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탄소중립 미루면 GM군산공장처럼 도태… 저감기술 세제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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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COP26’]문승욱 산업부 장관 인터뷰

“정부가 탄소중립 시그널(신호)을 계속 주지 않으면 한국GM 군산공장처럼 기업들이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대안을 찾을) 타이밍을 놓치게 방조할 순 없습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려 나가야 하는 탄소중립 기술에 대해선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장관은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탄소중립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50%까지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4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탄소저감기술’은 13개에서 4.5배인 59개로 늘린다고 했다. 문 장관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정보 요구와 관련해 “미국 측에 우려를 여러 차례 전달했고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 협의를 위해 다음 주 중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들의 탄소중립 비용 걱정이 제일 크다.

“기업들로서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환경친화적이고 탄소중립적 기업이 아니라면 투자자들은 투자하지 않고 소비자들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물건을 못 팔고 회사 운영을 못 할 수도 있다.”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 회사가 ‘앞으로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선언하면 엔진, 기어 부품 만드는 회사는 어떻게 되겠나. 정부가 ‘플랜B’를 만드는 걸 도와줘야 한다. 한국GM 군산공장도 언젠가는 문을 닫을 것 같은 시그널이 있었다. 하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시그널은 누군가 줬어야 했다. 이제 100% 친환경차만 돌아다니는 세상이 온다. 넋 놓고 휘슬을 안 불었다가 정부가 게을렀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문 장관은 “정부가 탄소중립을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건 아닌지, 아니면 세상이 바뀌는데 정부가 아무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있다가 기업이 타이밍을 놓치는 건 아닌지 이런 고민의 중간 어디엔가 있다”며 탄소중립 속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탄소중립) 기술 확보가 쉽지 않다. 그 시간이 얼마나 더 빨라야 하는지, 천천히 해야 하는지는 시장이 정한다. 그 변화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 제품을 사는 게 친환경적인지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게 산업 경쟁력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기술 확보를 일찍 하면 시장 선점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들에 어떤 탄소중립 인센티브를 줄 수 있나.


“R&D, 세제, 재정 등 전방위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탄소중립 기술 가운데 ‘신성장 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대상을 현재 13개에서 59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최대 30%, 중소기업은 40%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벌려 나가야 하는 기술에 대해선 공공성을 따져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는 방안도 기재부 등과 협의하겠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발생할 인력 감축 등도 인력 재배치와 전환교육, 재취업 등으로 지원하겠다.”

―탄소중립 위한 원전 역할 확대도 검토하고 있나.

“원전은 온실가스 감축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높은 원전 밀도와 지진 위험성,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 등 한계가 있어 국내 건설은 적절하지 않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5월 SMR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문 장관은 원전 역할 확대나 SMR 건설엔 선을 그었다.

―미국이 반도체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법에 저촉되거나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는 정부가 나서 해결할 것이다. 미국 측에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전달했고 미국도 이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과 반도체 협력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미국은 우리보다 앞선 기술을 많이 갖고 있고 우린 양산 기술이 있으니 이 부분의 협력을 협의해봐야 한다. 인력양성이나 상호투자가 논의될 수 있다.”

―내년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데….

“물가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보니 일단 연내는 동결을 했다. 다만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물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를 검토하겠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문승욱#탄소중립#gm군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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