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비효율사례집]주민은 줄고 공무원은 늘어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34분


지방자치제의 인구는 줄어드는데 군청 공무원수는 몇배로 늘어나고 있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들중에는 호화 사무실에서 억대의 판공비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많다.

광역자치단체가 예산부담을 해주는 소방공무원을 기초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늘리다보니 전라북도에서는 전체 공무원의 40%가 소방공무원이다.

지자체간 업무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중복과잉투자가 비일비재다.

기획예산위가 최근 발간한 ‘지자체의 재정 행정 비효율 사례집’을 들여다보면 재벌 금융기관 공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도 개혁의 칼을 대야할 곳이 수두룩하다.

▼공무원을 위한 행정조직〓전북 L군의 인구는 60년대이후 3분의1로 줄었지만 공무원수는 4배로 늘어났다. 군민수는 60년대 11만명 내외를 유지하다가 이농현상의 심화로 88년 4만1천명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군청공무원수는 1백50명에서 6백72명으로 늘어났다.

대전시 Y동 인구수는 8백49명에 불과하지만 직원 10명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시는 인근 동과 통합시킬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소방관련 재원은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재원은 기초자치단체가 쓴다. 이러다 보니 시군마다 소방관서를 늘리느라 열심이어서 소방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라북도 전체공무원 3천1백91명중 40%가량인 1천2백40명이 소방공무원이다.

▼방만한 행정〓지자체 기관장의 사무실 면적은 특별한 규제없이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지역에 따라 너무 크고 호화롭다. 기획예산위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기관장 사무실 관련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지방군수의 공식 판공비는 군 규모에 따라 연간 3천6백만∼4천8백만원이지만 실제로는 업무추진비 1억원, 정원가산금 4천만원 등 판공비성격의 경비가 2억원에 달한다.

대전시 S구는 공원을 눈썰매장으로 바꾸고 주차장을 설치하면서 경영합리화를 한다고 홍보해놓고 수익을 거의 못올리고 있다. 경영능력이 없는 지자체가 엉뚱한 사업을 벌이다가 혈세를 낭비한 사례다.

서울시 관악구는 홍보간판에 특수 야간조명을 설치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지자체는 지나치게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고 심야까지 점등하고 있다.

▼지자체간 지역이기주의와 비협조〓쓰레기 소각장에 여유가 있는데도 인근 자치단체 쓰레기를 받아들이지 않아 지자체마다 소각장을 따로 건설해야 하는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광명시는 쓰레기소각장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인근 구로구의 요청을 묵살했다.

팔당상수원은 경기 가평 양평 남양주 등 7개시군에서 환경부 5개기관 등 상부 9개기관의 지휘를 받아 체계적 관리가 어렵고 업무추진에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종합토지세와 재산세가 자치구세로 되어있어 자치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자치구별 지방세 수입예산은 강남구 1천4백35억원, 서초구 7백55억원, 강북구 1백32억원, 도봉구 1백34억원으로 10배이상 차이가 난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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