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변장 마차도, 목선 타고 ‘오슬로 상륙작전’…美, F-18로 엄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1일 16시 14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했다. 당초 마차도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되면서 그의 딸이 대신 수상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차도는 이날 새벽 오슬로 한 호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도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1월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이후 11개월 만이다.

청바지에 패딩 점퍼 차림을 한 마차도는 호텔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지지자들은 베네수엘라 국가를 불렀다. 이후 마차도는 호텔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마차도는 “여러분 모두 베네수엘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자유! 자유!”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 대통령!”을 연호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앞에 모여 있는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앞에 모여 있는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마차도는 마두로 정권의 위협에도 민주주의를 수호한 공로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 대선 직후부터 1년 넘게 신변 위협으로 모처에 은신하며 온라인 위주로 활동해 왔다.

2014년부터 출국 금지 조처가 내려진 그는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은신처에서 탈출했으나, 악천후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딸 아나 코리나 소사가 대리 수상했다.

딸이 대독한 수상 소감에서 마차도는 “우리가 베네수엘라인으로서 세계에 전할 수 있는 교훈은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상식 직전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마차도는 “나를 베네수엘라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곧 뵙겠다”고 말했다. 프라이드네스 위원장은 시상식에서 “비록 행사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차도가 무사하며 오슬로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이날 오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앞에 모여 있는 환영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베네수엘라)가 11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앞에 모여 있는 환영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11. AP/뉴시스
마차도의 탈출은 약 두 달간 극비리에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차도는 군 검문을 피하기 위해 가발 등으로 변장한 채 약 10시간 동안 10개의 검문소를 통과했다.

자정 무렵 해안에 도착한 마차도는 작은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 퀴라소로 향했다. 강풍과 거친 파도로 이동 속도는 느렸다고 한다. 마차도는 10일 새벽 퀴라소에 도착해 전용기로 갈아타 노르웨이로 이동했다.

이번 탈출 작전은 국외 망명 조력 단체 ‘베네수엘라 네트워크’가 주도했으며, 출항 전 네트워크는 미군에 탑승자 정보를 알렸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역시 이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WSJ에 전했다.

비행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마차도가 해상을 건너던 시점에 미 해군 F-18 전투기 두 대가 베네수엘라만으로 진입해 약 40분간 선회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 해군과 국방부는 사실관계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군사 접촉 사실을 부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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