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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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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관계 새 가교로 정두언-백성운 등 부상할 듯
친박연대 영입 등 세력 불리기 서두를 가능성 낮아
■ 청와대 총선평가와 향후 구상
“빼앗긴 성(국회)을 어렵게 되찾았지만 맹장들을 다 잃었네….”
18대 총선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원내 최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측근들의 줄낙마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과반 의석을 얻은 것에 대해서만 의미를 뒀다는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녹록하지만은 않은 듯싶다. 국회 과반을 점했지만 여야관계뿐 아니라 한나라당내 권력지도가 크게 바뀌면서 이 대통령은 정국운영 구상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친박(친박근혜) 세력, 자유선진당, 무소속 등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소위 ‘MB(이 대통령 영문 이니셜) 세력’이라는 ‘상수’만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조급하게 ‘친박연대’ 등 ‘범여권’을 끌어들이는 세력불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 있는 수도권 압승=이 대통령은 총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던 9일 오후 10시경 비서진이 모여 있는 사무실로 찾아와 “이제 우리는 영남당이 아니라 수도권당이다. 수도권은 지역색이 없어지지 않았느냐”며 수도권 압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10일 “언론이 180석까지도 가능할 거라며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놔 상대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 같지만 당초 우리의 목표는 과반이었다”며 “153석은 헌정사상 가장 격차가 큰 과반 의석”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청와대와 거리를 둬 온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 정두언 의원이 공백을 메울 인물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드러내놓고 당내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 의원을 중심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백성운 강승규 정태근 조해진 권택기 김영우 당선자 등 ‘안국포럼’ 출신들이 당내 MB 주축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했던 임태희 주호영 의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MB세력을 대표할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MB세력들이 정몽준 의원을 후보로 선택할 경우 또 한 차례 ‘친이-친박’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강재섭 대표와 정례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어떤 얘기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정계개편? 친박연대 영입?=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던 ‘순수’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영입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집단으로서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연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정치 원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도 그런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당 밖의 친박세력과는 일단 손을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일단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나서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표시한 뒤 “이 대통령이 조만간 박 전 대표와 회동을 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