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또 만취폭행… 선수생명 중단 위기

  • 입력 2008년 7월 17일 03시 00분


롯데 정수근이 16일 술에 취해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침통한 표정으로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롯데 정수근이 16일 술에 취해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침통한 표정으로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술이 끝내 그의 재능을 무너뜨렸다.

프로야구 롯데 정수근(31)이 16일 음주 후 폭행 사건을 일으켜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롯데 구단은 이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수근에게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임의탈퇴로 공시되면 1년간 선수로 뛸 수 없고 연봉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정수근의 선수 생명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 관중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롯데는 정수근 파문으로 야구 흥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 음주 그리고 폭행

정수근은 16일 오전 3시 20분경 술에 취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 입건됐다. 또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을 폭행해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정수근은 “15일 경기에서 무사만루 기회에 병살타를 쳐 기분이 나빴는데 경비원이 ‘그것밖에 못하냐’고 핀잔을 줘 화가 났다”며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의 구속 여부는 1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정수근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음주 후 폭행 사건을 저질렀다. 두산 시절인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현지에서 폭력사건을 일으켜 벌금형을 받았다. 롯데로 이적한 이듬해 부산 해운대에서 술에 취해 한 시민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벌금 500만 원과 무기한 출장금지 처분을 받은 뒤 21경기 만에 징계가 풀리기도 했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정수근은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롯데 팬을 실망시켰다. 치열한 4강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의 화합을 저해시켜 임의탈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선수가 경기 직후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 술로 잃은 재능

KBO는 이와 관련해 17일 오전 9시 상벌위원회를 연다.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정수근이 또다시 폭행 사건을 일으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995년 두산에 입단한 정수근은 1999년 타율 0.325에 도루 57개를 기록하며 도루왕에 올랐다.

2004년 롯데와 6년간 총 40억6000만 원의 자유계약선수(FA) 대박 계약을 했다. 올 시즌에는 롯데 주장을 맡아 16일 현재 타율 0.291에 24도루를 기록하며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해 왔다.

한 야구 관계자는 “정수근의 재능이 아깝다”며 “그가 조금만 절제의 미덕을 갖췄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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