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맞은 뒤 돈 뺏겨” 신고자,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총책

  • 동아일보

경찰, 30대 중국인 긴급체포
“휴대폰서 수상한 중국어 기록 발견
AI로 분석, 자금 관리책 증거 포착”

경찰이 압수한 범죄수익금 8000여만 원. 김포공항경찰대 제공
경찰이 압수한 범죄수익금 8000여만 원. 김포공항경찰대 제공
국내 카지노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을 세탁해 온 30대 중국인 총책이 자신이 폭행 피해자라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김포공항경찰대는 11일 오후 8시 10분경 김포공항에서 31세 중국인 남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남성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 및 운반책들을 관리하는 총책으로, 체포 당시 갖고 있던 범죄 수익금 8000여만 원도 함께 압수됐다.

검거 계기는 해당 남성의 신고였다. 그는 공항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맞은 후 돈 1000만 원가량을 뺏겼다”며 직접 112에 신고했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묻힐 뻔했지만 경찰의 기지가 빛을 발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폭행 피해를 조사하던 중 그와 ‘폭행 가해자’의 휴대전화 및 소지품 등에서 수상한 중국어 기록을 발견했다. 경찰은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을 활용해 이들의 휴대전화 속 대화 내용과 메모를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인 남성은 단순 피해자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자금 관리책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포착됐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이던 보이스피싱 수거·운반책 3명의 ‘상선(총책)’이 바로 해당 남성으로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폭행한 중국 국적의 가해자 역시 돈 문제로 다툰 같은 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임의동행해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중국인 남성은 합법적인 외국인 등록증을 소지한 채 국내를 자유롭게 오가며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외국인 등록증은 국내에서 90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효력을 지닌다. 그는 매주 제주 등 국내 카지노를 방문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카지노 칩으로 바꿨다가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 작전을 주도한 김포공항경찰대 대테러안전2팀 소속 김성일 경사는 “AI 등을 활용해 현장 증거를 자세히 확인한 덕분에 자금세탁 총책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보이스피싱의 총책을 검거해 자칫 추가로 벌어질 수 있었던 민생 경제 범죄를 예방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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