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코언 형제의 옴니버스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2018년)에는 서부극(웨스턴)의 익숙한 상황들이 엮여 있다. 고려시대 홍간(洪侃·?∼1304)의 다음 시에서도 변새시(邊塞詩)의 관습적 내용들이 이어진다.변새시는 변방의 황량한 풍광과 이민족과의 전쟁, 그리고 종군하는 병사들의 고단함을 …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영화 ‘척의 일생’(2024년)은 학생이 교실에서 월트 휘트먼의 시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를 낭송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시 중에 “나는 거대하고, 나는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I am large, I contain multitudes…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년)에서 주인공 철호에게 치통과 발치가 고단한 현실의 무게이자 삶의 목표 상실을 상징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조선시대 정약용에겐 노년의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노인의 한 가지 유쾌한 일’(老人一快事) 6수 중 두 번째 수노인 되어 한 가지 유쾌한 일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년)에서 주인공 철호에게 치통과 발치가 고단한 현실의 무게이자 삶의 목표 상실을 상징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조선시대 정약용에겐 노년의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노인의 한 가지 유쾌한 일’(老人一快事) 6수 중 두 번째 수노인 되어 한 가지 유쾌한 일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노화가 자신에게 닥쳐올 때 누구나 절망에 빠지기 쉽다. 옛사람들이 노화의 징표로 여겼던 것 중 하나가 낙치(落齒), 곧 치아가 빠지는 것이었다. 당나라 한유는 마흔도 되기 전에 예닐곱 개의 이가 빠지자 다음과 같이 읊었다.‘낙치(落齒)’ 중에서…돌이켜보니 처음 …

한시에서 ‘기억’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는 문학적 기제로 작동한다. 조선시대 윤기(尹愭·1741∼1826)가 50대가 되어 성균관 유생 시절을 추억한 다음 시도 그 한 예다.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성균관 유생이 된 시인은 대과에 급제하지 못한 채 이십여 년간…

제주해녀박물관에 가면 조선시대 잠녀(潛女·해녀)에 대해 읊은 한시를 볼 수 있다. 의금부 도사로 죄인을 잡으러 제주에 왔던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남긴 시다.시에는 조선시대 제주의 풍속과 해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해녀의 채취 도구인 ‘호맹이’나 수확물을 담는 ‘망사리’…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젤리그’(1983년)는 1920, 30년대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은 레너드 젤리그란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서진(西晉)의 좌사(左思·250?∼305)도 전국시대 형가(荊軻)를 노래하며 제목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작품임을 밝힌 바 있다.…

눈을 읊은 한시는 많지만 고려 임유정(林惟正)이 남긴 다음 작품은 시 쓰기 방식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시인은 눈 내리는 정경을 청각과 시각에 집중하여 섬세하게 표현하고, 눈 내리는 날 마시는 술의 운치를 암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시는 단 한 구절도 시인 자신이 쓴 것이…

올해도 많은 이들이 첫 해돋이를 보며 묵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소망을 기원했다. 한시에서 일출은 개인적 바람과 연관되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당나라 이백은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이 시는 한나라 악부(樂府) ‘일출입(日出入)’을…

조선시대 최립(崔岦)은 화가 이정(李楨)에게 가을 풍경을 그리게 하며, ‘왜 아름다운 광경은 모두 저물녘에 모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그는 “석양이 한없이 좋지만, 다만 황혼이 가깝구나(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란 시구를 떠올리며, 석양빛 물드는 황혼의 정경이 즐거우…

낙유원(樂遊原)은 장안(長安)의 고지대로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였다고 한다. 이곳을 자주 찾던 당나라 이상은은 어느 우울한 날 석양 무렵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시인은 난해한 시를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한데, 이 시에선 눈에 들어온 석양빛에 대한 감상만을 명료하게 쓰고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1970년)에서 주인공 마르첼로가 정상인이 되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여 정치적 암살에 협력했다면, 조선 후기 목호룡은 자신의 신분적 결함을 메우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정치적 음모에 가담했다. 목호룡이 1722년 노론이 경종을 시해하려 한 역…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2024년)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마사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죽은 사람들(The Dead)’을 떠올린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죽음 앞에서 많이 떠올린 시는 도연명의 자만시(自挽詩·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였다(칼럼 29회 ‘나의 첫 번째…

우디 앨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1994년)에는 난폭한 마피아 조직원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희곡 작가로서 천부적 재질을 보여주는 치치가 나온다. 젊은 시절 무뢰한이었던 김만최(金萬最·1660∼1735)도 시에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다음 시도 그중 하나다.의원 집안 출신의 …