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104건 심층 인터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최초 세대
SNS 콘텐츠로 세상을 보고 배워
“사회 불평등 못 바꿔… 기대 안해”
Z세대가 세상을 더욱 위험하고 불안한 곳으로 받아들이며 사회적 효능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의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 보통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최초의 세대인 만큼 과학자들 시각에선 기술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데 중요한 집단으로 여겨진다. 젊은 세대가 세상을 더욱 위험하고 불안한 곳으로 받아들이며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잃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게이브리얼 루빈 미국 몽클레어주립대 사법학 교수 연구팀은 미국 북동부 지역에 사는 Z세대를 대상으로 위험, 정치 등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104건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미국 워싱턴에서 10일(현지 시간) 열린 위험분석학회(SRA)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위험분석학회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실무자가 자연재해, 환경오염, 건강·생물학적 위험, 기술·공학적 위험, 사회적 위험, 정책과 법률 관련 위험 등 여러 위험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하는 국제학술단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루빈 교수가 2022년부터 Z세대 50명을 인터뷰해 지난해 발표한 연구논문 ‘Z세대 위험 인식: 위기, 위험, 그리고 희망’의 내용을 확장시킨 것이다.
심층 인터뷰 결과 루빈 교수는 Z세대가 느끼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을 △정보가 넘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 △차별과 이민, 정체성 권리 문제 △정치 양극화, 지도자에 대한 불신 △정신건강 문제 △범죄·사고로부터의 안전 여부 △경제적 불안 △총기 사고 등으로 꼽았다.
루빈 교수는 Z세대 대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 경험, 총기 난사 공포 등으로 세상을 무서운 곳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또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 등 여러 시위가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결과가 달라지지 않아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고 봤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Z세대는 기후변화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루빈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설문조사에서 세상이 더 위험한 곳이라고 느끼는 Z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3년이 데이터상 가장 안전한 시기 중 하나였는데 모순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빈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SNS를 꼽았다. Z세대는 SNS를 통해 인종차별·인권 이슈, 시위·폭동 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접한다. 그러나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SNS 피드를 통해 쏟아지는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 과장된 감정, 혐오와 비난 메시지를 접하며 세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는 Z세대가 상대적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질병보다 대형 총기 난사, 테러, 팬데믹같이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건을 더 큰 위험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Z세대에 속하는 한 인터뷰 참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좁은 공간에서 가족과 갈등하고 가족의 실직, 부모의 무력감, 경제적 불안을 눈앞에서 경험하며 크게 좌절했다”고 말했다.
루빈 교수는 ‘어딜 가든 위험을 감지하는’ Z세대의 과도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경찰, 학교, 기업 등 여러 기관에서 Z세대가 SNS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위험을 흑백이 아닌 단계적으로 이해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충격적이거나 비극적인 사건을 전달하는 뉴스는 사건 발생 빈도, 상대적 위험도, 변화 추세 등 함께 이해해야 할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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