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김대표가 주재한 '당4역회의·상설특별위원회'에서도 격렬한 비난 발언을 듣기 어려웠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진실규명이 중요하므로 강삼재(姜三載)의원이 검찰수사에 협조해 하루빨리 사건이 매듭되기를 기대한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 대치정국을 주도하다시피 해 온 김대표도 이날은 무척이나 말을 아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 당이 진상 규명과 국고 환수를 주장해 왔는데 그랬으면 됐지…"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몇가지 분석이 나왔다.
우선 안기부 자금 명단과 돈 액수까지 공개된 만큼 당이 나서서 정쟁화를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묵시적인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한 당직자는 "이쯤에선 검찰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여권과 검찰이 짜고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면 솔직히 부담만 가중된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다 김대표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당 내부의 '견제'도 작용했다는 것. "김대표가 너무 앞서 가는 바람에 사건의 본질보다 정치성이 부각됨으로써 사건 수사는 수사대로 꼬이고, 야당의 반격은 반격대로 받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
실제로 당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TK 연합론'을 주창해 온 김대표가 이번 사건을 호기로 생각하고 민주계를 몰아붙임으로써 YS측과의 '민주 대연합론'이 물건너 가게 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