비핵화와 같은 말로 쓰자 정부 안팎에서 “북핵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는 자조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최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다가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 우리는 그들이 하려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중국 대변인이냐”는 비판이 나오자 발끈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중국 외교가 공세적으로 변하던 2019년에 나온 중국 외교부 대변인 논리와 똑같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이 세계무대 중앙에 진입했지만 마이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 주도적으로 발언권을 쟁취해 당당하게 중국 공산당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발언권의 핵심은 국가 이데올로기이고 국가 가치관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여러 나라가 중국이 강압적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은 5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의 강압적 외교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한미 정상이 약속한 마당에 “우리는 상관없다”는 논리로 읽힐 수 있다. 정부 내 정 장관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뚝심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청와대에서 손을 맞춘 극소수의 고위 당국자들만 챙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웬만한 외교부 고위급도 장관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것. 정 장관은 직원들에게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귀를 열고 신중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일지 모르겠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10-04 03:00
정의화 전 국회의장 “최재형 후보에게 크게 실망”…지지 철회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을 설득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3일 최 전 원장에 대해 지지를 철회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지율 정체로 캠프가 동요하자 14일 캠프 해체를 선언했던 최 전 원장은 “최재형 전도사”를 자처했던 정 전 의장까지 돌아서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최재형 캠프 공동 명예선대위원장이었던 정 전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 캠프 해체 전후 최재형 후보의 ‘(여권 지지층) 역선택 방지 포기’ ‘낙태(반대)’와 ‘상속세 폐지’ 등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책 발표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이것은 내가 생각한 최재형다움이 아니다”라며 “오늘 가덕도 신공항 전면 재검토 발언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했다. 더는 최 후보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면 된다. 그렇지만 정치철학의 문제, 한국 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당장의 인기와 표를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최 전 원장이 정치에 입문한 7월만 해도 지인들에게 “ 하늘이 보낸 훌륭한 지도자를 발견했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의 지지 철회는 이날 최 전 원장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덕도 신공항 전면 재검토를 정식으로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장은 부산 지역구 의원 출신이다. 최 전 원장의 정치 입문 첫 일정에 동행하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온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구을)도 이날 “가덕신공항 전면 재검토 주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최 후보를 지지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왔던 입장이지만, 이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2021-09-23 22:06
[광화문에서/윤완준]野, 국제정세 꿰뚫는 후보가 안 보인다국민의힘이 9일 당 대선 경선 후보를 상대로 연 ‘국민 시그널 면접’. 면접관으로 참석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이 홍준표 의원에게 물었다. “가장 중요한 수권 능력과 관련해 분단국가에서 외교안보가 중요합니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입니까.” 홍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제일 첫 번째 할 일이 남북 불간섭주의를 천명하겠다”고 했다. “상호 간섭하지 말자. 너희는 너희끼리 살아라. 우리는 우리끼리 산다”는 것이다. 10일까지 12명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면접을 마친 뒤 기자는 박 이사장과 통화했다. 박 이사장은 자유선진당 의원 시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북한 인권 단체인 물망초를 이끌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국내 현안에 집중했다면 박 이사장은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던졌다. 박 이사장은 “남북이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니 더 질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듣기엔 시원해 보이지만 불간섭주의는 현실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북한의 핵개발에도 눈감을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는 “북핵 폐기 로드맵”을 물었다. 최 전 원장은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해 핵 보유가 부담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하고 북핵을 포기하면 평화적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의 말이 끝나자 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정책과 비슷하다”고 했다. 기자와 통화에서는 “새로운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집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니 국가관은 튼튼할지 몰라도 구체적 안보관은 부족해 보였다”고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10일 면접 시작부터 박 이사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라이’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두 사람을 “또라이”로 불러 논란이 됐다. 원 전 지사는 이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이 “동맹국 정상을 또라이라고 부르는 건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원 전 지사는 웃으며 “표현이 과했던 것 같다”고 물러섰다. 박 이사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질문들 때문에 외교안보 구상을 물을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앞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방사능 유출이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해 논란이 됐다. 박 이사장은 “그간 언론에 나온 것으로 봐도 외교안보에 대한 생각이 무르익지 않았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내치는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전권을 줘서라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은 대통령 본인이 외롭게 결단해야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국제 정세를 꿰뚫는 후보가 안 보인다”고 했다. 수권 능력을 주장하는 야당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지적이 아닐까. 여권 주자들이 북핵 해법은 물론 미중 갈등의 복잡한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갈 비전이 없다고 비판해 온 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09-13 03:00
[광화문에서/윤완준]美에 드러냈던 文의 결기, 北에는 왜 보여주지 않나올해 1월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함구령이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직접 요구하지 말라는 것.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이 이뤄지던 그때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성명을 “정책적 실패”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성명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자체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싱가포르 성명 계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깜짝 놀랐다.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가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켜야 합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에게 싱가포르 성명 계승을 요구한 것.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원고에도 없던 내용이었다. 정부 내부에서 우려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4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설정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외교안보 참모들은 조마조마했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트럼프 지우기’에 한창인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에서 싱가포르 성명을 빼놓는다면? 한미 관계가 삐거덕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5월 초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성명을 언급하자 당국자들의 마음이 놓였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싱가포르 성명에 기초한 대화”를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사진 찍기용”이라고 비판했던 걸 떠올리면 극적인 변화였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대북 구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당국자는 “미국도 속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이더라도 한국 정상이 강하게 의지를 내보인 것은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무릅쓰고 참모들의 만류에도 결기를 보였다. 싱가포르 성명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과 직결된다고 봤던 것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을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국방부가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라고 해온 한미 연합훈련도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원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다. 싱가포르 성명 계승과 달리 한미 훈련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들리지 않는다. 북한은 2일 한미 훈련을 이유로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차단했다. 이번엔 주한미군 철수 주장까지 나아갔다. 주한미군 철수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종전선언의 힘을 뺄 수 있는 민감한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미국에 설득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미 훈련을 빌미로 통신선을 끊은 북한 행위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었다. 대통령 결기가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보는 걸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08-23 03:00
민간유일 北인권백서, 올해는 왜 못 보나[광화문에서/윤완준]1993년 윤여상은 스물일곱 대학원생이었다. 탈북민 정착 과정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다. 전국을 돌며 탈북민들을 인터뷰했다. 탈북민들이 그에게 들려준 얘기는 예상과 달랐다. 그들은 북한에서 겪은 참혹한 인권 유린을 증언했다. 그는 탈북민들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지는 걸 봤다. 공포로 입 밖에 꺼내지 못한 일들을 어느 젊은 연구자가 기록함으로써 언젠가 진실이 규명될 수도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1994년 윤여상은 북한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의기투합한 연구자들은 5명. 1999년부터는 그해 처음 문을 연 탈북민 정착기관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들은 불행한 과거를 정의와 존엄이라는 이름으로 청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통일 이후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역사적 단죄도 어렵다고 여겼다. 2003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설립됐다. 한국 최초의, 북한 인권을 기록하는 비정부기구(NGO)였다. 2007년, 13년간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첫 북한인권백서가 나왔다. 당시 NKDB가 기록한 북한 인권 침해 데이터베이스는 6878건. 14년 뒤인 현재 NKDB가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는 12만7620건에 달한다. 한국에 입국한 하나원 입소 탈북자들을 매년 꾸준히 인터뷰해 기록한 결과다. NKDB의 설립 모토는 ‘정치적 중립’이다. 오로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인권 실태를 기록하겠다는 것. 정권에 따라 북한 인권 실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겠다는 것.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가치 있는 자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NKDB에는 연구원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 연구원들은 서약서를 써야 한다. 마이클 커비 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NKDB 백서에 대해 “단순한 통계 조사가 아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보장하는 소명”이라고 했다. 그런 NKDB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북한인권백서를 내지 못한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하나원 입소 탈북민 조사를 못 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NKDB에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줄이라고 요구하다가 조사를 막았다.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통일부 소속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7년 출범 이래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인권 침해 기록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NKDB의 북한인권백서는 2014년 COI 보고서는 물론이고 매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서울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등의 북한 인권 실태 조사에 인용돼 왔다. NKDB 윤여상 소장은 “남북 관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정치 권력에 따라 북한 인권이 정치화되는 모습에 연구원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정부가 독점하면 안 된다는 점을 더더욱 깨닫고 있다”고 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보장하는 소명”의 백서가 내년 다시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2021-08-11 03:00
‘文정부 북핵문제 총괄’ 이도훈, 윤석열 캠프 갔다문재인 정부에서 2차례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윤석열 캠프에 깜짝 합류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핵 문제를 총괄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전 본부장이 반문(반문재인) 기치를 내걸로 대선에 출마한 윤 전 총장 캠프에 전격 합류하자 여권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전 본부장은 10일 윤석열 캠프가 공개한 정책자문 전문가 외교·안보·통일 분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 캠프 총괄간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본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최근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북정책은 정파·정부를 초월해 일관성 있어야한다는 차원에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캠프 외교안보통일 분과 간사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상황이 악화된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허물어진 외교를 어찌해서든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생각으로 최근 한두 달 사이 캠프에 들어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윤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는 이 전 본부장을 윤 전 총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본부장은 현 정부의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발탁돼 북핵 수석대표로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협의를 주도했다. 3년 3개월이라는 ‘최장수 본부장’ 기록도 세웠다. 당시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속내를 털어놓는 당국자로 꼽혔다. 그런 그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임명 직전인 지난해 12월 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올해 3월 발표된 춘계공관장 인사에서도 배제돼 옷을 벗었다. 주요국 공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외교부가 탈락 배경에 침묵하자 뒷말이 무성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정 장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부터 대북 접근법을 놓고 충돌하는 등 정 장관과 불편한 관계였던 이 전 본부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이 전 본부장이 청와대와 다른 얘기를 한다고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반면 이 전 본부장은 미국이 우리 입장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여권은 이 전 본부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던 대북 제재 면제를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도 강했다. 이 전 본부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 이를 위한 한미 협의의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히는 만큼 그의 윤 전 총장 캠프행에 여권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문단에는 이 전 본부장의 전임인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참여했다. 김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임기 말 본부장을 지낸 뒤 현 정부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채 퇴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2021-08-10 16:25
이재용 가석방에…與 “백신 확보 역할 기대” 野 “경제 살리기 매진 계기되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가석방된 데 대해 청와대는 이날 “법무부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 대선 주자들은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가성방의 요건과 절차 등을 고려해 심사 판단한 것에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캠프 명의의 입장문에서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평소 생각”이라면서도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 씨(이 부회장)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재벌 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김두관 의원은 “오늘은 재벌권력 앞에 법무부가 무릎을 꿇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미 있는 결정이다. 미래를 준비하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변인실 명의의 논평에서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2021-08-0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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