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한시를 영화로 읊다

기사 128

구독 61

인기 기사

날짜선택
  • 꿈을 안고 들어간 명문학교, 만학도가 돼 눈칫밥 신세로

    꿈을 안고 들어간 명문학교, 만학도가 돼 눈칫밥 신세로

    한시에서 ‘기억’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는 문학적 기제로 작동한다. 조선시대 윤기(尹愭·1741∼1826)가 50대가 되어 성균관 유생 시절을 추억한 다음 시도 그 한 예다.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성균관 유생이 된 시인은 대과에 급제하지 못한 채 이십여 년간…

    • 1일 전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목숨 건 물질 끝 토해낸 제주해녀 구슬픈 휘파람

    목숨 건 물질 끝 토해낸 제주해녀 구슬픈 휘파람

    제주해녀박물관에 가면 조선시대 잠녀(潛女·해녀)에 대해 읊은 한시를 볼 수 있다. 의금부 도사로 죄인을 잡으러 제주에 왔던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남긴 시다.시에는 조선시대 제주의 풍속과 해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해녀의 채취 도구인 ‘호맹이’나 수확물을 담는 ‘망사리’…

    • 2026-0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실 같은 허구 띄워 현실 비꼰 예술가들

    사실 같은 허구 띄워 현실 비꼰 예술가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젤리그’(1983년)는 1920, 30년대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은 레너드 젤리그란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서진(西晉)의 좌사(左思·250?∼305)도 전국시대 형가(荊軻)를 노래하며 제목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작품임을 밝힌 바 있다.…

    • 2026-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타인의 문장 소복소복… 눈 내리는 날 詩 한잔

    타인의 문장 소복소복… 눈 내리는 날 詩 한잔

    눈을 읊은 한시는 많지만 고려 임유정(林惟正)이 남긴 다음 작품은 시 쓰기 방식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시인은 눈 내리는 정경을 청각과 시각에 집중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눈 내리는 날 마시는 술의 운치를 암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시는 단 한 구절도 시인 자신이 쓴 것이…

    • 2026-0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난 그냥 있었을 뿐인데, 지구가 한 바퀴 돌았다

    난 그냥 있었을 뿐인데, 지구가 한 바퀴 돌았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첫 해돋이를 보며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소망을 기원했다. 한시에서 일출은 개인적 바람과 연관되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당나라 이백은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이 시는 한나라 악부(樂府) ‘일출입(日出入)’을…

    • 2026-0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을 누리면 될 뿐… 황혼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네

    노을 누리면 될 뿐… 황혼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네

    조선시대 최립(崔岦)은 화가 이정(李楨)에게 가을 풍경을 그리게 하며, ‘왜 아름다운 광경은 모두 저물녘에 모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그는 “석양이 한없이 좋지만, 다만 황혼이 가깝구나(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란 시구를 떠올리며, 석양빛 물드는 황혼의 정경이 즐거우…

    • 2025-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늘 저 태양처럼, 빛나며 저무는 인생이 될까

    오늘 저 태양처럼, 빛나며 저무는 인생이 될까

    낙유원(樂遊原)은 장안(長安)의 고지대로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였다고 한다. 이곳을 자주 찾던 당나라 이상은은 어느 우울한 날 석양 무렵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시인은 난해한 시를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한데, 이 시에선 눈에 들어온 석양빛에 대한 감상만을 명료하게 쓰고 있다.…

    • 2025-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상에 속하려 할수록 버림받는 운명… 핏빛 낙조처럼

    세상에 속하려 할수록 버림받는 운명… 핏빛 낙조처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1970년)에서 주인공 마르첼로가 정상인이 되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여 정치적 암살에 협력했다면, 조선 후기 목호룡은 자신의 신분적 결함을 메우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정치적 음모에 가담했다. 목호룡이 1722년 노론이 경종을 시해하려 한 역…

    • 2025-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삶의 끝을 장식할건가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삶의 끝을 장식할건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2024년)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마사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죽은 사람들(The Dead)’을 떠올린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죽음 앞에서 많이 떠올린 시는 도연명의 자만시(自挽詩·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였다(칼럼 29회 ‘나의 첫 번째…

    • 2025-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주먹이 펜이 되고 눈물이 먹물이 되어 연꽃 위에 詩를 새기다

    주먹이 펜이 되고 눈물이 먹물이 되어 연꽃 위에 詩를 새기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년)에는 난폭한 마피아 조직원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희곡 작가로서 천부적 재질을 보여주는 치치가 나온다. 젊은 시절 무뢰한이었던 김만최(金萬最·1660∼1735)도 시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다음 시도 그중 하나다.의원 집안 출신의 …

    • 2025-10-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끊어진 絃 위에서 들려온 시의 숨결… 천 번의 어둠 끝에서 길어 올린 生의 울림

    끊어진 絃 위에서 들려온 시의 숨결… 천 번의 어둠 끝에서 길어 올린 生의 울림

    천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1991년)에서 시각장애인 제자는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스승에게 별들은 어떤 모양이냐고 묻는다. 스승은 자신도 본 적이 없기에 하늘에 있는 폭포 같다고 했다가 돌 같기도 하다고 대답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어렵건만 다섯 살 때 눈이 먼 …

    • 2025-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보이지 않는 것이 보는 것보다 밝을 때, 시인은 눈 감을 수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는 것보다 밝을 때, 시인은 눈 감을 수밖에

    평생 눈병으로 고생한 고려 시인 이규보(1168∼1241)는 눈병에 대한 시를 여러 수 남겼다(‘又傷目病’ 등). 하지만 정작 눈병에 대해 인상적인 시를 남긴 건 이규보와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었던 오세재(吳世才·1133∼?)였다.오세재는 이 무렵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했다(‘破…

    • 2025-10-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향 집에 살어리랏다

    고향 집에 살어리랏다

    박제범 감독의 ‘집 이야기’(2019년)에서 혼자 서울살이 하는 주인공 은서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몇 번째 집이냐는 부동산 중개사의 질문에 은서는 여섯 번째인가 일곱 번째 이사라고 답한다. 정주(定住)가 쉽지 않은 현대인들처럼 옛사람들도 안정된 집을 찾아 이사를…

    • 2025-09-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가오는 종말… 자유를 외친 ‘나비의 혀’

    다가오는 종말… 자유를 외친 ‘나비의 혀’

    한시의 이미지는 단순한 실재의 반영에 그치지 않고 시인의 미래를 암시하는 징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남용익(南龍翼·1628∼1692)의 시에 나오는 나비도 그런 예 중 하나다.시는 알에서 태어난 누에가 애벌레가 되어 자란 뒤 고치를 지어 나비(실제론 나방)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

    • 2025-09-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빠 잃은 손자 앞에 자식 잃은 아픔을 감추고

    아빠 잃은 손자 앞에 자식 잃은 아픔을 감추고

    자식의 죽음을 다룬 영화 중에 문희융 감독의 ‘늙은 자전거’(2015년)는 죽은 아들이 남긴 손자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그 슬픔을 풀어간다. 조선시대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세상 떠난 아들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에서 어린 손자에 대해 읊은 내용을 연상시킨다.시인은 수려한 …

    • 2025-08-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