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벌리면 223cm 이종현 ‘공포의 파리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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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블록슛 선두 오른 이종현
신장보다 무려 20cm나 긴 ‘윙스팬’… 키 221cm 하승진의 227cm에 육박
데뷔 8경기 뛰었지만 23개나 기록, 통산 1000개 넘은 김주성 넘을 듯

“용병도 꼼짝 마” 모비스 신인 센터 이종현(앞)이 지난달 25일 프로 데뷔전에서 삼성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의 슛을 블록하고 있다. 이날 블록 1개를 기록한 이종현은 이틀 뒤 LG를 상대로 5개를 성공시키며 ‘블록 괴물’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KBL 제공
“용병도 꼼짝 마” 모비스 신인 센터 이종현(앞)이 지난달 25일 프로 데뷔전에서 삼성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의 슛을 블록하고 있다. 이날 블록 1개를 기록한 이종현은 이틀 뒤 LG를 상대로 5개를 성공시키며 ‘블록 괴물’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KBL 제공
“블록은 예전부터 자신이 있었어요. 제가 팔이 길잖아요(웃음).”

지난 시즌 김주성(38·동부)이 KBL 최초로 통산 1000블록(13일 현재 1018개)을 달성했을 때 농구 관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앞으로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이 부문 2위 서장훈(43·은퇴·463개)의 2배 이상인 데다 현역 선수 최다인 하승진(32·KCC·330개)의 3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모비스 신인 이종현(23·사진)이 연일 블록 행진을 벌이면서 “김주성의 기록을 깬다면 주인공은 이종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종현은 12일 KGC전에서 블록 3개를 추가하면서 이 부문 공식 선두(평균 2.88개)로 나섰다. 8경기에서 23개 블록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수가 적어 전날까지 비공식 1위였지만 이날 현재 기준(23경기 이상 출전 또는 21블록 이상)을 채우면서 KGC 데이비드 사이먼(평균 1.82개)을 제쳤다. 10개 구단 가운데 이 부문 하위 5개 구단의 한 경기 평균 팀 블록은 이종현보다 적은 2.7개 이하다. 국내 선수 가운데 블록 1위에 오른 것은 김주성(2003∼2004시즌, 2007∼2008시즌·통산 평균 1.51개)이 유일하다.

프로 데뷔전인 지난달 2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2득점, 5리바운드, 1블록에 그쳤던 이종현은 이틀 뒤 LG를 상대로 24득점, 18리바운드, 5블록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며 “과연 이종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두권인 삼성과의 첫 경기 때는 너무 긴장했어요. 주위의 기대가 크니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경기 뒤 반성을 많이 하면서 두 번째 경기를 준비했죠. 솔직히 같은 센터 포지션인 김종규 선배가 LG에 있다는 것도 의식이 되더라고요. 그날 경기가 잘 풀리면서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첫 경기가 쓴 약이 됐죠.” 이종현의 가공할 블록 능력은 223cm에 달하는 ‘윙 스팬’(한 손끝에서 다른 손끝까지의 길이)이다. 선수를 포함해 보통 사람은 자신의 키와 윙 스팬이 비슷하지만 이종현은 키(203cm)보다 20cm나 길다. 국내 최장신(221cm) 하승진의 227cm에 육박한다. 그는 “아버지도 팔이 긴 걸 보면 유전인 것 같다. 옷을 고를 땐 불편하지만 농구 선수로서는 다행”이라며 웃었다.

“예전부터 김주성 선배가 세운 1000블록을 꼭 넘어서고 싶었어요. 그렇게 되려면 성실하게 오래 뛸 수 있어야겠죠. 좋아하고 자신 있는 블록에서는 제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프로 선수로서 이제 발걸음을 뗐지만 이종현은 블록에 대해서만큼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현#kbl#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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