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제 우리는 수도권당”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생각에 잠긴 대통령18대 총선에서 친박근혜계가 돌풍을 일으키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이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10일 한일 시도지사들의 모임인 한일지사회의 대표단과의 만남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승  기자
생각에 잠긴 대통령
18대 총선에서 친박근혜계가 돌풍을 일으키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이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10일 한일 시도지사들의 모임인 한일지사회의 대표단과의 만남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승 기자
이방호 낙선 위로 현수막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 날인 10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 농협 앞. 접전 끝에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당선자의 당선사례 현수막과 낙선한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을 위로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사천=연합뉴스
이방호 낙선 위로 현수막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 날인 10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 농협 앞. 접전 끝에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당선자의 당선사례 현수막과 낙선한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을 위로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사천=연합뉴스
이재오-이방호 등 낙선… 측근 권력지도 재편 예고

당청관계 새 가교로 정두언-백성운 등 부상할 듯

친박연대 영입 등 세력 불리기 서두를 가능성 낮아

■ 청와대 총선평가와 향후 구상

“빼앗긴 성(국회)을 어렵게 되찾았지만 맹장들을 다 잃었네….”

18대 총선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원내 최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측근들의 줄낙마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과반 의석을 얻은 것에 대해서만 의미를 뒀다는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녹록하지만은 않은 듯싶다. 국회 과반을 점했지만 여야관계뿐 아니라 한나라당내 권력지도가 크게 바뀌면서 이 대통령은 정국운영 구상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친박(친박근혜) 세력, 자유선진당, 무소속 등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소위 ‘MB(이 대통령 영문 이니셜) 세력’이라는 ‘상수’만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조급하게 ‘친박연대’ 등 ‘범여권’을 끌어들이는 세력불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 있는 수도권 압승=이 대통령은 총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던 9일 오후 10시경 비서진이 모여 있는 사무실로 찾아와 “이제 우리는 영남당이 아니라 수도권당이다. 수도권은 지역색이 없어지지 않았느냐”며 수도권 압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10일 “언론이 180석까지도 가능할 거라며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놔 상대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 같지만 당초 우리의 목표는 과반이었다”며 “153석은 헌정사상 가장 격차가 큰 과반 의석”이라고 평가했다.

▽당내 MB 측근 권력지도 변화=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총선 결과로 한나라당 내 MB 측근들의 권력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박형준 의원이 낙선하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파할 ‘메신저들’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청와대와 거리를 둬 온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 정두언 의원이 공백을 메울 인물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드러내놓고 당내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 의원을 중심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백성운 강승규 정태근 조해진 권택기 김영우 당선자 등 ‘안국포럼’ 출신들이 당내 MB 주축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했던 임태희 주호영 의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MB세력을 대표할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MB세력들이 정몽준 의원을 후보로 선택할 경우 또 한 차례 ‘친이-친박’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강재섭 대표와 정례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정계개편? 친박연대 영입?=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던 ‘순수’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영입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집단으로서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연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정치 원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도 그런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당 밖의 친박세력과는 일단 손을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일단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나서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표시한 뒤 “이 대통령이 조만간 박 전 대표와 회동을 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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