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블록슛 선두 오른 이종현
신장보다 무려 20cm나 긴 ‘윙스팬’… 키 221cm 하승진의 227cm에 육박
데뷔 8경기 뛰었지만 23개나 기록, 통산 1000개 넘은 김주성 넘을 듯
“블록은 예전부터 자신이 있었어요. 제가 팔이 길잖아요(웃음).”
지난 시즌 김주성(38·동부)이 KBL 최초로 통산 1000블록(13일 현재 1018개)을 달성했을 때 농구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앞으로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이 부문 2위 서장훈(43·은퇴·463개)의 2배 이상인 데다 현역 선수 최다인 하승진(32·KCC·330개)의 3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모비스 신인 이종현(23·사진)이 연일 블록 행진을 벌이면서 “김주성의 기록을 깬다면 주인공은 이종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종현은 12일 KGC전에서 블록 3개를 추가하면서 이 부문 공식 선두(평균 2.88개)로 나섰다. 8경기에서 23개 블록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수가 적어 전날까지 비공식 1위였지만 이날 현재 기준(23경기 이상 출전 또는 21블록 이상)을 채우면서 KGC 데이비드 사이먼(평균 1.82개)을 제쳤다. 10개 구단 가운데 이 부문 하위 5개 구단의 한 경기 평균 팀 블록은 이종현보다 적은 2.7개 이하다. 국내 선수 가운데 블록 1위에 오른 것은 김주성(2003∼2004시즌, 2007∼2008시즌·통산 평균 1.51개)이 유일하다.
프로 데뷔전인 지난달 2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2득점, 5리바운드, 1블록에 그쳤던 이종현은 이틀 뒤 LG를 상대로 24득점, 18리바운드, 5블록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며 “과연 이종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두권인 삼성과의 첫 경기 때는 너무 긴장했어요. 주위의 기대가 크니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경기 뒤 반성을 많이 하면서 두 번째 경기를 준비했죠. 솔직히 같은 센터 포지션인 김종규 선배가 LG에 있다는 것도 의식이 되더라고요. 그날 경기가 잘 풀리면서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첫 경기가 쓴 약이 됐죠.” 이종현의 가공할 블록 능력은 223cm에 달하는 ‘윙 스팬’(한 손끝에서 다른 손끝까지의 길이)이다. 선수를 포함해 보통 사람은 자신의 키와 윙 스팬이 비슷하지만 이종현은 키(203cm)보다 20cm나 길다. 국내 최장신(221cm) 하승진의 227cm에 육박한다. 그는 “아버지도 팔이 긴 걸 보면 유전인 것 같다. 옷을 고를 땐 불편하지만 농구 선수로서는 다행”이라며 웃었다.
“예전부터 김주성 선배가 세운 1000블록을 꼭 넘어서고 싶었어요. 그렇게 되려면 성실하게 오래 뛸 수 있어야겠죠. 좋아하고 자신 있는 블록에서는 제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프로 선수로서 이제 발걸음을 뗐지만 이종현은 블록에 대해서만큼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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