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상봉]유미영단장 막내딸 최순애씨 '울음'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43분


“차라리 평범한 신분으로 오셨더라면….”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장인 유미영(柳美英·78)씨의 막내딸로 서울에 살고 있는 최순애(崔舜愛·48)씨는 15일 TV화면에 어머니의 도착장면이 나오는 순간 애써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76년 아버지 최덕신(崔德新·98년 작고)전외무장관과 유씨가 함께 미국 망명길에 오른 이후 처음 보는 생생한 얼굴모습과 음성이었다.

아직 최씨와 어머니의 상봉여부는 불투명하다. 유단장은 서울도착 직후 가족상봉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만나지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최씨는 “여기까지 와서 나를 못 본 체할 어머니가 아니다”며 연락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북측 방문단이 손을 흔들며 김포공항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중계되자 최씨는 “저 사람들은 이번에 여섯번씩 만난다는데 지척에 오셨어도 나는 발만 구르고 있어야 하나”라며 또다시 흐느꼈다.

“공항에 나갈 생각도 해봤지만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했습니다. 화면으로 보니 많이 늙으셨지만 씩씩한 음성과 태도는 그대로시군요.”

최씨는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봉신청도 못하는 월북 이산가족’인 자신의 처지가 슬퍼 숱하게 울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방문단장인 것으로 발표되자 충격과 기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오빠 인국씨(52)가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그동안 겪은 고초 때문에 설움이 북받쳤을 뿐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야 어찌 다르겠느냐”며 상봉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당한 모습으로 오신 어머니 앞에서 제가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별을 결심하셨던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손을 맞잡고 품에 안겨봤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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