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8 판세분석]「IMF한파」 표심 방황

  • 입력 1997년 12월 10일 08시 25분


투표일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며 대선전이 종반으로 접어들었으나 선거판세의 유동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유권자에게 객관적 판단기회를 제공한 몇 차례의 3당후보 합동토론회를 거쳤는데도 부동층(浮動層)이 늘어난 게 그 단적인 예다. 3후보 진영은 모두 대선구도의 유동성을 증가시킨 요인으로 갑자기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寒波)」를 꼽는다. 계절의 추위와 경제의 추위를 함께 느끼게 된 유권자들이 새해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며 「관습적 선택」을 주저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정 후보를 점찍어 두었다가 부동층화한 유권자들의 성향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정치권은 대체로 「이번엔 정말 잘 뽑아야 한다」며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파와 「그 후보가 그 후보」라며 정치에서 고개를 돌린 외면파의 두 부류로 분류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는 투표 행태의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불리기를 위한 정치권의 무원칙한 이합집산과 무차별적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정당의 정체성 상실, 여야경계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붕괴 등도 이번 대선전이 종반까지 혼미한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3당 후보 진영은 여권성향 유권자들 중에 부동층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파탄의 책임공방이 한나라당에 좀더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또는 내림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일기 시작한 「이회창바람」의 북향(北向) 확산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부산에서는 「역풍(逆風)」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근본적으로 경제 때문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자체진단이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의 지지율은 거의 그대로다. 일부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는 1,2위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회창후보와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인제후보의 지지율도 아직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름세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부동층이 최소 20%, 많게는 40%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돼 막판스퍼트에 따라 상황은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은 부동층 증가가 일시적 현상이며 부동층의 다수가 여권성향 유권자들인 만큼 결국 다시 이회창후보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막판 영남권의 「반DJ」 정서 확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회의는 대전 충청지역의 호조가 인천 경기지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DJT 공조」 위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회의는 서울의 경우 아직 호각세이나 「DJT 바람」이 북상하면 선두를 굳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이 합류하며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고 자평한다. 국민신당은 부산에서의 바람몰이로 막판 대반전을 꾀하고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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